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54)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54화(54/213)
* * *
“예? 제국 유소년 검술대회요?”
“…그래.”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후작.
그가 내민 것은 황실의 인장이 찍힌 서신이었다.
주요 내용은 한 달 뒤에 열릴 행사에서 베르딘에서 참가자들을 위한 대련용 방어구를 지원해달라는 건데….
‘이건 당연히 해야지.’
우리 물건을 홍보할 좋은 기회였다.
그런데 딸려온 조건이 나보고 유소년 검술대회에 참가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나쁘지 않은데?’
아니, 오히려 좋았다.
안 그래도 황도에 가보고 싶었으나, 지금껏 마땅한 구실이 없었으니까.
어차피 황제와 원래의 나 ‘3황자’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가야만 하는 상황.
옆에서는 하버가 눈빛을 초롱초롱 빛내며, 벌써 기대감을 잔뜩 드러내고 있었다.
“우워어어! 에반 공자님께서 이번 제국 유소년 검술대회에 나가시는 겁니까?!”
“응? 어… 아마도?”
“으하하핫! 솔직히 또래 중에 에반 공자님의 검술 실력은 대륙을 통틀어서 최고일 겁니다! 드디어 온 제국에 우리 검술천재 에반 공자님이 알려질 날이 왔군요!”
하버의 호들갑은 평소와 크게 다른 게 없었다.
하지만 후작의 심기가 조금 불편했나 보다.
“하버. 아직 에반의 참가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
“헉… 죄, 죄송합니다. 저는 당연히 참가하시는 줄 알고 그만…….”
‘으응…?’
그러나 내가 보기에, 참가를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인 하버의 생각이 크게 잘못되지는 않았다.
“아버지, 이건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물론 그렇긴 하다만… 네가 구태여 원치 않는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면 거절할 수도 있단다.”
“아…!”
페르반 베르딘 후작.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하.
나는 또다시 후작의 찐사랑을 느껴버렸다.
영주 입장에서, 이건 정말 거절하기 힘든 상황이다.
일단, 황제는 우리가 준비한 전쟁 피해배상 합의서에 별다른 태클 없이 순순히 도장을 찍어줬다.
‘솔직히 프레이아한테 좀 빠듯하게 불러서, 조금은 조정할 줄 알았는데.’
그러면서 우리 상품에 대한 좋은 홍보 기회까지.
한마디로, 황실에서 베르딘에 잘 지내보자고 시그널을 보낸 것이었다.
이렇게까지 호의를 보였고 또 우리 쪽에 해 될 것이 전혀 없는데도, 이걸 거절한다고?
‘이건 그냥 대놓고 싫다는 거지….’
만약 내가 원치 않는다고 하면, 후작이 진짜 거절할 생각이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그런 말만이라도 고마웠다.
마음이 느껴지기에는 충분했으니까.
“저는 괜찮아요. 마침 저도 황도에 가보고 싶었는데, 견문을 넓힐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흠흠,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처음에는 썩 달가워하지 않았던 후작.
이유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가겠다고 하니, 만류하지는 못했다.
이리하여, 결국 나는 한 달 뒤의 제국 유소년 검술대회에 참가하게 됐다.
* * *
영지전이 끝난 이후.
황도 곳곳에서 베르딘과 관련된 얘기가 퍼져 나갔다.
그들이 사용했던 전략과 전술.
마법과 기계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병기.
베르딘 기사들이 보여준 독특한 검술과 움직임까지.
모두의 예상을 깬 베르딘의 대승은 그만큼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얘기는 지금, 1황비 궁에서도 오가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 나오는 얘기들과는 좀 다른 뉘앙스이긴 했지만 말이다.
“아버지,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날카로운 목소리로 묻는 1황비.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형식상 예의를 갖추긴 했지만, 실상은 일을 그르친 것에 대한 추궁과 힐난이었다.
“그깟 촌놈들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시는 건가요?”
“…이번 일은 면목이 없구나. 프레이아 백작 정도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베르딘 놈들이 생각보다 저력이 있는 모양이다.”
카니온 후작은 자신이 베르딘을 얕보고 방심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후작을 암살하라고 보냈던 사냥개들과 프레이아에 은밀히 지원해줬던 기사들이 다 죽을 줄이야.
최소한 베르딘에게 큰 피해는 입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오히려 그들의 위상만 높여준 꼴이 됐다.
“그래서, 이대로 꼬리를 말고 물러나실 건가요?”
입술을 꾹 깨물면서 두 눈을 치켜뜬 1황비.
그녀는 지난 연회에서 베르딘 후작이 황제와 제후들 앞에서 자신에게 수모를 준 것을 떠올리면, 아직도 치가 떨렸다.
카니온 후작도 이를 묵과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럴 리가 있겠느냐.”
마침 그는 이곳에 오기 전에 들은 소식이 있었다.
“한 달 뒤에 있을 제국 유소년 검술대회에, 베르딘이 대련자들의 방어구를 지원한다고 하는구나.”
“하, 폐하께서 어찌 그런 무도한 자들에게…!”
부들부들.
갑자기 서운함이 밀려왔다.
자신의 체면을 생각한다면, 황제가 그리해서는 안 되는 것을…!
그런데 카니온 후작이 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진정하거라. 그때 이번 일의 발단이 된 베르딘의 사생아도 참가한다고 하는구나.”
“그 천것도 검술대회에 나온다고요?”
“그렇단다.”
그는 이번 기회에 자신의 손자가 검술대회에서 우승하게 만들면서, 베르딘에게 여태까지의 빚도 톡톡히 갚아줄 생각이었다.
“1황자가… 우리 키르젠이 우승자가 된다구요?”
“크크큭, 그래. 그렇게 되면 황위계승권에도 조금 더 가까워지지 않겠느냐?”
“…!”
‘황위계승’이라는 말에, 1황비의 눈빛이 반짝였다.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탐욕.
실제로, 아스론 제국은 초대황제가 뛰어난 기사였기 때문에, 검술대회 우승자라는 칭호는 각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비록 대상이 ‘유소년’이긴 하지만, 후작이 말한 대로 이건 분명히 도움이 된다.
그녀는 아들을 황태자로 만들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것이 카니온의 방식이기도 하고.
“후후훗, 좋아요. 이번에는 반드시 잘 처리해주실 것이라 믿어요.”
히죽.
“물론이란다.”
비릿하게 웃어 보이는 카니온 후작.
당하고는 못 사는 그도, 감히 자신을 대적하면 어찌 되는지 확실히 알려주겠다며 벼르고 있었다.
1황비는 후작의 기세가 아주 마음에 들었고, 추가로 몇 마디를 덧붙였다.
“아! 그리고 가급적이면 2황자나 3황자, 그것들은 아예 순위권에도 못 들면 좋겠어요.”
특히 2황자 루카스.B.아스론.
어미가 별 볼 일 없는 하급귀족인 3황자야 그렇다 쳐도, 황후의 소생인 2황자는 만만치 않을 게 분명했다.
뒤에는 외척인 클리에르 공작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카니온 후작도 호락호락 당해줄 생각 따위는 없었다.
“알았다. 걱정하지 말거라.”
클리에르 공작에 대한 얘기가 나오니, 1황비는 후작이 루크 공작에 대해 말할 것이 있다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안 그래도 의논하려고 했다.”
카니온은 이번 영지전에서 그들이 은밀히 베르딘을 도왔다는 정황을 다수 포착했다.
이를 보고하자, 1황비의 눈빛이 대번 싸늘해졌다.
“어리석군요. 그렇게도 기회를 줬건만, 우리가 내민 손을 잡지 않다니요.”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
“대가를 치르게 해야지요.”
하지만 루크 공작을 대놓고 건드리기에는 여러모로 어려웠다.
중부의 귀족 대부분이 카니온 후작에게 머리를 숙였지만, 아직도 루크 공작을 따르는 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게다가 제국 전체로 놓고 보면, 그는 여전히 많은 제후들에게 신망이 두터웠다.
“하여… 슬슬 본격적으로 ‘그것’을 퍼뜨리려 한다.”
“‘그것’이요? …아!”
처음에는 뭘 말하는지 몰라서 어리둥절했다가, 이내 깨닫고 탄성을 흘린 1황비.
카니온 후작은 이미 오래전부터 밑 작업을 해놨다는 얘기도 했다.
“호호호! 역시 아버지예요.”
“크흐흐! 루크 공작… 아직도 중부가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는 그 어리석은 자에게, 똑똑히 알려줄 생각이다.”
진정한 중부의 패자가 누구인지.
1황비는 이 말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루크 공작가를 향해 뻗어오는 카니온의 마수(魔手).
이는 지난 역사대로라면 훨씬 더 나중에 일어나야 할 사건이었다.
하지만 원래는 존재하지 않았던 한 소년으로 인해, 미래는 조금씩… 아니, 급격하게 변해갔다.
그리고 또 한 명의 회귀자.
아인세라 루크는 울고 싶었다.
* * *
꺄아아아악―
고결해 보이는 은빛 머리카락에 에메랄드를 박아넣은 듯 투명하고 아름다운 연녹색 눈동자의 소녀.
벌써 6회차인 경력직 회귀자는 속으로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니이이, 진짜 이래도 되는 거야?!’
중부의 대귀족.
아스론 제국에 단 세 곳뿐인 공작가의 영애.
아인세라 루크는 하루에도 수백 번씩 쫓아가서 따질까 말까 고민했다.
누구한테?
자신이 알고 있는 과거 회차의 인과를 모조리 틀어놓고 있는 소년.
‘에반 베르딘’에게 말이다.
‘마나석 좀 구해달라기에 갖다 줬더니, 뭐? 마도공학병기를 만들어?’
탁.
그녀가 손바닥으로 이마를 쳤다.
원래 이것들은 6년 뒤에나 나올 예정이었다.
이번 회차가 시작된 지, 아직 반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짧은 기간 동안, 대체 얼마나 많은 역사가 바뀌어 버린 것인지….
덕분에 이제 그녀는 앞으로 일어나게 될 그 어떤 것들도 쉽게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
‘이렇게 제멋대로 미래 정보를 써먹으면, 나처럼 연약한 회귀자는 어떻게 살라는 거냐고!’
검술명가인 루크 공작가에서 마법에 재능을 타고난 아인세라.
아직 열 살의 나이에, 벌써 3서클 마법사인 데다가 그 이상의 아티팩트를 만들어내는 그녀가 과연 연약하다고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꼼꼼하고 계획적인 성격상,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하아, 이제 더 이상 회귀하는 것도 불가능한데….’
이렇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우울해졌다.
괜히 소년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도대체 걘 뭐지?’ 정체가 궁금한 마음도 있었는데―
‘일단 미래를 아는 건 틀림없어.’
문제는, 어떻게 아는 것인지 모르겠다.
역시 자신처럼 회귀자인 걸까?
…이건 아직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여러 가지 의문점들이 존재해서.
‘어떻게 나도 모르는 정보들을, 이렇게 많이 가지고 있는 거지?’
가령 이번 영지전에서 베르딘 기사들이 보여줬다는 특이한 검술.
아니면 프레이아의 성벽을 날려버렸다는 폭탄이라는 물건.
그밖에 지금 시점에서는 무명(無名)이었을 ‘미친 상인 플뤼드’를 찾아낸 것이나….
‘영지전에서 나이트 워커를 고용했다고?’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첩보에 의하면 매우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개개인의 무위가 오러유저에 도달해있는 암살자들.
실력은 확실하지만, 의뢰는 철저히 가려서 받으며, 그 기준은 아무도 모른다.
정체불명의 불가사의한 암살자 길드.
한번은 황실에서도 고용하려 했다가 결국 실패한….
이런 자들이, 뭐?
단순한 일회성 암살이나 첩보 임무도 아니고, 무려 영지전에 참전해서 도와줬다고?
진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왠지 에반이 그랬다고 하니까, 사실일 것만 같다는 말이지?’
여섯 번째 생(生).
어쩌면 마지막 회귀가 될지도 모르는, 이번 회차의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에반 베르딘’ 그 자체였다.
‘…이젠 물러설 곳도 없어.’
어떻게든 이번 회차에서는 반드시 원하는 뜻을 이뤄내야 할 소녀.
아인세라는 고민 끝에 결심을 굳혔다.
소년에게 직접 부딪쳐 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