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6)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6화(6/213)
“……클로브?”
“네.”
푸스럭― 푸스럭―
나는 말에서 내린 뒤, 근처 풀숲을 뒤졌다.
‘클로브’는 잎사귀가 넓고 가장자리가 톱니 모양처럼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인 들풀이었다.
진짜 아무 산이나 들에 다 있는 ‘잡초’였는데, 나도 곧 한 포기 찾아내서 후작에게로 가져왔다.
“…이게 정말로 몬스터의 오염된 마나를 정화시켜 준다는 말이냐?”
“네. 평민들에게는 배탈이 났을 때 달여서 먹거나, 피부에 종기가 생겼을 때 바르는 약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허…….”
꽤 구체적인 정보에, 후작이 놀랍다는 듯이 탄성을 흘렸다. 하지만 아직도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역시 쉽게 믿기는 힘든가 보다.
“아버지. 정 믿기 어려우시다면, 여기에서 잠깐이라도 소자의 말을 시험해보시지요.”
“지금… 여기서 말이냐?”
“예. 고블린 사체 하나를 정화시키는 데에는 어느 정도 시일이 소요될 것이나, 작은 부위를 잘라내면 몇 시간 내로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고민하던 후작의 눈빛이 달라졌다.
“지금부터 척후를 맡은 9대대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클로브’라는 풀을 뜯어와라!”
“…예?”
기사와 병사들은 당황한 듯했지만, 후작의 명령이 번복되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해서 순식간에 수북하게 쌓이게 된 클로브.
“이제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
“용기에 물을 받아놓고, 클로브와 몬스터의 사체를 담가 놓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간단히?”
“네.”
후작은 냄비 하나에 죽은 고블린의 손가락 하나와 뜯어온 클로브를 최대한 많이 집어넣고 실험했다.
흠, 이 정도면 1시간만 지나도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것 같다.
그리고 내 예상은 정확했다.
“후, 후작님! 저 식물의 잎이 검게 변색되기 시작했습니다!”
“저, 정말로… 오염된 마나가?”
또 기사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용병들도 이런 건 처음이라고, 신기하다고 난리였다.
후작도 퍽 놀란 표정이었다.
“에반,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사체에 있던 오염된 마나가 클로브에 흡수되고 있는 겁니다.”
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며, 이제 결과를 보자고 했다.
“…알았다.”
스윽.
후작이 고블린의 손가락을 꺼내 들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우우웅―
그는 가만히 눈을 감고 고블린의 손가락에 오러를 흘려 넣고 집중했다.
두구두구두구―
긴장되는 순간.
마침내 후작이 눈을 번쩍 뜨더니,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로… 오염된 마나가 정화되었다.”
* * *
이후로는 일사천리였다.
후작은 당장 급한 대로 보급품을 실어 온 수레에 몬스터 사체를 쌓았고, 추가로 성에 사람을 보내어 여러 대의 수레를 보내게 했다.
수군수군―
“야, 얼마 전에 고블린 손가락 정화되는 거 봤냐?”
“X나 신기하네.”
“그러게. 클로브 그거, 우리 마을에서는 크롭이라고 불렀는데 나도 배탈 날 때마다 먹었다고.”
병사와 용병들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 나는 속으로 웃었다.
‘후후후! 이 소문은 금방 퍼져나가겠지.’
그렇게 되면, 앞으로 몬스터 사체에 대한 대대적인 수요가 생겨날 거다. 유통 채널도 상단들이 알아서 우리 후작령으로 몰려올 테니 걱정 없겠고.
‘게다가 나는 어떤 몬스터의 어떤 부위가 돈이 되는지도 알고 있다.’
그만큼 효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거다.
지금도 평민이었을 적의 지식이라고 둘러대며, 기사들에게 각 몬스터들의 돈이 되는 알짜부위만 얻어내도록 하고 있었다.
‘크크큭! 이거 진짜 개꿀이군.’
내 머릿속에서는 이미 수많은 계획과 구상들이 다 서 있었고,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 * *
묘하게 광기 어린 눈빛.
헤죽헤죽거리는 입가의 미소.
페르반은 막내아들을 복잡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이럴 수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생각이 복잡했다.
에반의 기억은 모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가짜였다.
수많은 제국 평민들의 삶을 조사한 것을 바탕으로 그럴싸하게 만들어서 주입시킨…….
‘흠… 초기 세팅 정보에 이런 것까지 넣어놨었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기억은 없었다. 애초에 이 정보는 자신도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모르게 다른 이가 에반의 기억을 건드렸을 가능성은…?’
그건 불가능했다.
모든 과정의 최종 확인은 자신이 직접 했으니까.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정말로… 우리가 조합했던 평민들의 기억 속에서 나온 정보라는 것인데.’
이건 ‘그들’조차 모르는 엄청난 발견이었다.
향후 아스론 제국의… 어쩌면 아르바니아 대륙의 판도를 뒤바꿔놓을지도 모르는.
그래서 후작은 지금의 이 상황이 썩 탐탁지 않았다.
괜히 ‘그들’의 관심이 이쪽으로 쏠리면 곤란하니까.
‘…입을 막기에는, 목격자도 너무 많군.’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에반의 말을 무시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했으면, 이 위대한 발견은 묻히고 말았겠지.
평생을 마도 연구에 종사해 온 그에게 있어서, 그건 또 그것대로 아쉬운 일이었다.
‘일단… 그들의 반응을 지켜볼 수밖에.’
어차피 당장 고민해봤자 답도 안 나오는 문제였다.
오히려 지금 해야할 일은 따로 있었으니.
푸슉.
“캐갱―!”
방금 막 걸어 다니는 개, 코볼트 무리의 마지막 한 놈을 처치한 그가 누군가를 빤히 쳐다봤다.
9대대의 3중대장을 맡고 있는 ‘라프’
아까부터 은밀히 에반을 주시하고 있던 기사였다.
그런데 눈빛이 심상치 않다.
‘이제 곧 결행할 것인가?’
페르반은 이번 토벌전에서 후작부인이 에반을 제거하기 위해서 수작을 부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굳이 막을 생각은 없었다.
“본대는 곧바로 다음 목표지점으로 이동한다! 척후를 맡은 9대대는 에반의 지시에 따라 코볼트들 사체를 정리하라!”
오히려 그는 후작부인의 음모를 도와줄 생각이었다.
다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에반의 능력치를 한번은 제대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어차피 그 어떤 몬스터도 에반을 죽일 수 없다.’
만약 자신이 설계한 능력이 제대로 발현된다면 말이다.
그것은 몬스터가 아닌 기사라도 마찬가지일 터.
하지만 실제 위협 여부를 떠나서, 에반을 죽이려고 음모를 꾸민 후작부인과 가담한 놈들은 괘씸하기 그지없었다.
뿌드득.
‘버러지들이 주제 파악도 못 하고…!’
이번 일의 대가는 톡톡히 갚아주겠다 벼르며, 그가 군세를 몰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덕분에, 애꿎은 몬스터들만 불쌍하게 됐다.
* * *
‘크흐흐… 운도 따라주는군!’
9대대의 3중대장 라프는 쾌재를 불렀다.
그는 후작과 본대가 떠나기 무섭게 9대대장 발터를 쳐다봤다.
과연 후작이 알고 있는 것처럼, 아무도 모르게 따로 받은 명령이 있기 때문이었다.
힐끗.
눈이 마주친 발터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라프는 조심스레 에반에게 다가가서,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갔다.
“에반 공자님, 아까 특이한 식생이 보이면 얘기하라고 하셨죠?”
“어? 그렇지.”
병사들에게 이것저것 지시하던 사생아 공자, 에반 베르딘이 자신을 빤히 쳐다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눈빛이 자신을 훤히 꿰뚫어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더러웠다.
뭔가 가소롭게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얼마 전만 해도 성 밖의 천것이었던 애새끼가…!’
욱하는 마음이 확 올라왔지만, 지금은 참아야 했다.
“제가 저쪽에서 좀 특이하게 생긴 식물을 발견했는데 같이 가주시겠습니까?”
“특이하게 생긴 식물? 어떻게 생겼는데?”
“예…?”
“어떻게 생겼냐고.”
“아, 그… 그게…….”
당돌하게 캐묻는 질문에, 라프가 버벅였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그는 아무렇게나 지껄였다.
“파, 파란색 꽃이 피어있는데, 좀 은은하게 빛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크기는 한 이 정도…….”
“음~ 그래?”
그 사생아 공자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쳇, 이러다가 안 간다고 하면 어쩌지?’
대대장이 도와주는 이상 어떻게든 방법은 있겠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깔끔하게 가고 싶었다.
이렇게 나름 똥줄을 태우고 있을 때.
씨익.
에반 베르딘이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천지난만한 어린아이의… 하지만 무슨 일을 벌일지 몰라서 괜히 보는 사람이 불길해지는 악동의 미소.
“좋다, 함 가보자.”
“…예!”
뭔가 느낌이 쌔―하긴 했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큰일을 앞두고 좀 긴장되는 거겠지.
아무리 사생아라고 해도, 후작가의 공자를 죽이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번 건만 잘 해내면, 평생 놀고 먹을 수 있는 거금이 생긴다!’
꿀꺽.
받을 돈을 생각하자, 목구멍으로 침이 넘어갔다.
두 사람은 대대장에게 얘기한 뒤,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어두운 숲속으로 들어갔다.
* * *
저벅저벅.
나는 라프를 따라서 한참동안 숲을 걸었다.
도대체 어디까지 가려는 걸까?
‘이제 충분히 멀리 온 것 같은데, 슬슬 그냥 저질러 주면 안 되나….’
이놈이 처음부터 나를 노리고 있었다는 것쯤은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따라 나왔냐고?
‘하아, 나는 정말 자신 없는데.’
그래.
어떻게 해도 ‘질 자신’이 없었다.
그러니까 그냥 빨리 본색을 드러내 주면 좋겠다.
“이봐.”
“…예?”
“아직도 더 가야 해?”
“아, 그게 조금 더…….”
새끼, 이거 진짜 쫄보네.
답답해진 나는 그냥 내가 먼저 시작할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때, 저 멀리 희미한 푸른 빛이 보였다.
“어? 혹시 저기야?”
“예? ……어???”
역시 이놈도 모르는 것 같은데….
그래도 저쪽에서 느껴지는 마나 반응은 진짜였다.
두근두근두근.
갑자기 가슴이 마구 뛴다.
딱 느낌 왔으니까.
타다다닷―
“어, 어어?! 공자님, 같이 가요!”
어느새 나는 달리고 있었다.
어슴푸레하게 보이던 그 빛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욱 진하고 강하게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광원(光源)에 도착했을 때.
화악―
‘아…….’
순간적으로 정신을 놓을 만큼 달콤한 향기.
거기에는 은은한 빛을 내는 파란색 꽃이 가득했다.
와, 대박….
나는 이게 뭔지 알고 있었다.
“고, 공자님? 이게 다 뭡니까?”
“후, 후후후! 이게… 뭐냐고?”
부들부들.
너무 짜릿해서 온몸이 떨려왔다.
“이건 마나허브다!”
“…네?!”
마나를 머금고 있는 식물인데, 토지와 대기로부터 오랜 세월 서서히 마나를 흡수한 것이라서 굉장히 순도 높은 마나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인간이 재배할 수도 없고, 야생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매우 희귀한 영초(靈草)였다.
사락―
웅… 웅… 웅….
내가 몸을 굽혀 손가락을 갖다 대자, 보석처럼 예쁜 파란색 꽃에서 맑고 투명한 공명음이 울렸다.
이 정도면, 두말할 것 없이 최상품이다.
부르는 게 그냥 값일 정도.
‘가만…….’
여기는 ‘그것’이 잠들어있는 만큼 마나 농도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 영향으로 몬스터들만 우글우글해진 것이 아니란 말이다.
‘어쩌면 지하에는 마나석 광산이 있을지도…?’
이 또한 느낌이 왔다.
100% 있다고.
‘후후후! 나중에 한번 제대로 찾아봐야겠군.’
물론 지하 어딘가에는 ‘그것’도 잠들어있을 테지만, 아무렴 어때?
어차피 깨어나는 것은 5년 뒤일 테고,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그것’의 숙면은 인간들이 돌 좀 깬다고 일어날 정도의 얕은 잠이 아니었다.
이렇게 내가 행복회로를 풀―가동하고 있을 때.
스릉―
즐거운 사색을 방해하는 쇳소리가 들려왔다.
‘아 맞다. 저 새끼를 잊고 있었구나.’
나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탐욕에 눈이 먼 기사.
라프가 검을 뽑고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