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67)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67화(67/213)
* * *
덜그렁― 덜그렁―
베르딘으로 돌아가는 마차 안에서, 나는 아인세라와 마지막으로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 여태까지는 회귀를 하면서도, 환각분 사건의 배후에 흑마법사가 있는 줄 몰랐었다는 거지?
― 응… 전혀.
― 몇 회나 삶을 반복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네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을 것 같다.
이건 내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나도 지난 생에 중부의 약물 사건이 어떤 추이로 흘러갔는지 알고 있었지만, 흑마법사가 개입했었다는 것은 아예 모르고 있었으니까.
― 그러면 카니온도 흑마법과 연관이 있는 건가?
루크 공작이 몰아붙였을 때는 아니라고 잡아뗐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였다.
카니온 후작가와 흑마법사들.
두 집단은 서로 죽이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과거에 황태자 즉위식 때도 카니온이 수작을 부렸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아인세라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 …직접적으로는 아닐 가능성이 높아.
그녀는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았는데, 자세히 얘기해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나는 알았다고 대답하면서도, 나이트 워커들을 통해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 *
베르딘으로 돌아오니, 후작이 곧바로 불러다가 이번 사건에 관련해서 이것저것 물어봤다.
누가 팔불출 아니랄까봐 걱정을 많이 했나 보다.
특히 신전에서 신성치료를 받았었다는 얘기를 듣고는 안색이 눈에 띌 정도로 안 좋았었다.
“그래서… 별일은 없었느냐?”
“예? 아, 네. 아버지께서 예전에 말씀해주신 것처럼 신성력이 제 몸에 잘 안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약간 두통과 메스꺼움이 있긴 했었어요.”
“그러면 신성치료는 도중에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그만둔 게냐?”
이 질문을 할 때쯤 되니까, 후작은 하늘이 무너져 내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렸을 때 본인도 신성치료를 한번 잘못 받았다가 사경을 헤맸다더니, 정말 걱정이 많이 되나 보다.
나는 최대한 씩씩하게 대답했다.
“아니요? 그냥 치료받다 보니, 괜찮아져서 끝까지 잘 받았습니다.”
“…뭐, 뭐라고?!”
사실이긴 하지만, 안심시켜주려고 했던 말인데….
뭔가 잘못된 걸까?
후작의 눈이 대놓고 부릅떠졌다.
“시, 신성치료를 끝까지 잘 받았다고…?”
“예? 네… 그런데요.”
“흠흠… 그렇구나…….”
도대체 이 얘기의 어디에 그렇게 놀랄만한 포인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후작은 정말로 크나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한참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래도 나중에는 또 뭐가 그렇게 좋은지 입꼬리가 히죽히죽 올라가더라.
“아버지…?”
“으음? 아…….”
답지 않게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던 후작.
그는 좀 머쓱했는지, 괜히 어색한 헛기침을 했다.
“소자는 이제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흠흠, 그래. 다녀오느라 수고가 많았다.”
인사를 마친 후.
나는 부지런히 다니면서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고 다녔다.
* * *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플뤼드였다.
“일은 잘 진행되고 있겠지?”
“예! 물론입니다.”
양쪽이 각각 색깔이 다른 오드아이는 언제봐도 신기하다.
광기로 번들거리던 이 눈동자가 이렇게 맑게 빛날 수 있다는 것은 더욱 신기하고.
“현재 사업 방향은 에반 공자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크게 두 가지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정화된 몬스터 사체’ 그 자체를 파는 것.
이 경우에 우리가 파는 상품은 가죽이나 뼈, 힘줄 등 최소한의 가공만 된 ‘원자재’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방향은 ‘몬스터 사체로 만든 제품’을 파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 영지전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프레이아 백작가에 요구해놓은 것이 있었으니―
“후후, 그래도 프레이아 백작령에서 넘어온 직공들이 꽤 되나 보지?”
바로 이 조건이었다.
지원자들에 한정해서, 평민 직공들이 베르딘으로 올 수 있게 하는 것.
“예, 놀라지 마십시오. 프레이아에서 이주해온 직공들의 숫자가 무려 67명입니다.”
“뭐, 뭐라고?!”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숫자였다.
한 30명만 와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많이 올 줄은 정말로 몰랐는데.”
“하하! 이게 다 공자님 덕이 아니겠습니까?”
음… 맞는 말이긴 했다.
영지전이 일어나기 전부터도 ‘베르딘 후작령에서는 평민들도 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대우를 잘 받을 수 있다.’라고 소문을 내기 시작했었고, 영지전이 발발한 이후로는 프레이아 백작령에 조금 더 집중해서 정보공작을 펼쳤으니.
아마 조건을 받아들인 프레이아 백작이나 승인해준 황제도 이럴 줄은 몰랐겠지.
“일단 서부 쪽 영지들에만 먼저 판매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저희 제품을 프레이아 직공들이 만든다는 소문이 나면서 값이 더 붙은 상황입니다.”
“당장의 이윤보다는 직공들에게 대우를 잘해줬으면 좋겠군.”
“예, 그럼요.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아마 이번에 이주해온 직공들이 잘 정착하면, 이게 더욱 소문이 나서 더 많은 인재가 베르딘으로 모여들게 될 것이었다.
* * *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플뤼드의 아버지 ‘글렌’이 무기를 만드는 무기상.
원래 슬럼가 근처에 있던 것을 아들이 영주성 근처에 상단을 만들면서, 이쪽으로 옮겨줬다.
대장장이 장비와 기구들도 기존에 있던 것보다 훨씬 더 좋게 만들어줬고.
까앙―! 까앙―!
시커먼 무언가를 모루 위에 올려놓고 열심히 망치로 두들기던 백발 근육질의 노인이 인기척을 느끼고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오! 돌아오셨군요, 에반 공자님!”
“온 지 얼마 안 됐다.”
나는 그가 두들기고 있던 것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러자 글렌이 반색하며 설명했다.
“이건 베하마그 오크의 뼈를 갈아서 넣은 주물입니다.”
“융해된 금속에 뼈를 갈아서 넣었다고?”
“예.”
그는 몬스터의 ‘뼈’라는 소재를 어떻게 사용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일단 뼈는 금속처럼 녹일 수가 없지요. 그래서 뼈만을 이용한 무구를 만들려면 이놈들의 뼈를 깎아야 할 것인데… 그게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음… 아무래도 그렇겠지.”
오러를 쓸 수 있는 대장장이면 모를까.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가공하기 어려울 거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기사님들께 부탁해서 뼈를 아예 가루를 내어서, 녹여낸 금속이랑 골고루 섞이게 하는 방법을 떠올렸습니다.”
“오… 정말 좋은 생각이군!”
“으허허헛! 이 늙은이가 생각해도 그렇습니다.”
큰 소리로 웃어젖힌 글렌이 내게 숏소드 하나를 내밀었다.
칼자루의 장식은 투박하고 평범해 보였으나, 칼날에 미세하게 마나가 담겨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건…?”
“제가 공자님 오시면 드리려고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일전에 내가 잡아 온 ‘근육질 아기사슴’의 뼛가루를 넣어서 만든 것이라고 했다.
우웅― 우웅― 우우웅―
칼자루를 쥐니, 맑은 검명(劍鳴)이 울렸다.
그러면서 이 녀석이 내 안의 마나와 반응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 글렌! 정말 엄청난 걸 만들었군!”
“으허허헛!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로군요.”
글렌은 이 밖에도 같은 재료를 사용한 단검 세 자루를 건네줬다.
“단검은… 사실 던지고 나면 회수하기가 어려우니 너무 아까운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지만, 치명적인 비수 하나가 위기의 순간에 소유자의 목숨을 구해줄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후후후, 그렇지. 잘 쓰도록 하겠다.”
나는 글렌의 작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그는 개인 작업과 병행하면서 영주성 내 대장간의 작업도 총괄하고 있었으며, 몬스터 뼛가루가 들어간 무구들의 제작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게 있었다.
‘쩝, 그래도 몬스터 뼈로만 이루어진 무구를 만들 수 있으면 훨씬 이점이 많을 텐데….’
어차피 강도도 철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데다가, 무게는 훨씬 가볍고, 마나 전도율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뛰어나다.
하지만 오러를 쓰지 못하면 소재를 다룰 수가 없는데, 세상천지 어디에 오러유저인 대장장이가 있을까?
‘그렇다고 오러를 쓸 수 있는 기사들에게 맡기자니, 기술이 없고….’
그런데 이때 퍼뜩 떠오른 생각.
오러를 쓸 수 있는 대장장이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검술이나 격투술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냥 심법만 익히게 하는 정도로도 오러는 충분히 다룰 수 있으니 말이다.
“후후후… 이봐, 글렌.”
어느새 내 눈빛은 묘한 열망으로 반짝거렸다.
“자네, 대장장이 최초로 오러유저에 도전해보지 않겠나?”
“…예에?!”
이날부터, 나는 글렌과 몇몇 대장장이들에게도 내공심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 * *
마탑 지부에 가서는 ‘마도공학’ 논문 초안을 봐주기로 했는데, 이건 내가 직접 하지 않았다.
어차피 나는 아직 마법에 관해서 잘 모르기도 하고, 마침 적임자가 따로 있었으니까.
웅… 웅… 웅….
[안녕하세요, 베르딘 마탑 지부 여러분.]“처음 뵙겠습니다, 공녀님.”
바로 ‘아인세라’였다.
그녀는 미리 전달받은 초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를 알려줬다.
[제가 에반에게도 알려줬지만, 마도공학이란 개념은 단순히 ‘마도’에다가 ‘공학’의 개념을 보완한 것이 아니에요.]그녀는 마치 마법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술식 구성을 ‘공학(工學)’적 원리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동력원이 되는 ‘마나’를 통해, 얼마나 손실이 적게 원하는 현상을 구현하느냐였다.
[여기에서 마법적 능력은 사실 거의 필요 없어요. 오히려 공학적인 설계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인 거죠.]“아… 우리가 공학의 중요성을 너무 간과하고 있었군요!”
[맞아요. 논문의 결론은 마법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덜 발달해있는 ‘공학’을 연구해서 접목하면, 마법의 보편성을 굉장히 넓힐 수 있고 효율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가면 좋겠어요.]지부장 에르몬드를 중심으로 작성한 마도공학 논문 초안은 ‘공학’보다는 ‘마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아인세라의 얘기를 듣고 나니, 이들은 가지고 있던 생각이 확 깨지는 느낌을 받았다.
“허어… 루크는 분명히 검술 명가라고 들었는데, 공녀께서 이렇게 마법적인 소양이 뛰어나신 줄은 몰랐습니다.”
“이 논문은 마법학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겁니다!”
“허헛!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저희와 함께 루크 공녀가 계시겠지요.”
[후훗, 아무쪼록 잘 부탁드려요.]“여부가 있겠습니까? 저희야말로, 앞으로도 많은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그래.
이거면 됐다.
공식적으로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숨겨야 하는 내게 ‘마법적 명성’이 무슨 도움이 되겠나?
나는 그녀에게 ‘마도공학의 최초 제안자’라는 타이틀을 양보하고, 몇 가지 필요한 도움들을 받기로 했다.
* * *
우우우웅―
“아버지, 천천히 호흡하시는 겁니다.”
“…….”
“깊게 숨을 들이마시면서, 제가 알려드린 아랫배 깊숙한 곳까지 마나를 끌어당기는 거예요.”
“……!”
루크 공작령에서 돌아온 이후.
나는 후작에게도 무공을 가르치고 있었다.
심법부터 시작해서, 보법과 검술 초식에 대한 부분까지도.
“갑니다! 한번 받아보세요!”
따악! 따―닥!
“…헙?!”
우리는 나란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운기조식을 하기도 했고, 목검을 맞대면서 대련도 했다.
그런데 이건 뭘까?
따악―!!!
“크윽!”
촤좌좌좍―
“아, 아버지! 괜찮으세요?”
“흠흠! …괜찮다.”
어째―
대련을 하면 할수록 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