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68)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68화(68/213)
‘지금… 나를 봐주고 있는 건가?’
이렇게 생각하기에는 움직임이 너무 리얼했다.
진짜로 내 검을 못 따라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뭔가 검술에 대한 깊이나 이해가 부족해 보인달까?
‘분명히 경지 자체는 높은 것 같은데….’
자세나 공격도 더할 나위 없이 날카롭고 예리했다.
그런데 문제는 순간순간의 판단이 영 아니었다.
마치 아주 예리한 보검이 있는데, 검술을 잘 모르는 사람이 쓰고 있는 것 같은 느낌.
“흠흠! 기존에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려니 아직 영 몸에 익숙지가 않구나.”
“아… 예에…….”
후작도 내 시선이 좀 이상하다 여겼는지, 물어보지도 않은 것을 괜히 먼저 변명했다.
내용은 뭐, 그럴싸한데….
의문이 명쾌하게 풀리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 * *
타닷― 팟!
“하압!”
따악!!!
베르딘 후작은 어린 아들이 알려준 보법과 검초를 펼치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허, 검술을 이런 식으로 배울 수 있게 만들다니…!’
애초에 그는 ‘마법사’였다.
때문에 ‘이 몸’의 원래 주인이 익히고 있던 검술을 제대로 펼쳐 낼 수가 없었다.
아무리 단련된 육체와 축적된 오러, 그리고 기억의 형태로 저장되어 있는 수많은 검술 이론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들을 실체로 사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으니까.
그래서 대개 그가 검을 쓰는 방식은 압도적인 힘과 오러로 밀어붙이는 방식이었는데….
― 오오, 이 기억의 의미가 이런 것이었군!
― 방금 상황에서는 벗겨내면서 흘렸어야 했는데….
― 이 기술은 도대체 어디에 쓰는 것인가 했더니만, 이런 상황 속에서 쓰는 것이었군.
에반에게 무공을 배우면서, 그는 깨닫고 있었다.
심오한 검의 세계를.
그리고 새삼 자신의 아들이 놀라웠다.
‘내 손으로 만들어냈지만… 정말 놀랍구나.’
깨어난 지 고작 반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검술에 대해서 이토록 깊은 깨달음을 가지고 있다니.
‘이 또한 수많은 영혼들의 기억이 합쳐진 결과일 터.’
새삼 집단지성의 힘이 놀랍기만 했다.
‘어쩌면… 우리 에반이 살아있었을 때부터, 원래 검술에 엄청난 재능이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군.’
그는 에반을 쳐다보면서 문득 슬픈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훌륭하게 잘 크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감개무량하기도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대련을 이어나갔고―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꾸나.”
“예, 아버지.”
무공전수 시간은 두 시간이 지나서야 마무리됐다.
후작은 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며, 아들에게 넌지시 말했다.
“이제 내일이면 황도로 가겠구나.”
“예.”
“검술대회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느냐?”
“예, 걱정 마세요.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알겠지만, 무난히 우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후후… 그래…….”
만약 보통 애들 같았으면 ‘그래, 씩씩하네’라고 가볍게 넘겼을 텐데, 문제는 이 말을 하는 게 ‘에반’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정말로 에반이 우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지금이라도 조금 주의를 시켜야 하는가?’
지금까지의 다른 일들과는 달리, 유소년 검술대회 우승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었다.
오히려 1황자와 2황자가 황위계승권 싸움을 위해서 잔뜩 벼르고 있을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우승자의 영예를 가로채 간다면…?
‘자연스럽게 황자들과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겠지.’
특히 1황자는 안 그래도 루크 공녀 때문에, 에반에게 감정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중부에서의 사건 때문에 외가인 카니온이 또 타격을 받았으니….
‘후우― 아들이 너무 잘난 것도 문제로구나.’
이게 웬 배부른 소리냐 싶을 수도 있었지만, 최대한 에반을 조용히 키우기를 원하는 후작 입장에서는 심각한 문제였다.
그렇다고 대회 시작하기도 전에 정치적인 이유를 꺼내 들면서, 우승할 수 있어도 하지 말라고 의욕을 꺾는 것은….
“…모쪼록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라마.”
씨익―
“물론입니다.”
결국 후작은 별말 하지 않고, 그냥 응원해주기로 했다.
정말로 우승할 것 같으면 그때 가서 얘기해도 되고, 만약에 그래도 불안하다 싶으면 ‘그 방법’까지 사용할 생각이었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검술대회 우승만큼은 절대로 안 된다.
이렇게 되면, 흑마법사들을 포함해서 온갖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될 것이 분명했으니까.
“황도에 가면 보는 눈이 많을 거다. 특히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척하면 척 알아듣는, 조금은 지나치게 어른스러운 막내아들 에반 베르딘.
소년은 무슨 뜻인지 다 알겠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낭중지추(囊中之錐)라 했으니 어찌 안심할 수 있을까.
후작의 마음속에 아직 불안감이 남아있는 가운데, 베르딘 일가는 황도로 향했다.
* * *
황도에 도착한 것은 검술대회가 시작하기 3일 전.
이번에는 후작부인도 함께 왔다.
프레이아와의 영지전 이후로는 쥐 죽은 듯 조용히 지내고 있긴 했지만, 그렇다 해도 또 영주대리로 남겨놓고 오기는 불안했으니까.
수북―
“호호호, 후작님. 여기저기서 파티 초청이 엄청 많이 들어왔네요?”
“…그러게 말이오.”
원래 이렇게 큰 행사에 앞서서는 친한 귀족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파티를 벌이고는 하는데, 아무래도 베르딘이 요즘 여러모로 이슈 몰이를 하다 보니까 초대하려는 무리들도 많아진 것 같았다.
원체 연회를 좋아하는 그녀는 한껏 기대하고 있는 듯 보였는데….
“그래도 이렇게 많은 곳에서 초청했는데, 어디 한 군데는 가야 하지 않을까요? 여기 보세요! 3대 공작가의 초대장도 있어요!”
“그렇군. 하지만 우리는 어디도 가지 않을 것이오. 미안하지만 참석이 어렵다는 답장을 부탁하겠소.”
“네에?! 도대체 왜죠?!”
“검술대회 개막 전까지 해야할 일이 많소. 그리고 연회라면 황실에서 공식적으로 주관하는 것도 있으니, 나중에 거기에 참석하게 될 것이오.”
“쳇….”
후작부인이 크게 아쉬워했지만, 후작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처럼 냉철했다.
그는 오자마자 이번 대회에서 사용할 방어구를 갖다 주러 황실에 갔고, 이후로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연회를 피해 다녔다.
굳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서, 유소년 검술대회의 개막식 날이 되었다.
* * *
개막식은 먼저 황제의 개회사로 시작되었다.
오늘부터 보름간의 일정에 도전하는 유소년들이야말로 제국의 미래라는― 다소 식상한 얘기.
대부분 대회에 참가하는 영식들은 이런 큰 행사에 주인공으로 나서는 것이 처음이라 그런지,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
하지만 내 눈동자에 속에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용암처럼 끓어오르고 있었다.
‘아바마마… 아니, 황제!’
뿌드득.
부리부리한 눈매에 붉은 눈동자.
풍채 좋은 대인(大人)의 위엄 있는 카리스마.
무림에 떨어진 이후, 이십여 년 만에 보는 원수의 얼굴은 마치 어제 봤던 것처럼 생생했다.
그날 황태자즉위식에서의 흑마법은 어떻게 된 것이고, 왜 자신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었는지….
나는 당장이라도 단상 위로 뛰어 올라가서 멱살을 잡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가슴 속의 불은 꺼뜨리지 말지언정, 냉철해야 한다.
잠시 그날의 일에 빠져있는 동안 개회사가 끝났고, 이후에는 사회를 맡은 귀족이 진행방식을 설명했다.
“다들 아시겠지만, 참가대상은 열 살부터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까지의 유소년들입니다.”
즉, 12살까지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번 유소년 검술대회가 더욱 의미가 깊었던 건데, 황위계승이 가능한 황자 세 명이 모두 출전했기 때문이었다.
“참가인원은 총 80명인데요, 10명씩 여덟 조로 예선을 치르게 될 겁니다.”
예선 진행방식은, 처음에 열 명이 한꺼번에 싸워서 네 명을 남긴다.
탈락 조건은 스스로 기권하거나, 연무장 밖으로 나가서 장외 탈락되는 경우도 있고, 기절하거나 다섯 명 중에 세 명 이상의 심사관이 해당 인원은 ‘전투불능 상태’라고 판단해도 탈락이 확정된다.
“이렇게 살아남은 네 명 중에서 가장 많은 경쟁자를 쓰러뜨린 참가자가 자신과 싸울 상대를 정합니다.”
그러면 네 명에서 벌이게 되는 토너먼트가 정해지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각각 상대를 이긴 두 명은 예선 통과가 확정되는데, 1순위인지 2순위인지는 이들 간의 대결을 통해서 결정되는 방식이었다.
“참고로 이번에도 안전한 대회 운영을 위해서 마탑에서 수고해주셨습니다.”
짝짝짝짝―
그들은 연무장 주위에 오러 등의 공격이 흘러나가지 않도록 충격 흡수 방어막을 쳐 줬다.
응급 상처에 뿌릴 수 있는 생명력 포션도 지원했고.
“혹시 모를 환자들을 위해서 신전에서도 사제님들이 와주셨습니다.”
짝짝짝짝―
그리고 다음으로 소개된 것이 우리였다.
“대련 참가자들의 안전을 지켜줄 방어구는… 베르딘에서 몬스터 가죽 갑옷 세트를 지원해주셨습니다.”
“오오… 저게 소문의 그 물건인가?”
“이번 영지전에서도 프레이아군이 쪽도 못 썼다지?”
짝짝짝짝짝―
사람들은 박수를 치면서 다들 눈빛을 반짝였다.
마탑이나 신전의 지원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지만, 베르딘이 지원해준 방어구는 새롭고 신기했으니까.
왠지 박수갈채도 조금 더 길게 이어진 느낌.
‘그래,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반응이지.’
아마 대회가 진행될수록 홍보 효과는 더 극대화될 것이었다.
가령 엄청나게 세게 맞는 것처럼 보였던 아들이, 막상 대련 후에 보니 생각보다 부상이 크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방어구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겠지.
후원자 소개에 이어서, 참가자 선서까지 끝난 뒤.
“자! 이제는 모두가 기다리셨던 예선조 추첨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방식은 제비뽑기였다.
내가 뽑은 종이에서는 D가 나왔다.
그러자 앞에 있는 커다란 마법 전광판의 D조에 내 이름이 새겨졌다.
‘D조라… 누가 있는지 볼까?’
아직 나 외에는 한 명밖에 없었는데, 거기에는 낯익은 깊은 이름이 있었다.
‘네이든 론스라고?!’
3황자였던 시절, 아카데미에서 나를 도와줬던 동료.
‘굉장히 뭔가… 비밀이 많은 형이었는데.’
그리고 예전에도 분명히 처음 만났던 것이 이 검술대회에서였다.
정확히는 결승전에서.
‘네이든의 검술 실력은 분명히 나보다 뛰어났다.’
그런데도 승자는 내가 되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가 일부러 내게 져줬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내 황위계승권 싸움을 위해서 도와줬던 건가?’
하지만 당시에는 내가 황위계승에 대한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도?
그리고 1황자나 2황자를 놔두고, 굳이 아무 기반이 없는 나를 도와준다고?
…아카데미 안에서도 정확히 어떻게 친해졌고, 왜 그가 황위계승권 싸움에서의 내 동료가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알아봐야겠군.’
이미 겪어본 삶을 통해, 그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함께했던 동료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은 제법 섭섭한 일이었다.
‘네이든… 이번에야말로 네 실력을 제대로 볼 수 있겠군.’
이번에는 절대로 지지 않겠지.
내가 잠깐 다른 생각에 잠긴 사이, 조 추첨이 모두 끝났다.
우리 조는…?
“후후, 재밌군.”
일단 1황자 키르젠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이름들도 몇몇 아는 이름들이 있었는데, 전부 키르젠의 똘마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놓고 나를 예선에서부터 떨어뜨리겠다는 건데―
히죽.
…….
아니나 다를까.
이죽거리는 1황비와 카니온 후작.
싸늘한 눈빛으로 묵묵히 노려보는 베르딘 후작.
벌써 어른들 사이에서는 팽팽한 기 싸움이 이어지고 있었다.
‘쯧― 그래도 지난번에는 예선 탈락하는 수모는 면했는데, 이번에는 스스로 무덤을 파다니.’
당연히 키르젠을 두고 하는 말이다.
1황비와 카니온 후작이 베르딘에 당한 것을 어떻게든 갚아주겠다고 수작을 부린 모양인데, 애들 수준으로는 일곱 명이 아니라 칠십 명을 데려와도 감히 나를 상대할 수 없다.
그나마 좀 긴장해야 할 상대가 네이든이었는데….
설마 예선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후후후, 일이 재밌게 됐어.’
어찌 보면 예선이 결승만큼이나 치열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다음 날이 왔고, 예선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