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7)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7화(7/213)
“크크큭! 안 됐지만, 네놈은 여기서 죽어줘야겠다!”
“에휴… 불쌍한 새끼.”
나는 라프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겠지만, 이건 엄청난 공이었다. 그래서 여기서 이빨을 드러내지 않으면 이번만큼은 살려주려고 했는데.
스릉―
허리춤에서 숏소드가 서늘한 빛을 뿜으며 뽑혀 나왔다. 그리고는 칼끝이 라프를 향했다.
“줄을 잘못 잡은 네 멍청함을 탓해라.”
“…뭐라고?”
예상했다는 듯 태연한 내 모습을 보며, 라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겠지.
“크윽… 허세 부리지 마라, 이 사생아 새끼야!”
하지만 불길한 느낌을 애써 무시하고, 내게 달려든 라프.
인성과는 별개로 중대장을 맡고 있는 만큼, 실력은 제법이었다.
스아아악―
살기를 실은 검이 붉은빛을 뿜어내며 날아들었다.
검기발현(劍氣發現)의 경지.
아르바니아에서는 ‘오러 유저’라고 하고, 이 단계를 ‘익스퍼트(Expert)’라고 불렀다.
무림으로 치면 절정고수.
그래도 큰 위협은 안 되는 것이, 이 정도면 이제 막 익스퍼트를 뚫은 것보다 조금 나은 수준.
“내가 질 것 같았으면, 순순히 따라왔겠나?”
츠즈즈즛―
나는 천마신공을 운용했고, 단전의 천마기가 순식간에 온몸으로 뻗어 나갔다.
그 기운이 곧 라프를 겨누고 있는 숏소드에도 스며들자, 칼날에서 투명한 무색의 오러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아하… 속성이 감춰진다는 게 이렇게 되는 거로군.’
신기했다.
원래대로라면 새까만 오러가 피어올랐어야 하니까.
“오, 오러라고?!”
반면에, 이걸 본 라프는 아연실색했다.
후후후, 그래.
이런 건 예상 못 했겠지.
놈은 마음이 요동치니, 칼끝도 흔들렸다.
카강―!
쇠붙이가 맞부딪히며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숏소드는 날아오는 라프의 검을 가볍게 흘려보냈고, 다음 수를 생각해두지 않은 녀석의 검은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내 검은 미리 그려놨던 길을 따라 부드러운 유수(流水)가 되어 흘러갔다.
“뭐, 뭐냐?! 이 움직임은…!”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것 같았지만, 눈 깜짝할 새 쑥― 다가온 숏소드가 또다시 라프를 당황케 했다.
기사서임 이후 5년 동안 수많은 전투와 결투를 치렀지만, 이런 움직임은 처음이었다.
“크윽… 젠장!”
파밧―
비록 허를 찔리긴 했지만, 기사는 역시 기사였던가.
그는 일순간 오러로 신체를 강화해서 전력으로 도약했고, 간신히 검격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목표를 놓친 소년의 검은 집요했다.
“오, 이걸 피했어?”
스르르륵―
“헉?!”
내 신형이 석양(夕陽)에 해그늘이 늘어나는 것처럼 소리 없이 조용히, 그러면서도 무서운 속도로 라프를 따라붙었다.
암영무흔보(暗影無痕步).
마치 그림자처럼 미끄러지듯 움직여서 어떤 흔적도 남지 않게 하는 천마신교의 흔한 보법이다.
히죽.
“일단 팔 하나부터 시작하자고.”
“히, 히이익?!”
면전에 얼굴을 바짝 들이댄 내가 차갑게 조소했다. 그러자 라프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얼굴이 하얗게 질렸는데.
서걱―
이미 오른팔은 잘려 나가고 없었다.
거짓말처럼 깔끔하게 절삭된 어깨의 단면.
“…어?”
라프는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어깨에서 떨어져 나간 팔은 마치 물속에 가라앉듯 서서히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툭.
하지만 그것이 지면에 닿는 순간.
푸확―
“끄아아아악!”
어깨 단면에서는 피분수가 솟구쳤고, 절단의 고통과 두려움이 뇌를 마구 들쑤셨다.
“내 팔! 내 팔이…?!”
하지만 정작 이 고통을 선사한 어린 소년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심드렁한 표정.
“아, 진짜… 이제 겨우 팔 한쪽인데, 호들갑은.”
팍! 팍! 팍!
나는 상처 부위 근처를 대충 점혈해줬다.
심문하기도 전에 과다출혈로 죽어버리면 안 되니까.
아마 고통도 좀 덜 해졌을 거다.
“…어? 갑자기 감각이…?”
라프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방금 자기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혼란스러워했다.
“너, 후작부인이 보내서 온 거 맞지?”
움찔.
말은 안 해도 온몸으로 대답해주는 라프.
나는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 사갈 같은 년이 뭐라고 했나? 숲에서 몰래 쓱삭 해버리고, 몬스터한테 당한 것처럼 꾸미라고 하든?”
움찔…!
이번에도 정답인가 보다.
쯧쯧, 뻔해도 이렇게 뻔할 수가 있나.
“이이익… 이 새끼가아아! X바아아알!”
확―
속으로 혀를 차고 있는데, 갑자기 놈이 달려들었다.
이제 꼼짝없이 죽거나 잡혀가게 생겼으니, 이판사판 태클이라도 쓰려나 보다.
“어우, 깜짝이야.”
스르르륵―
다시 한번 암영무흔보.
내 신형이 미끄러지듯 옆으로 비켜났고, 회심의 태클은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남아있던 왼팔을 베어냈다.
“끄아아아악!”
콰당―!
양팔이 모두 잘린 채 넘어진 라프가 땅바닥에서 벌레처럼 꿈틀거렸다.
어느새 주위에는 선혈이 낭자해 있었는데―
“야.”
처억.
옆에 쭈그려 앉은 나.
숏소드의 칼날은 녀석의 오른쪽 무릎에 닿아있었다.
“이제 너 말고 또 누가 가담했는지 불어 봐.”
대답하지 않을 때마다 천천히 토막 내 줄 생각이다.
너무 잔인하지 않냐고?
이 새끼가 내게 살수(殺手)를 썼을 때부터, 그런 건 안일한 동정심에 지나지 않는다.
더는 생에 아무런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까?
“끄으으… 구, 구 대대장님… 발터…….”
“또?”
“모, 몰라아… 끄흐으흑… 진짜로…….”
땅바닥에서 버르적거리며 온통 피범벅이 된 라프가 고통에 신음하며 흐느꼈다.
이제 나는 이놈의 말이 사실인 것을 믿었다.
아직 숨은 붙어 있었지만, 이미 눈은 죽어있었으니.
“그래. 잘 가라.”
서걱.
“커…어……ㄱ.”
더 이상 볼일이 없어지자, 나는 미련 없이 녀석을 보내줬다.
이제 겨우 10살인 어린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잔혹한 손속이었다.
* * *
부르르르….
‘맙소사, 이건 정말 상상 이상이군!’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은밀하게 기척을 죽이고 이를 지켜보고 있던 페르반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에반의 전투 능력이 남다를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건 예상 범위를 아득히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분명 마나의 보유량 자체는 라프 놈이 에반보다 좀 더 우위에 있었거늘.’
즉, 이것은 오러 운용 능력의 차이가 압도적이었다는 말이다.
‘허, 매일 밤 몰래 수련하면서 오러 유저의 경지에 오른 것은 알고 있었다만… 이 정도일 줄이야.’
오러뿐이랴?
마법을 책만 보고 배울 정도이니, 대체 지능이 어느 정도 일지 가늠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깨어난 지 채 1년도 안 된 상태가 이런데, 다 성장하고 났을 때는 얼마나 엄청난 괴물이 되어 있을까?
‘후, 후후… 크하하하!’
짜릿한 희열과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그가 속으로 광소를 터뜨렸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좀 애매하기도 했다.
방금 보여준 특이한 움직임도 충분히 놀라웠지만, 원래 확인하려던 능력은 다른 것이었으니.
‘근처에 다른 강한 몬스터라도 끌어와야 하나?’
그때였다.
쿵….
쿵….
쿵….
이 세상의 아름다움이 아닌 것처럼 몽환적인 느낌의 파란 꽃밭 저편으로부터 강력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 이건 또 뭐지?’
자신조차 살짝 긴장될 정도의 엄청난 마나 반응.
그는 더욱 철저하게 기척을 숨기며, 이어지는 상황을 지켜봤다.
* * *
“으잉? 저건 또 뭐야?”
나는 라프의 시신을 몬스터들에게 당한 것처럼 꾸며놓고 다시 9대대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마나허브 꽃밭에서 괴상한 몬스터가 등장했다.
“뀽?”
그것은 분명히 토끼였다.
이곳 베하마그 산맥의 다른 몬스터들처럼 털 색깔은 윤기 나는 검은색이었고, 눈동자는 샛노랗게 빛났다.
특이사항은 덩치가 성인 남성 정도로 좀 크다는 거?
게다가 단순히 덩치만 큰 게 다가 아니었다.
녀석은 두 발로 걷고 있었으며, 온몸에는 터질 듯한 대포알 근육들이 가득했다.
‘이거… 어째 느낌이 쌔― 한데?’
고오오오―
귀여워 보이는 얼굴과는 다르게, 빵빵한 근육에서 흘러나오는 기세가 보통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여기에 있는 마나허브를 뜯어먹고 사는 놈인가보다.
내 추측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려는 걸까?
와그작. 와그작.
녀석이 허리를 숙이더니 발밑에 있던 마나허브를 한 움큼 뽑아서 생으로 우악스럽게 씹어먹었다.
누가 토끼 아니랄까봐….
그러면서도 시선은 내게서 떼지 않고 있었다.
마나허브 줄기를 마치 담배처럼 꼬나물고 질겅질겅 씹고 있는 모습은 ‘토저씨(토끼+아저씨)’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었다.
‘싸우면 이길 수 있을까?’
…모르겠다.
솔직히 이번에는 확신할 수 없었다.
한참 동안 서로 쳐다보며 간을 본 나와 토끼괴물.
핏.
순간 녀석이 입에 물고 있던 마나허브 줄기를 뱉어냈다. 그러더니 지면을 박차고, 내게 몸을 날렸다.
파앙―
“우와악?! 무, 무슨 점프력이…?”
단 한 번의 도약으로 내 코앞에 나타난 토끼괴물.
“뀨웅!”
츠화아아아―
녀석이 그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울음소리와 함께 일권을 내질렀다. 그러자 커다란 주먹이 검은 아지랑이에 휩싸였다.
마나허브를 뜯어먹고 살았던 놈이라서 그런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
“으윽!”
스르르륵―
다행히 늦지 않게 암영무흔보를 펼쳐서 빠져나오긴 했는데, 그렇다고 안심하기는 일렀다.
벌써 제 이격(二擊)이 날아오고 있었으니까.
부우웅― 콰앙!!!
“커윽…!”
온몸이 바스러질 것처럼 아프다.
이것도 내가 맞는 순간 천마기로 최대한 충격을 분산시켜서 그렇지, 그게 아니었으면 직접 막았던 양팔이 박살 났을 거다.
“뀨우우웅!”
쐐애애액―
연이어 날아드는 토끼괴물의 드롭킥.
이것도 피하기에는 늦었다.
하지만 내게는 아직 쓸만한 카드가 남아있으니.
“리플렉트 실드!”
파아아앗!
시동어를 외치자마자 손목에 채워진 팔찌가 빛났다. 그러더니 여기에 저장된 마나가 소모되며, 곧바로 마법이 발동했다.
단순 방어를 넘어, 받은 만큼 충격을 되돌려보내는― 무려 4서클의 마법.
‘쳇, 두 번은 못 쓰겠군.’
팔찌에서 느껴지는 마나 잔량을 보아하니 그렇다.
퍼엉―
“뀩?!”
토끼괴물은 자신이 때린 힘에 의해서 그대로 튕겨져 나오며 깜짝 놀란 것 같았다.
“이번엔 내 차례다!”
츠즈즈즛―
번뜩이는 숏소드의 칼날.
투명한 무색의 오러가 높게 일렁거렸고, 나는 이번 공격으로 아예 끝장을 내겠다고 마음먹었다.
현재 내가 가진 천마기를 모두 쏟아붓는 일격.
한 방 제대로 맞아보니 알겠는데, 지금은 이것저것 따지며 뒤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간다아아아!”
양손으로 강하게 쥐여 있는 칼자루.
칼날은 왼쪽 어깨 뒤로 깊숙이 당겨져 있었다.
이 상태로, 있는 힘껏 지면을 박찼고―
파밧!
좌측으로 비틀렸던 허리가 다시 우측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왼쪽 어깨로부터 튀어나와 사선 아래로 그어지는 한 줄기 섬전(閃電).
“하아아아압!”
번쩍.
묵룡강천(墨龍降天)
승부를 내기 위해 선택한 필살(必殺)의 초식이었다.
칼날의 궤적을 따라, 무색의 투명한 오러가 희미한 용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쿠화아아아앙―
뭐… 예전 무위였다면 하늘에서 거대한 묵룡이 강림해서 지상의 모든 것들을 씹어먹을 기세였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게 최선이었다.
촤악―
“뀨아아악!”
다행히 공격은 제대로 먹혔다.
용의 형상을 본 토끼괴물은 일순간 움직임이 얼어붙었고, 내가 뿜어낸 오러는 불끈불끈한 토끼괴물의 몸체에 치명적이면서도 거대한 자상을 냈다.
‘‥끝났다!’
분명 이렇게 생각했는데―
보통이 아닌 이 토끼괴물도 순순히 당해줄 생각은 없었나 보다.
푸욱.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