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73)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73화(73/213)
“…누님?”
“으응? 베르딘 공자, 방금 뭐라고 했나요?”
아.
2황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묻자,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 내서 말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아닙니다. 아는 분과 너무 닮아서 순간 말이 잘못 나왔습니다. 무례를 사과드립니다.”
“아… 네… 그럴수도 있죠.”
싱긋 웃어 보이는 아리아드네.
나는 그 상냥한 미소를 보면서,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타고난 무재(武才)여서 잔병치레도 없던 나와는 다르게, 두 살 손위의 누님은 어려서부터 몸이 많이 약하셨다고 했다.
아카데미에서 출석일수도 간신히 채우셨을 정도.
덕분에 나도 그녀와 직접적으로 얽힌 추억이 많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항상 따뜻하고 상냥하게 대해주셨던 누님의 온기는 내게 늘 큰 힘과 위로가 됐다.
‘특히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나서는 더욱더….’
그녀와 이렇게 다시 마주 보고 있으니, 왠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내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리아드네는 내가 기억하던 것과 똑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본선진출을 축하해요, 베르딘 공자.”
“가, 감사합니다. 2황녀님….”
아리아드네는 내가 예선 때 보여줬던 무위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감탄했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듯이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는데―
“황녀님. 혹시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아! 그, 그게… 꼭 할 말이 있다기 보다는….”
정곡을 찔린 듯 버둥대는 아리아드네.
그녀는 한참 동안 뭔가를 고민하는 것 같더니,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혹시… 순위결정전에서 싸웠던 네이든이라는 분은 어땠나요?”
“예? 네이든 론스…말입니까?”
“네….”
아리아드네의 질문은 굉장히 뜻밖이었다.
왜 황녀가 네이든에 대해서 물어보는 걸까?
나는 뭔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하게 얘기했다.
“또래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강했습니다.”
“아…! 공자가 보기에도 강했나요?”
살짝 긴장했다가 얼굴이 살짝 밝아졌다.
왠지는 모르겠는데 기분이 좀 좋아진 것 같았는데, 그녀가 이번에는 네이든이 회심의 한 수로 사용했던 ‘찌르기’에 대해 물어봤다.
“음… 피하긴 했지만, 그걸 막으려고 했었다면 네이든이 이겼을지도 모를 것 같습니다.”
“흐응~ 그렇군요.”
…?
“예.”
애초에 막으려 하면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피한 것이긴 한데….
아무튼 나는 네이든의 찌르기를 ‘일순간 칼끝이 수십 갈래로 펼쳐지는 것 같은 놀라운 기예였다.’라고 높이 평가해줬다.
그러자 아리아드네는 마치 자신이 칭찬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묘하게 들뜬 것 같았고, 그 순간 나는 ‘네이든’이 알렌을 위해 준비된 안배였다는 것을 떠올렸다.
‘아! 설마….’
‘네이든’을 기용하거나 발탁한 것이 어머니 2황비나 외조부인 아슬린 자작이 아니라, 아리아드네 누님이었던 건가?
확인해 봐야겠다.
“2황비님, 실례지만… 네이든 론스와 아는 사이이신 겁니까?”
“…네?!”
뜨끔.
헤실거리고 있다가 화들짝 놀란 아리아드네.
나는 황녀의 질문이 마치 ‘네이든’ 그 친구가 직접 물어보는 것 같아서, 그가 황녀님을 통해 내게 대신 물어봐달라고 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자 왠지 모르게 움찔한 그녀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습니다. 아는 사이인데… 연회에서 베르딘 공자를 만나면 꼭 물어봐달라고 하더라구요.”
“아하. 본인이 직접 물어봐도 괜찮았을 텐데, 아쉽네요.”
많은 사람들이 혜성처럼 등장한 검술의 영재를 찾았으나, 애석하게도 그는 개인 상황상 연회에 불참했다고 한다.
나도 아쉽다는 말은 진심이었다. 그는 과거의 생에서 내 든든한 동료였고, 연회장에서 만났다면 모처럼 이런저런 얘기를 해볼 수 있었을 테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도 아리아드네를 통해 말을 전해야겠다.
“그렇다면 그에게 전해주십시오.”
꼭 본선에서 다시 맞붙어서, 그때는 제대로 싸워보자고.
그러자 아리아드네의 입가에 옅지만,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싱긋.
“마침 네이든도 꼭 전해달라고 한 말이 있어요.”
“뭐라고 하던가요?”
“이번에는 그냥 적당히 상대한 것이지만, 본선 때 만나면 절대로 지지 않겠다― 라구요.”
이에 나 또한 씨익- 웃으며 화답했다.
“바라는 바라고 전해주십시오.”
* * *
본선이라고 해서 예선과 크게 다를 건 없었다.
어차피 애들 수준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나?
나는 16강도, 8강도 가볍게 승리했다.
앙심을 품은 1황자 키르젠이 카니온 후작을 통해서 술수를 부려왔지만, 하등 문제 될 것은 없었다.
― 크크크큭! 어제 네가 마시던 포도주스에 초강력 설사약을 타놨다. 아마 밤새도록 배가 부글부글 끓으면서,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들이 아래로 배출됐겠지. 넌 이제 끝이야!
아, 어쩐지.
어제 먹었던 주스 중에 맛이 좀 이상한 게 있었다 싶더라니.
하지만 내 초재생 능력은 독극물에 녹아내린 장기도 재생시킨다.
고작 설사약 따위로 영향을 미칠 리가 있겠나.
― 시끄러워.
빠악!!!
― 꽥!
16강은 이렇게 끝났다.
그리고 8강 상대는 대검 형태의 칼날이 두꺼운 목검을 사용하는 영식이었다.
제법 덩치가 큰 녀석.
― 흐흐, 천박한 사생아 출신 주제에 용케도 여기까지 올라왔군! 하지만 너 따위가 오러로 근력강화한 이 몸의 맹공을 막아낼 수 있을 리가 없다!
빡! 빠박―!
― 아, 아니?! 그 빈약한 몸집으로 어떻게 내 강력한 공격들을 막아내는 거지?!
확실히 공격이 묵직한 것이 제법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내 상대는 아니었다.
― 시끄럽군.
따악!!!
나는 반격에 나서자마자 상대의 손에서 쥐고 있던 목검을 날려보냈는데…?
훙훙훙훙―
쿠웅!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연무장 바닥에 떨어진 그 목검은, 마치 쇳덩이라도 되는 것 같은 소리를 냈다.
― 응? 왜 나무에서 저런 소리가 나지?
― 이, 이건… 그, 그러니까!
알고 보니, 목검의 두꺼운 칼날 안쪽에 철심이 박혀있었다.
무기 검사를 기본적으로 다 하는데, 어떻게 안 걸렸냐고?
나중에 알게 됐는데, 녀석은 칼자루 맨 아래쪽부터 칼날 위쪽 부분까지 깊숙이 구멍을 뚫어놨다. 그리고 시합 직전에 그 구멍에 철심을 밀어 넣어 박은 것이었다.
― …창의력이 대단하군.
― 큭, 젠장 할… 다음번에는 더 꼼꼼하게 준비해서 절대로 들키지 않겠다!
어쨌든 이 녀석은 실격처리 됐고, 앞으로도 유소년 검술대회에 출전금지를 당하는 바람에 ‘다음번’은 없어지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내가 만났던 놈들은 별 볼 일 없긴 했지만, 옆 라인에는 제법 재밌어 보이는 경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2황자 루카스 vs 네이든 론스.
‘네이든이 루카스와 싸운다라….’
실력적으로는 네이든의 낙승을 예상했다.
실제로 지난 과거의 생에서도 둘이 맞붙었을 때는 네이든이 이겼었다.
하지만 그때는 네이든이 루카스와 싸우기 전까지 실력이 드러날 일이 없었다.
지금은 예선전 순위결정전에서 나와 화려하게 한판 붙으면서 이목을 끌고 있는 상황.
‘분명 루카스 형님이라면, 뭔가 수를 쓸 테지.’
키르젠과 루카스의 차이는 최소한의 예절과 매너도 없는 쓰레기냐, 겉으로는 정상인인 척하는 쓰레기냐로 나눌 수 있겠다.
루카스도 앞에서 보이는 신사적인 태도에 속으면 안 된다는 뜻이었다.
‘혹시 모르니 경기 전까지는 잘 지켜봐야겠군.’
나는 내 경기가 끝나고 나서부터 네이든을 은밀하게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 * *
뚜벅뚜벅.
다른 참가자들의 8강 경기를 보고 나오는 길.
네이든 론스는 황궁 밖의 은신처로 향하고 있었다.
옆에는 유령 여기사 ‘줄리아’도 함께였는데―
[저기… 네이든 님? 오늘도 궁으로 안 돌아가십니까?] [아우! 몰라요. 저 사람이 계속 따라오는데, 그러면 어떻게 하나요?]그들은 전날부터 은밀하게 쭉― 따라붙고 있는, 흑발 소년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누굴까요? 체구로 봐서는 또래의 영식인 것 같은데… 검술대회 참가자인 걸까요?] [저랑 비슷한 나이라면, 아마도 그렇겠죠?] [느껴지는 기운으로 봐서는 직접적으로 공격하거나 해를 끼칠 의사는 없어 보입니다만….] [그러면 도대체 왜 저를 미행하는 걸까요?] [글쎄요, 혹시 뭔가 정보를 알아내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요?]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이 소년은 절대 들킬 리가 없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네이든 주변에 유령 여기사 ‘줄리아’가 있는 이상, 완벽하게 미행하기란 불가능했다.
이 까맣고 작은 꼬리를 달고, 네이든은 찝찝한 기분으로 계속 길을 걸었다.
그런데 그때.
[네이든 님! 멈추세요!]우뚝.
갑자기 줄리아가 위험신호를 보냈고, 네이든은 자리에 즉시 멈춰 섰다. 그러자 아무도 없는 으슥한 골목길에 무거운 적막감이 흘렀다.
그리고 잠시 후, 네이든이 가려던 길 앞쪽과 뒤쪽에서 일단의 무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복면을 쓴 의문의 사내들.
“촉이 좋은 꼬마로구나.”
“큭… 웬 놈들이냐?!”
스릉―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소년이 즉시 허리춤의 검을 뽑아 들었다.
검술대회 때처럼 목검이 아니라 진검인 ‘레이피어’.
“크흐흐! 우리가 누군지는 알 것 없고, 너를 보고자 하는 분이 계신다.”
그들은 죽고 싶지 않다면 순순히 따라오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목소리에는 살기가 없었다.
[네이든 님, 저놈들… 말은 저렇게 해도 죽일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크읏…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하지만 줄리아라고 해서 당장 뾰족한 방법이 있을 리가 없었다.
심지어 저들이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인지, 근처 치안을 관할하는 경비대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 사면초가의 상황이었는데―
저벅저벅.
“이야… 어린애 하나 잡으려고 가지가지 하는군.”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혀 기척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툭 튀어나온 흑발의 소년.
복면인들은 자신들이 기척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바짝 긴장했다.
“…너는 뭐냐?”
“나? 너네 같은 새끼들 조지려고 기다리고 있던 낚시꾼이지.”
“크흐… 건방진 애송이로군.”
뭐 하는 놈인지는 몰라도 적인 것은 확실했다.
피아식별이 끝나자, 복면인들의 우두머리는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저 복면 쓴 애송이는 죽이고, 목표물은 제압해서 데려간다!”
* * *
저 복면 쓴 놈들은 딱 봐도 루카스가 보내서 온 게 분명했다.
네이든을 ‘납치’하려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자기 사람으로 만들려는 것 같았다.
협박? 회유?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자신이 원하는 인재를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루카스였다.
‘쯧쯧, 앞으로 다시는 건드리지 못하도록 개박살을 내놔야겠군.’
스르르륵―
나는 네이든에게 알아서 한 몸 간수하고 있으라고 하고서 복면인들에게로 달려나갔다.
어차피 놈들은 네이든의 ‘납치’가 목표였기 때문에, 그를 공격하려면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면, 버티기엔 충분하겠지.
“자! 잘 부탁하마.”
츠화아아―
글렌이 선물해준 숏소드의 첫 실전이었다. 마나를 주입하자 무색투명하게 치솟는 오러.
‘후후, 괜찮군.’
이전에 쓰던 막검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
나는 횡으로 길게 허공을 베어냈다. 그러자 궤적을 따라 초생달 모양의 오러가 터져 나왔다.
흑월아(黑月牙)라는 검초였다.
스아아악―
“저, 저게 뭐야?!”
“오러를 날려 보낼 수 있을 정도의 강자라고…?”
무섭게 쇄도해오는 오러를 보며, 복면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산개! 각자 알아서 피해!”
콰광! 퍼버벙―
“크악!”
놈들은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부랴부랴 도망쳤지만, 상당수가 그대로 오러에 휩쓸려서 폭발에 터져나갔다.
“젠장! 모두 한꺼번에 덮쳐! 그리고 목표물만 확보되는 대로 빠져 나간다!”
“아, 알겠습니다!”
우두머리의 판단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상대가 나빴다.
쿠화아아앙―
“후후후! 어디 한번 발악해봐라!”
나는 흑야광풍보를 밟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날뛰기 시작했다.
양민학살에 최적화된 검초 ‘귀면수라난무’
끊임없이 이어지는 무한의 검격에 도륙된 복면인들은 순식간에 바닥에 널브러졌다.
푸슉―
“끄아아아악!”
“사, 살려줘!”
서걱―
“커…헉.”
어느새 피와 비명으로 가득 찬 골목길.
이대로 있다가는 전멸을 면치 못할 상황이었다.
우두머리는 더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네이든이 있는 쪽으로 슬쩍 빠졌는데―
“X발! 여태 애송이 하나 제압 못 하고, 뭘 했나?!”
“그, 그게… 안 다치게 잡으려다 보니까….”
이제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우두머리는 좀 다치더라도 신속하게 제압하기 위해 과하게 힘을 썼다.
“그만 귀찮게 하고 기절해라, 애송아!”
콰과과과―
“이, 이런… 네이든?!”
이건 나도 아차 싶었다.
갑자기 나타나서 오러를 쏟아낸 우두머리의 검격에, 허를 찔린 네이든은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고.
“끄으읏… 꺄악!”
콰앙!!!
결국 그는 강력한 오러의 폭발에 집어 삼켜졌다.
그런데 자욱이 피어오른 먼지구름이 가라앉았을 때.
슈우우우우―
“…응?”
“…뭐, 뭐야?”
응당 있어야 할 소년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대신 거기 있는 것은 굽이굽이 물결치는 회색빛 머리카락의 소녀.
“이, 이분은…!!!”
“이 황녀 전하…?!”
쓰러져 있는 것은 ‘아리아드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