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83)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83화(83/213)
* * *
저벅저벅―
캄캄한 어둠 속에 발자국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리는 에르몬드의 ‘나이트 비전(Night Vision)’ 마법을 통해서 직접 횃불을 밝히지 않고 어둠 속에서 시야를 확보했다.
“으음… 에반 공자님, 뭐 좀 아시겠습니까?”
내 옆에서 걷던 하버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벌써 탐사를 시작한 지 1시간째.
하지만 특별한 뭔가가 나오기는커녕, 베하마그 산맥의 그 흔한 몬스터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곳이 평범한 동굴로 보인다는 뜻은 아니었다.
탐사를 진행할수록 지하로 깊이 내려가고 있었는데, 점점 느껴지는 마나의 기운이 강해졌으니까.
“허허, 이 동굴은 구조도 뭔가 특이하군요.”
내가 주위를 유심히 살피는 것만큼, 에르몬드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그는 여기가 지질학적 작용에 의해서 자연적으로 형성된 동굴은 아닌 것 같다고 얘기했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종유석들이나 바닥에서 올라오는 석순들이 하나도 안 보이니 말입니다.”
“…동감이네.”
여기에다가, 바닥이나 벽면에는 뭔가 거대한 것이 쓸고 지나간 흔적들이 보였다.
“끙… 혹시 여기는 어떤 거대한 몬스터가 파놓은 굴이 아닐까요?”
의혹을 제기한 것은 붉은 단발머리의 아담한 여인이었다.
함께 온 베르딘의 마법사 도로테아.
얘기를 들은 하버는 깜짝 놀라서 펄쩍 뛰었다.
“예에?! 이 커다란 동굴을 한 놈이 뚫어놨다는 말이니까?”
그가 말한 것처럼, 이 동굴은 높이만 해도 족히 7m는 되어 보였다.
만약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이 동굴 안쪽에는 키가 이 정도에 준하는 뭔가가 있다는 말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입구로부터 한참을 내려온 우리들은 시야가 갑자기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더니 웬 거대한 지하공동에 도착했다.
“이곳은 대체…?”
기사들은 갑자기 나타난 자연의 신비 앞에서 잠시 넋을 놓고 있었는데, 마법사들은 공동 여기저기에서 은은한 빛을 내는 지형지물을 자세히 살폈다.
그러더니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어멋?! 세상에….”
“헙… 에반 공자님, 여, 여기를 보십시오!”
도로테아와 에르몬드의 목소리에는 감출 수 없는 기쁨과 흥분이 담겨있었고, 내가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거기에는 희미하게 빛나는 무언가가 보였다.
‘…마나석!’
드디어 찾아냈다.
“말도 안 돼… 베하마그 산맥에 마나석이….”
“허, 허허…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겐가?”
마법사들은 자신들이 마나석 광산을 발견했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이 기쁨도 잠시뿐.
공동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자 기괴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콰득….
콰드득….
단단한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
“이건 또 무슨 소리지?”
“…다들 기척을 최대한으로 죽인 채 이동한다.”
다들 바짝 긴장한 눈빛을 한 가운데, 나는 탐사대를 이끌고 조심스럽게 공동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목격하고 말았다.
꿈틀꿈틀꿈틀―
콰득! 콰득! 콰드득!
“이런 미친…?”
“저, 저게 대체….”
거기에서는 몸통 직경이 6m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벌레가 벽면에 박혀 있는 마나석을 암석째로 씹어 먹고 있었다.
길이는… 저게 몇 미터나 될까?
‘적어도 100m는 되어 보이는군.’
외피는 딱딱한 껍질 같은 것으로 덮여있었고, 마디마다 다리가 엄청나게 많이 달려있었다.
머리는 커다랗고 단단한 턱이 있어서 이걸로 암석을 부수면, 안쪽에 있는 입이 빨아들이는 구조였다.
[에, 에반 공자님! 이건 절대로 안 됩니다!]하버가 다급히 전음을 보내왔다.
그래.
나도 안다.
저 괴물지네는 지금 있는 인원으로 어떻게 비벼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조용히 가려고 해도, 과연 저놈이 우리를 보내주느냐는 건데.
“키에에?”
스윽―
때마침 괴물지네도 뭔가를 감지했는지,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머리를 꼿꼿이 치켜든 녀석이 가만히 우리를 쳐다보는데… 이렇게 마주 보고 있자니,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쿵쾅쿵쾅쿵쾅―
‘제발… 그냥 좀 보내줘라.’
우리는 가슴을 졸이며 녀석의 동태를 살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괴물지네는 우리를 맛있는 먹이로 판단한 것 같다.
“키에에에에―!”
쿠화아아아앙―
“젠장할! 다들 전투 준비해!”
다짜고짜 내지른 지네의 포효가 커대한 지하공동을 쩌렁쩌렁 울렸고, 포효성과 함께 터져 나온 마나가 거센 폭풍이 되어서 휘몰아쳤다.
뿌드득.
“이 미친 베하마그 산맥이…!”
“X발, 어디 한번 해보자고!”
우우우웅―
각오를 다진 기사들이 이를 악물고 오러를 끌어올렸다. 옆에서는 마법사들도 저마다 실드를 전개했다.
쿠구구구….
그렇게 한 차례 거대한 마나폭풍이 휩쓸고 간 뒤.
괴물지네와의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었다.
“키에에에에!”
후우우웅―
놈이 괴성을 지르며, 암석을 씹어먹던 거대한 턱을 들이밀었다. 아무래도 단숨에 짓뭉개버리려는 의도처럼 보였는데―
일단 체급 차이가 너무 나니까, 이걸 정면에서 막을 수는 없었다.
“퇴각한다! 우리가 들어왔던 입구 쪽으로 달린다!”
“옙!”
“마법사들은 가까이 있는 기사들이 안고 달려라!”
매장되어 있는 마나석을 발견해놓고도 이렇게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굳이 목숨을 걸어가면서까지 무리를 할 필요는 없었다.
콰앙!!!
지네의 커다란 턱이 지면에 쑤셔박혔다. 그러자 땅이 움푹 꺼지면서 커다란 구덩이가 생겨났다.
다행히 탐사대 인원 중에서 다친 자는 없었다.
“좋아! 이대로 계속 달린다!”
타다다닷―
하버를 포함한 베르딘의 기사들은 모두 경공과 보법을 익히고 있다. 걸치고 있는 몬스터 가죽 방어구도 금속제 중갑에 비해서는 훨씬 가볍고.
덕분에 마법사들을 안고 달리는 이들이 있어도 달리는 속도는 결코 느리지 않았다.
‘이 정도 속도면 충분히 따돌릴 수 있을지도…?’
그런데 그때.
사사사삭―
“아니, 이런?!”
괴물지네가 기다란 몸을 이용해서 우리를 포위해 버렸다.
“망할… 하버! 나랑 같이 저걸 베어줘야겠다!”
“크윽, 알겠습니다!”
쿠구구구―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하버가 대검을 꺼내 들었고, 오러를 끌어올려서 지네를 내려쳤다.
“그워어어어! 받아라, 이 지네야아아아!”
부우우웅―
태산같이 묵직한 기세를 싣고 내려치는 중검(重劍).
내가 하버를 위해서 만들어준 검초 ‘마운틴 스매시(太山崩滅)’였다.
중검의 특성상 좀 느리다는 단점이 있어도, 일단 공격이 제대로 들어가기만 하면 그 위력은 확실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카앙―!!!
“아, 아니?!”
괴물지네의 껍질에 부딪힌 하버의 대검이 쇳덩이에라도 부딪힌 것처럼 금속음을 내더니, 튕겨 나왔다.
그가 내리쳤던 자리에는 작은 흠집 정도만 나 있을 뿐, 놈에게는 별다른 타격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여기는 어떻냐!”
츠화아아아―
아무리 단단한 중갑을 입은 기사도 움직이기 위해 관절 부위는 갑옷으로 덮을 수 없다.
그것은 몬스터도 마찬가지겠지.
내가 노리는 곳은 괴물지네의 마디 사이였다.
스악!
“키에엑?!”
예상대로, 단단한 껍질로 덮여있지 않은 부분에는 공격이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겨우 이 정도로 괴물지네를 쓰러뜨리기란 요원했다.
“키에에에!”
지네가 또다시 포효성을 울리며, 거대한 턱으로 짓이겨 왔다. 이번에는 거의 턱으로 온 지면을 헤집어놓다시피 했는데―
콰과과광―!
“에반 공자님, 얼른 피하셔야… 끄악!”
“크헉…!”
단 한 번의 공격으로 기사들 네다섯 명이 쓰러졌다.
이제는 도망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할 수 없다면, 싸우는 수밖에!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 마법사들은 될 수 있는 한 가장 강력한 공격 마법을 준비하고, 기사들은 저놈의 이목을 끈다!”
“알겠습니다!”
“그워어어어어! 베르딘의 기사들은 나를 따르라!”
파밧―
하버가 선두에 서서 지네에게로 달려나갔다.
놈은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었는데, 높이가 무려 10m는 되는 것 같아서 머리를 공격할 수는 없었다.
“아까 에반 공자님이 하셨던 것처럼, 마디와 마디 사이의 껍질에 덮여있지 않은 부분을 노려라!”
“예!”
하버를 포함한 서른한 명의 기사들이 일제히 지네의 몸통을 공격했다.
슈와아악―
푸슉!
서걱―
“키에에엑!”
쇠붙이가 번쩍일 때마다 지네의 보라색 피가 튀어 나왔다.
지네도 갑자기 느껴지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이 고통의 정도는 그냥 ‘따끔’한 정도?
몸길이 100m, 두께만 해도 5m는 되는 이 거대한 생명체 앞에서, 인간기사들이 휘두르는 칼은 그냥 조금 길쭉하고 뾰족한 가시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그나마 오러가 실려있어서 이 정도 데미지라도 줄 수 있었지, 일반 병사들이었다면 생채기도 내기 어려웠을 것 같았다.
‘머리를 공격하면 좀 다르려나?’
타닷―
나는 몇 번의 도약을 통해서 지네의 등 위로 올라갔다. 아직 하버나 다른 기사들이 따라오기는 어려운 경공이었다.
“에반 공자님?!”
“나는 저놈의 머리를 직접 노리겠다! 나머지는 마법사들을 지켜라!”
타다다닷―
지네의 붉은 눈동자가 자기 몸을 타고 머리를 향해 달려오는 나를 쳐다봤다.
“키에에에…?”
“후후… 그렇게 노려보면, 뭘 어쩔 건데!”
저놈은 아까부터 커다란 턱으로 공격하고 있었는데, 만약 나를 잡으려고 이 턱으로 공격해오면 자기도 큰 피해를 면치 못할 터였다.
하지만 지네에게도 다 방법이 있었다.
“키에에에에!”
웅― 웅― 웅―
파앙!!!
“크윽?!”
갑자기 웬 공명음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지네의 껍질이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딛고 있는 바닥으로부터 강력한 반탄력을 느끼며 튕겨 나가버렸다.
“공자님! 괜찮으십니까?!”
“큭… 나는 괜찮다! 그보다 마법은?”
“마침 다 됐습니다!”
“그러면 바로 머리통을 날려버려!”
“알겠습니다!”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마법사들이 순차적으로 시동어를 외우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포문을 연 것은 도로테아.
그녀가 완드로 지네의 머리를 겨냥하며 소리쳤다.
“플레임 버스터(Flame Burster)!”
화르르륵―
조그마한 붉은 머리카락의 여인으로부터 4서클의 강력한 불기둥이 뿜어져 나왔다.
“키엑?!”
콰앙!!!
갑작스러운 마법 공격에 당황한 지네는 방어할 타이밍을 놓쳤고, 시뻘건 불기둥이 지네의 머리를 마구 지지다가 폭발했다.
“키에에에엑―!”
이번에는 정말로 고통스러워 보이는 괴물지네.
하지만 잔뜩 화가 난 녀석이 곧바로 반격하려 했다.
거대한 턱이 양옆으로 넓게 벌어졌고, 그 사이에는 일렁거리는 거대한 검은 구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웅… 웅… 웅… 웅….
“서, 설마! 저놈도 마법을…?”
마법이라고 하기에는 단순히 마나를 방출해서 뿜어내는 것이었지만, 어쨌든 이쪽의 마법 공격에 맞서서 대응할 수 있는 뭔가가 있다는 게 문제였다.
“마법사들, 바로 이어서 공격! 저놈이 공격하기 전에 선수를 쳐야 한다!”
“하, 하지만 준비해 놓은 마법들이 속성이 제각각 달라서 동시에 사용하기가 곤란합니다…!”
“그러면 아무거나 제일 강한 거, 빨리!”
다급한 외침에, 원래 마무리로 가장 강한 마법을 쓰려고 했었던 에르몬드가 시동어를 외웠다.
“에어로 블래스터(Aero Blaster)!”
파아아아앙―
6서클의 바람 속성 마법.
에르몬드의 완드 앞쪽에 응축되어 있던 바람의 마나가 일순간 거칠게 뿜어져 나왔고, 자연상태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강력한 풍압이 지네 머리를 향해 쇄도했다.
‘역시 6서클이라는 건가.’
어쩌면 이 한 방으로 끝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기대를 걸고 있었는데…?
“키에에에에!”
콰과과과과―
괴물지네의 입에서도 검은빛의 굵고 커다란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이 두 마나는 허공 한가운데에서 마주쳐,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아… 안 돼!”
콰아아아앙―!!!
“끄아아악!”
“키에에엑!”
강력한 마나폭풍이 지하공동 전체를 휩쓸었고, 굉음이 터져 나오는 것과 동시에 기사와 마법사, 괴물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