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Prince Returned as a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9)
천마가 되어 돌아온 막내황자-9화(9/213)
* * *
‘흠… 후작이 강수를 뒀네.’
발터가 아예 성 밖으로 쫓겨난 것은 의외였다.
후작부인과 부딪히는 게 껄끄러워서 그냥 보직해임 선에서 마무리할 줄 알았는데.
후작이 나를 많이 아껴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해줄 이유가 있나?’
대부분의 귀족들에게 사생아는 귀찮은 짐덩이다.
뒤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경우도 많았고.
하지만 후작은 정실과 싸워가면서까지 날 지켜주고 있다. 부부관계가 썩 좋아 보이진 않았지만….
아무튼, 진심으로 나를 아껴주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이 아이의 어머니를 사랑했었던 건가…?’
으으으음.
솔직히 이해가 잘 안 가긴 했다.
그렇게 순수한 로맨스를 받아들이기에는 내가 너무 많은 걸 겪어버려서.
‘아, 모르겠다.’
계속 지켜보는 수밖에.
그것보다 지금은 먼저 신경 써야 할 일이 있었다.
사흘 뒤에 도착한다는 ‘황궁’과 ‘마탑’의 사람들.
이들이 급히 파견된 이유는 단연 클로브를 이용해서 몬스터 사체를 정화하는 방법이 진짜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너무 까다롭게 굴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어차피 이건 확실한 사실이니 황궁이랑 마탑에서 깔끔하게 ‘맞다’라고 인정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치들이 절대 아무 대가 없이, 그냥 우리 좋은 일만 해줄 리가 없다.
정치판이라는 것이 원래 그랬으니까.
‘뭘 요구하려나?’
예전 기억을 토대로 하면 얼추 짐작은 간다.
다만, 그때는 이 정보를 밝혔던 것이 이웃 영지의 어느 조그만 상단이었다.
황궁과 마탑은 이래저래 온갖 이유를 대서 엄청나게 이권을 뜯어갔었다.
특수산업에 대한 세금, 안전성 감정 수수료, 또 무슨 보증금도 있었는데?
다 합해서 매출의 60%는 뜯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양아치 새끼들.’
힘이 없으니 별수 있나?
까라는 대로 까야지.
다행히 우리는 ‘후작가’다.
비록 크게 번영하지는 않았더라도, 어쨌든 후작령과 민간 소규모 상단은 아예 비교 자체가 불가했다.
‘크크큭, 아무리 상대가 상대라고 해도, 순순히 호구 잡혀 줄 수는 없지.’
줄 것은 내주더라도, 받을 것은 반드시 받는다.
생각을 정리한 뒤에, 나는 곧바로 후작의 집무실로 향했다.
* * *
“숙소와 경호 문제는 해결됐나?”
“하하핫! 이미 쓸만한 애들로 뽑아놨습니다!”
“어떤 분들이 오시는지 명단도 파악했습니다.”
“오, 그래? 어디 한번 보도록 하지.”
페르반은 며칠 뒤 도착하는 귀빈들 때문에 정신없이 바빴다.
지금도 집사 세바스, 기사단장 하버와 같이 일정에 관련한 서류를 넘겨보며 검토 중이었다.
그런데 그때.
똑똑.
“아버지, 소자 에반입니다.”
뜻밖의 인물이 찾아왔다.
오늘은 왜 찾아온 것일까?
마침 줄 것도 있었으니, 잘되긴 했다.
“…들어오너라.”
“예.”
페르반은 하버와 세바스에게 잠깐 쉬었다가 하자고 말하려 했다.
그런데 집무실로 들어온 에반이 신기하다는 듯 초롱초롱 눈빛을 반짝였다.
“우와! 황궁과 마탑에서 사람이 온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인가요?!”
“흠흠, 그렇단다.”
천진난만한 아들의 모습에, 페르반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가려 했다. 그래서 어색하게 헛기침을 하며 애써 근엄한 표정을 지었는데.
“그분들은 도대체 왜 오시는 거래요?”
“지난번에 네가 알려준 풀로 몬스터 사체를 정화할 수 있게 되었잖느냐. 그것을 확인하러 오는 거란다.”
“흐음~ 그래요?”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에반.
“그냥 확인만 하는 거면, 우리가 방법을 알려줘서 황궁이나 마탑에서 해보면 되는 거 아니에요?”
“…으음?”
페르반은 이걸 어떻게 설명할지 난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세바스가 부드럽게 웃어 보이며 나섰다.
“에반 공자님. 아무래도 황궁과 마탑에 계신 분들이 말로만 들어서는 방법을 잘 몰라서….”
그는 어린아이에게 하는 설명답게, 적당히 둘러대려 했다. 그런데―
“뭔가 다른 목적이 있는 거 아니에요?”
“……예에?”
세바스의 말을 자르고 불쑥 꺼낸 에반의 말이 예사롭지 않았다.
당황한 세바스는 입만 벙긋거릴 뿐이었고, 페르반은 흥미롭다는 듯 눈빛을 반짝였다.
“그러면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으으음… 글쎄요.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으려 하는 게 아닐까요?”
“…뭐, 뭐라고?”
당황하는 페르반에게 에반이 순진무구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방법이 맞다고 확인해도 황궁이랑 마탑이 있는 곳은 몬스터가 없으니까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요.”
하지만 우리 영지에는 베하마그 산맥이 있어서 항상 몬스터들이 바글바글하니까, 거기 사람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몬스터 사체를 나눠달라는 게 아닐까―
라는 것이 이제 10살인 후작가 사생아 막내아들의 논리였다.
“고, 공자님은 정말….”
“…흠흠.”
세바스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지만, 생략된 뒷말은 누구나 다 알 수 있었다.
괜히 기분 좋아진 후작은 어색하게 헛기침만 할 뿐.
…….
장내에는 순간 정적이 내려앉았다.
에반도 뭔가 살짝 긴장한 느낌이었는데―
그때, 침묵을 깬 것은 하버의 호쾌한 웃음소리였다.
“으하하핫!! 역시 에반 공자님은 천재입니다!!”
그제야 세바스도 진 빠진다는 듯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놀랍군요. 벌써 이렇게나 영민하시다니요.”
“흠흠, 그래…….”
페르반의 눈빛에는 묘한 기대감이 차올랐다.
“에반, 네 생각에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
“네? 으으음~~”
세 사람은 모두 에반의 입을 주목했다.
소년은 열심히 고민하는 척했지만, 이미 다 생각해놓고 왔었다.
“사이좋게 지내는 게 좋으니까, 우리가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부탁을 들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대신에 우리도 도움을 받으면 어떨까요?”
황궁과 마탑에는 없는 몬스터들이 베르딘에는 많이 있듯이, 베르딘에는 없지만 황궁과 마탑에만 있는 것들이 있을 테니.
“후후후… 후하하하핫!”
페르반은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짜릿했다.
자신이 모든 것을 쏟아부은 아들이 모든 방면에서 완벽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에.
에반의 강함은 지난 토벌전에서 충분히 확인했다. 지능 역시도 마법을 책만 보고 익힐 정도이니, 보통 인간과는 아예 궤를 달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방금 대답에서 드러난 ‘정무적 감각’은 그저 머리가 똑똑하다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였다.
‘크크큭! 지난번에 발터가 자신을 기만했다는 것도 에반이 녀석을 함정에 빠뜨린 것이겠군.’
애초에 당시의 진술 전부가 거짓말이긴 했지만.
어쨌든, 이 무슨 노련함이란 말인가!
“과연… 대단하구나, 에반. 그러면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수 있겠느냐?”
이 순간.
페르반의 눈빛은 기쁨과 희열.
그리고 약간의 광기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 * *
풀썩―
“하아! …피곤하네.”
개인 침실으로 돌아온 내가 침대 위로 쓰러졌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진이 빠진다.
누운 채로 창밖을 내다보니, 이미 캄캄해진 밤하늘에는 별들이 총총히 빛나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잡혀있던 거지?’
분명히 아까 집무실에 들어갔을 때는 해가 중천에 떴었으니, 적어도 6시간 이상 있었던 것 같다.
원래는 적당히 힌트만 주고 빠져나오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후작 눈빛이 묘하게 달아올랐다.
그리고는 흥분해서, 이거는 어떻냐? 저거는 어떻냐? 등등 폭포수 같은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
여기에 집사 세바스까지 합류했고, 옆에서 집무실이 떠나가라 웃어젖히는 하버까지.
으으―
진짜 온몸의 기가 다 빨려 나간 것 같은 느낌.
‘그래도… 열심히 듣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처음에는 어린 애가 뭘 알겠냐고 무시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아마 토벌전에서의 일들이 좀 도움이 됐겠지.
사실 클로브를 통해서 몬스터 사체를 정화한 것과 관련된 사안의 협상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였다.
하지만 한번 기대감이 생겼으니 후작의 머릿속에는 ‘혹시 이번에도?’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떠올랐을 터.
‘그러면 그쪽으로의 준비는 후작이 잘하겠고….’
내게는 또 다른 해야할 일이 있었다.
피곤해서 계속 누워있고 싶긴 하지만, 할 일은 하고 쉬어야겠지.
“웃차―!”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품속에서 후작한테 받아 온 것을 꺼냈다.
영롱한 파란빛을 뿜어내는, 조약돌 만한 보석.
이건 마나허브 꽃밭에서 사투를 벌였던 괴물토끼의 마나핵이었다.
몬스터의 사체와 마찬가지로 마나핵도 정화를 해야 사용할 수 있어서, 후작에게 부탁했었다.
마나핵은 고작 클로브 정도로는 정화할 수 없어서.
‘지금 이대로는… 너무 약하다.’
알 수 없는 미지의 능력(나는 ‘초재생’이라고 부르기로 했다.)으로 살아나기는 했지만, 죽는 줄 알았을 때의 감정은 실로 두렵고도 끔찍했었다.
정마대전이 끝나고 탈마경(脫魔境)을 이룬 뒤, 힘에 대한 갈망이 많이 희석되어 있었는데 새삼스레 동기부여가 됐다.
우우우웅―
나는 천마기를 주입한 작은 돌멩이들로 바닥에 작은 원을 그렸다.
음양오행과 팔괘를 이용해서, 운기조식 중에 기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하는 간단한 진법이었다.
‘쩝, 진법이라도 제대로 쓸 수 있으면 수련에 도움이 많이 됐을 텐데.’
예를 들면, 진법 내부와 외부의 흐름을 완전히 차단해서 아예 분리된 공간을 만드는 만상분절진.
이것만 쓸 수 있어도 운기조식이나 수련할 때, 외부 경계에 신경을 훨씬 덜 쓸 수 있을 거다.
‘천마신공이 2성만 됐어도…….’
하지만 그 정도는 요놈을 잘 흡수하면 비벼볼 수 있지 않을까?
제발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며, 나는 가부좌를 틀고 단전 아래쪽에 포갠 양손 위에 마나핵을 올려놨다.
‘간다…!’
츠즈즈즛―
이 상태로 천마신공을 운용하자, 투명한 무색 오러가 피어올랐다.
단전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천마기는 마나핵과 공명하면서, 여기에 있는 마나를 단전으로 빨아들였다.
츄화아아아―
‘…역시!’
원래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는 마나손실이 발생해야 정상인데, 예상대로 이 몸뚱이는 손실되는 마나가 거의 없었다.
‘이러면 진짜로 오늘 2성 찍을지도…?’
그런데 천마기로 흘러가던 마나가 돌연 다른 곳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뭐, 뭐야?!’
나는 깜짝 놀랐다.
운기조식을 하는데 내공이 의지를 벗어나 다른 길로 흘러간다는 것.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주화입마’였다.
‘야! 안 돼, 임마! 어디가?!’
삐질삐질.
마나핵의 마나는 더 이상 천마기가 있는 단전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것이 향하고 있는 곳은 ‘심장’
나는 최선을 다해서 경로를 단전 쪽으로 비틀려고 했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크윽, 젠장 할… 말 좀 쳐 들으라고!!!’
한마디로 X됐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에는 뱃가죽이 뜯겨나가고 내장이 흘러넘치더니, 이번에는 주화입마에 빠질 판국이네?
그런데 이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우우웅― 우우웅―
당장 심장을 들이받을 줄 알았던 천마기가 오히려 마나핵의 남은 마나가 심장으로 흘러가도록 도와주는 게 아닌가.
마치 사이좋은 형제가 밥을 나눠 먹는 느낌.
‘휴우… 일단은 살았나?’
하지만 이러다가 언제 또 돌발상황이 생길지 몰라서 조마조마하다.
그렇게 똥줄을 태우면서, 심장이 마나를 흡수하는 것을 가만히 관조했다.
* * *
파사사삭…….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내가 쥐고 있던 마나핵이 모든 마나를 소진하고 가루가 되어서 바스러졌다.
‘과연… 어떻게 됐으려나?’
나는 곧바로 단전을 확인했다.
흡수 효율이 너무 좋아서 솔직히 기대를 안 했다면 거짓말인데, 애석하게도 천마신공은 여전히 1성에 머물러있었다.
“아…….”
실망스러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안타까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 일어났으니.
웅… 웅… 웅….
“어? 이건 또 뭐야…?”
이전에는 한 방향으로만 돌고 있던 심장의 마나가 또 다른 방향, 다른 궤도로도 순환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2성 대신 2서클(?)이 완성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