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05)
104화
등용문(登龍門).
무림맹에서 천룡대회와 함께 여는 행사 중의 하나였다.
본래 주기적으로 시행되는 입맹 시험과 달리 불규칙적으로 시행되는 시험이었다.
등용문은 천룡대회처럼 후기지수만 참여할 수 있지만, 시험의 난이도가 높고 경쟁도 치열했다.
“자네들도 알다시피 지금 등용문의 예선을 치르며 후기지수들을 걸러내는 중이네. 문제는 본선일세.”
묵룡당주는 잠시 방문 쪽을 바라보더니 목소리를 더욱 낮추었다.
“아무리 걸러내도 등용문인 만큼 참가하는 후기지수의 수가 많네. 맹주님은 거기에 마교의 끄나풀이 섞이지는 않을까 걱정하시네.”
“당연한 걱정이십니다.”
팽무성은 남궁구의 걱정이 과한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실제로 전생에서는 등용문에서 학살극이 벌어졌으니.
독마군, 풍마군, 환마군.
이 셋은 다수를 상대하는 데 유용한 무공을 지닌 놈들이었다.
이 세 마군이 시험 도중에 일백이 넘는 후지기수들을 사살하고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다.
무림맹도 마교의 농간에 대비하여 수준 높은 무인을 배치했으나 후기지수들과 함께 죽고 말았다.
이 사건은 사도천은 물론이고 무천궁에게 마저 조롱당하는 무림맹의 수치로 남았다.
“마교를 대비해서 이번 등용문에는 이전보다 뛰어난 무인들을 배치했네.
그래도 확실히 마음을 놓을 상황이 아니니 자네들도 시험관의 자격으로 참가해달라 하셨네.”
지금은 전생에 등용문에 나섰던 마군 중 두 명이나 죽은 상황.
거기에 사패에게 연달아 물을 먹었던 마교이기에 이번에도 나설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이번에는 일을 벌일 확률이 낮은 것 같은데, 미리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겠지.’
팽무성이 속으로 생각할 때 옆에 있던 무각이 눈을 반짝였다.
“시험관이라… 이거 재밌겠는데.”
“그런데 저희 같은 후기지수 시험관을 등용문의 참가자들이 인정할까요?”
후기지수라 해도 결국은 무림인. 각자 무공에 대한 자존심과 자부심이 있을 터.
무공이 뛰어나다 해도 나이가 비슷한 사패가 시험관인 것에 불만을 일으킬 자는 분명히 있었다.
당화련의 물음에 팽무성의 입꼬리가 비틀어졌다.
“인정하게 만들면 그만이지.”
“맞네, 어차피 자네들도 직접 시험에 참여해야 하니 무공을 마음껏 뽐내게.
그리고 같은 후기지수이니 그들도 느끼는 바가 다르겠지. 맹주께서 원하는 방향이시기도 하네.”
묵룡당주는 등용문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곤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다시 앉았다.
그러곤 살짝 쑥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팽 소협, 그리고 자네들. 저번 회의에서 한 말은 인상 깊었네. 우리가 지금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는 확실히 다시 돌아볼 만한 고민이었네.”
“사도천의 일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음, 그날 회의는 자네들이 나간 이후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네. 찬반의 입장을 떠나서 선배들이 각자 생각이 많으시더군.”
묵룡당주의 말에 팽무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살얼음판을 걷던 무림맹과 사도천이었다.
사도천주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해도 무림맹이 덥석 받아들일 리는 없었다.
조금은 더 시간이 걸릴 터.
전생처럼 단번에 동맹을 고려하지도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흐름이었다.
“팽 소협, 그 선배들을 너무 미워하지는 말게.
지난 정사대전으로 상처를 크게 받은 분들이 많네. 자네가 던진 화두를 떠나서 사파라면 치가 떨리는 분들도 계실걸세.”
“그분들을 미워하다니요. 어찌 되었든 저번 전쟁에서도 앞장서서 싸우신 분들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마교와의 전쟁에서 무림맹이 또 커다란 상처를 입을까 걱정했을 따름입니다.”
이에 묵룡당주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단순히 무공이 강한 것을 최고로 아는 사룡보다는 훨씬 낫구나.’
정파 최고의 후기지수라 불리는 사룡을 팽무성에 비교하니 빛이 바래는 것이 사실이었다.
오래간만에 보는 괜찮은 후배였다.
“팽가의 소가주인 자네를 보니 하북팽가가 다시 오대세가로 비상할 날을 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
“감사합니다.”
용건을 마친 묵룡당주가 물러나자 사패도 나갈 채비를 하였다.
점심은 무림맹 내에 있는 식당에서 해결할 셈이었다. 무림맹이 넓은 만큼 본성 내에도 식당이 여러 곳이 있었다.
“자, 가자고. 맛있는 밥을 하는 곳을 알고 있으니.”
무림맹에 대해서는 모조리 꿰고 있는 남궁혁이 앞장섰다.
* * *
식당을 나온 사패는 저마다 손에 작은 보따리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식당에서 음식과 술을 포장한 것인데 남궁혁이 잘 아는 풍류 좋고 한적한 곳이 있어 그곳에서 식사를 할 셈이었다.
본래는 그냥 식당에서 식사하려 했지만, 워낙 알아보는 이들이 많아서 식사가 힘들 정도였다.
그래서 남궁혁이 급히 생각해낸 방안으로 사패는 행동하고 있었다.
“일단 향기만 보면 합격이던데요. 벌써 침이 고여요.”
당화련은 자신이 들고 있던 포장된 동파육을 힐끗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옆에서 이를 보고 있던 팽무성은 그 모습이 귀여워 광대뼈를 슬쩍 올렸다.
“확실히 무림맹이라 그런가, 숙수들의 실력이 기본적으로 평균 이상인 것 같군. 소림도 이러면 좋을 텐데.”
“후후, 확실히 배를 채워야 싸움도 잘하는 법이지.”
사패가 웃으며 길의 모퉁이를 돌 때 반대편에서 일단의 무리가 걸어오고 있었다.
검은 바탕에 매화 무늬의 도복. 화산파의 제자들이었다.
동시에 서로를 알아본 사패와 화산파 제자들은 얼굴을 밝혔다.
“화산파 분들이 아니신가.”
남궁혁이 손을 들자 화산파 제자들은 포권을 하며 다가왔다.
“여러분! 이제 사패라고 불리시더군요. 축하드립니다.”
화산파 제자들은 안면을 튼 팽무성, 남궁혁, 무각에게 인사를 하다가 처음 보는 당화련을 보곤 침을 삼켰다.
“햐…”
“사패에 홍일점이 있다더니.”
“일선, 침 나오겠다. 입 닫아라.”
당화련은 화산파에서 있었던 일을 들었기에 차분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화산파 여러분. 당화련이라고 합니다.”
사패와 화산파 제자들은 잠시 선 채로 근황을 물었다.
“그럼 이번 천룡대회에는 화산파도 참여하겠군.”
“맞습니다. 그런데 한 명만 참가할 것입니다.”
이에 남궁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매화검수들도 있는데 단 한 명이라니. 누가 참가하는 것인가.”
“아직 안 왔는데, 아 저기 오는군요. 일향! 여기다.”
일향이라는 이름에 당화련을 제외한 세 사람이 눈이 커졌다.
뒤늦게 등장한 일향을 본 세 사람의 눈이 건조해졌다. 마냥 일향의 등장을 반갑게 맞이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아… 팽 소협, 그리고 다른 분들까지. 오랜만에 뵙습니다.”
일향은 뒤늦게 사패의 세 사람을 발견하곤 포권을 했다.
“저희는 먼저 가겠습니다. 일향과 말씀 나누시지요.”
무슨 얘기가 오고 갈지 화산파 제자들은 아는지 미리 자리를 비켜주었다.
사정을 모르는 당화련만 달라진 분위기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패의 오라버니들과 일향이라는 사내를 번갈아 볼 뿐이었다.
조용해진 분위기에서 팽무성이 먼저 말문을 텄다.
일전에 검성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많이 친해졌기에 팽무성은 편하게 말했다.
“일향, 폐관수련이 벌써 끝난 거냐.”
검성과 일향이 폐관에 든 이후로 제법 시간이 흘렀지만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그 물음에 일향의 눈빛이 잠시 일렁였지만 이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예, 스승님의 진전은 제가 확실히 이어받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남궁혁은 일향의 허리춤에 달린 매화검을 눈에 담았다.
일향이 원래 쓰던 매화검이라 하기에는 오랜 세월 손길을 탄 흔적이 보였다.
“예. 스승님이 쓰시던 매화검입니다. 장문인께 부탁하여 제가 쓰게 되었습니다.”
일향은 말하면서 허리춤의 매화검을 잠시 쓰다듬었다. 간혹 마음이 흔들릴 때 검집을 만지면 바로 진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오늘이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구나. 무림을 부탁하마.
검성의 마지막 웃음을 떠올리던 팽무성은 옅은 한숨을 흘렸다.
검성이 부탁했던 무림에는 당연히 일향이 포함되어 있을 터였다.
“그렇다면 검성께서는.”
“예, 남은 내공을 모두 저에게 넘겨주시고 등선하셨습니다.”
담담하게 말하는 일향을 보며 남궁혁은 눈을 감았고 무각은 나직이 불호를 외웠다.
팽무성은 쓴웃음을 짓는 일향의 어깨를 부드럽게 잡았다.
“단단해졌구나.”
“예, 그때 스승님과 팽 소협의 비무를 본 덕분입니다.”
일향은 사패를 보더니 물었다.
“여러분도 이번 천룡대회에 참가하십니까.”
“아니, 우리 네 사람은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사패가 천룡대회에 참여하기에는 수준의 격차가 심했다.
“그렇군요, 아쉽게 되었습니다.”
일향은 잠시 고민하더니 사패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참으로 당당한 표정이었다.
“이번 천룡대회에 제가 화산파의 대표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지켜봐 주시겠습니까.”
일향은 확인받고 싶었다.
검성의 마지막 상대였던 팽무성에게.
자신이 검성의 검을 제대로 이어받았는지.
팽무성도 일향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일까.
잠시 일향을 바라보던 팽무성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다.”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답을 들은 일향은 고개를 숙이곤 화산파가 사라진 방향으로 걸어갔다.
이에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당화련이 팽무성에게 물었다.
“누구예요?”
“화산제일검이 될 사내.”
검성이 남긴 마지막 매화꽃이 어떤 향을 흘릴지 기대되는 팽무성이었다.
‘천룡대회를 구경할 생각은 없었는데 한 번 가봐야겠구나.’
* * *
무림맹 대연무장.
대연무장에는 오백여 명의 후기지수가 모여 있었다.
“이번에는 수가 많군.”
“아무래도 지원한 수도 많으니 그런 것 아니겠소.”
“휴우, 예선의 시험 두 개를 통과한 마당에 여기서 떨어질 수는 없지.”
언제나 등용문에 도전하는 후기지수의 수는 많았다.
그렇기에 예선에서는 제법 높은 수준의 시험으로 후기지수들을 걸러내었다.
시간이 되자 단상 위로 올라오는 이들이 있었다. 그러자 저들끼리 떠들고 있던 후기지수들도 단상으로 시선을 모았다.
흑색 무복을 입은 무인들이 줄줄이 올라왔는데 하나같이 기세가 범상치 않은 이들이었다.
이를 느낀 후기지수들은 저들이 본선의 시험을 맡을 시험관임을 직감했다.
마지막으로 단상 위에 오른 묵룡당주가 목소리에 내공을 담아 입을 열었다.
“이번 등용문을 맡은 묵룡당주일세. 두 번의 시험을 통과한 그대들이 이번에도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여 등용문에 오르기를 바라겠네.”
“와아아아!”
후기지수들의 함성이 쏟아지자 묵룡당주는 손을 들어 함성을 끊고 다시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무림맹의 시험관 말고도 새롭게 네 명의 특별 시험관이 자네들을 평가할 걸세.”
묵룡당주의 손짓에 등 뒤에 있던 사패가 앞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대표로 팽무성이 인사했다.
“하북팽가의 팽무성입니다.”
낮은 목소리였지만 내공이 담겼기에 팽무성의 목소리는 대연무장 끝까지 퍼졌다.
“팽무성이라면, 패호도?”
“그럼 다른 세 명도 사패의 일인인가?”
“흠, 사패든 뭐든 결국 우리와 같은 후기지수 아닌가, 그런데 시험관이라니? 우습군.”
당화련의 예상대로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이에 묵룡당주가 제지를 하려 할 때였다.
“조용.”
팽무성의 한마디와 함께 한 줄기 기세가 후기지수 전체를 쓱 훑고 지나갔다.
팽무성의 기세를 맞은 후기지수들은 피부에 소름이 돋은 것을 느끼며 입을 다물었다.
조용해진 좌중을 바라보던 팽무성은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 등용문의 합격자는 백오십. 이전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숫자입니다.
다만, 합격자들은 의룡단이라는 새로운 무력단체에 일괄적으로 배속될 것입니다.”
“의룡단이라면…”
“전쟁 때마다 창단되었던 후기지수들의 타격대군.”
“이번 의룡단의 상대는 당연히 마교. 인외의 마도를 걷는 마인들입니다.
무공은 당연히 강력하고 그 수법은 기괴하여 상식을 벗어난 것이 많습니다.”
사패가 마인들과 여러 번 부딪쳤다는 것은 무림의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경험자의 말이었기에 후기지수들은 물론이고 단상 위의 시험관들도 팽무성의 말에 경청하고 있었다.
“전장에는 지금처럼 후기지수에 대한 배려가 없습니다.
더구나 상대는 마인들, 전쟁이 일어나면 이 자리의 그 누구도 생사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팽무성은 단상 아래의 여러 후기지수들의 눈을 보며 말했다.
“그럼에도 정파가 목숨을 내던지며 싸우는 이유는 정의와 협의를 위해 싸우는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의룡단은 전선에 나설 일이 아주 많아질 것입니다.”
전쟁에서 마두의 목을 베며 명성을 떨치는 상상을 하는 이도 있었고, 마두의 검에 찔려 죽는 상상을 하는 이도 있었다.
“이십 년 전의 정사대전 당시 여기 있는 대부분은 갓난아기거나 갓 걸음마를 배운 상태였습니다.
그때 당시에 후기지수였던 선배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무림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들이 나서서 후배를 지킬 차례입니다. 그게 정파로서 마땅히 할 일 아니겠습니까.”
팽무성의 말에 누군가는 주먹을 쥐었고 누군가는 입술을 깨물었다.
“오늘의 등용문은 단순한 입맹 시험이 아닙니다.
전장에 나서서 죽기 전까지 검을 휘두르며 자신이 정파임을 증명할 수 있는 무인을 판별하는 시험입니다.
그럴 자신이 없는 분들은 지금 연무장을 나가도 좋습니다.”
팽무성의 말에 후기지수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바람에 단상 위의 깃발이 여섯 번쯤 펄럭였을 때, 호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패호도, 우리를 우습게 보지 마시오. 당신에 비해 모자라나 나도 싸울 준비가 되어있소.”
“다른 타격대에서 싸우거나 의룡단에서 싸우거나, 결국 마인들과 싸우는 것은 마찬가지로군.”
“협을 위해 무공을 익혔습니다. 마인들을 상대할 수 있다면 더없는 영광이지요.”
여기저기서 후기지수들의 다양한 외침이 들려왔다.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고 용기가 느껴졌다.
굳이 입을 열지 않는 자들도 흔들리지 않는 눈으로 팽무성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에 팽무성은 싱긋 웃더니 포권을 하며 후기지수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대들의 호연지기, 잘 봤습니다. 그렇다면 바로 등용문의 본선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새 물결을 만드는 정파의 인재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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