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06)
105화
묵유산.
다섯 개의 봉우리가 이(?) 자의 형태로 솟아오른 커다란 산이다.
묵유산은 무림맹 본성 북쪽에 있는 산으로 종종 무림맹의 훈련에 사용되는 곳이었다.
묵유산의 곳곳에 오백 명의 후기지수들이 흩뿌려진 채 등용문의 마지막 시험이 벌어지고 있었다.
추적, 잠입, 구출, 교전.
열 명씩 한 조로 이루어진 후기지수들은 조마다 각기 다른 내용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임무의 성격에 따라서 조끼리 협력, 경쟁해야 했다.
개중에는 서로 다른 임무의 내용이 얽혀 있기도 했는데 한 조가 성공한다면 다른 조는 실패하는 구조로 짜여 있었다.
그렇기에 묵유산의 각 봉우리에서 후기지수들은 발에 불이 나도록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후기지수들을 쫓으며 어둠 속에서 평가를 매기고 있는 시험관들은 쉴 틈 없이 눈과 발을 놀리고 있었다.
“헉헉.”
숲속을 내달리고 있는 후기지수들.
선두에서 내달리고 있던 사내는 뒤에서 들려오는 거친 호흡에 고개를 돌리지 않고 물었다.
“허 소협, 괜찮으시오?”
“예. 괜찮습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허 소협이라 불린 사내는 가슴에서 올라오는 통증을 참으며 말을 토해냈다.
좀 전에 다른 조의 후기지수와 겨루며 가슴에 일장을 허용했는데 갈비뼈에 살짝 금이 간 것 같았다.
자신 혼자라면 그 고통에 바로 땅에 드러누웠겠지만 조로 활동하기에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었다.
“조금만 참으시오, 이 숲만 넘으면 집결지이니.”
조원을 격려하는 사내, 묵연사는 입에서 나는 단내를 느끼며 미간을 구겼다.
‘빌어먹을, 생각보다 시험이 거칠게 진행되는군.’
지금까지의 등용문은 능력이 부족한 후기지수를 추려내기 위해 절대평가에 가까운 시험으로 진행되었다.
허나 본 시험은 후기지수들은 물론이고 시험관까지 상대했으니 체감하는 어려움은 더욱 커졌다.
묵연사가 조장으로 이끄는 십칠 조는 벌써 세 번의 회전(會戰)을 겪은 뒤였다.
조원들은 물론이고 묵연사도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
거침없이 나무 사이를 내달리던 묵연사가 돌연 경공을 멈추었다.
손을 들어 조원을 멈춘 묵연사는 어둠 속을 노려보더니 창을 겨누었다.
“나와라.”
잠시 뒤, 나무의 그림자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팽무성이었다.
“나쁘지 않군.”
팽무성은 묵연사의 수준에 맞춰서 적당히 기척을 흘렸다. 묵연사가 이동 중에도 주변을 세심히 살폈다면 간신히 기척을 잡아낼 수 있도록.
팽무성이 앞서 만난 두 개의 조는 전혀 기척을 느끼지 못해 이동 중에 팽무성의 습격을 받고 아예 박살이 났다.
“감 소협, 헌원 소저. 좌우를 맡아주시오.”
묵연사는 기수식을 취하며 두 사람을 불렀다. 지금까지 여러 전투를 겪으며 자신과 제일 합이 맞았던 두 사람이었다.
조원은 열 명이지만 고수를 상대로 어설픈 합공은 도리어 빠른 붕괴를 초래한다.
묵연사는 제일 호흡이 맞는 이 두 사람과 팽무성에게 맞서려 했다.
세 사람이 천천히 팽무성에게 거리를 좁힐 때 묵연사가 다시 소리쳤다.
“부조장!”
“부탁하지!”
묵연사가 팽무성의 발을 묶을 때까지 다른 조원들은 뒤에서 멀뚱히 구경할 생각이 아니었다.
십칠 조는 여러 경우를 가정해서 행동 양식을 짜 놓은 상황. 부조장은 다른 조원들을 이끌고 우회하여 집결지로 향할 셈이었다.
“나는 가라고 한 적이 없는데.”
팽무성이 뿜어낸 패도적인 기세. 거기에 살기까지 섞여 있어 십칠 조의 전원이 돌이 된 듯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저 몸을 잘게 떨며 식은땀을 뚝뚝 흘릴 뿐이었다.
팽무성은 그런 후기지수들을 유심히 살폈다. 전장에 나서면 이것보다 지독한 마기를 정면에서 감당해내며 싸워야 했다.
전쟁을 겪은 기억이 있는 팽무성은 전장에서는 자신보다 강자를 만날 확률이 높다는 것을 몸소 알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본래 실력을 펼치려면.’
부정적인 감정을 건드리는 마기를 떨쳐낼 강인한 정신력을 지니거나, 육체가 무의식적으로 검을 휘두를 수 있을 정도로 수련을 쌓거나.
그러나 대다수 후기지수가 이 두 가지에 해당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팽무성은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확인했다.
무림은 넓고 인재는 많은 법이니.
그 많은 정파의 후기지수에 인재라 불릴 자가 사패와 사룡뿐이겠는가.
“타하합!”
팽무성의 기세에 압도당해 그 누구도 움직이지 못할 때, 홀로 괴성을 지르며 뛰어오른 사내.
묵연사는 실핏줄이 솟은 눈알을 번쩍 뜬 채 팽무성을 향해 창을 내질렀다.
이를 본 팽무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쌕
묵연사는 신형을 회전시켜 창에 힘을 실어내 내질렀다. 그 덕분에 발을 땅에 딛지 않았음에도 찔러오는 창은 제법 무거웠다.
째앵
팽무성의 손등에 맞고 창날이 튕겨 나갔으나 묵연사는 한 손으로 창대를 바꿔 들며 창날을 회수했다.
그러며 다시 초식을 전개해 자연스레 공격을 이어갔다.
“내가 전에도 말했을 텐데. 패호도. 우습게 보지 말라고 말이오!”
묵연사의 말에 팽무성의 웃음이 짙어졌다.
자신의 말에 제일 처음 반박하던 그 호탕한 목소리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이놈이었군.’
회전을 머금은 찌르기에 팽무성도 호조수(虎爪手)로 받아쳤다.
카가각
활짝 펴진 팽무성의 좌수가 오므라지며 창날을 압박하자 창날이 긁히는 뾰족한 소리가 울렸다.
‘손에 내공을 둘렀나.’
팽무성의 호조수가 창의 회전을 억누르고 창날을 잡아채려 했다.
이에 묵연사는 눈을 가늘게 뜬 채 고민하더니 내공을 끌어올렸다.
“하압!”
묵연사는 창을 빼지 않고 좌수로 창대의 허리를 두들겼다. 그러자 창대가 출렁이며 그 끝의 창날이 거칠게 들썩였다.
호조수를 빠져나온 창은 그대로 휘어지며 팽무성을 노렸다. 자신의 어깨를 노리고 쇄도하는 창을 보며 팽무성이 입꼬리를 올렸다.
‘수를 읽는 건 나쁘지 않군.’
방금의 공방에서 창을 빼려 했다면 도리어 쉽게 호조수에 창대가 붙잡혔을 터.
묵연사의 움직임은 거칠었으나 적확한 판단을 근거로 움직이고 있었다.
채채챙
창과 손이 부딪치며 계속 쇳소리가 울렸다. 팽무성은 묵연사와 똑같은 정도의 내공을 사용하며 창을 받아내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묵연사를 제압할 수 있으나 팽무성은 그러기 위해 이 자리에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많은 후기지수와 직접 손을 섞어보며 실력과 잠재력이 있는 후기지수를 찾아내고자 했다.
팽무성의 손가락이 창대를 연달아 두들겼다.
펼치는 초식마다 허점을 정확히 찌르고 들어오니 묵연사는 팽무성과 자신의 격차를 확연히 느끼고 있었다.
‘같은 후기지수인데 완전히 다른 경지에 있구나.’
묵연사는 팽무성을 보며 마치 자신의 스승과 겨루는 위압감을 느끼고 있었다.
또래의 후기지수에게 이런 느낌을 받는다는 것에 묵연사는 허탈감이 들기도 했지만 이를 악물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터터텅
팽무성은 그저 손가락을 튕기는 것임에도 묵연사는 강한 충격을 느끼며 하체에 힘을 줘야 했다.
삼십여 합을 겨룬 팽무성이 슬슬 마무리 지으려 할 때, 팽무성의 좌우로 검풍이 쏟아졌다.
검풍을 흩어낸 팽무성은 잠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싸움에 끼어든 두 사람을 봤다.
묵연사에게 각기 감 소협, 헌원 소저라 불린 남녀였다.
“미안하오, 조장!”
“저도 도울게요.”
묵연사의 양옆을 지킨 두 사람의 검은 잘게 떨리고 있으나 팽무성에게 겨누어지고 있었다.
이를 본 팽무성의 눈에 흥미가 서렸다.
팽무성은 묵연사와 싸우면서도 여전히 기세를 흘려내고 있었다.
이 세 사람을 제외한 다른 후기지수들이 아직도 벌벌 떨고 있는 것이 그 증거였다.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이 두 사람도 팽무성의 기세를 이겨낸 것이었다.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동시에 달려드는 세 후기지수.
세 사람의 표정은 각기 달랐으나 두려움을 모르는 곧은 눈빛은 같았다.
“보기 좋습니다.”
좌우에서 두 검수가 검을 휘두르거나 검풍을 쏘아내 팽무성의 행동을 제약하자 묵연사가 때를 맞춰 흉포한 기세로 창을 찔러넣었다.
묵유산에 오르고 처음 합을 맞춘 것일 진데 팽무성이 보기에도 세 사람의 호흡이 잘 맞았다.
세 사람의 협공에 반격하지 않고 피하기만 하던 팽무성의 소매가 펄럭거렸다.
퍼퍼퍽
“큭.”
고작 지풍에 맞았는데 마치 정권에 제대로 맞은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그럼에도 세 사람은 잠시의 멈춤도 없이 고통을 인내하며 협공을 이어갔다.
팽무성은 계속 지풍을 날렸고 후기지수들은 이상함을 눈치챘다. 지풍이 계속 똑같은 부위에만 날아드는 탓이었다.
묵연사만 해도 오른쪽 어깨와 옆구리에만 집중적으로 지풍을 얻어맞고 있었다.
묵연사가 걸음을 멈추고 창을 거두자 다른 두 사람도 멈춰 섰다.
잠시 팽무성을 노려본 묵연사가 입을 열었다.
“혹시 우리에게 가르침을 준 것이오?”
팽무성의 지풍이 날아간 곳은 세 사람이 무공을 펼칠 때 허점이 자주 나타나는 부위였다.
“세 사람, 호흡이 잘 맞더군요. 함께 전장에 나설 때 큰 힘이 될 겁니다.”
팽무성은 묵연사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모습을 감추었다.
바로 앞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팽무성의 움직임에 세 사람은 팽무성이 자신들을 한참 봐줬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저들도 눈치챘으니 알아서 보완하겠지.’
기세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팽무성의 작은 선물이었다.
팽무성은 기감을 넓게 펼치더니 가장 가까운 곳에 느껴지는 기척을 찾아 몸을 날렸다.
빼곡한 나무 사이를 훅훅 지나가는 팽무성의 신형은 마치 호랑이와 같았다.
* * *
오늘은 등용문이 시작한 지 나흘째로 시험이 종료되는 날이기도 했다.
‘방금 만난 조까지 합치면 서른 조를 만났네.’
사흘 동안 팽무성은 묵유산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여러 후기지수를 만나고 시험했다.
등용문이 시작하기 전 후기지수들이 팽무성에게 보여준 호연지기는 허장성세가 아니었는지 괜찮은 모습을 보여준 후기지수가 많았다.
‘재미있었다.’
성장 가능성이 큰 기개 있는 후기지수들의 얼굴이 많이 떠오르는 만큼 팽무성의 걸음도 가벼워졌다.
이들의 존재는 마교와의 전쟁에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골짜기 두어 개를 넘자 절벽 끝에 지어진 작은 전각이 있었다.
등용문이 진행되는 동안 시험관들이 숙식하고 시험의 운영을 총괄하는 곳이었다.
시험관들은 매일 밤에 이 전각에 모여 중간평가와 시험의 진행을 회의로 진행하곤 했었다.
전각 앞에는 여러 개의 모닥불이 피워져 있는데 그중에는 사패의 자리도 있었다.
모닥불에 나뭇가지를 하나씩 집어넣던 남궁혁은 팽무성을 발견하곤 손을 흔들었다.
“팽 아우, 늦었군.”
“예, 이곳에 오기 전에 사십이 조를 만났는데 제법 실력이 뛰어났습니다.”
“사십이 조, 복양검문의 제자가 있는 곳이군. 제법 검을 잘 쓰던데?”
이에 무각도 모닥불 위에 구워지고 있는 토끼고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내가 말한 금혼문의 제자를 만난 사람은 없어?”
“그 소림의 속가문파 말이죠? 노홍권(老紅拳)을 쓰는 권사. 오늘 아침에 만났어요. 실력이 괜찮던데요.”
사패는 지난 나흘 동안 어지간한 시험관들보다 많은 활동량을 보이며 후기지수들을 상대했다.
원래의 등용문 시험관들이 임무를 수행하는 내용 자체를 평가했다면
사패는 오로지 무인으로서 전장에 나서 마인들을 상대할 수 있을지에 주목했다.
예상보다 많은 인재를 찾을 수 있었고 날이 갈수록 새롭게 늘어나는 이름에 사패는 더욱 열성적으로 시험관의 역할에 임할 수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구나. 걱정과 달리 아무 일도 없이 넘어가서.”
남궁혁의 말을 들은 사패도 고개를 끄덕였다. 후기지수들을 상대하면서도 언제나 기감을 넓게 퍼트려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었다.
걱정과 달리 마교의 계략이 일어나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
‘미리 마군 둘을 죽인 게 역시 커다란 영향을 끼쳤구나.’
전생의 피해를 떠올리던 팽무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상자는 일백이 넘었지만 경중상을 포함하면 피해는 배로 증가했다.
팔다리가 잘리는 중상이나 독으로 인해 무공을 포기해야 했던 후기지수도 수두룩했다.
지금 이렇게 시험관으로 참가해 후기지수들의 잠재력을 확인하니 그때의 피해가 정파에 있어서
숫자를 넘어선 엄청난 피해였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의룡단이 창단되겠구나.’
이번에 창단되는 의룡단은 오십 명이 정원이었던 전생의 의룡단과는 전혀 다른 위용을 뽐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닷새 뒤에는 천룡대회인가?”
남궁혁의 물음에 당화련이 손가락에 묻은 기름을 쪽쪽 빨며 말했다.
“이번에 사룡도 대회에 참가해요. 그래서 사룡 중 누가 우승할지 내기도 벌어진다고 하던데요.”
그 말을 듣던 사내들이 피식 웃자 당화련도 그 웃음의 의미를 아는 듯 따라서 눈매를 휘었다.
“다들 그 사람을 떠올리는 거예요? 차기 화산제일검.”
“천룡대회가 기대되네.”
팽무성은 중얼거리며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오늘 밤은 유독 밤에 별이 가득했는데 팽무성은 이를 보며 왜인지 만개한 매화의 전경이 떠올랐다.
새 물결을 만드는 정파의 인재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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