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11)
110화
남궁구가 염왕의 죽음에 대한 내용을 말해주자 검선과 창성의 얼굴이 굳어졌다.
“평생 불장난만 치던 놈이 결국 불에 타서 죽었군.”
“애첩과 함께 여행을 갔다가 습격을 받고 죽었다니 어이가 없군.”
“불에 탄 시신 두 구를 찾았다는군. 사도천에서는 정황상 염왕과 애첩의 시신이 맞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네.”
가만히 듣고 있던 창성이 중얼거렸다.
“설마 십대고수를 노리는 건가.”
“그럴 가능성도 있네, 추측이 맞다면 자네들도 위험할 수 있네. 문파에 소속되지 않고 홀로 무림을 떠도니까 말이야.”
“십대고수를 단신으로 노릴 정도면…”
검선은 가만히 얘기를 듣는 팽무성에게 물었다.
“마왕이라는 자들이 십대고수에 비견된다고 들었다. 정말이더냐?”
“예. 마왕도 무위가 제각각이겠지만 모두 초월경에 이른 고수들일 것입니다.”
팽무성의 단호한 대답에 검선은 생각에 잠겼고 창성은 코웃음을 쳤다.
“오히려 기회가 아닌가. 찾아오는 마왕을 도리어 죽여버리면 우리에게 커다란 이득이지.”
마왕에 관한 얘기가 나올 때 팽무성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전생에서는 의문의 습격을 받아 죽은 십대고수는 없었다.’
분명 염왕은 전쟁 중반에 멸세마왕에게 죽지 않았던가. 전생에 없던 새로운 사건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렇다고 마왕이 또다시 움직였을 것 같지는 않은데.’
팽무성은 전생에서 초월경에 도달했던 권마군, 광마군, 검마군을 생각하다 문득 소교주라는 존재를 떠올렸다.
구마군을 이끄는 소교주라는 존재.
허나 전생에서 소교주를 한 번도 볼 수 없었다. 구마군은 질리도록 마주쳤었는데 왜 소교주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을까.
그러던 차에 팽무성은 자신의 심장을 꿰뚫었던 교주의 얼굴이 떠올랐다.
같은 세대인 종주나 마왕들과 달리 젊은 얼굴을 하고 있어 그때는 그저 반로환동을 한 것이라 여겼었다.
삼천도 찢어 죽인 무공을 지녔으니 반로환동을 했다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설마…’
팽무성의 머릿속에서 새로운 가설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남궁구의 목소리에 팽무성은 고개를 돌렸다.
“무성아, 오늘 회의에서 사도천과의 동맹이 결정되었다.”
그 말에 심각해졌던 팽무성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렇게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팽무성이 사패를 바라보자 사패도 저마다 기쁜 얼굴을 하며 서로를 보고 있었다.
남궁구의 말에 검선과 창성도 놀라워했다.
“사도천과 동맹이라니 놀랍군.”
“마교 놈들과 싸우기 전에 귀존과 승부를 내려 했거늘, 다음으로 미뤄야겠군.”
“사도천과의 동맹은 사패 덕분이네. 이 아이들의 역할이 컸네.”
검선과 창성이 궁금해하자 남궁구는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냈다.
남궁구의 얘기를 듣던 두 노인은 중간중간 팽무성을 보며 짧은 감탄을 흘렸다.
특히 검선은 정파에 대해 팽무성이 일침을 날리는 부분에서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남궁구의 얘기를 다 듣자 검선은 팽무성을 비롯한 사패를 보며 흐뭇하게 바라봤다.
“지금은 무공에 대한 고민도 많을진대 생각이 깊구나. 나중에 나이를 먹어도 지금과 같은 고민을 잊지 말거라.”
“예. 새겨듣겠습니다.”
검선이 진심 어린 조언에 사패는 고개를 숙였다.
“다행이군, 어린 후배들 덕분에 내가 한숨을 돌린 건가?”
검선의 말뜻을 알아차린 남궁구가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역시 북해는 기대하기 어려운가?”
검선은 남궁구의 부탁을 받고 북해에 다녀왔다가 이제 막 중원에 돌아온 참이었다.
그렇기에 남궁구도 아직 북해의 얘기를 듣지 못한 상황이었다.
“지금 북해빙궁은 북해무신이라는 자에 의해 하나로 통일된 상황이네, 그런데 문제는 그 무신이라는 자가 야망이 아주 크다는 거지.”
북해무신(北海武神)이라는 별호에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미간을 구겼다.
“삼천도 신(神)이라는 단어를 별호에 붙이지 못했거늘, 광오한 놈이로군.”
창성의 중얼거림에 다른 이들도 같은 마음이었다.
“놈이 아니라 년일세.”
검선의 말에 창성의 눈썹이 꿈틀거렸고 검선은 다시 이야기를 이었다.
“다들 알다시피 북해빙궁은 궁주에 오른 인물에 따라 문파의 성질이 변모했네.
세외의 침공에 무림의 편을 든 적이 있었고, 다른 시대에는 도리어 무림에 침공을 벌이기도 했지.”
북해빙궁은 정사마의 기준이 없었다.
궁주의 의지에 따라 무림을 돕거나, 정복하거나, 그저 방관하거나.
영원한 적도 우방도 아니었다.
검선은 남궁구를 보며 말했다.
“지금의 빙궁은 후자일세. 북해무신은 천하제일과 무림일통의 야망을 동시에 품고 있어.
사도천주 못지않게 위험해. 무림맹은 마교뿐만 아니라 빙궁도 대비해야 할 걸세.”
전쟁에 앞서 북해빙궁의 힘을 빌릴 생각을 하던 남궁구는 쓴웃음을 지었다.
“동맹을 구하려 했더니 새로운 적만 확인한 셈인가.”
“그런데 자네는 어찌 이리 자세하게 안 것인가.”
창성이 묻자 검선은 악동과 같은 미소를 지었다.
“북해무신의 거처까지 몰래 숨어 들어갔거든.”
그 말에 후기지수들은 물론이고 남궁구와 창성마저 경악했다.
“용케 살아서 돌아왔군.”
“무림에서 네 번째로 강하다고 하니 북해무신도 관심을 보여 몇 마디 나눌 수 있었네. 그러다가 다짜고짜 싸움을 걸더군.”
그 말에 창성이 눈을 반짝였다.
“그래서?”
“십여 초식만 겨루다가 바로 도망쳤네. 다행히 북해신궁을 벗어나니 더는 쫓아오지 않더군.”
그 말에 남궁구와 창성은 바로 납득했다.
검선문의 경신법은 천하의 수많은 경신법 중에서 언제나 두 손가락 안에 손꼽는 절세의 무공.
삼천도 도망치는 검선은 잡을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흐음.”
창성이 실망스러운 기색을 보였지만 검선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잠깐이지만 확실히 알았네, 북해무신은 나보다 강해. 최소 삼천과 비슷한 경지에 도달했을 것이야.”
십대고수 사이에서는 제일이라 불리는 검선이었다. 그런 검선이 이런 평을 내렸다면 북해무신 역시 쉽게 볼 수 없었다.
‘북해무신이라…’
팽무성도 처음 들어본 강자의 이름에 생각이 깊어졌다.
‘전생에서는 북해빙궁의 이름이 들리지도 않았는데, 북해무신이라…’
남궁구는 생각에 잠기더니 북해빙궁을 포기한 듯 고개를 저었다.
“힘을 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림맹 자체의 힘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
운을 뗀 남궁구는 사패를 보며 말했다.
“이번 등용문으로 뽑은 백오십에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후기지수 오십을 뽑아 총 이백으로 의룡단을 구성할 것이다.
너희들이 의룡단의 지휘를 맡아보겠느냐?”
남궁구의 말에 사패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사패는 이미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었다.
무림맹의 생리에 밝은 남궁혁이 사패가 의룡단의 단주직을 맡을 확률이 높다고 말을 꺼낸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영광스러운 제안이나 사패는 지금처럼 따로 다니며 활동하고자 합니다.”
의룡단주 직을 맡게 되면 장점도 있지만 무림맹과 의룡단에 몸이 묶이는 것이 컸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무림을 마음대로 주유하는 것도 불가능하기에 거절하는 것이 나았다.
다행히 다른 사패도 같은 생각이라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는 쉬웠다.
“그런가.”
대답을 예상이라도 한 듯 남궁구는 품속에서 각패 네 개를 꺼내 사패에게 하나씩 건네주었다.
“지부장급이 지니는 각패다. 너희가 무력이 출중해도 병력의 도움이 필요할 날이 올 것이다. 그때 무림맹 지부의 병력을 사용해라.”
후기지수가 지니기에는 과분한 물건.
하지만 사패는 그동안의 행보로 각패를 받음에 부족함이 없음을 증명했다.
“잘 사용하겠습니다.”
남궁구의 말대로 이 각패는 소수인 사패에케 큰 도움이 될 터, 팽무성은 사양하지 않고 각패를 챙겼다.
“사패는 계속 무림맹에 머물 생각이더냐?”
남궁구의 질문에 팽무성이 고개를 저었다.
“조만간 팽가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소가주의 신분으로 본가를 오래 비웠기에 가문을 정비하고자 합니다.”
남궁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옆의 남궁혁을 바라보았다.
“혁아, 너도 같이 가는 것이냐?”
“예, 조부님. 모두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같은 소가주인데 어찌 이리 다를꼬…”
“하하.”
남궁구는 멋쩍게 웃는 남궁혁을 바라봤다.
초월경의 벽을 넘기 직전인 손자.
옆에서 가르쳐 벽을 뛰어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굳이 사패의 결속을 깨트릴 필요는 없다고 여겼다.
‘네가 이리 괄목상대한 것도 사패의 행보가 커다란 영향을 끼쳤을 터, 스스로 잘하리라 믿는다.’
남궁구는 속내를 감추곤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거라. 술은 적당히 마시고.”
그에 남궁혁도 웃으며 말했다.
“예, 조부님.”
“대충 들을 얘기는 다 들은 것 같으니 이만 일어나 보지. 네놈은 뭐 하는 거냐, 벌떡 안 일어나고.”
창성은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멀뚱멀뚱 앉아있는 묵연사를 보며 호통쳤다.
이에 묵연사가 튕기듯 벌떡 일어났다.
“검선, 창성. 주기적으로 서신을 보내주게. 연락이 끊기면 바로 타격대를 보내 조사를 할 터이니.”
그 말에 두 노인은 동시에 귀찮다는 얼굴로 남궁구를 째려봤다.
“됐네. 누가 오던지 나는 도망치면 그만이야.”
“나는 한 달만 호북성을 둘러보고 무림맹으로 돌아오겠네. 제자를 가르치려면 한곳에 머무는 게 낫겠지.”
이에 남궁구의 얼굴이 밝아졌다. 창성이 무림맹에 있다면 걱정도 줄고 유사시에 도움도 되리라.
‘묵연사를 가르치는 김에 의룡단의 아이들도 좀 봐주라고 해야겠군.’
바로 창성을 써먹을 생각에 남궁구의 수염이 잔잔히 흔들렸다.
창성이 묵연사의 목덜미를 잡은 채 내려갔고 뒤이어 사패도 인사를 하고 자리를 비웠다.
남궁구와 검선.
단둘이 남아 술로 목을 축였다.
남궁구는 술상 아래에 놓은 긴 목곽을 꺼내 검선에게 건네주었다.
목곽의 길이와 폭이 검 한 자루가 들어가면 딱 알맞은 정도였다.
“부탁하겠네.”
“마교가 이것을 찾는 게 확실한가?”
남궁구는 가만히 턱을 끄덕였다.
“보아하니 무림 전역을 뒤지는 것 같네, 한 달 전에는 본맹의 천병고(千兵庫)에 잠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네.
저들이 찾는 것이 있는지 확인하려 했던 것이겠지.”
남궁구는 이를 경계해서 천룡대회와 등용문이 열리는 시기에는 무림맹의 경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다행히 이번에는 무사히 넘어갔지만 마교가 언제 어느 방식으로 마수를 뻗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검선문의 검총이라면 무림에서 제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겠지.”
검선은 옅은 한숨을 내쉬곤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맡도록 하지.”
* * *
이번 황학루의 밀회는 팽무성에게 있어서도 상당히 유익한 자리였다.
아무래도 십대고수가 주축이 되어 모이는 자리인 만큼 전생에서도 몰랐던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사도천과 동맹도 이루었고 등용문의 참사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당분간 무림맹은 걱정 없겠지.’
그리고 십대고수들이 나누는 말을 들으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많은 이들이 마교와 전쟁을 대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덕분에 팽무성은 가벼운 마음으로 사패를 이끌고 하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팽무성은 하북으로 향하면서 중간에 위치하는 흑상은 모두 방문하여 약재나 영약을 싹쓸이하고 있었다.
금용만이 팽무성을 위해 전장에 꾸준히 넣은 금액은 꾸준히 쌓여서 엄청나게 불어나있었다.
거기에 금적상단이 커지면서 전장에 맡기는 금액도 점점 커졌으니 어떻게 해야 이 돈을 다 쓸지 난감할 정도였다.
팽무성은 금용만이 준 철패로 돈을 아낌없이 꺼내서 빠르게 소비하고 있었다.
일상에게 받은 흑상의 금패도 있어서 가격에 할인을 받으니 구매에 있어서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팽무성은 흑상에 진열된 영약들을 좌우로 스윽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부터 여기까지. 다 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본래 한 사람이 이렇게 흑상의 상품을 독점하는 것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팽무성이 가진 금패는 예외였다.
옆에서 이를 보던 무각이 팽무성의 옆구리를 툭 쳤다.
“팽 시주, 지금까지 산 영약만 해도 스무 개가 넘는 것 같은데 그중에 내 것도 하나는 있겠지?”
“남으면 하나씩 챙겨줄게.”
“설마 팽 오라버니, 혼자서 다 먹으려는 건 아니죠?”
“본가의 무인들에게 줄 생각이야.”
팽가도 나름대로 영약과 약재를 구해서 무인들에게 먹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수급에 제한이 있으니 당연히 모든 무인이 혜택을 받을 수는 없었다.
팽무성은 흑상에서 얻은 금패로 그 수급의 한계를 깨부술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팽무성이 산 영약과 약재만 해도 만만치 않은 양이었다.
영약을 다 사들인 팽무성은 관리인의 안내를 받아 약재가 보관된 곳으로 안내받았다.
그곳에는 한 노인이 먼저 와서 약재들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무언가 곤란한 느낌이었다.
노인의 얼굴을 보던 팽무성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눈빛을 번쩍였다.
‘신의?’
천하제일의 명의. 신의(神醫).
찾는 이는 많지만, 행적이 묘연해 만나는 것이 기연이라는 신의가 지금 팽무성의 눈앞에 있었다.
신의(神醫). (1)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