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13)
112화
무림인에게 무공 수위에 관해 묻는 것은 커다란 결례.
신의도 그것을 알기에 팽무성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팽무성은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직접 겨루어 봐야 알지만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염왕뿐만 아니라 십대고수 중 왕의 별호를 가진 고수들은 모두 꺾을 자신이 있었다.
팽무성의 자신만만한 대답에 신의는 탄성을 짧게 흘리더니 다시 물었다.
“팽 소협의 내공은 극양의 성질인 것으로 보이네만.”
숨길 내용은 아니었기에 팽무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신의는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팽 소협, 나와 함께 사람 한 명 살려보지 않겠나.”
“같이 다니던 그 아이를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팽무성의 빠른 눈치에 신의는 고개를 끄덕였다.
“희귀병을 앓고 있네.”
“어떤 병입니까?”
“천음산맥이라는 병일세.”
처음 들어보는 병명에 팽무성도 미간을 좁혔다.
“확실히 처음 듣는군요.”
“그럴 것이네, 나도 처음 보는 증세에 황궁서고의 의서를 전부 뒤져서 간신히 찾아낸 것이니.”
천음산맥(天陰散脈)
평상시에는 정상이지만 달포가 지날 때마다 혈맥에서 강한 음기가 폭발한다.
사흘 정도 전신 혈맥을 휩쓸고 사라지는 음기는 전신의 혈맥을 하나씩 틀어막아 굳게 만들었다.
언뜻 구음절맥((九陰絶脈)과 비슷하나 여인의 몸이 아닌 사내의 몸에 일어난다는 것과
음기가 몸에 계속 남아있는 것이 아닌 주기적으로 발현하고 사라진다는 차이점이 있었다.
“구음절맥보다 치명적인 것은 아니지만 치료는 배는 까다로운 병일세.”
구음절맥처럼 한 번에 강한 양기로 치료하는 것이 아닌 음기가 일어나는 주기마다 양기로 음기를 눌러줘야 했다.
“매달마다 영약을 복용할 수는 없으니 극양의 내공을 지닌 고수가 내공을 불어넣어 줘야겠군요.”
“그것 때문에 소림사에 잠깐 머문 적이 있네. 전통적으로 양강의 내공을 지닌 곳이니 도움을 청했네.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더군.”
양강(陽强)의 내공이라 하여 완전히 양기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양기가 강할 뿐이지 내공에는 음기가 어느 정도 녹아 있었다.
그 음기가 되려 천음산맥의 음기와 반응하여 덩치를 불리곤 했었다.
그러니 내공이 심후한 소림의 고수들조차도 한 번 내공을 주입할 때마다 상당한 심력을 소모해야 했다.
신의가 양강의 내공이 아닌 극양(極陽)의 내공을 찾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해가 지날수록 천음산맥의 음기는 강해지네. 극양의 내공을 지니면서 소림사의 고승보다 강한 고수, 염왕밖에 없더군.”
염왕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른 방법을 찾으려던 신의 앞에 나타난 것이 바로 팽무성이었다.
“살리려는 아이와 특별한 인연이 있으신지요.”
팽무성은 대화를 나누면서 반드시 이 아이를 살리겠다는 신의의 의지를 느꼈다.
“아니네, 그 아이는 고아야. 단지 그동안 살릴 수 있는 병자는 어떻게 해서든 살려냈네.
이 아이도 방법을 알고 있으니 노력을 하는 것뿐이지.”
말은 이렇게 했지만, 이 년 동안 데리고 다니다 보니 신의도 정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심심풀이로 의술도 몇 가지 가르쳤으니 말이다.
“제가 소가주의 신분에 있지만, 팽가에 계속 자리를 지키지는 않을 것입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황실에서 본 의서에 따르길 천음산맥의 증상은 약관까지 지속된다고 하네. 앞으로 십 년은 더 버텨야 하는데 그것이 뭐 대수겠는가.”
그 말에 팽무성은 침음을 흘렸다.
십 년 동안 달마다 내공을 주입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팽무성은 입을 열었다.
“이렇게 하지요. 그 아이에게 혼원벽력신공을 전수하겠습니다.”
그 말에 신의의 눈이 부릅떠졌다. 제법 놀랐는지 수염마저 파르르 떨 정도였다.
“물론 모든 구결을 전수하는 것은 아닙니다. 혼원벽력신공의 전반부 구결만 전수하겠습니다.”
전반부 구결만으로도 극양의 내공을 익히는 것은 충분했다. 팽무성의 파격적인 제안에 신의는 숨을 고르곤 물었다.
외부인에게 가문의 무공을 전하는 것은 무림의 금기. 제안의 무게를 느낀 신의는 직설적으로 물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신공을 익혀도 천음산맥의 음기에 대항할 양기를 곧바로 쌓을 수는 없을 겁니다.
아이와 함께 팽가에 머무시지요. 신공을 익혀도 주기가 찾아오면 내공을 주입하겠습니다.”
“그리고?”
“본가에서 의약당의 구조를 개편했습니다. 외부에서 의원을 초빙하는 것이 아닌 가솔들로 하여금 의술을 익히게 하고 있습니다.
팽가 자체의 의술을 끌어올리려 합니다.”
“팽가에 나의 의술을 가르치라는 것이군.”
“예, 의약당주를 맡아주십시오. 그리고 해마다 만드시는 중성단, 소성단의 일부를 팽가에 주셨으면 합니다.”
신의가 입을 열려고 할 때 팽무성이 선수를 쳤다.
채찍을 주었으니 이제 당근 차례였다.
“대신에 영약을 만드는 비용과 신의의 연구 비용까지 모두 팽가에서 책임지겠습니다.”
그 제안에 신의의 눈이 가늘어졌다.
“연구 비용이라니?”
신의가 모른 체하며 물었지만 팽무성은 알고 있었다.
신의가 평생을 이어온 꿈을.
“신의께서는 여러 영약을 만드셨지만, 만족하시지 못했습니다. 그 어떤 영약도 결국 대환단을 넘지 못했기 때문 아닙니까.”
“자네가 그걸 어찌…”
팽무성의 말이 맞았다.
인간의 연단술로 빚어낸 영약 중 천하제일로 꼽히는 대환단.
신의는 대환단을 능가하는 영약을 만드는 것이 일생일대의 목표였다.
각고의 노력과 연구 끝에 중성단이 소환단을 뛰어넘었으나 대성단은 대환단을 넘어서지 못했다.
“의약당주를 맡으셔도 팽가에 묶이지 않고 지금껏 해오신 선행은 이어가실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물론 하북 내에서만 이루어지겠으나 그것은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허어.”
신의는 가려운 곳을 알아서 긁어주는 팽무성을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청산유수처럼 튀어나오는구나. 이 제안들이 그 찰나에 생각해낸 것이란 말인가.’
흑상에서 별 접점 없이 신의와 헤어진 것이 아쉬운 팽무성이 뒤늦게서야 생각한 것이지만 신의가 알 리가 없었다.
‘아이도 살리고 상황이 여의치 않아 중단했던 연구도 이어갈 수 있으니 거절할 이유가 없구나.’
눈을 감은 채 일 다경 정도 고민하던 신의는 결정을 내렸다.
“내 계산으로는 최소 오 년은 팽가에 머물러야 할 것 같군. 만약 그 뒤에 팽가를 벗어나고자 하면 언제든지 보내줄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약속드리겠습니다.”
팽무성의 확답을 듣자 신의는 바로 결정을 내렸다.
“팽가로 가겠네.”
“좋은 선택입니다, 어르신.”
신의의 포권에 팽무성도 포권으로 답했다.
‘이 정도라면 나쁘지 않다.’
혼원벽력신공의 전반부로 신의의 의술과 중성단, 소성단을 매년 확보할 수 있다면 팽가에 있어서 커다란 이득이었다.
신의가 떠날 때를 언급했지만, 그 뒤에도 신의가 팽가에 남아있을 이유를 만드는 것은 이제 팽무성의 몫이었다.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어.’
현 하북팽가는 팽소혁을 주축으로 자금력을 크게 성장시켰고 금적상단의 협력과 지원으로 재원은 충분한 상황이었다.
팽무성은 이 재원을 다시 아낌없이 투자할 생각이었다.
신의의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연구를 지원하면 그 혜택은 다시 팽가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 * *
하북팽가 창호전.
팽무성은 하북팽가에 도착하고 휴식을 취하지도 않은 채 바로 회의를 소집했다.
팽무성은 직접 회의를 주관하는 팽진연의 모습을 바라봤다.
주화입마를 떨쳐내고 무공수련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팽무성은 팽진연의 무공 수위를 확인하곤 뿌듯한 얼굴로 바라봤다.
‘가주께서 이제 온전히 자리를 다잡으셨군.’
주화입마에 빠지기 전에는 남궁세가 가주와 더불어 백가회의 가주 중 제일 강했다는 소문이 거짓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신의가 데려온 아이에게 혼원벽력신공 전반부 구결을 전수하는 것으로 결정하겠다.”
“예, 가주.”
팽가의 무공을 외부인에게 전수하는 것이기에 아무리 팽무성이라도 회의를 통해 팽가의 허락이 필요했다.
혼원벽력신공의 전반부는 무리(武理)보다는 극양의 내공을 다스리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구결 전수를 통해 팽가가 얻을 잠재적인 이득이 컸기에 가솔들은 모두 찬성했다.
“소가주, 복귀하자마자 큰일을 해냈군.”
팽진연의 짧은 칭찬에 다른 가솔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은 물론이고 황궁에서도 눈독을 두는 신의가 아닌가.
우연히 만났다고는 하나 신의를 끌어들인 팽무성의 수완에 감탄할 따름이었다.
“신의는 물론이고 혼원벽력신공을 전수할 아이에게도 특히 신경 써야 합니다. 신의의 제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소가주.”
팽무성의 충고에 가솔들은 고개를 숙였다.
“오늘 귀한 손님들이 본가를 방문했으니 저녁에는 커다란 연회를 열어야겠군.”
“물론입니다, 사패에 신의라니. 밤새 연회를 즐겨야겠습니다.”
팽연후는 팽진연의 말을 받으며 팽무성을 대견하게 바라봤다.
사패라 불리며 무림에서 연달아 명성을 높인 팽무성 덕분에 하북팽가의 위상도 드높아졌다.
얼마 전에는 화산파와 사천당가에서 주화입마에서 벗어난 팽진연을 위해 영약을 선물로 보낼 정도이니
팽무성이 팽가에 끼친 영향을 알 수 있었다.
‘이대로만 간다면 오대세가의 명예를 되찾을 수도 있겠구나.’
주화입마에 빠진 가주, 몰락하는 가문, 호시탐탐 팽가를 노리는 마랑문과 진주언가.
그 사이에서 가솔들을 다독이며 홀로 팽가를 지탱했던 팽연후는 어느새 오대세가를 다시 꿈꾸는 자신을 보며 감회가 새로웠다.
‘네가 아니었다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겠지.’
팽연후는 맞은 편에 앉아있는 팽무성을 빤히 바라보았다.
* * *
대연무장에서 벌어진 하북팽가의 연회.
오랜만에 가문에 복귀한 소가주가 사패와 신의를 데려왔으니 연회의 분위기는 한층 고조되었다.
신의가 팽가에 머문다는 소식에 팽가호를 비롯한 원로들도 연회에 참여했다.
원로들과 얘기를 나누던 신의는 원로원에 머물기로 결정을 내렸다.
한편 사패는 팽가 형제들과 같은 술상에 앉아서 연회를 즐기고 있었다.
팽소혁은 고기와 술을 거리낌 없이 즐기는 무각을 보며 재미있다는 듯 입술을 비틀었다.
팽무성이 그런 팽소혁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 재정각의 부각주가 되었다던데.”
“그래, 내가 확실히 돈 버는 재주는 있거든. 금적상단의 소단주에게도 많이 배웠다.”
팽소혁의 자신만만한 얼굴을 보던 팽무성은 그 옆에서 잔잔히 웃고 있는 팽중혁을 봤다.
“대무각은 요즘 어떻습니까.”
“가솔들의 평균적인 무공 수준이 크게 늘었다. 확실히 가법을 바꾸고 새롭게 시작한 개혁이 본가에 큰 영향을 주고 있구나.”
“다행이군요. 둘째 형님과 가솔들이 전부 노력한 덕분입니다.”
이미 주기적으로 본가의 상황은 가월에게 보고받기에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이다.
하나 팽무성은 굳이 하나씩 언급해가며 형제들을 칭찬하고 북돋아 주었다.
그 모습에 가만히 듣고 있던 남궁혁이 팽가 삼형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형제가 우애가 있어 보기가 좋군. 왜인지 나는 내 누이와 사이가 너무 안 좋단 말이지.”
그에 옆에 있던 당화련이 신기한 듯 물었다.
“남궁 오라버니, 정말 모르는 거예요? 소소가 부담스럽다고 피해 다니던데?”
반대로 남궁혁은 충격받은 얼굴로 되물었다.
“아니, 뭐가 부담스럽다는 거냐?”
남궁혁이 당화련의 어깨를 잡고 흔들자 당화련은 쌍심지를 켜기 직전이었다.
“그런 건 직접 물어봐요!”
그 이유를 알고 있는 팽무성은 그저 쓴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팽무성은 한숨을 푹푹 쉬는 남궁혁의 술잔을 채워주고 자연스레 술잔을 내미는 무각의 술잔도 채워주었다.
“남궁 형님, 일단 드시지요.”
“그래, 갈 때까지 마시자고, 팽 아우.”
“으하핫, 하북의 술은 제법 뜨거운데 그래.”
연회의 밤은 자연스레 깊어지고 있었다.
* * *
진주언가 비동.
쿠웅
닫혀있던 철문이 열리며 비동 안에서 언가후가 모습을 드러냈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언사인은 언가후를 향해 예를 갖추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아버님.”
“으음.”
언가후가 고개를 끄덕이자 언사인은 조심스레 물었다.
“성취는 얻으셨습니까.”
팽대혁의 반란이 실패한 이후에 언가후는 돌연 폐관수련을 시작하여 오늘에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이라면 검존과 자웅을 겨룰 자신이 있구나.”
언가후의 말에 언사인의 얼굴이 밝아졌다.
“축하드립니다!”
축하를 하던 언사인은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틀 전에 팽무성이 하북팽가 복귀했다고 합니다.”
그 말에 언가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슬슬 끝을 볼 때가 왔는가.”
신의(神醫). (3)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