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14)
113화
“이제 다시 알려주마.”
“괜찮습니다. 다 외웠습니다.”
천음산맥을 앓고 있는 아이, 상진목은 보란 듯이 구결을 끝까지 읊었다.
한 번 들은 것으로 혼원벽력신공의 구결을 다 외워버리다니. 팽무성은 상진목의 명석한 두뇌에 혀를 내둘렀다.
‘절맥류의 질병이 있는 이는 특별한 재능을 가졌다고 들었는데, 같은 경우인가?’
팽무성은 자신을 올려다보는 상진목의 깨끗한 눈을 바라봤다.
“구결의 의미를 자세히 설명해주마.”
“예.”
반 시진에 걸쳐 구결의 의미와 운기 경로를 자세히 알려준 팽무성은 상진목의 재능에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오성은 말할 것도 없고 근골도 괜찮은 것 같은데.’
운기를 도우며 혈맥도 확인했다. 상진목은 흠잡을 곳이 없었다.
‘괜히 고수들이 재능있는 아이들을 제자로 삼으려는 것이 아니구나.’
팽무성은 상진목의 재능이 탐이 났다.
제자로 거두어서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솟아오른 것이었다.
“신의 어르신께 듣기를 고아라고 들었다.”
“예, 지금의 이름도 신의께서 지어주신 것입니다.”
“의술을 배우고 있다 하던데 어떤 것 같으냐.”
“제법 복잡하지만 버겁지는 않습니다. 다만 의술에 그다지 흥미는 생기지 않습니다.”
“흐음…”
상진목은 또래의 아이들보다 조숙한 면이 있었다. 눈치가 빠르고 언행이 차분했다.
아마도 살아오며 겪은 환경이 상진목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한번 무공을 익혀볼 테냐?”
팽무성은 오른손을 상진목을 향해 내밀었다.
빠지직
팽무성의 손에서 번쩍거리는 붉은 뇌기에 무덤덤하던 상진목의 눈빛에 생기가 돌았다.
‘이제야 좀 어린애 같네.’
팽무성은 눈을 반짝이는 상진목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본가에 너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함께 무공을 수련하고 학문을 배우는 곳이 있다. 본가에 머무는 동안 너도 다녀보겠냐?”
“그래도 될까요?”
팽무성은 상기된 상진목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진목의 경우 처음부터 배워야 하니 삼재검법과 같은 기본무공을 익히는 기초반에 들어야 할 터.
무공의 유출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만약 무공을 배우다가 흥미가 생기면 나를 찾아오거라. 너를 제자로 삼으마.”
팽무성의 제안에 상진목의 눈이 커졌다.
상진목도 이 년 동안 신의와 함께 무림을 떠돌았기에 무림의 사제지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럼 소가주님과 제가 가족이 되는 건가요?”
이때만큼은 상진목은 또래의 어린아이 같았다. 질문에 웃음을 터트린 팽무성은 상진목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가족이라… 그래, 가족이지.”
팽무성은 문득 전생에 고아였던 자신이 팽진연에게 거두어질 때를 떠올렸다.
-하북팽가. 이곳이 네가 살아갈 집이며 이 집에 사는 이들은 모두 너의 가족이다.
-가족이요?
-그래, 가족. 그러고 보니 이름을 지어야겠군. 으음.
가지 지(枝), 클 혁(奕), 거기에 성을 붙여서 팽지혁이라 부르겠다. 팽가의 큰 가지로 자라서 무림으로 뻗어 나가라는 의미다. 마음에 드느냐?
-팽지혁… 예. 마음에 듭니다. 나으리.
-나으리? 이제 가주라고 불러라.
-예. 가주님.
세상에 홀로 남겨진 고아가 가족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알았을 때의 그 기분은 지금도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것이었다.
팽무성은 상진목의 모습에게서 전생의 팽지혁이 비춰 보이는 듯했다.
머리를 쓰다듬는 손에 살짝 힘을 준 팽무성은 희미한 미소를 내비쳤다.
“새로운 가족은 언제나 환영이다.”
* * *
하북팽가 대연무장.
대연무장에는 팽영대를 제외한 모든 타격대가 팽무성의 부름을 받고 한자리에 모였다.
“소가주를 뵙습니다!”
팽무성이 대연무장에 들어서자 타격대의 쩌렁쩌렁한 울림이 대기를 뒤흔들었다.
줄지어 도열한 타격대를 하나씩 확인한 팽무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가주가 자리를 비운 팽가를 수호하느라 고생 많았다.”
팽무성은 타격대의 중앙에 있는 철호를 비롯한 팽호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본가에 최근 막대한 양의 약재와 영약이 들어온 것은 그대들도 잘 알고 있겠지.”
그 말에 몇몇이 고개를 끄덕였다.
팽무성이 사들인 약재 때문에 지금 팽가의 창고가 거의 다 채워진 상황이었다.
“그 약재들로 신의 어르신, 담영약가, 의약당의 의원들이 대량의 영약을 만드는 중이다.
타격대 전원에게 복용시키기 위함이지.”
팽무성의 말에 타격대원들의 눈이 반짝였다. 창고를 가득 채울 정도로 들어오는 약재에 기대감을 품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 모인 전원이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오오.”
“내가 영약을 먹게 되다니.”
팽무성의 말에 가솔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신의는 하북팽가의 심법에 맞춰서 팽가의 무인들이 먹어도 별 부작용이 없는 범용적인 영약을 만드는 중이었다.
신의가 포함된 덕분인지 벌써 영약의 제조법이 거의 확정되고 자잘한 약재들만 보완하는 단계였다.
“무공에 따라 영약의 기운을 감당할 수 있음이 다르기에 상중하로 등급을 매길 것이다.”
상급에 속한 가솔은 상급에 해당하는 영약을 먹게 될 것이다.
“소가주, 등급은 어떻게 매겨지는 것입니까.”
“신의께 등급의 기준을 듣고 오는 길이다. 고로 내가 직접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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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무성은 적아도를 천천히 뽑아냈다.
“대무각주에게 팽가의 전력이 전체적으로 상승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직접 확인해 보겠다.”
그 순간 대연무장의 공기가 바뀌었다.
팽무성은 실전에 나선 마냥 거칠고 위압적인 기세를 마음껏 흘렸고 이에 자극받은 타격대도 저마다 내공을 끌어올려야 했다.
“영약이 완성되는 것은 앞으로 닷새 후. 닷새 동안 타격대 전원의 실력을 세세하게 살펴주지.”
팽무성은 눈앞에 모인 가솔들을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
“팽가오호. 앞으로.”
팽무성의 호명에 철호를 비롯한 다섯 사내가 일 보 앞으로 나섰다.
팽가의 무력을 대표하는 다섯 명의 무인.
팽가오호.
팽가오호의 무공 수위를 읽어낸 팽무성은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제일 먼저 나설 자는?”
“제가 나서겠습니다.”
특유의 낮은 목소리와 함께 철호가 팽무성의 앞으로 걸어왔다.
일곱 보를 두고 멈춘 철호는 팽무성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철호, 기대해도 되겠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당찬 한 마디와 함께 철호가 먼저 선수를 챘다. 철호는 처음부터 도기를 끌어내며 전력을 다했다.
까가강
적극적인 공세의 철혈맹호도.
철호는 한 걸음의 물러섬도 없이 도에 전력을 담아 베어냈다.
팽무성은 좌측으로 베어오는 도를 쳐내고 비어버린 철호의 오른쪽 어깨를 노렸다.
팽무성에 의해 튕겨 나간 힘을 이용한 철호는 신형을 회전시켜 도를 쓸어올렸다.
막는 것이 아니라 공세를 취함으로써 적아도를 맞받아친 철호를 보며 팽무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것이 철혈맹호도지.”
이미 철혈맹호도를 대성한 팽무성이기에 철호의 성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전까지는 아직 어울리지 않은 옷을 걸친 느낌이었다면 지금의 철호는 완전히 철혈맹호도에 녹아들어 보였다.
팽무성은 오랜만에 만난 철호의 무공을 음미하듯 천천히 몰아붙였다.
‘놀랍네. 벌써 절정의 극을 넘보고 있구나.’
팽호대주로서 팽호대를 챙겨야 하느라 시간을 많이 뺏겼을 것이다. 그럼에도 철호는 눈부신 성장을 보여주고 있었다.
역시 자리를 비워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내였다. 흥이 돋은 팽무성은 기쁜 마음으로 적아도를 내질렀다.
까앙
서로의 도가 부딪치자 시원한 쇳소리가 울렸다. 한 발자국 가볍게 물러선 철호가 다시 자세를 낮추고 횡으로 도를 그었다.
팽무성의 심정을 느낀 것일까. 무표정하던 철호의 얼굴도 미세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역시 소가주이시군.”
팽가오호의 철호가 맞붙었으나 팽무성은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비무는 삼십여 합을 넘어가고 있는데 처음에는 의아해하던 가솔들도 하나둘 그 이유를 눈치챘다.
“소가주께서 계속 뭐라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요?”
“그래, 아무래도 초식을 교정해주시는 것 같다. 봐라. 방금 철호가 똑같은 초식을 펼쳤는데 살짝 다르다.”
“단순히 등급을 정하는 비무가 아니었나 봅니다.”
“설마 이 인원 모두의 무공을 교정할 생각이신 건가?”
설마가 사람 잡는 법이다.
연이어 벌어지는 팽가오호의 비무도 철호와 똑같은 양상으로 흘러가자 가솔들은 저마다 침을 삼켜냈다.
단순히 무공이 높다 하여 하수의 무공을 가르치고 교정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대주나 부대주들은 대원들을 가르치기에 그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팽무성은 쉬지 않고 가르침을 주고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가주께서는 지치지도 않는 것인가.’
팽가오호의 비무가 끝나자 팽무성은 대기하고 있던 대주들을 보며 소리쳤다.
“이제 대주들은 앞으로 나서라. 그다음은 부대주다.”
팽가오호의 비무를 직접 본 대주들은 긴장 어린 얼굴을 하고 앞으로 나섰다.
생각 이상으로 세세하게 살펴주는 것을 보고 가르침에 대한 기대도 생겼지만
소가주에게 부끄럽지 않은 실력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도 생긴 것이다.
“풍도대주. 앞으로.”
“예. 소가주.”
팽무성은 대연무장에 모여 있는 가솔들을 보며 적아도를 다잡았다.
‘이제 시작이로구나.’
가솔들의 예상대로 팽무성은 타격대 전원의 무공을 다듬어줄 생각이었다.
생각 이상으로 피로한 일이고 수고가 많이 드는 일인 것은 팽무성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투자한 시간으로 가솔들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팽무성은 어김없이 실행에 옮겼다.
‘본가는 더욱, 더더욱 강해져야 한다.’
* * *
팽무성과 타격대의 비무가 시작한 지 아흐레가 되는 날.
대연무장에는 대량조리에 사용하는 커다란 솥 세 개가 나란히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솥에서는 멀리서도 맡을 정도로 진한 약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앞에는 상(上), 중(中), 하(下)가 적힌 목판이 세워져 있어서 가솔들은 등급에 맞는 솥 앞에서 줄을 서고 있었다.
영악을 들이킨 가솔은 곧바로 대연무장의 아무 곳에 자리를 잡고 운기를 시작했다.
팽무성은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 많은 인원을 기어코 전원 살폈네. 인정이다. 팽 시주.”
“팽 아우, 닷새 동안 고생했네.”
그 말에 팽무성은 짧게 한숨을 흘렸다.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상대해도 끊이지가 않더군요.”
“그래도 가솔들의 얼굴은 밝아 보이네요. 가르침도 받고 영약도 먹고.”
당화련은 줄을 서면서 저들끼리 웃으며 떠드는 가솔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에 팽무성은 당화련을 보며 말했다.
“신의 어르신께 따로 말씀드렸으니 좀 있다가 상급의 영약을 한 사발씩 먹을 수 있을 거야.”
“와아, 정말요?”
“사패도 본가의 가솔들이랑 비무를 해준 게 수십 번인데 당연히 먹어야지.”
팽무성에게 등급을 받은 가솔들은 연무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패에게도 비무를 청했다.
마냥 팽가에서 쉬는 것도 심심했던 차였기에 사패도 비무를 즐길 수 있었다.
남궁혁은 아예 타격대의 합격진을 상대하기도 했다.
“그런데 팽 시주, 영약이라길래 단환으로 만들어질 줄 알았는데 약처럼 마시는 거네?”
“바로 먹을 것이라 굳이 단환으로 굳힐 필요가 없다고 하시던데, 약물의 형태로 만드는 것이 시간도 더 절약되고 말이야.”
“으음. 그렇군.”
무각은 사발에 영약을 한 국자씩 받아 단번에 들이키는 가솔들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빨리 자신들의 차례가 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소가주!”
앉아서 구경하고 있는 팽무성을 향해 비호각의 무인이 뛰어왔다.
다급한 목소리에 사패의 시선이 일제히 비호각 무인으로 향했다.
“긴급회의가 소집되었습니다. 창호전으로 모이라는 가주님의 명입니다.”
이에 팽무성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긴급 회의라니, 사안은?”
비호각 무인은 입술을 깨물더니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진주언가에서 문파 대전을 신청했습니다.”
문파 대전. (1)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