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15)
114화
문파 대전.
무림에 발을 넣고 있으면 예기치 못한 연유로 싸우는 경우가 있기 마련.
그러다 보면 같은 정파끼리도 싸우고 충돌하는 일이 전혀 드물지 않았다.
사파는 그저 힘의 논리에 의해 부딪치지만, 정파는 문파 간의 중대한 피해,
멸문지화를 막기 위해서 문파 대전이라는 관습이 내려오고 있었다.
문파 대전은 정파에게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었다.
사천당가와 청성파의 이권이 겹쳐서 문파 대전으로 우열을 가리기도 했고,
해남파가 점창파에 구대문파의 이름을 걸고 문파 대전을 신청하기도 했다.
정파라고 대화로만 무림의 일을 모두 해결할 수는 없기에 문파 대전은 무림맹 창설 이후에 오래 내려온 전통이기도 했다.
“진주언가의 문파 대전이라… 연유는?”
팽연후는 팽진연에게 서신을 건네주며 말했다.
“문파 대전의 명분은 무림맹이 참관하는 조율 자리에서 알리겠다 합니다.”
문파 대전이 벌어질 때는 무림맹 측에서 사람을 보내 대전을 참관하고 조율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갑작스러운 문파 대전에 창호전에 모인 가솔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오직 팽진연만이 평소와 같은 의연한 얼굴로 회의를 이어갔다.
“그렇다면 무림맹 하북지부로 가야겠군. 그 자리에는 나와 소가주가 가겠다.”
“알겠습니다. 가주.”
팽진연은 듬직하게 대답하는 팽무성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곤 가솔들을 바라봤다.
“왜 이리 분위기가 축 처져있나.”
정곡을 찌르는 말에 가솔들은 쉬이 입을 열지 못했다.
“무리도 아니지. 본가가 언가에 눌려서 지낸 세월이 제법 오래되었으니 말이야.”
팽대혁의 반란 이후에 팽가는 개혁을 통해 빠른 변화와 발전을 이루었다.
그 후로 진주언가와 접전을 벌이며 새롭게 얻은 세력권을 무사히 지켜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문파 대전이 벌어진다고 하니 염려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문파 대전이라면 지금까지와 달리 진주언가도 앞뒤 가리지 않고 전력을 다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자칫 패배하기라도 한다면 기껏 다시 일어나는 중인 팽가가 아예 몰락할지도 몰랐다.
가솔들의 부정적인 생각을 팽무성의 목소리가 단호하게 끊어냈다.
“이곳에 모인 분들이 진주언가를 두려워한다면 팽가 전체가 언가를 두려워하게 될 것입니다.”
팽무성은 각 조직의 각주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팽가는 강해졌습니다. 냉정하게 바라봅시다. 지금의 언가가 그렇게 무서운 상대인지.”
그때 누군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진주언가 자체보다는 권왕의 존재가 마음에 걸립니다.”
이에 다른 가솔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북팽가에서 권왕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팽무성 뿐이었다.
하지만 그 팽무성조차도 권왕을 이길 수 있을지 가솔들은 확신할 수 없었다.
소문은 무성했으나 결국 팽무성이 초월경의 고수에 맞서 싸운 것을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하북팽가가 진주언가를 이겨낸다고 해도 권왕이 나타난다면 아무 의미가 없었다.
팽무성은 가솔들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권왕은 내가 맡을 테니.”
힘이 실린 명확한 팽무성의 대답에 가솔들은 말없이 팽무성을 쳐다봤다.
“나는 이번 문파 대전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여기고 있습니다.
하북의 패자를 자처했던 하북팽가로 다시 돌아갈 기회.”
가솔들은 팽무성의 말에 입술을 깨물었다.
하북팽가는 단순히 하북에 위치하여 붙여진 이름이 아니었다.
전통적으로 하북에서 막강한 위세를 보이며 대를 이어 가문을 보존해왔기에 붙여진 명예였다.
가솔들이 꿈꾸는 진정한 하북팽가가 바로 그러한 것이었다.
가솔들을 능숙하게 다독이는 팽무성을 보며 팽진연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자, 다들 눈빛이 다시 살아났군. 다시 회의를 시작하지.”
팽진연의 말에 가솔들은 자세를 바로잡았다.
창호전의 분위기에는 묘한 열기가 서려 있어 회의를 진행하는 가솔들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 * *
무림맹 하북지부.
하북지부 내에 있는 대회의장에는 싸늘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하북팽가와 진주언가의 가솔들이 양측으로 갈라져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고 중간에 낀 무림맹 맹도들은 지부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뒤늦게 대회의장에 들어선 하북지부장 공손진은 회의장을 가득 채운 인원을 보고 눈을 찌푸렸다.
“복잡하군, 팽가와 언가. 두 명만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나가시오.”
이에 언가 측에서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싸늘한 공손진의 눈초리에 입을 다물었다.
팽가에는 팽진연과 팽무성이 남았고 언가에는 언사인과 장로 한 명이 남았다.
“팽가주, 오랜만에 만나는데 이런 자리에서 보는 것이라 참 아쉽소.”
“우리가 그렇게 각별한 사이도 아닌데, 각설하고 진행합시다.”
팽진연이 제대로 대꾸하지도 않고 공손진을 쳐다보자 언사인이 무릎에 내려놓았던 손을 살며시 쥐었다.
“팽가와 언가의 문파 대전에 대한 조율을 위한 자리요. 언가부터 시작하시오.”
“본가가 봉문 하는 동안 팽가가 본가의 세력권 상당수를 집어삼켰소. 그 덕분에 본가의 재정 상황이 말이 아니오.”
지난 팽대혁의 반란으로 진주언가는 봉문을 했지만, 그 이후로도 떨어진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거기에 팽가에게 빼앗긴 세력권도 탈환하지 못하니 진주언가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무림 문파의 이권 다툼이 하루 이틀이오? 게다가 언가에서 빼앗겼다고 주장하는 세력권은 본래 팽가의 것이었소.”
팽진연의 반박에 언사인은 팔짱을 꼈다.
“그뿐만이 아니오. 팽가의 반란에 대해서 본가는 직접적으로 관여한 적이 없소.
그럼에도 가솔을 단속하지 못한 것에 책임을 지고 봉문을 했지.
그러나 팽가는 여전히 본가가 원흉이라 주장하고 있으니 이는 진주언가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이나 다름없소.”
아직도 책임을 회피하고 되려 하북팽가의 잘못이라 주장하는 언사인의 뻔뻔한 작태에 팽진연과 팽무성의 눈에서 한기가 흘렀다.
언사인은 공손진을 보며 못을 박듯이 말했다.
“무림은 결국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곳. 진주언가는 무력으로 그동안 당했던 불합리한 모욕과 손해를 씻어낼 것이오.”
“흠…”
공손진은 언사인의 주장이 마땅치는 않았으나 중립을 지켜야 하는 처지기에 섣불리 말을 꺼내지 않았다.
“팽가의 입장은 어떻소?”
“본가 역시 이번 일에 부끄러움이 없소. 문파 대전을 피할 생각이 없소이다.”
팽진연의 말에 언사인이 비틀린 미소를 보였다. 하북팽가가 이리 쉽게 문파 대전을 수락하니 들일 노력이 줄어든 탓이었다.
‘이번 건은 별수 없이 진행해야겠구나.’
두 가문의 팽팽한 입장에 공손진은 골머리를 앓았다.
“언가주, 그럼 문파 대전은 비무전으로 진행하는 거요?”
“아니오. 비무전이 아닌 총력전으로 할 생각이오.”
이를 이미 예상한 팽가 측은 무덤덤했지만 공손진을 비롯한 무림맹 측은 깜짝 놀랐다.
문파 대전은 두 가지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비무전은 각 문파마다 문주를 비롯한 열 명의 고수를 뽑아 비무를 하여 승부를 내는 것이었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문파 대전에서 제일 많이 이용되는 방식이었다.
총력전은 단어 그대로 문파의 전력을 그대로 부딪치는 것이었다.
정해진 기한이 있고 한 문파의 피해가 극심하다 싶으면 무림맹이 나서서 중단시켰다.
그렇다고 한들 총력전은 거의 문파 간의 전쟁이나 다름없어 무림맹의 긴 역사에도 총력전을 한 사례는 드물었다.
여태 무표정을 고수했던 공손진이 차가운 얼굴로 언사인을 쳐다봤다.
“언가주. 지금 본 맹에서는 언제 마교가 발호할지 모르는 상황에 제 살을 깎아 먹는
문파 대전을 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소. 그런데 총력전이라니?”
“무림맹은 그저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일 뿐. 선택을 강요할 입장은 아닌 것으로 아는데.”
“언가주, 이 사안은 맹주께서도 중히 여기고 있소.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오. 마교와의 전쟁이 우선이 아니겠소.”
무림맹주를 들먹이는 공손진에 언사인은 코웃음을 치며 반격했다.
“본가의 태상가주께서도 이번 문파 대전을 중히 여기고 있소. 이번만큼은 물러설 곳이 없군. 아쉽게 되었소이다.”
대놓고 무림맹주를 무시하는 언사인의 작태에 공손진의 뒤에 있던 무림맹 맹도들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언사인은 그러거나 말거나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무림맹은 중립의 입장이니 크게 관여할 수 없었다.
그때, 회의 내내 잠자코 듣고 있던 팽무성이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합시다. 두 가문의 감정의 골이 깊으니 시원하게 총력전으로 끝을 보는 게 낫겠습니다.”
“소가주!”
이에 공손진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믿었던 팽무성마저 총력전을 주장하자 공손진은 급히 말리려 했다.
[걱정 마십시오. 지부장의 걱정대로 두 문파가 커다란 피해를 입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자네, 대체 무슨 생각인가.] [저들은 무림의 안정보다 가문의 명예와 이득을 더 중시합니다. 설득은 불가능합니다.]공손진도 하북지부장으로서 진주언가라는 가문의 색채를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 한들 팽무성의 말을 쉽게 납득 할 수는 없었다.
[문파 대전은 하루면 끝날 것입니다. 믿고 맡겨주시지요. 지부장과 맹주를 실망시키는 일은 없을 겁니다.]자신만만한 팽무성의 전음에 공손진은 순간 머리가 굳어졌다.
비무전도 아닌 총력전을 어떻게 단 하루 만에 끝낸단 말인가.
잠시의 고민 끝에 공손진의 전음이 팽무성에게 들려왔다.
[약조할 수 있겠는가.] [예.]공손진과 눈빛을 교환한 팽무성은 언사인을 향해 제시했다.
“문파 대전에서 언가가 승리했을 시 팽가의 공식 사과와 세력권의 반환, 배상금까지 여러 가지를 준비하셨더군요.”
“물론일세. 그러기 위한 문파 대전이니.”
“그래서 팽가도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읽어보시지요.”
팽무성은 무림맹 맹도의 손을 빌려서 공손진과 언사인에게 서류를 한 장씩 전달했다.
서류를 읽던 공손진은 침음을 흘렸고 언사인은 눈을 부릅뜬 채 팽무성을 노려봤다.
“네놈…”
팽가에서 문파 대전의 승리 시 요구하는 항목은 언가와 비슷했다.
언가가 현재 보유한 세력권의 일부를 양도하는 것과 언가가 팽가에 요구한 것과 똑같은 금액의 배상금 지급.
하지만 다른 두 가지가 달랐으니.
“일단 승패에 상관없이 두 세가는 전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겁니다.
문파 대전의 피해를 핑계로 전쟁을 돕지 않는 부끄러운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전생의 진주언가는 정마대전에서 몸을 사리기에 급급했다.
최소한의 병력만 지원했고 마왕이 무림을 불태울 때 권왕은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전생과 같은 일은 팽무성이 용납할 수 없기에 집어놓은 조항이었다.
“그리고 이번 문파 대전에서 팽가가 승리할 시에 저번 문파 대전에서 빼앗겼던 오대세가의 자리를 다시 가져가겠습니다.”
하북팽가가 진주언가에게 오대세가의 자리를 빼앗긴 결정적인 이유도 비무전으로 진행된 문파 대전에서 패배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선봉으로 나선 언가후의 존재로 하북팽가는 십전 십패라는 치욕적인 패배를 안고 오대세가의 이름을 언가에게 넘겨주어야 했다.
팽무성은 똑같은 방식으로 다시 하북팽가의 명예를 되찾을 생각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팽무성의 제안에 언사인은 이를 빠드득 갈 뿐이었다.
“설마 두려운 것은 아니겠지요. 그 권왕이 있는 진주언가가 말입니다.”
팽무성은 언사인과 언가의 장로를 보며 어금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문파 대전. (2)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