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16)
115화
하북팽가는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칠 주야 뒤에 시작되는 문파 대전.
진주언가는 결국 하북팽가가 내건 조항을 수락했고 이번 문파 대전은 진주언가가 노렸던 것보다 더욱 큰 무대가 되었다.
어쩌면 오대세가의 한 자리가 바뀔 수 있는 커다란 사건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이 소식에 하북으로 향하고 있는 무림인의 수가 상당하다는 정보도 들려왔다.
문파 대전은 무림맹의 참관인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팽 아우, 이번에는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게 없군.”
“문파 대전이니 어쩔 수 없지요. 사패는 여유롭게 구경하면 될 것입니다.”
“총력전의 첫 시작은 화북평야에서 열린다면서요?”
당화련의 질문에 팽무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북성 남쪽에 넓게 펼쳐진 화북평야는 팽가와 언가 사이에 끼어있어 두 가문이 만나기도 좋고 대규모 병력이 맞붙기에도 알맞은 장소였다.
“팽 아우, 팽가가 알아서 잘하고 있겠지만 조심하게. 총력전인 만큼 화북평야에만 전장이 국한되지는 않으니.”
일단 화북평야에 두 가문의 타격대가 모이지만 화북평야 안에서만 주야장천 싸우는 것은 아니었다.
온갖 전략을 구사할 수 있기에 비어 있는 세가를 노리는 별동대를 따로 움직일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두 세가는 화북평야에 모든 전력을 집중하는 것이 아닌 갖가지 상황을 예측하여 타격대를 배치해야만 했다.
남궁혁의 걱정에 팽무성은 웃으며 충고를 받아들였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후방을 공고하게 만드는 중입니다.”
정보를 책임지는 비호각은 팽가와 화북평야 사이의 정보망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고 있었다.
문파 대전이 진행되는 동안 어떤 장소에서 상황이 일어나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말이다.
정체를 숨긴 가월이 바쁘게 움직이며 비호각주를 돕고 있었다.
‘단 하루지만 언가도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철저하게 대비해야겠지.’
언가가 문파 대전의 기한을 어느 정도로 예상하고 준비하는지 몰랐지만,
팽가가 문파 대전을 단 하루로 계획하고 있는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할 터였다.
“남궁 형님, 저는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그래, 팽호대는 우리에게 맡기게.”
팽무성은 남은 기간 오호동에 들어가 권왕과의 일전을 대비할 생각이었다.
팽무성은 그동안 사패에게 팽호대의 훈련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다.
초절정 고수와 일대일로 비무 할 수 있는 경험은 흔치 않은 기회였다.
“여기는 걱정하지 마시고 수련에 힘쓰세요. 팽 오라버니.”
“그래, 팽 시주.”
든든한 사패의 장담에 팽무성도 걱정 없이 대무각을 나섰다.
* * *
오랜만에 오호동에 들어선 팽무성은 가볍게 오호단문도를 펼치곤 지양온석 위에 가부좌를 틀었다.
엉덩이를 타고 올라오는 지양온석의 온기를 느끼며 팽무성은 소매에 손을 넣었다.
팽무성의 손에는 두 개의 반합이 들려있었는데 각기 중성단과 태양단이 들어있었다.
중성단(中星丹)은 진주언가와 문파 대전이 벌어진다는 소식에 신의가 건네준 것이었다.
신의도 이번 문파 대전의 향방이 팽무성과 권왕에게 달려 있음을 알고 있었다.
태양단은 저번 폐관 수련 때 먹지 못한 것이었다. 그때는 적영단과 염초단으로 충분하여 태양단까지 복용할 필요를 못 느꼈다.
‘중성단과 태양단을 복용하면 혼원벽력신공이 구성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폐관 수련을 끝냈을 무렵 당시에는 팔성에 머물렀던 혼원벽력신공이 지금은 어느새 구성을 넘보고 있었다.
깨달음은 충분했으나 단전의 양기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 때문에 구성에 오르지 못했기에 팽무성은 지금이 태양단을 복용할 적기로 판단했다.
혼원벽력신공은 십성이 극성이니 성취가 구성에 도달한다면 마지막 한 단계만 남겨 두는 셈이었다.
팽무성은 먼저 중성단을 복용했다.
‘으음.’
예전에 언가에서 먹은 소성단도 그렇지만 중성단도 쓴맛이 엄청났다. 혀를 비롯한 입안 전체에 바늘이 찔러오는 느낌이었다.
목을 타고 내려오는 중성단의 약기에 팽무성은 본격적으로 내공을 운기를 시작했다.
중성단의 약기는 음양이 조화를 이루고 별다른 특색도 없어서 어떤 심법에도 조화롭게 녹아들 수 있었다.
색으로 따지자면 무색(無色)이라고 할까.
팽무성은 혼원벽력신공의 구결을 읊으며 소주천으로 운기를 시작하여 중성단의 약기를 단전에 모은 다음,
대주천을 시작하여 중성단의 내공을 갈무리하기 시작했다.
혼원벽력신공에 따라 중성단의 약기가 점점 양(陽)의 성질이 강해졌다.
무색의 약기가 혼원벽력신공의 내공과 같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조화를 이뤘던 기운을 변모시킨 것이기에 중성단의 약기를 온전히 얻을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정순한 양기를 상당 부분 얻을 수 있었다.
‘기대 이상으로 양기를 얻었구나.’
혼원벽력신공은 극양의 내공을 다루는 심법인 만큼 양기의 영약을 먹지 않을 때는 영약을 온전히 소화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중성단을 입에 넣으면서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양기를 얻을 수 있었다.
중성단의 정순함도 대단하지만 역시 지양온석 위에서 운기를 한 영향도 큰 것 같았다.
“후우.”
팽무성은 숨을 깊게 내뱉어 호흡을 가다듬곤 이어서 태양단을 복용했다.
목울대가 꿈틀거리자 태양단의 약기가 목을 타고 쏟아져 내렸다.
마치 불덩이를 삼킨 느낌이 들 정도로 막강한 양기였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혈맥으로 밀고 들어오는 태양단의 약기가 대단했다.
대환단을 제외하면 지금껏 먹은 어떤 영약도 태양단에 비할 수는 없었다.
태양단이 혼원벽력신공에 맞춰서 만들어진 영약임을 생각하면 팽무성에게는 대환단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신나게 날뛰는구나.’
팽무성의 혈맥을 거침없이 내달리는 태양단의 약기에 팽무성도 내공을 끌어올렸다.
극양의 성질을 가진 탓인지 중성단의 약기에 비해서 거칠고 요란하게 전신 혈맥을 질주하고 있었다.
쿵
내공과 약기가 충돌하자 혈맥을 뚫을 때나 느꼈던 충격이 팽무성의 골로 밀려왔다.
중성단이 그저 강이 흐르듯 자연스레 팽무성의 단전에 흡수되었다면 태양단은 용암처럼 솟구치며,
도리어 혼원벽력신공의 내공을 밀어내려 했다.
그러나 팽무성의 내공은 이미 무림에서도 수위에 드는 수준. 태양단이 우위를 넘보기에는 한참 수준을 벗어났다.
단전뿐만 아니라 전신 혈맥에서 노도처럼 밀어붙이는 내공에 태양단의 약기는 서서히 힘을 잃고 내공에 흡수되었다.
혼원벽력신공의 운기 행로를 따라 혈맥을 돌던 태양단의 약기는 단전으로 남김없이 갈무리되었다.
우우웅
역대 소가주들은 처음 태양단을 먹었을 때 약기를 절반도 수용하지 못했다.
전신에 퍼진 약기를 시간을 들여 천천히 태양단의 약기를 단전에 받아들이는 게 일반적이다.
태양단을 받아들일 무공과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허나 팽무성은 단 한 번에 태양단의 약기를 남김없이 흡수할 수 있었다.
그 덕분일까. 팽무성의 단전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운기를 하던 팽무성도 깜짝 놀라서 단전을 관조했다.
‘단전이 커졌다.’
초월경을 밟은 이후로 팽무성은 단전에서 벗어나 온몸으로 자연지기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팽무성의 전신이 단전화 된 셈이었다.
그 이후로 단전의 성장이 더는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이번에 단전이 다시 한번 성장을 이루었다.
팽무성도 이를 예상하지는 못했기에 단전을 조심스레 살폈다.
이전보다 크기가 사할 정도 커졌고, 내공의 양이 조금 줄어들었으나 양기의 정순함은 더욱 높아졌다.
‘여기서 더욱 내공의 질을 높일 수 있었구나.’
아직도 성장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음을 느낀 팽무성은 끝을 모르는 무의 깊이를 다시금 확인했다.
운기를 마치고 눈을 뜬 팽무성은 입꼬리를 올렸다.
“드디어…”
혼원벽력신공의 성취가 구성에 도달했다.
태양단을 복용하고 혼원벽력신공의 성취가 오른 것이 단전에 영향을 끼친 것 같았다.
“환골탈태는 아직 멀었나.”
환골탈태(換骨奪胎)
내공과 깨달음이 높은 경지에 달한 고수에게 일어나는 현상.
깨달음과 내공, 익힌 무공에 따라서 육체가 이를 감당할 수 있도록 변화한다.
혼원벽력신공이 구성에 달하면 내심 환골탈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했던 팽무성이었다.
전신을 감도는 극양의 내공에 아쉬움을 털어낸 팽무성은 몸을 일으켰다.
오호동의 지하로 내려간 팽무성은 적아도를 뽑아 허공을 겨누었다.
그 앞에는 팽무성이 떠올린 가상의 권왕이 팽무성을 노려보고 있었다.
진각을 밟으며 쏘아진 팽무성은 그대로 권왕의 목을 사선으로 베어냈고
권왕은 왼쪽 장심으로 적아도를 받아내며 우권으로 팽무성의 옆구리를 노렸다.
콰앙
팽무성이 직접 느꼈던 권왕의 기세.
언태균을 통해서 보았던 귀류음영권과 추사영보.
이를 바탕으로 팽무성은 자신이 만들어낸 권왕과 맞붙기 시작했다.
* * *
하북 남쪽의 화북평야.
일단 평야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워낙 넓은 탓에 평지만 쭉 펼쳐지는 것은 아니었다.
중간중간에 적당한 높이로 솟아오른 작은 언덕들이 있었는데 그 위에는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이 언덕 위라면 팽가와 언가의 문파 대전을 한눈에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곧 시작이로구나.”
“아, 당가의 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떨리죠?”
“그래? 왜 그러는 걸려나?”
무각의 능글맞은 목소리에 당화련은 도끼눈을 뜨고 무각을 노려봤다.
이에 무각은 모른 척한 채 눈을 감으며 불호를 외웠다.
사패가 올라선 언덕에는 주로 하북팽가와 관련된 이들이 모여 있었다.
금적상단의 금원일과 금용만도 있었고 팽중혁과 팽소혁의 외가인 담영약가와 은하상단의 가주와 단주도 자리하고 있었다.
“상단주. 어찌 보십니까?”
담영약가주가 옆에 서 있는 노인, 은하상단주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음… 상인의 시선으로 봤을 때 하북팽가는 휘청이던 옛날과 많이 달라졌소. 하지만 단시간에 언가를 따라잡았을지는 의문이오.”
“역시 그렇군요.”
은하상단주는 상인답게 객관적인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다.
“듣자하니 흑상에서는 문파 대전의 승패를 두고 거대한 규모의 도박판이 벌어졌다 하더이다.”
“이런 기회를 놓칠 흑상이 아니지요.”
“거기에 은하상단 여유자금의 삼 할을 팽가에 걸었소.”
“예? 정말이십니까?”
담영약가주는 정말 놀라워했다.
은하상단주는 워낙 보수적이라 이런 불확실한 도박판에 끼어들 사람이 아니었다.
“흑상에서 우연히 저 사내를 만났는데 팽가에 어마어마한 액수를 걸더군. 그래서 나도 저 사내를 따라서 한번 걸어봤소.”
은하상단주의 시선을 따라 담영약가주가 고개를 틀자 그 끝에 보이는 것은 젊은 사내였다.
담영약가주는 그 사내를 잘 알고 있었다.
“금왕, 금용만.”
“저 젊은 나이에 금왕이라 불리는 사내가 팽가에 확신을 두었다면 우리가 모르는 이유가 있을 터.”
은하상단주는 느긋하게 말하며 뒷짐을 지고 있었지만, 손에서는 진땀이 나고 있었다.
금왕을 따라 돈을 걸었지만, 사실은 팽가의 승리를 기원하는 목적이 더욱 컸다.
철부지 같던 손주가 이제야 자리를 잡고 한 사람의 몫을 하는데 팽가가 무너지는 것을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팽소혁을 떠올리던 은하상단주는 결국 눈을 찔끔 감았다.
팽가의 승리를 간절히 기도하는 이가 있지만, 단순히 흥미와 재미를 위해 문파 대전의 개전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느 쪽이 이기려나.”
“간만에 재밌는 구경을 하겠군.”
이 언덕 외에도 각지에서 모인 무림인들이 각자 언덕을 차지하고 문파 대전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언가후, 그 욕심 많은 놈이 기어코 판을 벌렸구나.’
수많은 무림인 사이에는 검선도 섞여 있었다.
평소처럼 마음 가는 대로 무림을 주유하던 검선은 문파 대전의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
‘아무래도 그 아이와 언가후가 맞붙게 되겠지.’
검선은 문파 대전 그 자체보다는 기억에 오래 남는 후배인 팽무성이 걱정이 되어 걸음을 옮긴 것이었다.
언가후의 성정을 잘 알고 있는 검선은 이 기회를 이용해 언가후가 팽무성을 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언가후가 검선의 예상대로 추태를 부린다면 문파 대전에 난입했다는 오명을 뒤집어쓰더라도 막을 생각이었다.
검선에게는 허울뿐인 명예보다는 미래가 기대되는 후배를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언가후. 부디 최소한의 선은 지켜라. 내가 나설 일이 없도록.’
검선이 근심 어린 눈으로 드넓은 평야를 바라볼 때, 같은 언덕에 있던 무림인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아. 저기 온다.”
“이야. 두 세가 모두 기세가 만만치 않은데.”
약속이나 한 듯 북쪽과 남쪽에서 팽가와 언가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붉은 깃발에 그려진 용맹한 호랑이.
팽가를 상징하는 거대한 깃발이 펄럭이며 팽진연을 필두로 팽가의 타격대가 위용을 뽐내며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문파 대전. (3)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