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18)
117화
팽영대주의 도가 한 호흡에 열두 번이나 번쩍였다. 눈으로 쉽게 따라가지 못할 속도였으나 암권대도 만만치 않았다.
절반 이상이 도초에 반응하여 막거나 피해냈다.
하지만 암권대가 펼치던 진형은 흐트러졌고 팽영대주는 다시금 연환탈백도의 절초를 펼쳐냈다.
촤자자작
“가주!”
길을 열어낸 팽영대주가 소리치자 팽진연이 그 사이로 몸을 날렸다.
암권대의 어깨와 머리를 밟고 치솟은 팽진연은 언가 진영 깊숙이 들어갔다.
다른 무인들이 팽진연을 제지하려 했지만 팽진연이 펼치는 산왕군림보에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팽진연은 자신을 노리는 언가 무인의 주먹을 피해내곤 도약해서 언사인을 향해 도를 휘둘렀다.
팽진연이 수직으로 도기를 날리자 언사인이 앉아있던 구조물이 절반으로 쩍 갈라졌다.
“감히!”
몸을 날려 도기를 피해낸 언사인은 몸을 뒤집으며 팽진연을 향해 권풍을 질러냈다.
팽진연이 권풍을 막는 사이에 땅에 착지한 언사인은 팽진연을 죽일 듯 노려봤다.
“팽진연. 무슨 생각으로 여기까지 온 거지?”
“소가주가 문파 대전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데 가주가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언사인은 시선을 살짝 틀어 팽가 진영을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그 건방진 놈이 보이지 않는군.’
모습을 보이지 않는 팽무성이 신경 쓰였으나 언사인은 다시 팽진연에게 집중했다.
팽진연이 내뿜는 기세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탓이었다.
“너희는 전방에서 몰려오는 팽가에 집중해라.”
“존명.”
언사인은 주위를 둘러싼 언가 무인을 물리고는 천천히 거리를 좁혔다.
“주화입마에 빠진지 오래되기는 했나 보군. 아직도 상황 파악 못 하는 걸 보니.”
한걸음에 거리를 좁힌 언사인은 기습적으로 귀류음영권의 일권을 내질렀다.
추사영보에 귀류음영권의 투로가 겹쳐지니 언사인의 주먹은 희미해져 제대로 보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팽진연은 정확히 주먹을 쳐내며 진각을 밟아 언사인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콰릉
팽진연의 도에서 뇌명이 일었다.
이윽고 수십 갈래로 분화한 도격이 언사인을 덮쳤다.
도기가 비가 오듯 쏟아지기에 언사인은 일일이 주먹을 휘둘러 받아내야만 했다.
그 현란한 변화에 주먹을 빠르게 털어낸 언사인은 잠시 거리를 벌리며 물었다.
“이게 그 유명한 오호단문도인가?”
팽무성이 펼치는 팽가의 새로운 도법.
오호단문도에 대해서는 언사인도 당연히 알고 경계하고 있었다.
그러나 팽진연은 고개를 저었다.
“벽력도법이다.”
오호동에 남겨진 혼원벽력도의 도흔으로 팽무성이 새롭게 정리한 도법.
완성된 도법은 아니었으나 팽진연은 오호단문도가 아닌 벽력도법을 선택했다.
팽진연은 평생을 혼원벽력도에 매달려온 사내. 주화입마에 빠졌을 때도 혼원벽력도에 대한 고뇌를 멈춘 적이 없었다.
팽진연은 평생을 이어온 혼원벽력도에 대한 노력과 심득을 불안정한 벽력도법에 집대성하기로 결정 내렸다.
“벽력도법이라… 별 볼 일 없을 것 같군.”
이번에도 언사인이 흐릿한 신형을 선보이며 선수 쳤고 팽진연은 차분히 도를 휘둘렀다.
콰앙
콰르릉
언사인은 팽진연의 주위를 돌며 주먹과 권풍을 연달아 쏟아냈다.
팽진연은 어깨로 쇄도하는 권풍을 갈라내고 도를 사선으로 길게 베어냈다.
그러자 여러 방향으로 뻗는 도기가 뭉텅이로 쏘아지며 언사인을 포함한 그 주변을 동시에 강타했다.
간신히 피해낸 언사인의 앞으로 다시금 벼락같은 도격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에 언사인은 이를 악물며 주먹을 힘껏 뻗어냈다.
언사인이 권풍을 거칠게 쏟아냈지만, 팽진연은 끈질기게 밀어붙였다.
콰르릉
다시 한번 눈을 어지럽히는 벽력도법의 도초에 언사인은 쌍장을 교차하여 장력을 크게 방출했다.
‘생각보다 까다롭군.’
처음 듣는 도법이기에 얕보았는데 직접 상대해보니 생각보다 깊이가 있었다.
반쪽짜리였던 혼원벽력도가 완전히 복원되었다면 지금의 벽력도법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술이라도 부린 건가? 주화입마에 그렇게 길게 빠져있던 놈이 어찌 나와 동수를 이루는 거냐.”
좌장으로 주먹을 받아내던 팽진연이 가소로운 눈으로 언사인을 바라봤다.
“언사인, 잊은 건가? 내가 너보다 십 년은 더 빨리 초절정에 올랐다는 것을. 주화입마로 격차가 좁혀졌을 뿐, 네가 내 위에 있던 적은 없다.”
팽진연의 신랄한 비판에 언사인의 얼굴이 붉게 익어버렸다.
“언제 적 이야기를… 닥쳐라!”
콰아아앙
내공을 잔뜩 끌어낸 언사인이 펼치는 귀류음영권의 절초.
팽진연은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맞섰다.
팽무성이 자리를 비운 하북팽가에서 가장 오랜 시간 도를 잡은 것은 누구일까.
오호(五虎)에서 이호(二虎)로 팽가오호의 서열이 오른 철호도 아니었고,
대무각주로서 수많은 도법을 직접 수련하며 밤새 연구하던 팽중혁도 아니었다.
팽가의 그 누구보다 무공에 매달린 것은 바로 주화입마를 이겨낸 팽진연이었다.
중요사안이 아니면 팽연후에게 집무를 맡긴 채 팽진연은 무공 복구에 전념했다.
하루에 한 시진을 자며 남은 시간을 모두 벽력도법의 완성과 육체 단련에 악착같이 매달렸다.
조금이라도 전성기의 무공을 회복하기 위해서.
언제까지 팽무성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내가 하북팽가의 가주이거늘.’
팽진연은 하북팽가의 가주.
가문을 지탱하는 기둥.
의지할 수는 있어도 의존할 수는 없었다.
팽진연은 팽무성이 팽가를 걱정하지 않고 무림에 나가 마음껏 뜻을 펼칠 수 있도록 가주로서의 임무를 다할 생각이었다.
콰르르릉
팽진연의 도극에서 솟구친 거대한 도기.
벼락처럼 내려친 도기는 언사인의 주먹을 갈라놓았다.
* * *
콰르르릉
언가 진영 한가운데에서 솟구친 붉은 도기. 팽가 무인들은 저 도기의 주인이 팽진연임을 직감했다.
주화입마를 떨쳐냈지만 팽진연이 얼마나 무공을 회복했는지 팽가 가솔들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다.
‘역시 하북팽가의 가주시다.’
굳은 얼굴이지만 속으로 기뻐하던 백호대주는 도를 높이 들며 소리쳤다.
“가주께서도 분전하고 계신다. 백호대!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라!”
백호대는 일일이 대답하지는 못했지만, 도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백호대는 팽호대를 도우려다가 귀령대라는 처음 듣는 타격대와 마주했다.
귀령대의 수준은 그동안 상대했던 언가의 타격대 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했다.
그 탓에 백호대도 쉽사리 귀령대를 뚫지 못하고 고전하는 중이었다.
‘미세하지만 귀령대의 수준이 살짝 더 높다.’
하지만 백호대주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었다.
무공뿐만 아니라 지략에도 뛰어난 백호대주는 전체적인 전황을 눈에 담으며 상대의 목덜미를 뜯을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잘 버티고 있다. 일전에 먹은 영약 덕분인가?’
백호대주의 예상대로 백호대원들은 영약을 먹은 체감을 확실히 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슬슬 숨이 차야 하는데.’
‘절초를 세 번이나 펼쳤는데 아직도 내공이 충분하군.’
백호대의 전투를 지켜보던 백호대주는 도를 뽑더니 앞으로 뛰쳐나왔다.
그러자 백호대주를 견제하고 있던 귀령대주도 몸을 날렸다.
“그 무거운 엉덩이를 이제야 움직이시는군.”
“귀령이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데, 언가의 비밀전력 비슷한 건가?”
대주들은 서로 할 말을 뱉더니 각자 주먹과 도를 뻗어내며 살초를 교환했다.
콰자작
백호대주가 허리를 노리며 길게 도기를 뿜어내고 귀령대주의 주먹은 백호대주의 미간으로 곧장 쇄도했다.
대주들이 부딪치고 백호대와 귀령대의 전투가 더욱 격렬해졌다.
채채챙
“크악!”
평야의 곳곳에서 쇳소리와 비명이 끊이질 않았다.
전투가 길어지며 백호대뿐만 아니라 팽가의 가솔들은 차례대로 영약의 효능을 실감하는 중이었다.
특히 한 줌의 내공 차이로 생사가 갈린 가솔들은 팽무성의 얼굴을 떠올리며 감사했다.
“소가주가 가솔들 목숨 여럿을 살리셨군.”
“월봉을 모아서 영약을 먹어야 하나.”
“저기 또 온다.”
잠시 얘기를 나누며 호흡을 고르던 두 무인은 다시 도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 * *
정오에 시작했던 문파 대전 첫날의 해가 저물고 달이 뜬지 한참이 지났을 무렵.
기척을 감추고 은밀하게 하북팽가에 접근하는 무리가 있었다.
진주언가의 기영대. 정면에서의 전투보다는 후방에서 활약하는 타격대였다.
언가는 당연하게도 화북평야뿐만 아니라 팽가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줄 병력을 배치했다.
그 병력이 바로 기영대였다.
팽가의 경계체계를 미리 입수한 기영대는 수월하게 담장을 넘어 팽가의 안으로 진입했다.
기영대주는 흩어지기에 앞서 작전 내용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일조는 장서각. 이조는 재정각의 창고. 삼조는 교란 및 지원이다. 질문 있나?”
기영대의 적은 인원으로 팽가 내에서 전투를 벌일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이 전력으로는 유의미한 피해를 주기도 힘들었다.
기영대의 임무는 기름과 염탄을 이용한 화재로 팽가의 주요 시설을 불태우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 기영대원은 허리에 기름통과 부싯돌을 조장들은 염탄을 두 개씩 소지하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짧은 시간에 큰불을 충분히 일으킬 수 있었다.
“질문. 임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발각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를 시작으로 기영대가 숨어있던 담장 그늘의 주변에 횃불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싼 팽가 무인들을 보며 기영대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이럴 수가, 설마 시간 계산을 잘못 한 건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지금은 팽가의 경계에 아주 잠깐의 공백이 생기는 때였다.
“아니, 계산은 정확했다. 그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만났으니까.”
기영대주와 말하고 있는 젊은 사내.
인피면구와 분장으로 정체를 감춘 가월이었다.
가월은 위장 정보를 일부러 흘려서 언가의 병력이 야밤에 습격할 때를 유도했다.
그리고 기영대는 보란 듯이 걸려들었다.
‘정말 대단하군. 후기지수인데 이리 정보를 잘 다루다니. 어느 문파 출신일까.’
가월의 옆에 있던 비호각주는 손쉽게 기영대를 함정에 빠트린 가월을 보며 감탄했다.
팽무성의 추천에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지금은 가월을 철석같이 믿는 비호각주였다.
“각주님.”
“아. 알겠네.”
가월의 눈짓에 비호각주는 곧바로 포박 명령을 내렸다.
도망칠 틈도 없이 팽가의 무인들이 매복해 있었기에 기영대는 별 반항도 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
가월은 기영대에게서 압수한 기름통과 염탄을 보더니 고개를 들어 달의 위치를 확인했다.
‘지금 시간이라면 소가주님도 도착하셨겠네.’
인피면구 아래에 가려진 가월의 얼굴은 걱정 때문인지 어두운 그늘이 처져있었다.
가월이 달을 보고 있을 그 시각.
팽무성은 홀로 밤길을 걷고 있었다.
‘첫날의 전투는 잘 치렀겠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팽무성은 팽가가 우세를 잡았을 것이라 확신했다.
직접 타격대 전원과 도를 맞댄 팽무성이기에 알 수 있었다.
설사 팽무성의 예상이 빗나가 열세에 처해도 무력하게 밀리지는 않았을 것이기에 팽무성은 걱정 없이 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밤에 보니까 느낌이 새롭네.”
저 멀리 보이는 커다란 대문.
대문의 위에는 진주언가라는 현판이 걸려있었다.
문파 대전. (5)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