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20)
119화
천귀음류권(擅鬼陰流拳).
폐관수련 중에 얻은 깨달음을 기반으로 진주언가의 무공을 집대성하여 언가후가 말년에 창안한 무공.
언가후가 평생 넘볼 수 없었던 검존과 결판 지을 생각을 하게 만든 자신감의 원천이었다.
콰르르릉
뇌명이 터지고 허공에 뇌기가 튀겼다.
주먹을 쳐내던 팽무성은 문득 눈가를 좁히더니 적아도의 궤적을 바꾸었다.
퍼엉
아무것도 없던 좌측의 공간을 베어내자 적아도가 무엇인가를 베어냈다.
“음흉한 무공이군.”
팽무성의 짧은 평에 언가후가 콧방귀를 뀌었다.
방금 적아도가 베어낸 것은 권풍.
무슨 수를 쓴 것인지 눈은 물론이고 기감으로도 식별하기가 어려웠다.
거기에 귀류음영권처럼 궤도가 예상하기 힘든 곳에서 날아오고 있었다.
“마치 귀신을 상대하는 것 같지 않은가.”
쏘아지는 권풍 사이로 울리는 목소리에서 언가후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팽무성의 지척에 도달한 언가후는 입꼬리를 올리며 정권을 내질렀다.
흉흉한 기세를 품은 주먹은 팽무성의 가슴을 짓뭉개려 들었다.
팽무성은 정확히 그 주먹을 노리고 수직으로 베어냈다.
쩌엉
맞붙은 주먹과 도는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언가후가 내공으로 도를 착(着)의 묘리로 잡아 놓았기 때문이었다.
언가후는 주먹에 도를 붙인 채 팔꿈치를 회전시켜 도를 옆으로 치워냈다.
그렇게 팽무성의 가슴이 비자 언가후는 곧장 권기를 뿜어냈다.
한편 팽무성은 내공을 끌어올려 주먹에서 적아도를 떼어내곤 그대로 사선으로 올려쳤다.
권기를 베어낸 적아도가 다시 아래로 베어지며 반월형의 도기를 분출했다.
“흡!”
워낙 거리가 가까운지라 제대로 반격할 틈이 없었다.
언가후는 미간을 좁히더니 허리와 무릎을 뒤로 굽혀 몸을 접었다.
솨앙
아슬아슬하게 언가후가 피해낸 도기는 그대로 쭉 날아가 정면에 있던 전각의 한 귀퉁이를 그대로 갈라냈다.
쿠웅
팽무성이 걸음을 옮기며 시작된 산왕군림보의 압력. 도기를 피하느라 자세가 불안정했기에 언가후의 몸이 잠시 휘청였다.
팽무성은 언가후가 자세를 잡을 틈을 줄 생각이 없었다.
사정없이 쏟아지는 다섯 줄기의 도격.
내려꽂히면서도 갈라지며 변화를 일으키는 적아도.
다섯 줄기로 시작한 도격은 어느새 오십 갈래로 분화하며 언가후가 피할 공간을 없애버렸다.
오련만전(五聯滿電)를 마주하는 언가후의 동공이 붉은빛으로 가득했다.
도격이 분화했다 하여 힘이 분산된 것이 아니라 되려 강해진 것 같았다.
어지간한 무림인이라면 막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생을 포기했을 터였다.
그러나 언가후는 권왕이었다.
무릎과 허리가 뒤로 접힌 불안정한 자세. 언가후는 허벅지 힘만으로 추사영보를 펼쳐냈다.
몸의 무게 중심을 하단으로 낮추면서도 지풍과 권기를 연달아 쏟아냈다.
지풍과 권기가 도격을 막아내는 찰나에 언가후는 자세를 다잡고는 양 주먹을 동시에 내질렀다.
승천귀살(昇天鬼撒)
거대한 권기가 폭사하더니 오련만전과 격돌했다.
쿠르릉
거대한 폭발이 사방으로 퍼지며 언가후의 거처가 그대로 휩쓸려 사라졌다.
‘어린놈이 잘 싸우는구나.’
언가후는 입맛을 다시며 먼지구름 속으로 몸을 날렸다.
파파팡
먼지구름을 뚫고 다섯 줄기의 권기가 팽무성의 면전으로 날아들었다.
좌우로 교차하여 적아도를 휘두른 팽무성은 전방의 권기를 베어내곤 몸을 틀어 후방도 베어냈다.
전방의 권기는 허초였고 소리 없이 뒤를 노리는 천귀음류권의 권풍이 실초였다.
이에 팽무성이 입꼬리를 틀었다.
“이거 완전히 사파 무공과 다를 바가 없네.”
“닥쳐라!”
그와 동시에 추사영보를 펼친 언가후가 팽무성의 좌측으로 돌연 신형을 드러냈다.
팽무성이 기습적으로 날아온 지풍을 피하는 사이에 언가후는 위아래로 솟구치는 움직임으로 도격을 피해내며 거리를 좁혔다.
팽무성이 발을 차올렸지만 언가후는 장법으로 받아치며 주먹을 뻗었다.
주먹의 끝을 흔들며 팽무성의 전신 요혈을 노리는 언가후. 팽무성은 몰려오는 권풍은 일거에 베어내곤 되려 가슴을 베어냈다.
흠칫한 권왕이 기민한 반응으로 피해냈지만, 무복의 앞쪽이 길게 베어진 상황.
“팽무성!”
이에 격노한 언가후의 권기가 기름을 먹은 불꽃처럼 덩치를 키우며 쏘아졌다.
콰릉
적아도의 도극에서 뿜어진 뇌전이 권기를 꿰뚫고 쏘아졌지만 언가후는 주먹을 내질러 분쇄했다.
그러고도 기세를 잃지 않은 언가후의 주먹은 그대로 팽무성의 명치를 노렸다.
권왕이라는 이름값은 하는 언가후였다.
이에 팽무성도 적아도를 잡은 손등에 힘줄이 꿈틀거렸다.
콰카캉
주먹과 도가 충돌할 때마다 거센 폭음이 멈추지 않고 울렸다.
폭음과 함께 거센 기파가 사방으로 쏟아졌는데 주변에 솟아오른 전각이 통째로 잘게 흔들릴 정도였다.
드드득
두 고수 모두 여력을 남겨놓은 듯 내공을 한 층 더 끌어올렸다.
주위의 모래 알갱이부터 시작해 자잘한 돌맹이와 전각의 잔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팽무성은 끈이 풀려 산발이 된 머리를 뒤로 넘겼고 언가후는 엉망이 된 무복의 소매를 그냥 찢어버렸다.
“네놈 같은 핏덩이와 이리 오래 싸우게 될 줄은 몰랐다.”
“나도 마찬가지, 이름값은 하는군.”
팽무성과 언가후는 동시에 걸음을 옮기며 거리를 좁히더니 동시에 사라졌다.
붉은 뇌전과 희멀건 권풍이 연달아 교차하더니 그 주변이 초토화되기 시작했다.
콰카카캉
찰나의 고요가 끝나고 다시 하늘을 울리는 폭음과 기파가 쏘아지자 언가 가솔들의 얼굴이 다시 굳어졌다.
언가후의 거처를 중심으로 포위망을 구성한 진주언가의 가솔들은 넓게 퍼져있었다.
지금처럼 거리를 벌린 상황에도 기파가 퍼져 나올 때마다 내공을 끌어올려야 하니, 뭣 모르고 가까이 가다가는 바로 혼절하기 십상이었다.
“이럴수가… 아직도 겨루고 있다니.”
“팽무성이 초월경에 도달했다는 거 아닙니까?”
“믿을 수가 없군. 후기지수가 십대고수의 경지에 도달하다니.”
언가 가솔들은 다시 한번 몰아치는 기파에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침을 꿀꺽 삼켰다.
“만약, 태상가주께서 패배하신다면 언가는 끝장이다.”
이번 문파 대전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똑같은 소가주 신분인 팽무성과 언태균.
격의 차이가 너무 많이 컸다.
설령 이번 문파 대전이 진주언가의 승리로 끝난다 해도 팽무성이 살아남는다면 후대에 두 세가의 구도는 바뀔 가능성이 충분했다.
다른 가솔들도 하나둘 이 사실을 눈치챘는지 간절한 눈으로 사태를 관망했다.
* * *
팽무성과 언가후가 서 있는 그 주변은 이미 폐허가 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지 오래였다.
어느새 팽무성과 언가후의 대결은 이백여 초를 넘어가고 있었다.
‘권왕, 생각보다 강하군.’
검존에게 도전한다는 것이 무모한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그러나 딱 그 정도였다.
팽무성은 관자놀이를 노리고 들어오는 팔꿈치를 쳐내며 언가후의 허리를 베어냈다.
추사영보로 깔끔하게 피해낸 언가후가 팽무성의 하단을 노렸지만 이미 그곳으로 적아도가 뻗어오고 있었다.
쾅
이에 진각을 밟아 움직임을 멈춘 언가후는 잠시 눈매를 좁히더니 사투가 시작된 이후로 처음으로 거리를 벌렸다.
‘이놈. 서서히 수읽기에서 앞서고 있다.’
그러자 이번에는 팽무성이 산왕군림보를 밟으며 언가후를 따랐다.
언가후가 산왕군림보의 압력이 거슬려 눈썹을 꿈틀거릴 때, 가슴을 베어오는 도격이 섬전처럼 날아들었다.
까가가강
짧게 쳐낸 주먹으로 적아도를 양쪽으로 흘려낸 언가후는 복귀암출(伏鬼暗出)의 초식을 내질렀다.
팽무성이 전신을 덮치는 거대한 권기를 양단내자 그 사이로 천귀음류권의 권풍이 날아들고 있었다.
권기를 파해하는 절묘한 틈을 노린 권풍이나 팽무성은 간파하고 있었다.
장법으로 권풍을 막아냄과 동시에 팽무성은 도기를 분출했다.
언가후가 급히 피했지만, 어깨가 살짝 베여 무복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이제 그 음흉한 권법은 다 끝인가?”
“뭣이?”
눈을 찌푸린 언가후가 공세를 펼쳤으나 팽무성은 여유롭게 받아내곤 도리어 언가후의 허벅지를 베어냈다.
급히 발을 뒤로 뺐기에 깊게 베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언가후는 팽무성에게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었다.
“내가 객관적으로 말해주지. 권왕, 당신은 검존보다 약해.”
그 한 마디에 언가후는 주먹을 내리더니 팽무성을 죽일 듯 노려봤다.
“방금 뭐라고 했느냐?”
“무림맹주는 허황한 꿈이라고 말하는 거다.”
이마의 주름이 깊게 갈라지며 언가후의 모습이 사라졌다.
허나 팽무성의 두 눈은 정확히 언가후의 움직임을 읽어내고 있었다.
까앙
적아도가 허공을 베어내자 중간에서 거친 쇳소리가 울렸다.
그럼에도 언가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추사영보와 천귀음류권을 극성으로 펼쳐내는 보이지 않는 귀신과 같았다.
간혹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낼 뿐이었다.
그때마다 팽무성의 안광이 번득였다.
후우웅
적아도를 한 손으로 잡고 크게 휘둘러 일소풍생(一嘯風生)을 펼치자 거대한 와풍이 일어났다.
그러자 언가후가 위치를 바꿔가며 끊임없이 날아오던 음흉한 권풍이 일거에 자취를 감추었다.
빠지지직
“슬슬 끝을 내지.”
혼원벽력신공의 뇌기가 전신을 맴돌며 적아도를 타고 올라갔다.
일렁거리던 뇌기는 점점 커져 용트림을 부렸고 팽무성은 적아도를 그대로 땅에 박았다.
바닥에 박힌 적아도를 중심으로 다섯 줄기의 붉은 뇌전이 솟구쳐올랐다.
다섯 줄기의 뇌전은 하나가 되어 솟구치더니 이내 커다란 빛기둥을 이루어 진주언가 전체를 밝혔다.
사도천 때와 달리 이번에 펼쳐진 적뢰광주(赤雷光柱)는 팽무성의 손길에 완성되어 완벽하게 제어되고 있었다.
혼원벽력신공의 성취가 올라 뇌기를 더욱 능숙하게 다를 수 있는 영향도 컸다.
츠츠츠츠
적뢰광주의 빛기둥이 영역을 넓히며 단숨에 언가후를 삼켜냈다.
적뢰광주는 그대로 퍼져나가 팽무성 주변의 십 장 정도의 공간을 휩쓸었다.
적뢰광주는 요란한 폭발을 일으키지 않았다. 눈부신 점멸과 함께 단 한 번의 거대한 돌풍을 일으킬 뿐이었다.
후아아아아앙
적뢰광주가 사라지고 팽무성은 적아도를 뽑아 들며 호흡을 크게 내쉬었다.
제법 규모가 큰 초식이라 내공의 소모도 컸던 탓이었다.
전신 혈맥이 자연지기를 받아들이며 충만함을 느낀 팽무성은 전방을 바라보았다.
몸을 웅크린 채 두 팔로 얼굴을 가린 언가후. 그런 언가후의 전신에는 흐릿한 호신강기가 쳐져 있었다.
하지만 호신강기가 만능은 아니기에 언가후의 발밑에는 검은 피가 가득했다.
언가후는 흐릿한 눈빛으로 팽무성을 쳐다봤다.
“이놈… 아직도 숨길 실력이 남아 있었나.”
“당연하지. 고작 권왕에게 고전할 무공이라면 나도 많이 곤란하거든.”
아직 마교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강자들이 많았다.
그런 강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마당에 언가후를 상대로 고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저 언가후가 새로운 무공을 창안했다기에 호기심이 생겨 손을 맞춰준 것뿐이었다.
“내가 여기까지 오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네놈을 죽일지, 살릴지.”
전생, 현생을 통틀어 하북팽가를 나락으로 떨어트리려 했던 원흉인 언가후.
팽무성, 개인의 만족을 위해서라면 언가후를 죽이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향후 전쟁에 앞서 언가후라는 전력을 잃기는 아까운 면이 있었다.
이를 염려했기에 남궁구도 문파 대전이 열리는 것을 꺼렸을 터였다.
말 많고 탈 많은 아군도 결국 아군이니 말이다.
원한과 대의.
팽무성은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그래서 답을 얻은 거냐?”
언가후가 비릿하게 웃으며 묻자 팽무성은 적아도를 들었다.
이에 언가후가 반응하고 피하려 했으나 벽력일섬(霹靂一閃)이 한 줄기의 피를 머금고 지나간 뒤였다.
“크아악!”
언가후의 오른팔이 주먹을 쥔 채 땅에 떨어졌다. 팽무성은 떨어진 오른팔을 주우려는 언가후의 왼손을 밟았다.
“마음에 드나? 내 대답이.”
팽무성은 결국 대의를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팽무성이 두 번째 삶을 살아온 이유가 단순한 복수 때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주언가의 복수는 그저 중간에 스쳐 가는 과정일 뿐, 팽무성의 진짜 목적과 적은 따로 있지 않았던가.
이번 삶의 목적을 떠올린 팽무성은 간단히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외팔이어도 마인들을 쳐죽일 수는 있겠지.”
팽무성은 전생처럼 권왕과 진주언가를 가만히 놀릴 생각이 없었다.
이들이 싸울 생각이 없다면 억지로 끄집어낼 생각이었다.
정파로서 의기를 저버리고 개인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진주언가에게 팽무성은 대우를 갖출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마교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 우리가 둘 다 정파인 것에 감사해야 할 거야.”
팽무성이 말한 것 중 하나라도 틀어졌다면 언가후는 오늘 목숨을 부지하지 못 했을 것이다.
“내가… 크흑, 네놈의 말대로 움직일 것 같으냐?”
“마음대로, 다만 전쟁이 끝나도 내가 살아있다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팽무성이 발에 힘을 주자 언가후의 손에서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났다.
“뭔가 익숙한 상황이지 않나. 권왕. 저번 문파 대전에서는 지금은 돌아가신 전대 가주의 왼팔을 꺾었다지?”
당연히 언가후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비무전으로 벌어진 문파 대전.
자신이 홀로 아홉 명의 팽가 고수들을 꺾고 마지막으로 나선 전대 가주의 팔을 부러뜨려 치욕을 줬으니 말이다.
그 상황을 떠올린 언가후의 얼굴이 치욕으로 붉어졌다. 누가 알았겠는가.
자신이 몇십 년 뒤에 똑같은 치욕을 당할 줄은.
“이놈…”
“권왕이라는 이름으로 오랜 시간 팽가를 핍박했지. 이제 언가의 차례인가?”
언가후는 그저 피 묻은 입술을 물어뜯을 뿐이었다.
“자, 우리 이제 같이 갈 곳이 있다.”
팽무성은 언가후에게 손을 뻗었다.
다시 되찾은 그 이름. (2)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