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22)
121화
문파 대전이 끝나고도 하북팽가는 바쁘게 움직였다.
공손진의 참관 아래에 팽진연과 언사인은 문파 대전의 결과를 인정하는 서류에 가주의 직인을 찍었으며
사전에 약속한 조항을 이행해야 했다.
팽진연이 대외적인 업무를 수행했다면 팽무성은 세가 내의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하북팽가가 승리를 거두었다곤 하나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피해 규모를 확인 및 수습하고 언가로부터 새롭게 얻은 이권과 영역에 대한 관리도 시작해야 했다.
“새로 얻은 영역의 관리도 그리 어렵지는 않겠군요.”
팽무성의 말에 무후각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새로 창단된 타격대가 두 개나 되니 그만큼 여유가 생겼습니다.”
재원에 여유가 생기니 전보다 많은 지원이 무인들에게 돌아갔고,
바뀐 가법으로 무공의 입문이 자유로워지고 수련도 체계적이니 실력 있는 무인들이 늘어났다.
이러니 타격대의 수를 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난 몇십 년 동안 하나씩 줄기만 했던 타격대가 최근 들어 늘어나기 시작했으니 무후각주의 얼굴이 요즘만큼 밝은 적이 없었다.
최근에 창단된 선호대, 중도대도 삼십 년 전에 사라진 옛 타격대의 이름이었다.
“이제 처리할 안건은 없는 겁니까.”
“예. 축하연에 대한 준비도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팽연후의 말에 팽무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북팽가는 이번 문파 대전에 대한 축하연을 준비 중이었다.
명목상 축하연이지 오대세가에 다시 올랐음을 강호에 선언하는 자리나 다름없었다.
본래는 기한을 두고 최대한 성대하게 치르는 것이 좋으나 요즘 무림의 상황이 어지럽기에 간소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보름의 시간을 두고 팽가를 방문할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위치한 문파에만 초대장을 보냈다.
사천당가와 같은 거리가 멀어 축하연에 참여할 수 없는 문파에는 서신으로 대신할 계획이었다.
“지금 본가에 머무는 손님들은 계속 신경 써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하북팽가는 문파 대전을 관람하기 위해 화북평야에 찾아온 무림인들을 제일 먼저 초청했다.
대부분이 팽가의 초대를 기쁘게 받아들였고 아직 축하연까지 시간이 남았기에 팽가의 별채에서 머물고 있었다.
“비록 상황상 축하연을 간소하게 치르게 되었지만, 중요한 자리인 만큼 확실하게 준비합시다.”
“예. 소가주.”
팽무성을 바라보는 가솔들의 눈에는 믿음이 가득했다.
* * *
하북팽가의 축하연 당일.
연회장으로 개방된 곳마다 손님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북팽가에서 예상한 방문객의 수에서 네 배는 넘는 인파가 몰려온 상황.
하북팽가의 승리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무림인의 이목을 더 끄는 것은 새로운 십대고수로 등극한 팽무성이었다.
여러 문파뿐만 아니라 덩치가 큰 상단들도 하북팽가의 문턱을 끊임없이 넘고 있었다.
덕분에 하북팽가의 가솔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후우…”
후기지수들이 모여 있는 연회장으로 향하는 팽무성은 눈을 감으며 관자놀이를 눌렀다.
방금까지 팽진연과 함께 연회장을 돌며 강호 명숙들을 보며 인사를 하고 온 참이었다.
팽무성도 소가주이기에 팽진연의 옆을 지킨 것인데 생각 이상의 관심으로 급격하게 피로가 몰려왔다.
개중에는 노골적으로 자신의 딸과 팽무성을 엮어보려는 이들도 상당했기에 더욱 골치가 아팠다.
팽진연이 칼같이 선을 긋지 않았다면 팽무성은 아직도 잡혀있을 것이 분명했다.
팽무성은 사패가 앉아있는 자리를 찾곤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팽무성의 얼굴을 본 남궁혁이 웃음을 터트렸다.
“팽 아우의 얼굴이 반쪽이 됐군. 고생했네. 내가 그 느낌 잘 알지.”
팽무성은 남궁혁이 채워준 술잔을 한 번에 들이켜곤 고개를 저었다.
“이거 보통 일이 아니더군요.”
“인사는 잘 드리고 왔어요? 듣자니 오대세가도 세 곳이나 왔다던데.”
황보세가는 바로 옆의 산동이라 제일 빨리 왔고 남궁, 제갈세가도 제법 거리가 있었지만 결국 찾아와 자리를 빛내주었다.
“미안해요. 당가는 오지 못해서.”
“사천은 너무 멀잖아. 신경 쓰지 마라.”
당화련은 내심 신경 쓰였는지 팽무성의 답을 듣고 나서야 배시시 웃음을 흘렸다.
“당 시주. 우리 사이에 뭘 그런 걸 신경 쓰고 그래. 자자 먹자고.”
당화련도 입맛이 도는지 젓가락을 빠르게 움직이며 입을 오물거리기 시작했다.
“아미타불…”
무각이 동파육을 씹으며 술병을 입으로 가져갈 때 뒤에서 싸늘한 불호가 들려왔다.
뭔가 익숙한 목소리라 무각이 미간을 구기며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무진을 비롯한 무각의 사형제들이 서 있었다. 이제 무각은 눈을 의심하여 눈을 비볐다.
“대사형? 그리고 사형들?”
“무각, 네놈이 속세에 나갔더니 아주 살판이 났구나.”
무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무각을 노려보더니 웃음을 참고 있는 팽무성에게 반장했다.
“팽 소협. 오랜만입니다. 문파 대전, 그리고 십대고수에 오른 것을 축하드립니다.”
이에 팽무성도 일어나서 포권으로 답했다.
“여러분, 오랜만입니다. 소림에서도 와주셨군요.”
“예. 현문 사숙의 인솔로 방금 도착했습니다. 현문 사숙께서는 가주를 만나고 계실 것입니다.”
“그렇군요.”
팽무성은 군웅들을 상대로 무신총의 입구를 사수하던 현문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장께서도 소식을 듣고 매우 뿌듯해하셨습니다.”
이에 팽무성도 입꼬리를 올렸다.
소림을 내려오기 전에 현진에게 받은 가르침은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현진과 비슷한 인자한 눈빛을 하던 무진은 무각을 보더니 다시 눈빛이 돌변했다.
“무각은 저희가 잠시 데려가겠습니다.”
“엉?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대사형.”
“시끄럽다. 그렇지 않아도 사숙께서 네놈을 찾으셨으니. 팽 소협. 나중에 찾아뵙겠습니다. 아미타불.”
무진과 사형제들은 무각의 한쪽 귀를 잡더니 그대로 끌고 가버렸다.
“이야, 저걸 보니 무각이 승려였다는 것이 이제야 실감이 나는구나.”
“그러게요. 워낙 자연스러워서 까먹고 있었네요.”
“후후, 우리끼리 먹고 있자.”
팽무성은 젓가락을 들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사패가 앉은 자리 위로 무수히 많은 그림자가 생기더니 이내 큰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여태 눈치만 보고 있던 후기지수들이 무진과 팽무성이 인사하는 것을 보고 하나둘 용기를 내서 다가왔기 때문이다.
“백리세가의 백리소현이라 해요. 반가워요. 팽 소협.”
“안녕하세요. 진가장의 진선혜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독고하현이라고 해요. 합석을 할 수 있을까요?”
다만 특이한 점이 대부분이 여자들이라는 점이었다.
게다가 각 성에서 제일미(第一美)라 불리며 하나같이 뛰어난 미모를 가진 여인들이었다.
여인들은 팽무성을 반짝이는 눈으로 살피고 있었다.
젊은 나이에 십대고수에 오른 팽무성. 거기에 하북팽가의 소가주였다.
그야말로 미래가 탄탄대로였다.
거기에 직접 보니 외모도 생각보다 훤칠했다.
곱상하게 잘생긴 것은 아니나 강한 인상과 굵은 선은 사내다운 매력을 한껏 흘리고 있었다.
아비의 등쌀에 밀려서 억지로 접근한 여인들도 팽무성을 직접 보고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 고고하던 백리 소저가 먼저 다가서다니…”
“방금까지 얘기하던 소저들이 갑자기 사라지나 했더니 다 저기에 있었군. 이것이 냉혹한 강호의 현실인가.”
“소 아우, 그렇게 헛소리를 하니 소저들이 가버리는 것 아닌가.”
팽무성이 여인들에게 둘러싸이자 주변의 사내들은 팽무성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호오. 요즘 후기지수들은 적극적이군.”
남궁혁은 재밌는 구경을 하는 듯 껄껄 웃었고 당화련의 입은 기이하게 비틀리고 있었다.
“하하. 그러네요.”
그 싸늘한 웃음에 남궁혁은 괜히 음식을 깨작거렸다.
‘흐음.’
당화련은 입술을 삐죽 내밀고 팽무성을 둘러싼 여인들을 살폈다.
‘흥, 별거 없네.’
당화련도 사패라는 명성에 가려졌을 뿐이지 이전에는 사천제일미라고 불리며 사천 사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오늘은 친우들끼리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죄송합니다.”
팽무성이 여인들을 한 명씩 보며 양해를 구할 때 순간 팽무성은 눈길을 뗄 수 없었다.
이에 눈이 마주친 여인은 눈웃음을 치며 등을 돌렸고 팽무성은 멀어지는 그 여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팽무성이 후기지수들을 돌려보내고 다시 자리에 앉자 당화련은 팔짱을 꼈다.
“천생연분이라도 만나셨나 봐요. 팽 오라버니?”
“그게 무슨 소리야.”
“마지막에 한 여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던데요? 여인인 내가 봐도 예쁘더라고.”
“하하, 그런 거 아니다.”
당화련의 질투하는 모습에 팽무성은 미소를 지었다.
팽무성은 접시에 동파육을 올려주며 달랬지만 당화련의 매서운 눈매는 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당화련은 동파육을 잘근잘근 씹으며 팽무성을 째려보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멍하니 있다가 다른 년이 낚아채겠는데.’
* * *
축하연은 늦은 밤에도 계속되고 있었다.
연회장 곳곳에서는 아직도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팽무성은 담 너머로 들려오는 왁자지껄한 소리를 들으며 밤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때, 팽무성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반대편에서 한 여인이 걸어오고 있었다.
낮에 팽무성의 눈길을 빼앗았던 여인.
선류상단의 여식, 선유현이었다.
선유현도 팽무성을 발견했는지 입꼬리를 올리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어머, 팽 소협. 산책 중이신가요?”
“예. 선 소저께서는?”
“저는 술을 좀 많이 마셨는지 어지러워서 걷고 있었네요.”
어지간히 많이 마신 듯 얼굴에는 짙은 홍조가 있었고 몸을 움직일 때마다 술 냄새가 나고 있었다.
선유현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팽무성을 보며 배시시 웃었다.“혹시 같이 걸어주실 수 있나요? 팽가는 처음이라 잘 몰라서요.”
팽무성은 손에 들고 있는 술병을 흔들며 말했다.
“원래 야밤에 홀로 자작하려고 했는데 같이 드시겠습니까.”
“헤헤. 좋죠.”
선유현은 비틀거리며 몇 걸음 걷다가 휘청거리더니 팽무성의 팔을 잡았다.
“어머, 죄송해요. 팽 소협.”
“괜찮습니다. 많이 어지러우신가 보군요. 잡고 계십시오.”
“아아. 네.”
선유현은 팽무성의 팔뚝을 두 팔로 감싸서 꼭 안았다. 팽무성에게 찰싹 붙어있던 선유현은 어떤 부드러운 향을 맡았다.
무슨 향인지 몰랐으나 마음이 풀어지게 하는 포근함이 온몸을 감도는 느낌이었다.
“팽 소협. 향낭을 달고 계시네요? 사내들은 잘 안 달려고 하는데.”
선유현이 요대에 걸린 향낭을 보며 말하자 팽무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권왕과 싸우다가 상처가 많이 생겼습니다. 붕대에서 혈향과 약 냄새가 섞여서 올라오는지라 향낭을 달고 있습니다.”
“향낭까지 달 정도면 많이 힘드시겠어요.”
팽무성은 팽가의 화원에 있는 정자로 선유현을 안내했다.
“예쁜 곳이네요.”
“혹시 몰라 술잔을 두 개 챙겨오기를 잘했습니다.”
팽무성과 선유현은 서로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이야기를 풀어냈다.
팽무성의 얘기를 듣고 있던 선유현의 눈매는 처음보다 풀어져 있었다.
‘내가 정말 취했나, 아니면 이 사내에게 취한 걸까.’
이상하게도 선유현은 평소보다 더 기분이 들뜨고 마음이 풀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선유현은 머리를 정돈하며 흰 목선을 슬쩍 보이거나 야릇한 미소를 흘리는 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선유현이 낮의 연회에 있었던 일을 말하자 문득 팽무성이 물었다.
“보아하니 종종 친우로 보이는 두 분과 같이 계시더군요. 나중에 소개해주시지요.”
“아, 그녀들은 친우가 아니라 제 사매들이에요.”
대답하던 선유현의 눈이 커졌다.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것이다.
“어머, 제가 술에 취해서 말실수를 했네요.”
선유현이 능청스레 말을 잇자 이에 팽무성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말실수는 무슨, 제대로 말한 것이겠지.”
팽무성의 목소리와 분위기가 돌변하자 선유현의 얼굴도 서서히 굳어졌다.
방금까지 호감이 가득했던 팽무성의 눈빛은 단숨에 자취를 감추었다.
그 대신에 무시무시한 호안(虎眼)이 붉은 안광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래. 첫째는 요마군일 테고, 너는 몇 번째냐.”
팽무성의 말에 선유현, 아니 요묘(妖猫)는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팽무성을 손아귀에 넣었다고 여겼는데 부처님 손바닥 위에 있던 것은 바로 자신이었다.
팽무성의 기세가 천천히 요묘를 옭아매고 있었다.
쨍
요묘의 손이 덜덜 떨리더니 잡고 있던 술잔을 놓치고야 말았다.
호랑이를 만난 고양이 마냥 떠는 것 말고는 요묘가 할 수는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되찾은 그 이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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