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23)
122화
전신을 옭아매는 팽무성의 기세.
요묘의 전신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피부가 찌릿하다 못해 찢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요묘의 마음은 어딘가 들뜨고 나른해 있었다. 그제야 요묘는 자신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깨달았다.
요묘는 방금 한 말실수가 팽무성이 의도한 것임을 알아차렸다.
“술에 뭘 탄 거죠?”
“술뿐만 아니라 이것도 있지.”
팽무성은 요대에 묶어놓은 향낭을 뜯어내며 말했다.
향낭의 향과 술에 탄 미약.
이것들이 모두 당화련의 작품이었다.
사람의 정신과 마음을 흔드는 자백제와 같은 효능이 있어서 사천당가에서 죄인의 입을 열게 만들 때 사용하는 것들이었다.
미약과 향 때문에 판단이 흐려졌지만, 요묘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본능적으로 알았다.
요묘는 입고 있던 궁장을 풀어헤쳤다. 다만, 완전히 벗지 않고 절반의 속살만 드러냈다.
눈빛이 바뀐 요묘의 손짓 하나하나에 색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요묘는 섣불리 요섭마공을 펼치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끈적한 눈빛으로 아주 천천히 다가오는 요묘를 보던 팽무성이 경고했다.
“충고하는데, 더는 다가오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왜죠? 무슨 큰일이라도 벌어지나요?”
요묘가 여전히 매혹적인 웃음을 흘리자 팽무성도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팽무성과 요묘의 거리가 한 걸음으로 좁혀질 때, 요묘의 등 뒤로 그림자가 솟구쳤다.
콰앙
“꺄악!”
“도저히 못 봐주겠네, 정말!”
당화련은 요묘의 머리채와 팔을 잡고는 그대로 탁자 위에 패대기 쳐버렸다.
“내 충고를 들었어야지.”
“으흑.”
뒤이어 나타난 남궁혁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애원하듯 자신을 쳐다보는 요묘를 보며 눈을 찌푸렸다.
“팽 아우, 들어보니 저런 요녀가 더 있는 듯한데 어찌하겠나.”
“바로 잡아들이는 것이 낫겠습니다. 가월.”
이에 야행복에 천살택문의 가면을 쓰고 있는 가월도 모습을 드러냈다.
팽무성은 낮에 이상함을 느낀 이후부터 가월에게 따로 감시 명령을 내려놓았다.
“한 명은 숙소로 배정된 주전각에 있고, 다른 한 명은…”
가월이 당화련과 남궁혁의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자 팽무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그냥 말해.”
“방금, 삼공자의 처소에 들어갔다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에 팽무성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주전각 쪽을 맡아주십시오. 저는 셋째 형님에게 가보겠습니다.”
“그래, 어서 가보게.”
팽무성은 곧바로 경공을 펼쳐 삼주각으로 향했다.
팽무성이 도착했을 때, 삼주각은 이미 불이 꺼져있었다.
이에 팽무성은 얼굴을 구겼다.
그때 경계를 서고 있던 장 호위가 깜짝 놀라서 다가왔다.
“소가주? 야밤에 무슨 일이십니까? 삼공자는 이미 취침 중이십니다.”
“딱 봐도 그래 보이네. 혹시 모르니 삼주각의 주변을 둘러싸도록.”
심상치 않은 팽무성의 목소리에 장 호위는 조용히 움직였다.
팽무성은 일부러 삼주각의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갔다.
“뭐야! 누구야!”
“셋째 형님. 나다.”
팽소혁의 당황스러운 목소리에도 팽무성은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다.
“무성이? 이 미친놈아! 야밤에 뭐 하는 거야!”
“셋째 형님을 홀리는 불여우를 잡으러 왔거든.”
“뭐?”
이에 팽소혁과 한 침상 위에서 뒤엉켜 있던 요수(妖樹)의 얼굴이 굳어졌다.
침상에서 벌떡 일어난 요수가 무엇인가 하려 했지만, 무형의 기운이 요수의 전신을 휘감았다.
마치 허공에 고정된 느낌에 요수는 그저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가만히 있어라, 허튼짓하면 그대로 팔을 날릴 테니.”
* * *
불이 켜진 삼주각에는 팽가의 삼 형제, 남궁혁과 당화련이 모여있었다.
“그럼 장 소저가 마교의 요녀라고?”
“그렇다니까. 몇 번을 말해.”
“아닌데, 장 소저는 정말 진심이었는데.”
팽소혁은 반쯤 홀린 눈으로 고개를 저었다.
멍청하게 중얼거리는 팽소혁에 팽무성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가 인내심을 가졌다.
팽무성은 팽소혁을 무시하곤 심각한 얼굴을 한 팽중혁을 살폈다.
“둘째 형님은 그나마 마주친 시간이 적어서 다행입니다.”
팽무성의 말에 팽중혁은 속으로 뜨끔했다.
문 소저, 아니 정체가 밝혀진 요화와 함께 내일 다루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 때문이었다.
“그렇구나, 셋째가 이렇게 얼빠진 것을 보니 오싹하다.”
하북팽가에 잠입한 세 명의 요녀.
요묘(妖猫), 요수(妖樹), 요화(妖花).
이들은 요마종주의 제자인 칠요녀(七妖女)에 속했다.
칠요녀는 대사저인 요마군의 명령을 받고 강호에 흩어져서 움직이고 있었다.
이 세 요녀는 하북팽가의 삼 형제를 유혹하라는 요마군의 명령을 받고 팽가에 침입한 것이었다.
“그런데 팽 아우는 이 요녀들을 어찌 알았나? 보니까 마기가 느껴지지도 않던데.”
남궁혁이 묻자 다른 사내들도 팽무성을 빤히 쳐다봤다.
마교는 본디 무림에 숨어들 때 둔마잠공(遁魔潛功)이라는 마공을 이용해 마기를 감추곤 했다.
개중에도 요마종은 무공의 특성상 정체를 들켜야 하지 않기에 마기를 숨기는 데 탁월한 면이 있었다.
“본능적인 감이라 해야 할까요, 기묘하게 계속 눈길이 가는 것에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하하, 정말 감이 예리한 건지, 여자를 모르는 건지.”
황당한 이유에 남궁혁은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막내야. 이 일은 어찌하면 좋겠느냐? 축하연이 끝날 때까지 숨기는 게 나으려나?”
팽중혁의 물음에 팽무성이 잠시 고민하더니 답했다.
“내일 날이 밝으면 알리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언젠가 드러날 일이니 숨기는 것이 더 악영향을 끼칠 겁니다.”
“역시 그렇겠지.”
“축하연까지 뇌옥에 가두었다가 무림맹 지부로 압송시키겠습니다. 마침 공손 지부장께서도 오셨으니 제가 따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막내 덕분에 일이 커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대충 매듭이 지어지자 일행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팽무성은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팽소혁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말했다.
“정신 좀 차려, 이번에 셋째 형님 앞으로도 혼담이 제법 들어왔다니까 살펴보던가.”
“정말이냐?”
“그래.”
이제야 눈에 빛이 돌아온 팽소혁에 팽무성은 고개를 저었다.
팽소혁 뿐만 아니라 팽무성과 팽중혁의 앞으로도 혼담이 쏟아지고 있었다.
특히 팽무성은 다른 두 형제보다 곱절은 많은 수였다.
“팽 아우, 내일 보세.”
“남궁 형님, 고생하셨습니다.”
삼주각에서 나온 팽무성은 당화련이 머무는 숙소까지 데려다주고 있었다.
평소였으면 재잘재잘 떠들어 댔을 당화련인데 입을 꾹 다물고 있어 팽무성도 조용히 걸어갔다.
“다 왔다.”
숙소 앞에 도착했지만 당화련은 걸음을 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곤 슬쩍 고개를 들어 팽무성을 올려다봤다.
“백리세가에서 혼담이 들어왔다면서요?”
“나도 모르는 사실을 알고 있네.”
“흥, 여자들은 사내들이랑 말하는 주제가 다르니까요.”
당화련은 괜히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발로 찼다.
“하지 마요.”
“응?”
“하지 말라고요.”
이에 팽무성이 장난스런 표정을 했다.
“그럼 누구랑 해야 하는 거냐.”
이에 당화련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입술을 오물거렸다.
그러다가 도저히 말이 나오지 않자 당화련은 냅다 뛰어들어 팽무성의 품에 파고들었다.
당화련은 대답 대신에 행동으로 옮겼다.
이렇게 밀착해서 붙어있으니 팽무성은 코끝으로 당화련의 체취가 맴도는 것을 느꼈다.
향긋하면서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향이었다. 이에 팽무성도 미소를 지으며 당화련을 부드럽게 안았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던 두 사람은 천천히 떨어졌다.
“영웅은 삼처사첩. 나중에 이런 말 하면 가만 안 둘 거에요. 나 질투 많은 거 알죠?”
“걱정 마라. 마공이 아니면 내 눈길을 끌 사람은 너밖에 없으니까.”
팽무성이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는지 당화련의 눈이 동그래졌다.
당화련은 얼굴을 붉히면서도 부끄러움을 감추려는지 괜히 소매를 걷으며 장난스레 말했다.
“와, 나 방금 닭살 돋았어요. 팽 오라버니, 이런 말도 할 줄 알았어요?”
“나도 말하고 나서 내상을 입은 것 같다.”
팽무성의 말에 당화련은 입을 가리며 웃더니 다시 팽무성의 목덜미를 두 팔로 감싸 안았다.
“이만 들어가 볼게요.”
“그래.”
당화련은 팽무성을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등을 돌렸다.
“둔한 건지, 능숙한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네.”
팽무성은 피식 웃으며 당화련이 전각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등을 돌렸다.
팽무성은 바로 대주각으로 향하지 않고 괜히 주변을 서성이다가 들어갔다.
* * *
나흘에 걸친 하북팽가의 축하연.
드디어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날의 해가 떴다.
중간에 하북팽가에 침투한 요녀들로 분위기가 어수선했지만, 팽가의 빠른 대응에 강호 명숙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북팽가의 대연무장에는 가솔들을 비롯해 축하연의 손님들이 모여있었다.
오대세가의 선언에 앞서 작은 비무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하북팽가의 힘을 증명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하북팽가에서는 팽가오호와 팽무성이 비무대에 나섰고 무림인들이 맞는 상대를 골라 도전하는 방식이었다.
꺼엉
묵직한 철호의 도격에 비무대 바깥으로 이탈해버린 중년인은 쓴웃음을 지었다.
“졌소.”
비무에서 삼연승을 거둔 철호는 다른 비무대를 바라봤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다른 팽가오호도 연전연승을 거두고 있었다.
팽가오호는 하북팽가를 대표하는 이들.
패배가 곧 하북팽가의 명예에 먹칠하는 것이었다. 이를 알기에 팽가오호는 비무임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비무를 연달아 펼치며 힘이 빠졌을 텐데 팽가오호는 무패 행진을 하며 굳건하게 비무대를 지키고 있었다.
“괜히 언가가 패배한 것이 아니군.”
“도왕의 영향이 큰 것은 맞으나 팽가 자체의 전력도 뛰어나구려.”
강호 명숙들은 팽가오호의 선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역시 도왕의 존재가 절대적인 것 같소.”
팽가오호 중 제일 많이 상대한 이가 네 명을 상대했다면 팽무성은 벌써 열 명을 넘기고 있었다.
도왕이라는 새로운 십대고수.
십대고수라는 호기심, 혹여 거품이 낀 것은 아닌지 확인하려는 자들이 모조리 팽무성에게 도전했다.
쩌엉
“끄윽!”
팽무성의 도격을 막은 중년인이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일도(一刀).
팽무성은 모든 비무를 일도에 끝내고 있었다.
“유현검객도 일도에 끝나는군.”
“젊은데 십대고수라니 대단하구만.”
“도왕이라는 별호가 허명이 아니었어.”
반 시진 동안 진행된 비무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행사가 진행되었다.
정해진 형식이 없어 자유로웠고 하북팽가는 허례허식을 선호하지 않기에 간결하게 진행되었다.
대연무장의 중앙에 난 길에는 양옆으로 기수들이 타격대의 깃발을 들고 도열했다.
그 길을 지나 단상 위에 선 팽진연은 대연무장을 가득 채운 군웅들을 보며 포권했다.
“하북팽가의 가주, 팽진연이오.”
이에 군웅들도 저마다 말없이 포권으로 답했다.
“이 팽 모가 말재주가 없으니 짧게 하겠소.”
이에 팽진연과 사이가 가까운 강호 명숙 몇몇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북팽가는 이번 문파 대전으로 오대세가의 명예를 되찾았소. 허나 이것은 가주인 나의 공이 아니오.”
팽진연은 가솔들, 자신의 세 아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주화입마에 빠진 한심한 가주를 대신해서, 소가주를 비롯한 팽가의 가솔들이 하나로 뭉쳐 본가를 일으켜 세웠소.
본인은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오.”
이번에는 축하연을 찾아온 강호 명숙들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그 의무를 다할까 하오. 오대세가의 가주로서 강호의 도리와 협의를 지키는 데 물러섬이 없을 것이오.”
팽진연은 하북팽가 가솔들을 보며 외쳤다.
“하북팽가!”
“예! 가주!”
팽무성을 필두로 가솔들의 목소리가 대연무장을 가득 채웠다.
“의기를 세우고 멸마의 기치를 위해 피를 흘릴 준비가 되었는가!”
“예, 가주!”
쿵
하북팽가 가솔들은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에 대연무장의 바닥이 잠시 흔들렸다.
팽진연은 가솔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곤 강호 명숙들을 향해 다시 포권했다.
“팽가의 호랑이들은 이빨과 발톱을 드러냄에 있어 망설이지 않을 것이오.”
오대세가 하북팽가.
하북팽가의 새로운 비상을 알리고 있었다.
* * *
오대세가의 선언이 이루어진 그 시각, 요마군은 사매들의 소식이 끊어진 것으로 실패를 직감했다.
“우리 사매들이 어쩌다 다 당한 걸까.”
이에 요마군도 손을 쓰기 시작했다.
요마군. (1)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