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24)
123화
축하연이 끝나고 요녀들은 공손진에 의해 하북지부로 압송되었고 강호 명숙들도 팽가를 떠났다.
가주전에서 팽무성은 당화련과 함께 팽진연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축하연 내내 백리소현이 팽무성에게 접근했는데 이를 보다 못한 팽무성이 당화련을 정인이라 언급하며 선을 그은 탓이었다.
남궁혁과 무각은 그럴 줄 알았다는 양 저들끼리 히죽 웃기만 했지만 다른 후기지수들에게는 충격이었다.
마음을 드러내지 않을 뿐 당화련을 흠모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팽무성이 선을 그은 날, 몇몇 사내들이 모여서 해가 뜰 때까지 술을 들이부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럼 이것들은 다 필요 없겠구나.”
팽진연은 탁자의 한구석에 쌓여있는 색색의 서신들을 보며 말했다.
모두 팽무성의 앞으로 들어온 혼담이었다.
“머리 아프시게 다 살펴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아버님.”
자신을 아버님이라 부르는 당화련을 보는 팽진연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런데 너희도 알다시피 당가는 데릴사위제가 아니더냐.”
사천당가는 당가의 여식과 혼인하는 대부분의 사내를 데릴사위제를 통해 가문으로 데려오는 전통이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경우일 뿐, 예외가 존재했다.
“걱정마세요. 팽 오라버니는 데릴사위제가 아니더라도 혼인을 성사시킬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당화련은 반짝이는 눈으로 팽무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천당가는 능력이 워낙 출중하여 혼인으로 그저 우호적인 관계만 맺어도 가문에 이득이 된다고 판단될 시에는
데릴사위제를 적용하지 않았다.
모든 사내에게 엄격하게 데릴사위제를 적용했다가 오히려 인재들이 사천당가를 기피하자
사천당가에서도 조금은 유연하게 가법을 손본 것이다.
데릴사위제를 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이와 같은 사례는 멀리 가지 않고도 바로 찾을 수 있었다.
바로 무림맹주 남궁구였다.
남궁구도 당가의 여식과 혼인했지만, 데릴사위제로 사천당가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사천당가에서 여식을 남궁세가로 보낼 정도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었다.
“데릴사위제를 고집하다 젊은 십대고수를 놓친다면 사천당가가 바보인 거겠죠.”
당화련은 팽무성이 사천당가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아챌 가치가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음, 일단 알았다. 자세한 얘기는 당가주에게 서신을 보내보도록 하마.”
팽진연의 말에 살짝 긴장하던 당화련의 얼굴이 밝아졌다.
혼담에 대해 팽진연이 먼저 서신을 보낸다는 것은 이 둘의 사이를 허락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
“감사해요. 아버님. 제 아버지도 그리 깐깐하게 구시지 않을 거예요. 팽 오라버니를 내심 마음에 들어 하셨거든요.”
당화련은 기뻐서 무의식적으로 팽무성의 손을 잡으려다가 팽진연이 있음을 자각하고 손을 슬쩍 내려놓았다.
그 손의 움찔거림을 본 팽무성은 광대뼈가 꿈틀거렸다.
“여인에게 관심이 없는 줄 알았더니 알아서 할 건 다하고 다녔구나.”
“아닙니다.”
팽진연의 농담에 팽무성은 살짝 민망하여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평소에도 좀 보면 바위가 살아있는 것 같기는 해요.”
“바위라… 그런 면이 없진 않지.”
팽진연은 당화련에게 자신은 알지 못했던 팽무성에 대한 얘기를 들으며 즐거워했다.
그러자 팽무성은 괜히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 들었다.
당화련이 자신은 생각지도 못한 얘기를 계속 꺼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질 때 가주전 밖에서 비호각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급보입니다. 가주!”
* * *
“마랑문의 병력이 남하하고 있습니다.”
“위치와 규모는?”
비호각주는 하북전도의 맨 위쪽을 가리켰다.
위장(圍場). 하북의 끝에 위치한 곳이며 마랑문이 자리 잡은 곳이었다.
“한 시진 전에 위장을 벗어났다고 합니다. 병력의 규모도 상당합니다.
주요 타격대가 전부 모습을 드러냈고 일반 문도들도 함께 이동 중입니다.”
“음, 예전이었다면 흥륭의 지척에 도달해야 알았을 것인데 비호각의 정보망이 많이 발전했군.”
하북팽가의 영역 내에만 이루어졌던 비호각의 정보망은 이제 하북 전역에 뻗어있었다.
팽진연의 칭찬에 비호각주는 짧게 고개를 숙였다.
이어서 가솔들이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흥륭까지 도달하기는 여유가 있습니다. 규모도 상당하다 하니 시간이 더욱 걸리겠지요.”
“마랑문이 갑자기 팽가와 전쟁이라도 하려는 것인가.”
“그렇다 하기에는 이상합니다. 병력도 보란 듯이 대놓고 움직이고 있고 그 규모도 뒤를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비호각주의 말에 다른 가솔들도 동감했다.
“아무래도 석연찮은 점이 많습니다.”
“갑자기 마랑문이 나설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문파 대전으로 인한 본가의 피해가 크지 않다는 것을 마랑문도 잘 알 테니까요.”
의견을 피력하는 팽중혁의 말에 팽무성도 같은 생각이었다.
“정사의 동맹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에 마랑문이 일을 벌일 리가 없습니다. 사도천주를 무시하는 행위가 될 것이니 말입니다.”
팽무성이 입을 열자 가솔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럼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아무래도 본가와 같은 상황인 듯합니다.”
“본가와 같은 상황이라니?”
“마랑문에도 요마종의 손길이 뻗은 것 같습니다.”
그 말에 가솔들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팽가의 삼형제를 동시에 노렸던 요마종의 과감함에 가슴이 철렁했던 팽가였다.
“소가주, 그렇다고 요마종이 마랑문을 저렇게 확실하게 손에 넣을 수 있겠습니까?”
“어려울 것도 없지요. 마랑문주 하나만 꼬드겨도 마랑문 전체가 넘어오니 말입니다.”
팽무성의 말이 맞았다.
마랑문은 팽가처럼 회의를 통해 안건을 정하는 것이 아닌 마랑문주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움직이는 곳이니 말이다.
“팽가와 마랑문의 전력도 감소시키고 정사 동맹에 잡음도 일으킬 수 있고 일거양득이로군.”
진주언가는 문파 대전의 피해를 수습하기에 급급했다.
이런 상황에 팽가와 마랑문이 뒤를 생각하지 않고 충돌하며 전력을 잃는다면 하북은 그야말로 무주공산이나 다름없었다.
팽진연이 결론을 내리자 팽연후가 물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무림맹과 사도천의 대응을 기다리기에는 너무 늦다. 일단 우리끼리 해결을 해야겠지.”
“어찌 되었든 마랑문주의 명령으로 움직일 테니 그자를 만나는 것이 먼저일 것입니다.”
팽진연의 생각도 팽무성과 같았다.
하지만 마랑문주는 마랑문 밖으로 나오지 않은 상황. 마랑문까지 직접 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가능하겠느냐?”
“진주언가도 뚫었는데 마랑문이라고 어려울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상황상 조용히 들어가려고 합니다.”
“혹여 요마종이 아닌 마랑문주 본인의 의지일 가능성도 봐야 한다.”
“상황을 보며 깔끔하게 마무리 짓겠습니다.”
팽무성을 믿음직한 눈으로 보던 팽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하마.”
* * *
하북팽가는 흥륭으로 네 개의 타격대를 파견했다.
남하하고 있는 마랑문의 병력에 비하면 모자란 숫자였으나 마냥 우습게 볼 수 있는 정도도 아니었다.
거기에 흥륭의 분타에도 팽가의 병력이 있었다.
팽무성이 마랑문주를 대면하고 일을 해결할 때까지 시간 벌이를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소가주, 반 시진 후면 마랑문의 선봉이 흥륭의 경계를 넘는다고 합니다.”
“우리와 비슷하게 도착하겠군.”
철호의 보고에 팽무성은 옆에 있는 다른 대주들에게 명령했다.
“대주들은 계획대로 흥륭의 수비에 집중합니다. 저는 따로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소가주.”
팽무성은 안장을 박차고 공중으로 솟구치더니 경공을 펼치며 질주하기 시작했다.
혼자 이동할 때는 말보다는 직접 뛰는 것이 더 빨랐다.
팽무성은 타격대가 흥륭에서 준비하는 사이에 홀로 마랑문의 병력과 대적할 생각이었다.
“말이 통하는 상대면 좋겠는데.”
팽무성이 홀로 마랑문에 들어가 마랑문주를 만난다고 해도 그때는 이미 팽가와 마랑문의 전투가 벌어진 후일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마교에만 좋은 일이 되는 것이다.
팽무성이 마랑문으로 향할 동안 팽가와 마랑문이 충돌하지 않도록 제어할 필요가 있었다.
단숨에 흥륭의 도시를 벗어나서 좀 더 북쪽으로 향하자 숲을 넘어서 흥륭으로 진격하고 있는 마랑문의 병력이 보였다.
이에 팽무성이 서서히 속도를 줄이자 마랑문 측에서도 팽무성을 발견한 듯 진격을 멈췄다.
팽무성이 입고 있는 하북팽가의 무복을 알아본 듯 마랑문은 거친 기세를 흘리고 있었다.
명령이라도 떨어지면 당장 달려들 판이었다.
“하북팽가의 팽무성이다.”
잔잔하지만 명확하게 귀에 꽂히는 팽무성의 한 마디에 마랑문도는 기겁하여 일제히 병장기를 뽑아 들었다.
“도왕!”
“혼자 오다니.”
마랑문도가 동요할 때 누군가 소리쳐서 이들을 진정시켰다.
“모두 경거망동하지 마라!”
팽무성은 자신을 노려보는 중년인을 보며 웃었다.
“당신이 이들의 책임자인가.”
“북랑대주다.”
북랑대주의 옆으로는 다른 타격대의 대주로 보이는 중년인들도 보였다.
“설마 혼자서 우리를 상대하려고 하는 건가?”
“그러려고 했다면 너희들은 이미 다 죽었겠지.”
“저 어린놈이.”
다른 대주들이 발끈하자 북랑대주는 손을 올려 제지했다. 같은 대주의 신분이지만 서열의 차이가 있는 모양이었다.
“협상하려고 한다면 소용없다. 우리는 팽가와 관련된 것들을 모두 짓밟으라는 명 받았으니.”
“너희들도 그 명령에 의문을 품으니 이렇게 나와 장단을 맞추는 것 같은데.”
팽무성의 말에 북랑대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팽무성의 말대로였다.
마랑문주의 명령을 일단 따르고는 있지만 북랑대주가 보기에는 별 의미 없는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득은 없고 마랑문의 피해만 커질 것이 분명했다.
“북랑대주! 이대로 저 헛소리를 계속 들으실 겁니까?”
“혹시 마랑문주가 요즘 예전과 다르지는 않나.”
이에 옆에서 북랑대주를 재촉하던 대주마저 말을 멈췄다.
요즘의 마랑문주는 예전과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북랑대주가 명령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북랑대주는 처음과 똑같은 표정으로 일관했지만 다른 대주들은 아니었다.
팽무성이 어찌 이리 마랑문의 상황을 잘 아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방금 팽무성의 물음은 그저 유추에 불과했다.
‘아무래도 마랑문주는 요녀의 치마폭에 잡힌 것 같은데.’
슬쩍 대주들을 떠보고 반응을 확인한 팽무성은 짐작이 맞았음을 확신했다.
그렇다면 더욱 지체할 시간은 없었다.
언제 또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니 최대한 빨리 마랑문으로 향하는 것이 좋았다.
“하루. 진격을 멈추고 대기해라. 그 사이에 마랑문주와 결판을 낼 것이니.”
“말도 안 되는 소리. 우리가 네놈의 부탁을 들을 것 같으냐.”
팽무성의 말을 들은 척이라도 하던 북랑대주의 표정이 사나워졌다.
이에 팽무성이 입가를 비틀었다.
“부탁이 아니라 통보다.”
팽무성의 신형이 그대로 마랑문도 머리 위로 솟구쳤다.
애초에 팽무성은 그저 대화만으로 마랑문도들을 묶어놓을 생각이 없었다.
언제 뒤통수를 칠지 모르는 일이기에 애초에 믿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팽무성이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자 북랑대주를 비롯한 네 명의 대주들은 도검을 뽑아 도풍과 검풍을 날렸다.
서로 신호를 주고받은 것 아닌데 제법 합을 맞춰서 절묘하게 팽무성을 노리고 있었다.
파팍
하지만 팽무성은 손등을 휘젓는 것으로 가볍게 검풍을 와해시키곤 손가락을 들었다.
푸풋
팽무성의 재빠른 지풍에 대응하지 못한 대주 두 명의 몸이 굳어져 뒤로 쓰러졌다.
“이놈!”
점혈 당해버린 대주들에 북랑대주가 노호성을 터트리며 도를 휘둘렀지만,
쩌엉
팽무성의 손이 튕겨지며 도신을 때리자 북랑대주의 도가 그대로 반 토막이 나버렸다.
그렇게 얼굴이 창백해지는 북랑대주에게도 어김없이 지풍이 날아들었다.
“큭!”
북랑대주의 뒤에 있던 마지막 대주도 지풍에 제압당하자 이를 지켜보던 마랑문도는 할 말을 잃었다.
대주들이 단숨에 제압당해서 자신들이 끼어들 틈도 없었다.
자신들의 제일 높은 지휘자인 대주들이 무력하게 당하는 모습에 마랑문도들은 도왕이라는 별호의 무게를 실감하기 시작했다.
팽무성은 한 손으로 대주 두 명의 요대를 한꺼번에 잡으며 입을 열었다.
“이놈들 말고도 부대주들이 남아있겠지.”
팽무성은 이미 마랑문도들의 기도를 확인하고 부대주가 누구인지 대충 파악한 상황이었다.
팽무성의 눈이 쓱 돌아가자 눈을 마주친 부대주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경고했다. 만약 하루가 지나기 전에 너희들이 이 자리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이면 대주들은 모조리 죽이겠다.”
팽무성은 양손에 네 명의 대주를 들고는 그대로 북쪽으로 몸을 날렸다.
성인 장정 두 명을 한 손으로 드는 것도 신기한데 팽무성의 신형은 가볍게 쭉쭉 뻗어 나가고 있었다.
마랑문도들은 그 놀라운 경공에 팽무성의 뒷모습만 멍청하게 쳐다보고만 있었다.
팽무성이 작은 점이 되고 한참 지나고 나서야 마랑문도 중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부대주. 우리는 어떡합니까.”
“대주들이 사라졌는데 뭘 어째, 대기해야지. 팽가에서 파견한 타격대 중에 백호대와 팽호대가 있다면서? 우리끼리 가면 개죽음이다.”
질문을 받은 부대주는 한숨을 푹푹 쉬며 팽무성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볼 뿐이었다.
“대주들이 돌아오던가, 내일 본문에서 또 출발하는 본대를 기다려야겠지.”
부대주들도 같은 의견이라 할 수 없이 마랑문은 이 자리에서 야영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요마군. (2)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