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25)
124화
하북성 위장(圍場).
마랑문은 한밤중임에도 곳곳에 횃불이 밝혀져 있고 문도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인질로 잡아 놓은 대주들을 적당한 곳에 숨긴 팽무성은 마랑문을 유유히 거닐고 있었다.
‘팽가를 칠 준비를 하느라 바쁘군.’
하북팽가의 무복을 벗고 몸집이 그나마 비슷한 대주의 무복을 뺏어 입으니 영락없는 마랑문도였다.
본래라면 정문을 부수고 당당히 들어갔겠지만, 정사 동맹을 위해 최대한 잡음이 일어날 거리를 만들지 않으려 했다.
팽무성이 뒷짐을 지고 길의 한가운데로 걸어 다니니 마주치는 마랑문도도 별 의심을 하지 않고 지나가고 있었다.
밤이라 얼굴이 잘 보이지도 않고 워낙 당당한 걸음걸이라 그 누구도 팽무성을 외부인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접힌 천막을 나르던 마랑문도들이 커다란 덩치의 팽무성을 힐끗 쳐다보자 팽무성이 먼저 손을 흔들었다.
“고생한다.”
“아, 옙!”
팽무성이 다짜고짜 반말하니 마랑문도들은 자신들보다 상급자이겠거니 하고 급히 시선을 거두었다.
‘저 전각인 것 같은데.’
마랑문의 안쪽으로 들어가고 있는 팽무성은 오 층으로 높게 지어진 전각을 노려보고 있었다.
“흐음.”
다른 전각에 올라서 마랑문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전각을 살피던 팽무성의 눈이 가늘어졌다.
경계를 서는 무인들의 수가 비정상적으로 많았다.
모든 경로에 빼곡하게 배치되어 있었고 전각 안에도 상당한 수의 기척이 느껴졌다.
전각은 인의 장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은밀한 잠입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천살택문의 살수들은 모르겠지만 팽무성은 은신술을 익히지 않았으니 힘들었다.
‘내가 올 걸 예상하고 있었나.’
북랑대주에게 듣기를 마랑문주는 석 달 전에 두 명의 애첩을 들였고 최근에 새로운 애첩을 또 얻었다고 했다.
팽무성은 이 세 명의 첩이 모두 요마종의 요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기막을 넓게 펼친 채로 팽무성은 그대로 몸을 날렸다.
“응?”
어둠 속에서 뭔가 꿈틀거리자 경계를 서던 무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컥!”
그 순간 가슴에 주먹이 꽂히자 단말마의 신음과 함께 무인은 고개를 떨구었다.
“뭐냐!”
“침입자다!”
무인들의 간격이 워낙 좁고 수도 많았기에 동료의 이변을 느낀 자들이 많았다.
전각 주변에 움직이지 않던 횃불의 수가 늘어나더니 어지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쪽이다. 포위망을 구축해라!”
마랑문주를 호위하는 병력인 만큼 반응과 움직임이 기민했다.
삐이이익
누군가 호각을 울렸지만, 소리가 넓게 퍼지지 않고 메아리치는 느낌이었다.
다시 한번 호각을 힘껏 불었지만 마찬가지.
평소와 다른 소리에 무인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 팽무성이 입을 열었다.
“소용없다. 이 일대는 내가 기막을 쳐놨으니 너희가 무슨 짓을 해도 밖에서는 모를 거다.”
“이런 미친.”
마랑문주가 머무는 전각인 만큼 그 주변은 상당히 넓었다. 그 일대를 전부 기막으로 감싸 소리가 퍼지는 것을 막는 고수.
판단이 서자 지휘자로 보이는 중년인이 소리쳤다.
“일제히 덮쳐라! 상대하기 힘든 고수다!”
그러자 마랑문도들은 놀란 눈빛을 하면서도 검을 빼 들고 팽무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사방에서 앞다투어 뛰어오는 마랑문도를 보며 팽무성은 가볍게 걸음을 옮겼다.
쿠웅
팽무성의 걸음이 옮겨지고 산왕군림보가 펼쳐졌다. 일제히 마랑문도의 머리와 어깨를 짓누르는 산왕군림보의 압력.
“끄윽.”
“뭐야!”
마랑문도는 일제히 걸음을 멈추고 그 압력에 저항해야 했다.
마랑문도들은 내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렸으나 야속하게도 무릎과 허리는 서서히 굽혀질 뿐이었다.
푸푹
마랑문도 중에서도 고수에 속한 이들은 자신의 병장기를 땅에 박아서 버티려 했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마지막까지 버티던 중년인도 무릎을 꿇었다.
마랑문주를 지키던 마랑문도 구십 명.
이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거나 아예 쓰러졌고 그 가운데 팽무성만 오롯이 서 있었다.
“나는 마랑문주를 해하러 온 것이 아니다. 마랑문주에 기생하고 있는 여우년들을 잡으러 왔으니 나서지 마라.”
팽무성은 산왕군림보를 펼치며 초월경 고수의 기세와 살기를 아낌없이 풀어냈다.
후웅
바람이 불지도 않는데 대기가 요동치고 있었다. 팽무성의 기세를 접한 마랑문도들의 전신이 벌벌 떨리고 있었다.
기가 약한 몇 명은 오줌을 지리며 그대로 혼절해버렸다.
“전각 안까지 들어온다면 소원대로 죽여주지.”
팽무성은 마랑문도 중 제일 강한 이를 정면으로 직시하며 말하더니 발걸음을 옮겼다.
마랑문도들은 팽무성이 멀어지고 있음에도 감히 눈길조차 옮길 수 없었다.
팽무성이 전각 안으로 들어가자 심신을 짓누르고 위협하던 기세와 압력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털썩
몸에 힘이 빠진 마랑문도들이 하나둘 쓰러졌다. 팽무성을 쫓아가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그럴 의지가 남아 있다 해도 몸이 움직여주지 않았다.
“대체 누구야.”
“젊어 보였는데 말입니다.”
땅에 드러누운 마랑문도들이 힘겨운 목소리로 입을 열 때, 팽무성과 마지막으로 눈을 마주쳤던 중년인이 입을 열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주변에 압력을 행사하는 무공. 하북팽가의 산왕군림보다.”
산왕군림보를 펼칠 수 있는 팽가 출신에 젊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신위.
마랑문도들의 머릿속에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도왕?”
“팽무성이 어떻게 이곳에?”
중년인은 자신의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어찌 되었든 전각에 올라가면 진짜 개죽음이겠군.”
팽무성이 마랑문주를 해하지 않는다는 말을 지키기를 바랄 뿐이었다.
* * *
쾅쾅
팽무성은 파죽지세로 전각을 오르고 있었다.
전각 안은 밖에 비해 수가 적었기에 전각을 오르면서 보이는 대로 제압하고 있었다.
마랑문주의 호위대가 곳곳에서 팽무성을 기습했지만 단 한 걸음도 지체할 수 없었다.
팽무성은 꿋꿋이 앞으로 걸어가면서 호위대를 돌파했다. 손쉽게 오 층에 들어선 팽무성은 눈을 찌푸렸다.
사방에 연분홍빛의 연기가 자욱했고 달짝지근한 향이 가득했다.
“귀찮은 짓을.”
콰앙
팽무성은 곧장 옆으로 주먹을 휘둘러 전각의 벽 한 귀퉁이를 날려버렸다.
하지만 연기와 향은 밖으로 빠지지 않고 전각 내부를 맴돌고 있었다.
쐐액
팽무성이 벽으로 주먹을 뻗음과 동시에 연기를 뚫고 검이 가슴을 향해 쇄도했다.
“잘도 이곳까지 기어들어 왔구나.”
팽무성은 손등으로 검을 옆으로 흘리며 물었다.
“마랑문주?”
“그래, 내가 마랑문주 구영일이다! 감히 내 애첩을 납치하러 오다니!”
마랑문주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치며 연달아 팽무성의 급소를 노렸다.
팽무성은 검을 가볍게 막아내며 마랑문주의 눈빛을 유심히 살폈다.
마랑문주의 동공에는 연한 분홍빛이 희미하게 보이고 있었다.
‘환락마공의 요기에 잠식당했군.’
목젖을 찔러오는 검을 맨손으로 잡아낸 팽무성은 마랑문주를 보며 말했다.
“어차피 지금은 말이 안 통할 테니 잠자고 있어라.”
“윽.”
팽무성이 검을 끌어당기자 그대로 몸이 끌려가던 마랑문주는 당혹성을 흘렸다.
마랑문주가 검에서 손을 놓으려 했지만, 그전에 팽무성의 주먹이 명치에 꽂혔다.
“꺼억.”
마랑문주는 숨이 넘어가는 소리를 토해내더니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졌다.
팽무성은 마랑문주를 가볍게 차서 옆으로 치워놓았다.
“이런, 명색이 사도칠문의 문주인데 공격 한 번을 성공 못 하네.”
간드러지는 목소리와 함께 요염한 얼굴을 한 요마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요마군은 팽무성을 위아래로 훑더니 입술을 핥았다.
“안녕?”
“죽어라.”
팽무성은 곧장 도기를 날려 요마군을 양단하려 했다. 이에 요마군은 웃음을 터트리며 양손에 쥔 철선을 펼쳤다.
철선을 연달아 휘둘러서 만들어낸 선풍으로 도기를 막아내는 것을 보고 팽무성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단순히 미모와 요기만 믿고 설치는 줄 알았는데 아니구나. 요마군.”
“내 얼굴을 보고도 다짜고짜 도기를 날린 것은 네가 처음인걸. 혹시 고자는 아니겠지, 그렇다면 곤란한데.”
요마군은 섬섬옥수로 자신의 볼을 살짝 쓰다듬으며 웃었다.
요마군의 미소가 짙어지자 주위를 둘러싼 연분홍빛의 연기도 더욱 짙어졌다.
도풍과 장력으로 연기를 날려버리려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뭉치고 있었다.
“소용없어. 이건 약물로 만들어낸 연기가 아니라 마공이니까.”
요마군의 말에 전생의 기억을 더듬던 팽무성은 정답을 찾아냈다.
“그렇군. 극락색무마공이었나.”
이에 요마군의 짙은 속눈썹이 꿈틀거렸다.
“어떻게 알고 있는 거니?”
극락색무마공(極樂色舞魔功).
이 마공을 익히면 전신에서 연기와 향을 흘려낼 수 있었다.
독공을 익힌 독인이 체내에 쌓은 독으로 독무를 일으키는 것과 비슷했다.
요마군의 몸에도 온갖 미약(媚藥)이 농축되어 있었다.
거기에 환락마공(歡樂魔功)의 요기가 더해지면 어지간한 고수도 마음을 다잡기가 힘들었다.
“아무래도 팽가에서 잡힌 아이들이 입을 연 것 같네요.”
“하북지부로 끌려갔다 하니 또 입을 열기 전에 손을 써야겠어요.”
요마군의 좌우로 새롭게 등장한 여인들.
요마군의 사매인 요루와 요선이었다.
칠요녀에 속한 요녀답게 무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엄청난 미인들이었다.
요마군은 자신의 옆에 선 요루(妖淚), 요선(妖線)을 보며 팽무성에게 물었다.
“우리 중에 너의 취향이 있으려나.”
팽무성은 묵묵부답으로 적아도를 겨누며 몸을 날렸다. 이에 요마군의 웃음이 짙어졌다.
“젊은 사내. 그것도 극양의 내공을 익혔으면서 색욕을 억누르네. 대단하다, 너.”
요마군의 말이 맞았다.
애초에 색욕을 자극하는 미약은 남녀의 양기와 음기를 자극하는 원리였다.
극양의 내공을 익힌 팽무성에게 요마종은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실제로 요기와 색무를 접한 극양의 내공이 태풍을 만난 바다처럼 거칠게 들썩이고 있었다.
허나 팽무성은 굳건한 정신력으로 내공과 마음을 동시에 다스리고 있었다.
쐐앵
정면으로 솟구치는 적아도를 보며 요마군의 눈이 사이한 눈빛을 폭사했다.
요마종의 요섭마안이었다.
“도를 버려.”
보통 사내라면 요기에 정신이 사로잡혀 요마군의 말을 그대로 따랐을 것이다.
극락색무마공의 색무에 노출된 상황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적아도는 되려 빨라지며 요마군의 목을 베려고 했다.
이에 계속 웃음을 머금고 있던 요마군의 얼굴이 굳어졌다.
까강
이에 요마군은 급히 두 개의 철선을 교차해서 도격을 막아냈다.
요마군이 그 힘을 못 이기고 뒤로 날아가고 요루와 요선이 양쪽으로 팽무성을 덮쳤다.
속이 비치는 나삼을 입은 채 철선을 휘두르는 두 여인.
요마군처럼 색무를 뿜어내지는 못하지만, 음심을 자극하는 향을 흘릴 수는 있는 경지였다.
양쪽에서 선풍과 함께 각기 다른 음향(淫香)이 엄습하자 팽무성은 이를 악물고 도를 휘둘렀다.
“까악!”
요마종의 마공이 팽무성을 흔들고 있음에도 적아도는 거침없이 뻗어 나가고 있었다.
팽무성이 도저히 유혹에 넘어갈 기미가 안 보이자 요루와 요선의 얼굴이 굳어졌다.
“무서워하지 마렴. 본종의 마공에 아예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니.”
“대사저.”
요마군은 입술의 피를 훔치며 말했다.
“저놈은 십대고수야. 평소라면 방금 첫 공격에 너희는 그대로 당했을 거야.”
이에 요루와 요선도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고자는 아닌 모양이구나. 팽무성.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니 죽을 맛이겠지?”
“언제까지 그 혀를 놀리나 보지.”
요마군도 생각보다 뛰어난 팽무성의 정신력에 감탄했는지 전력으로 환락마공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요루와 요선도 마찬가지였다.
점점 짙어지는 요기와 색무는 분홍빛을 넘어서 아예 요사스런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
“염왕도 내 치마폭을 벗어나지 못했단다. 너라고 다를까.”
“너보다 아름다운 여인을 알고 있거든.”
“뭐? 웃기는 소리!”
그 말을 신호로 요녀들이 팽무성에게 일제히 몸을 날렸다.
세 요녀는 팽무성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선풍을 날리거나 간혹 요사스런 자세를 취해 팽무성의 집중력을 흔들었다.
간혹 위협적인 공세를 보일 때마다 세 오녀는 동시에 요섭마안을 펼쳐 팽무성을 억제하려고 했다.
요마종의 환락무(歡樂舞)였다.
팽무성은 요동치는 내공을 진정시키면서도 한 줄기의 내공을 따로 운용해 요기의 침범을 막았다.
그러면서 색욕과 음심을 억눌러 적아도에 잡념이 실리는 것을 막아냈다.
거기에 쇄도하는 선풍과 조법을 막아내고 도격을 쏟아내고 있었다.
팽무성은 단순히 요녀들의 합공을 막아내는 것이 아니라 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행동과 생각을 동시에 해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팽무성이 요루의 나삼을 찢어내며 헛웃음을 흘렸다.
‘요마종의 마공이 이렇게 위협적일 줄은 몰랐네.’
전생에서도 요마종주와 요마군을 상대하기 위해 다른 십대고수가 아닌 불존이 직접 나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요마종은 무인이 아닌 사내를 상대하기 위해 탄생한 마공임을 몸으로 실감했다.
요마군을 비롯한 요녀들이 팽무성이 왔음을 알고도 도망치지 않은 이유.
팽무성을 십대고수가 아닌 사내로 보고 있는 탓이었다. 무림의 어떤 사내라도 유혹하고 굴복시킬 수 있는 자신감.
이것이 요마종의 진정한 힘이었다.
요마종은 무인들의 싸움을 사내와 여인의 싸움으로 유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요마종의 위력을 체감할수록 팽무성의 살심도 더욱 강해졌다.
몇 수 겨룬 것으로 요마군이 초절정의 극에 도달했음을 알았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 초월경에 오른다면 어지간한 마왕보다 위협적일 것이 분명했다.
‘이번에 아예 끝을 본다.’
굳게 닫혀있던 팽무성의 입가가 비틀어졌다.
“뇌기로 다 지져주마.”
콰르릉
적아도가 요기와 색무보다 더 짙은 붉은 빛을 폭사하며 뇌기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요마군. (3)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