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27)
126화
문파 대전과 마랑문의 일도 깔끔하게 정리되고 팽무성은 간만에 팽가에서 한적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적하게 시간을 보낸다고는 하지만 팽무성의 일과는 빼곡하게 진행되었다.
개혁 이후 팽가의 대연무장에는 매일 아침 비무가 벌어졌다. 원로원의 원로들이나 빈객들이 팽가의 가솔들을 상대하는 것이었다.
그 비무에 참여해 삼십여 명을 때려눕힌 팽무성은 대무각 앞의 연무장을 구경하고 있었다.
대무각의 연무장에는 팽가의 후대를 이을 어린아이들이 무공수련을 하고 있었다.
이전에는 일도와 삼도 단둘이 교관을 맡았지만 대무각이 꾸준히 인력을 양성하며 교관이 많이 늘어난 상황이었다.
수련생 전체를 총괄하는 교두를 중심으로 여섯 명의 교관들이 아이들 사이를 누비며 자세를 교정해주고 있었다.
교관의 수가 늘어날수록 아이들을 세밀하게 살필 수 있으니 교육의 효과는 배가 되었다.
팽무성은 수련생 사이에 섞여서 목도를 휘두르고 있는 상진목을 바라보고 있었다.
‘확실히 재능이 있네.’
하북팽가의 목도는 유엽도를 본떠 만들어졌는데 일반적인 목검보다 무거웠다.
이러니 아직 여물지 않은 어린아이들의 근육으로는 금세 지치기 마련이었다.
“해무, 목도의 끝이 흔들린다. 손목의 힘으로만 지탱하는 것이 아니라 팔, 어깨, 허리의 순서로 힘을 이용해야 한다.”
“좀 더 기세를 실어라. 유엽도는 다른 병장기보다 짧아서 두려움이 있으면 안 된다. 도법을 펼치는 모습이 호랑이와 같아야 한다.”
교관들은 눈에 거슬리는 장면을 발견할 때마다 걸음을 멈추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상진목은 교관들에게 아무런 지적을 받지 않고 있었다.
까다로운 시선을 가진 교관들조차 상진목의 자세에 흠잡을 곳이 없다는 뜻이었다.
단상 위의 교두도 상진목을 보면서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팽무성은 연무장의 구석에 앉아 상진목을 계속 지켜보았다.
한 시진이 지나자 오전 수련이 끝나고 수련생들에게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그제야 교관들은 구석에 앉아있는 팽무성에게 인사를 하며 예를 갖추었다.
교관들이 예를 갖추는 모습에 앉아서 쉬고 있던 수련생들의 시선이 절로 팽무성에게 향했다. 하나같이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팽가의 아이들 사이에서 팽무성은 하나의 우상이나 다름없었다.
젊은 나이에 십대고수에 올라 도왕이라 추앙받는 팽무성은 어린아이들이 즐겨 읽는 협객지의 주인공과 비슷했다.
그때, 저들끼리 속닥이던 수련생 중 몇몇이 팽무성에게 다가왔다.
“소가주.”
아이들은 조심스럽게 팽무성을 불렀는데 얼굴에는 반가움이 섞여 있었다.
이에 팽무성도 아이들을 찬찬히 살폈다.
“너희들은?”
“저희는 일전에 혈루문에서 소가주께서 구해주신 애들인데요. 기억하시나요?”
“아.”
혈루문에서 살수 훈련을 받던 아이들.
팽무성은 소산원에 맡겼던 아이들을 떠올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이었구나.”
팽무성은 자신의 앞에 모인 아이들의 얼굴을 한 명씩 세심하게 살폈다.
혈루문에서 막 빠져나올 때만 해도 인피면구를 쓴 듯 표정이 없는 아이들이 많았다.
허나 지금 아이들의 표정에는 생기가 넘쳐 여느 보통 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잘 지내는 것 같네.”
“네. 글을 배우는 애들도 있고 기술을 배우는 애들도 있습니다. 저희는 무공을 선택했고요.”
팽가가 운영하는 소산원은 단순히 고아들을 키우는 곳이 아닌 자립할 능력을 쌓게 해주는 곳이었다.
살수로 살아갔을 아이들이 새롭게 길을 찾고 있다 하니 팽무성도 마음이 편했다.
“뭐든 좋으니 열심히 해라.”
“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어색한 자세로 포권을 취하는 것을 보고 팽무성은 웃음을 터트렸다.
혈루문의 아이들이 물러나고 잠시 떨어진 곳에 서 있던 상진목이 다가왔다.
“소가주.”
“잘 배우고 있더구나.”
팽무성의 칭찬에 상진목은 어색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상진목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더니 결심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소가주의 제자가 되고 싶습니다.”
“무공을 배우고 싶은 이유가 생긴 건가?”
“무언가를 배우는 것에 있어 재미를 느낀 것은 무공이 처음입니다.”
상진목의 대답에 팽무성은 손을 내밀었다.
“팔을 대봐라.”
상진목의 맥문을 잡은 팽무성은 내공을 흘려내어 내부를 살폈다.
손목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낀 상진목의 눈이 번쩍 떠졌다.
상진목의 단전에 조그맣게 쌓인 양기를 보고 팽무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열심히 운기했구나.”
“네.”
팽무성은 상진목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내 제자로 받아들이마.”
이에 상진목이 해맑은 웃음을 보였다.
언제나 진중한 표정을 한 상진목에게서 보기 힘든 얼굴이었다.
어디서 들은 것은 있는지 상진목이 절을 하려고 하자 팽무성이 이를 말렸다.
“앉아 보거라.”
“네, 스승님.”
처음 듣는 스승이라는 호칭에 팽무성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팽무성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말을 이었다.
“내 제자가 되었다고 당장 달라질 것은 없다. 당분간은 대무각에서 무공을 수련해야 할 거야.”
팽무성이 팽가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음을 상진목도 알고 있었다.
예상했던 바이기에 상진목은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때를 대비해서 가주께 혼원벽력신공의 후반 구결 전수를 허락받아놨다.
다만, 네가 완전한 팽가의 가솔이 되어야 한다. 지금의 성을 버리고 팽가의 성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팽무성은 이왕 제자로 받은 김에 제대로 가르칠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혼원벽력신공을 완전히 익히는 것은 필수적이었다.
제일 중요한 심법이 반쪽짜리라면 상진목의 재능을 제대로 꽃피울 수가 없었다.
“상(上)이라는 성은 신의께 글자를 배우면서 제가 마음대로 붙인 성입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상(上)은 고아 신세로 뒷골목을 떠돌던 신세를 면하고 좀 더 위로 가고자 하는 상진목의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상진목이 자세한 의미까지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팽무성도 고아였던 기억이 있기에 그 의미를 대충이나마 예상하고 있었다.
“시원시원해서 좋구나.”
팽무성의 칭찬에 상진목은 고개를 숙였다.
“이제부터 너의 이름은 팽진목이다. 본가의 명부에도 이름이 올라갈 거야.”
“팽진목…”
팽진목은 새롭게 얻은 자신의 이름을 읊조렸다.
* * *
하북팽가에 무림맹의 손님이 도착했다.
무림맹의 타격대 중 하나인 백검대였다.
가주전에 들어선 백검대주는 두 장의 서신을 팽진연에게 전달했다.
한 장은 팽진연에게 안부를 전하는 서신이었고 다른 한 장은 팽무성에게 전달된 서신이었다.
“고작 서신을 전하고자 자네와 백검대가 직접 왔단 말인가.”
백검대주는 맹주가 보낸 서신을 읽고 있는 팽무성을 보며 말했다.
“무림맹이 도왕께 정식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니 당연히 예를 갖춰야 한다고 맹주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과연 맹주다운 말씀이시군.”
나이만 어릴 뿐, 팽무성은 십대고수로서 정파 무림의 주축이 되었다.
무림맹주라 하여 다짜고짜 명령을 내리듯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실례였다.
‘낭왕이라…’
팽무성은 서신에 적힌 낭왕(浪王)이라는 별호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서신의 내용은 간단했다.
도왕에 오른 것에 대한 축하와 낭왕이 무림맹의 의뢰 제안을 수락하도록 도움을 달라는 요청이었다.
전생에서 낭왕과 그 휘하의 천랑회는 마교와 싸움을 벌이기는 했지만, 무림의 평화 때문은 아니었다.
천랑회와 대립각에 서 있는 염라회가 마교의 편에 섰기 때문이었다.
천랑회는 무림맹과 손잡지 않고 단독적으로 마교와 충돌하다가 산화했었다.
“낭왕의 조건은 뭡니까.”
팽무성의 물음에 백검대주는 얼굴을 굳힌 채 말했다.
“자신과 필적할 고수를 데려와 대결을 벌이는 것입니다. 자신과 천랑회를 사려면 그 자격을 증명하라고 합니다.”
십대고수인 낭왕과 필적할 고수라면 무림맹주인 검존을 지목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무례한 자로다.”
팽진연의 불쾌한 듯 말하자 백검대주도 고개를 끄덕였다.
“낭왕이 십대고수의 서열에 관심이 많은 자였습니까?”
“아닙니다. 낭왕도 결국 낭인이라 제일 중요하게 따지는 것은 돈입니다.”
그런 자가 왜 굳이 십대고수끼리의 대결을 원하는 것일까.
팽진연과 팽무성이 의문이 들 때, 백검대주가 해답을 주었다.
“낭왕은 자신보다 높은 서열의 십대고수를 쓰러트리고 자신의 몸값을 더 높이기를 원합니다.”
“음.”
“본맹에서 삼고초려를 했지만 모두 실패했고 마지막에 청룡단주께서 참다못해 나서셨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렇겠지.”
무림맹 사신단(四神團)의 한 축을 책임지는 청룡단주라도 십대고수는 무리일 터였다.
“그래서 맹주께서는 팽 소협께 도움을 청한 것입니다.”
“천랑회는 절강에 자리 잡고 있으니 절강까지 가야겠군요.”
“예. 가능하시겠습니까?”
“사패와 함께 출발하겠습니다.”
백검대주의 간절한 물음에 팽무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중추절 전에 검각에 가야 하니 잘됐네.’
팽무성이 흔쾌히 허락하자 백검대주는 일어나서 포권으로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팽 소협.”
* * *
밀실에 놓인 거대한 원형 탁자.
그 탁자에는 열 개의 자리가 놓여있었다.
그 개수가 무색하게 자리에는 고작 세 명의 사내만 앉아있었다.
“참 많이도 비었군.”
“환마군은 운남에 있어서 오지 못했다.”
“이번에 요마군, 그 년도 죽었다며? 클클.”
권마군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입을 열자 광마군이 낮은 웃음을 흘렸다.
“광마군, 어떻게 되었나?”
잠자코 있던 검마군이 묻자 광마군은 어깨를 들썩였다.
“해남파에는 없었다. 무신의 발자취가 겹친다고 이런 귀찮은 짓을 시키다니. 이 일을 시킨 그 기생오라비는 어디 있는 거냐.”
소교주를 비하하는 말에 검마군의 눈썹이 치솟았다.
“말조심하라. 광마군.”
“앙? 너야말로 입 다물어라. 네놈의 장기를 몽땅 빼서 씹기 전에.”
후웅
검마군과 광마군의 마기가 뒤엉키자 중간에서 권마군이 가볍게 탁자를 쳤다.
“그만.”
이에 검마군은 마기를 거두었지만 광마군은 도리어 마기를 폭발시켰다.
쩌적
이에 탁자가 갈라지고 그 위에 있던 찻잔도 박살이 났다.
애초에 광마군은 남의 말을 쉽게 듣는 사내가 아니었다.
이에 권마군의 이마에도 핏줄이 솟았다.
“이 미친 새끼가.”
점잖게 있던 권마군의 목소리에 짜증이 서리자 광마군이 어금니를 드러냈다.
“그래, 나는 이런 것을 원했다. 오랜만에 마군이 모였으면 한판 붙어야지. 정파 나부랭이들 마냥 차나 마실 생각이었냐?”
이에 권마군도 주먹을 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검각에 대한 논의는 네놈의 팔을 부러뜨린 후에 하도록 하지.”
“이빨이 다 뽑히고도 말할 수 있다면 들어주마.”
쑤아아앙
마기를 머금은 권마군의 주먹이 파공음을 일으키며 광마군의 인중을 향해 쇄도했다.
광마군은 양손의 손가락을 오므리더니 사정없이 허공에 그어냈다.
왼손은 권마군, 오른손은 앉아있던 검마군에 향했다.
싸움에 끼어들 생각이 없었던 검마군은 눈을 찌푸리며 검을 빼 들었다.
“이 새끼야, 어딜 구경만 하려고. 짜증나게.”
이에 검마군도 차가운 얼굴로 광마군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끼아아아아
검마군의 검이 귀곡성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세 마군은 서로를 노려보더니 한데 뒤엉키기 시작했다.
절강성을 향해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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