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29)
128화
콰르릉
염라회의 낭인들을 베어내는 적아도는 한 치의 자비도 없었다.
그저 앞을 막는 족족 천둥소리와 함께 파육음이 뒤따를 뿐이었다.
“저걸 어떻게 막으라는 거야!”
“저놈 사정없이 밀어붙이는데.”
염라회의 낭인들은 팽무성의 망설임 없는 도격에 혀를 내둘렀다.
“그것보다 저년부터 어떻게 해보라고!”
“뒤에 있던 놈들 피 토하고 난리가 났단 말이다.”
“제기랄! 네가 숨 참고 독무 안으로 들어가던가!”
본래 소수가 다수를 상대로 깊게 파고들면 자연스레 퇴로가 막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당화련의 독무와 암기에 낭인들은 퇴로를 막지 못하고 되려 양쪽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용기 있는 몇몇이 동시에 팽무성에게 몸을 날렸지만, 닿기도 전에 적아도가 수평으로 그어지고 있었다.
푸학
바로 앞에서 피 분수가 터졌지만 팽무성은 장력으로 피를 뒤집어쓰는 것을 막아냈다.
팽무성이 염라회 낭인들을 절반 정도 뚫어냈을 무렵, 뒤쪽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회주께서 마공의 사용을 허락하셨다!”
이에 낭인들의 눈빛이 바뀌었고 낭인의 목을 베던 적아도도 우뚝 멈췄다.
‘마공이라고?’
팽무성은 잠시 멈춰 서서 염라회의 낭인들을 눈에 담았다.
천목산을 가득 채웠던 낭인들의 거칠고 투박했던 기세가 변모하기 시작했다.
“팽 오라버니!”
“그래.”
순간 천목산 일대가 어두워지는 느낌.
한낮임에도 먹구름이 햇빛을 가린 듯 분위기가 우중충해지기 시작했다.
염라회 낭인들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마기.
낭인들의 눈빛에 있던 두려움이 지워지고 그 빈 자리를 광기가 대신하고 있었다.
“광혈마공.”
광혈마공(狂血魔功).
광기로 두려움을 없애고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하는 마공. 거기에 어느 정도 무위의 상승도 기대할 수 있었다.
허나 육체의 부담이 크고 마기가 뇌를 자극하기에 자주 펼치면 진짜 광인이 되는 마공이었다.
“너희들의 뒤에 광마군이 있었구나.”
빠지직
팽무성의 전신에서 붉은 뇌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직접 절강에 오기를 잘했군. 네놈들을 전쟁 전에 치워버릴 수 있게 되었으니.”
숨김없이 기세를 풀어내자 팽무성을 중심으로 한 줄기 강풍이 휘몰아쳤다.
이에 뒤에 있던 당화련도 버티기가 힘들어서 내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려야 했다.
당화련은 기세를 이겨내기 위해 이를 악물면서도 팽무성의 등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당화련도 무인이기에 팽무성과 같은 기세를 흘릴 수 있는 그 날이 다가오기를 꿈꾸고 있었다.
“팽무성…”
염라회주는 머리털이 곤두서게 하는 기세에 침음을 흘렸고 한참 혈투를 벌이느라 정신이 없던 천랑회의 낭인들도 이상함을 감지했다.
“뭐냐, 이 무시무시한 기세는.”
“낭왕께서 벌써 돌아오신 건가.”
“아니, 회주와는 뭔가 다른 느낌이야.”
천랑회의 낭인들이 염라회의 낭인들을 베어 넘기며 고개를 높게 들 때 천목산의 입구 쪽에서 붉은 벼락이 치고 있었다.
꽈릉
적아도가 사선으로 그어지며 붉은 뇌기가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이에 수십의 낭인들이 피를 토했지만 물러서는 것보다 앞으로 달려드는 이들이 더 많았다.
“크아악!”
“죽여!”
광기로 두려움을 잊은 낭인들이 괴성을 지르며 팽무성의 머리 위로 날았다.
그 뒤로는 검기, 도풍, 장력 등이 마구잡이로 섞여서 날아들고 있었다.
광기로 이성을 잃은 낭인들은 뒤를 생각하지 않고 마구 내공을 쏟아냈다.
허나 그것이 무색하게 팽무성은 단 한 번의 도격에 낭인들의 공세를 날려버렸다.
광혈마공으로 무위가 급상승한 염라회의 낭인들. 하지만 팽무성의 걸음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더욱 빨라졌다.
천목산을 뒤덮은 마기에 되려 팽무성의 뇌기와 적아도가 더욱 거칠어진 듯했다.
수백의 낭인이 달려들어도 팽무성의 도를 막아낼 수 없으니, 어느새 팽무성은 염라회주의 앞에 도달하고 있었다.
“당신이 염라회주로군.”
“도왕.”
염라회주는 팽무성이 지나온 혈로를 바라봤다.
광혈마공을 펼친 염라회의 낭인들이 기를 쓰고 막아도 그저 한 줌의 피륙으로 산화할 뿐이었다.
이에 광기를 머금은 낭인들도 주춤거리고 팽무성과 당화련에게 덤비기를 꺼리고 있었다.
‘아까부터 불화살의 개수도 점점 줄어드는군.’
염라회주는 코끝을 찡그리며 허리춤의 검으로 손을 가져갔다.
천목산 위에 배치한 낭인들도 문제가 생긴 것인지 화살도 더는 날아오지 않고 있었다.
“때마다 기가 막히게 우리의 일을 방해하는군. 노리고 움직이는 건가?”
“너희에게 관심은 없다. 그래도 이렇게 마주치는 것은 악연이라는 것이겠지.”
“재수가 없으려니.”
염라회주는 한탄하듯 짧게 말하곤 곧장 발검하여 검기를 날렸다.
팽무성이 검기를 쪼갰을 때, 염라회주를 비롯한 심복들이 합공을 펼치려 들었다.
“뭐하느냐! 뒤를 쳐라!”
염라회주의 명령에 팽무성의 뒤쪽에 있던 낭인들도 다시 달려들기 시작했다.
쐐애액
어린표가 회오리치며 팔방으로 쇄도하니 낭인들이 뛰어나오던 자세 그대로 쓰러졌다.
당화련이 후방을 든든하게 지켜주니 팽무성은 오직 앞만 보고 적아도를 휘둘렀다.
동시에 찔러오는 일곱 개의 병장기.
여러 번 호흡을 맞추었는지 그들 나름의 흐름이 있었다.
허나 팽무성은 힘으로 짓누르는 강격으로 흐름 자체를 깨트려버렸다.
까가가강
도격이 거침없이 쏟아졌는데 염라회주의 심복들은 일 합조차 제대로 받아내지를 못했다.
제각기 피를 뿜으며 무릎을 꿇거나 부러진 병장기를 허망하게 바라봤다.
그나마 제대로 서 있는 것은 염라회주가 유일했다.
낭왕에 비해 모자랄 뿐이지 염라회주도 나름의 실력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했다.
염라회주도 낭인의 신분으로 초절정에 오른 무림에서 몇 안 되는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그러나 팽무성과 정면으로 맞붙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었다.
“크흐.”
팽무성을 이길 수 없다 여긴 염라회주는 하는 수 없이 광혈마공을 펼쳐냈다.
전신의 핏줄이 굵어져 꿈틀거렸고 가늘어진 동공에는 광기가 깃들었다.
그래도 다른 낭인들과 달리 어느 정도 이성이 있는지 염라회주는 검을 마구잡이로 휘두르지는 않았다.
쏴앙
검에 힘이 실리고 속도는 배로 빨라지니 찔러질 때마다 묵직한 파공음이 따랐다.
“크큭. 이정도였나?”
초식의 위력이 높아짐에 내심 놀란 염라회주는 약간의 희열을 느꼈다.
부작용 때문에 마공의 사용을 꺼렸던 염라회주는 마공을 멀리했던 지난날을 후회했다.
광혈마공의 성취를 올렸다면 지금보다 더 강한 위력을 볼 수 있었을 터.
‘이기지는 못해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염라회주가 희망을 떠올림과 동시에 수직으로 그어진 붉은 선이 검신을 두들겼다.
쩌엉
팽무성은 가슴을 찔러오는 염라회주의 검을 그대로 내려찍어 쪼개버렸다.
검신의 파편이 흩날리는 것을 보는 염라회주의 눈이 천천히 커질 때.
팽무성의 장력이 염라회주에 가슴에 적중했다. 뼈가 뭉개지는 소리와 함께 염라회주는 피를 뿜으며 하늘을 날았다.
쓰러진 염라회주는 몸을 잠깐 꿈틀거리더니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그 모습에 눈치 빠른 천랑회의 낭인들이 저마다 소리쳤다.
“염라회주가 뒤져버렸다!”
“너희들이 졌다고. 이 새끼들아!”
천랑회 낭인들의 계속되는 외침에 염라회 낭인들의 움직임이 굼떠지기 시작했다.
쿠웅
팽무성은 내공을 가득 실어 진각을 밟았다. 그 기세가 천목산으로 퍼져나가자 낭인들이 멈칫거렸다.
“무기를 버리고 꿇어라.”
뒤이어 팽무성이 살기마저 흘려내기 시작하자 낭인들은 하나둘 정신 차리기 시작했다.
광혈마공의 광기가 본능적으로 솟아오르는 생존 본능에 밀려난 탓이었다.
염라회의 낭인들은 저들끼리 눈치를 보더니 결국 무기를 버리기 시작했다.
* * *
사패에 의해 염라회 낭인들이 제법 죽었지만, 생존자의 수도 많았다.
살아남은 낭인들은 무기를 빼앗고 점혈하여 천랑회 산장 앞쪽에 모아놨다.
따로 포박은 하지 않았지만, 도왕을 비롯하여 사패가 자리를 지키고 있기에 딴짓을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사패는 천랑회의 부회주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대들 덕분에 천랑회가 위기를 넘겼소. 감사드리오.”
“천랑회와 염라회의 충돌이 잦다는 것은 들었는데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습니다.”
팽무성의 말에 부회주는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과감하게 행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오. 회주께서 좀처럼 자리를 비우시지 않는 그 절묘한 틈을 노렸더이다.”
“낭왕께서는 언제쯤 돌아오십니까.”
“절강에는 여러 해적단이 출몰하는데 이번에는 낭왕께서 직접 나서야 하실 정도요.”
부회주의 말로는 이번에 절강성에 들어선 해적들의 수장인 검성이라는 왜인은 실력이 뛰어나 낭왕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했다.
“놀랍네요. 십대고수가 나서야 할 정도의 무인이 왜인에도 있었다니.”
“음, 왜국의 검술도 얕볼 수 없다더니 그 말이 맞는 듯하구나.”
당화련이 놀라워했고 남궁혁도 검성이라는 왜인에게 호기심을 보이는 듯했다.
“무림맹의 일 때문에 오신 것이라면 조금 기다려야 하실지도 모르겠소.”
부회주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팽무성은 중얼거렸다.
“여기서 기다리느니 차라리 낭왕을 돕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군.”
“팽 시주의 말이 맞아, 해적들이 약탈하러 온다는데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기도 그렇고.”
팔짱을 끼고 있던 남궁혁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가 멀다고 해적들이 출몰하는 주산군도는 손 하나가 절실할 테지.”
검각에 방문한 경험 덕분에 남궁혁은 주산군도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맞소. 이놈들은 찔끔찔끔 오는 게 아니라 언제나 개미 떼처럼 몰려오지.”
부회주가 질린다는 양 말하자 당화련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주산군도로 찾아가 낭왕을 만나는 게 더 낫겠어요.”
사패의 결정에 부회주의 얼굴이 밝아졌다.
“어차피 주산군도로 낭인들을 더 보내려던 참이었소. 이들과 함께 가면 될 것이오.”
주산군도로 지원병력을 보내려 했던 차였기에 천랑회로서는 잘된 일이었다.
염라회를 밀어붙인 사패의 무력이라면 낭인들의 피해도 줄어들고 낭왕도 예정보다 더 빨리 돌아올 수 있을 터였다.
“염라회를 호송하기로 한 무림맹도들이 오면 저희도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팽무성은 무림맹 절강지부에 염라회주를 비롯한 염라회의 낭인들을 모두 호송시킬 생각이었다.
일부러 염라회주를 죽이지 않고 제압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일단 마공을 익혔으니 그 경위가 어찌 되었든 명확하게 심문을 시킬 생각이었다.
팽무성의 배려에 부회주는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부탁드리겠소.”
* * *
주산군도의 한 해변.
절강의 문파 연합과 왜인들의 치열한 혈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지난 십여 일 동안 이 해변에는 수많은 이의 피가 흩뿌려졌었다.
밀려오는 파도와 포말은 붉게 물드는 모래를 끊임없이 씻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바다의 그 수고로움도 이제 막바지에 달하고 있었다.
해적들이라고 전쟁을 벌이듯이 몇 날 며칠을 이어서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왜인들은 물러날 때를 보면서도 마지막 총력을 쏟아붓고 있었다.
촤자자장
콰앙
해병의 중앙에서 거대한 구덩이가 파이며 모래가 비산했다.
낭왕과 검성의 일전.
이 해변의 승패를 쥐고 있는 중요한 열쇠였다.
본래 우두머리끼리 싸우는 일은 드문 일이나 전투가 막바지에 달하고 있기에 두 고수는 마주 나와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낭왕, 칼솜씨가 더욱 늘었군.”
해적들의 수장인 검성은 왜인임에도 중원의 말을 능숙하게 하고 있었다.
“너는 변함이 없구나. 곧 그 목을 따주마.”
까앙
두 자루의 검이 거칠게 충돌할 때, 두 고수는 동시에 얼굴을 찌푸리며 거리를 벌렸다.
낭왕과 검성은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두려움을 모르던 두 고수가 경시할 수 없는 존재감이 서쪽에서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탓이었다.
콰르릉
왜인들의 진형의 중간을 꿰뚫는 도격과 함께 수십 다발의 도기가 쇄도했다.
이를 본 낭왕은 선두에서 왜인들을 찢고 있는 사내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봤다.
“도왕인가.”
낭왕. (2)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