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35)
134화
검마군을 중심으로 검마종과 권마종의 마인들이 부서진 산문을 통해 끊임없이 들어서고 있었다.
검각을 가뿐히 뛰어넘는 머릿수에 제자들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고 있었다.
검마군은 검각주 옆에 있는 당화련을 정확히 직시했다.
“보타산에 너희가 머물고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원래 마군끼리 오려고 했지만, 병력을 데려오기를 잘했군.”
검마군은 다른 쪽으로 눈길을 돌렸는데 검각의 제자들과 달리 거친 기세를 흘려내는 사내들이 있었다.
검각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내들.
천랑회의 낭인들이었다.
“좀 편안히 쉬고 가나 했더니, 빌어먹을.”
“정신 바짝 차려라. 염라회처럼 반쪽짜리가 아닌 진짜 마인이다.”
팽무성은 검각의 습격 규모를 전혀 알 수 없기에 혹시 몰라 낭왕을 통해 천랑회에서도 칼을 잘 쓰는 이들을 소개받았다.
물론 돈을 주고 의뢰를 하여 데려온 것이었다.
위축되는 제자들과 달리 낭인들은 전혀 기세가 죽지 않으니 이에 영향을 받은 검각의 제자들도 차례로 정신을 다잡았다.
검마군은 낭인들이 검각에 있는 것도 사패 때문임을 알아차렸다.
“정말 너희는 놀랍단 말이지.”
어찜 이리 본교가 나타나는 곳마다 귀신같이 나타날 수 있는지.
검병을 만지작거리는 검마군의 눈에서 짙은 살기가 흘러나왔다.
이번 습격은 계획보다 훨씬 많은 전력이 동원되었다. 그 이유는 검각과 함께 사패를 죽여버리기 위함이었다.
‘소교주께서 팽무성을 눈여겨보고 있다지만 다른 사패는 아니지.’
그리고 이번에 그 역할을 맡은 것이 바로 검마군이었다.
“다른 사패는 어디 있나.”
“네가 직접 찾아보지 그래?”
당화련의 말에 검마군은 천천히 검을 뽑아 하단으로 늘이곤 검각주를 쳐다봤다.
“검각주. 검각에 명검을 모아놓은 검유각이 있다지. 그곳에 혈천검이 있나.”
혈천검이라는 단어를 들은 검각주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검을 왜 이곳에서 찾는 것이냐.”
혈천검(血天劍)
무신에 의해 패배한 혈천주의 신병이기.
보통 병기가 아니라 무신이 회수하여 직접 봉했다는 사실만 알려지고 그 이후로 행방이 묘연한 비밀이 많은 검이었다.
그런데 그 검을 왜 마교에서 찾는 것일까.
검각주의 반응을 유심히 살피던 검마군은 한쪽 눈을 가늘게 떴다.
“내가 멍청한 질문을 하기는 했군. 어차피 다 죽이고 직접 뒤지면 그만인데.”
하단에 늘어져 있던 검마군의 검이 올라와 검각주를 겨누었다.
“정리해라.”
검마군의 명령에 양옆에 도열한 마인들이 일제히 몸을 날렸다.
그 사이로 검마군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섣불리 움직이지 말고 자리를 고수해라.”
“은하검진을 구축해!”
검각의 제자들은 왜인들을 겪으며 나름대로 경험을 쌓아온 이들이었다.
처음 겪어보는 마기에 당황했지만 이내 실전에 돌입하자 침착하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형님, 우리는 어떻게?”
“너희들은 두세 명씩 묶여서 검진 뒤로 포진해라. 검각의 제자들이 위험할 때 도와줘.”
검각의 검진 뒤로 낭인들이 자리를 지키자 검진은 더욱 두터워졌다.
채채챙
마인들은 검각의 검진으로 달려들었고 검각주를 비롯한 네 명의 장로들은 그와 반대로 검마군에게 몸을 날렸다.
쐐액
검각주가 검마군의 가슴으로 검을 찔러 넣는 사이에 장로들은 각자의 방위로 흩어져 검진을 구축했다.
오방유성검진(五方流星劍陣).
다섯 방향에서 동시에 수평으로 날아드는 새하얀 검기가 분출되고 검마군의 검이 귀곡성을 토해냈다.
끼아아아아
흑회색의 검기가 검극에서 터져 오르며 은빛의 검기들을 단숨에 침묵시켰다.
“그 유명한 오방유성검진을 한 번 견식해보지.”
너무나 손쉽게 검진의 공세를 무력화시킨 검마군은 장로 하나를 노린 채 직선형의 검기를 쏘아냈다.
이에 양옆의 장로들이 대항하여 검기를 날렸지만 검마군의 검기는 두 겹으로 날아드는 은빛 검기를 꿰뚫고도 그 기세가 죽지 않았다.
이에 장로들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그때, 검기의 위로 여섯 개의 어린표가 연달아 쏟아졌다.
콰캉
검각의 장로를 꿰뚫기도 전에 자신의 검기가 중간에 가로막히자 검마군은 어린표가 날아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양손에 어린표를 들고 있는 당화련.
검각의 제자들을 덮치는 마인 위로 독무를 뿌리고 온 당화련은 오방유성검진에 합류했다.
“검각주, 후방에서 지원하겠습니다.”
검각주는 검마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검마군의 무공이 예상보다 놀라웠다.
“초월경에 오른 건가. 마교, 정말 괴물들이군.”
검각주의 말에 다른 장로들도 이를 악물고 검을 바로잡았다.
검각주를 비롯한 장로들은 죽을 각오를 하고 다시 검진을 개진했다.
다섯 자루의 검과 어린표가 검마군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키아아아아
* * *
보타산 법우사 원통전.
원통전(圓通殿)은 관세음보살을 모신 곳이었다. 그 앞에서 가부좌를 틀고 참선에 빠져있던 무각의 눈이 서서히 떠졌다.
유례없던 평온한 얼굴을 한 무각이지만 그 눈빛은 환하게 일렁이며 등불처럼 밝아지고 있었다.
무각의 변화를 느낀 것일까.
눈을 감은 채 염주를 굴리고 있던 법우사의 주지승이 눈을 떠 무각의 등을 바라봤다.
“무각아, 가려느냐?”
“예, 스님. 살계를 열어야 할 듯합니다.”
보통 승려라면 급구 말릴 일임에도 주지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원통전의 문을 열어주었다.
“바르지 못한 생각은 지옥이 되고, 고운 말은 향기가 난다고 부처께서 말씀하셨으니, 너의 주먹과 발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주지승의 충고에 무각은 주먹을 불끈 말아쥐었다.
“법화경의 화두는 다녀와서 다시 고민해 보겠습니다.”
“그래. 천천히 다녀오거라.”
불영선하보를 펼쳐 숲속으로 모습을 감춘 무각을 보며 주지승은 나지막이 불호를 외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움직이니 좋구나.”
무각은 나뭇가지를 밟고 신형을 띄우면서도 몸 여러 군데를 비틀어서 뼈 소리를 냈다.
산길을 두 호흡에 주파해버린 무각은 저 멀리 검각이 있는 쪽이 소란스러운 것을 감지했다.
이에 무각은 다릿심을 더욱 끌어올려 빠르게 숲을 뚫고 지나갔다.
드디어 검각의 담장이 모습을 드러냈고 무각은 담장의 기와를 밟고 다시 높게 뛰어올랐다.
채채챙
“현 사매, 소민 사매를 도와줘!”
“묵가야, 좌측에 마인이 뚫고 온다. 막아라!”
“알겠소.”
무각은 검각 제자들과 낭인들을 에워싼 마인들을 보고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이 빌어먹을 마귀 놈들!”
무각은 비상한 채로 쌍장을 힘껏 땅으로 내질렀다.
콰아아앙
대력금강장의 거대한 장력이 마인들의 머리 위로 떨어지며 그 주변이 커다랗게 흔들렸다.
장력을 감지한 몇몇은 피해냈지만 십여 명의 마인이 그대로 찌부러졌다.
무각은 그 위로 착지하곤 다짜고짜 주먹을 내질렀다.
“아미타불!”
무각은 커다랗게 불호를 외치면서도 권장각을 거침없이 펼쳐냈다.
마인의 틈 속에서 무공을 펼치는 것이기에 사방으로 공격이 쏟아졌지만, 무각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받아쳤다.
용조수를 펼쳐 허리를 찔러오는 검을 잡아 부러뜨렸고 금강권의 정권을 내질러 마인의 주먹을 깨부셨다.
그러면서도 무각은 빠르게 마인들을 뚫고 앞으로 향했다. 무각의 목적은 이곳의 마인들을 쓸어버리는 것이 아니었다.
저 앞쪽에 거대한 마기가 무각의 감각을 찔러오고 있었다.
키아아아
어디선가 들어본 익숙한 귀곡성에 무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콰카카콱
바닥에 굵은 선이 어지럽게 그려지더니 그 위에 서 있던 장로의 전신에 혈선이 그려졌다.
“크흑!”
몸을 웅크려 간신히 급소를 피해냈지만, 어느새 검마군이 앞으로 다가와서 검을 내지르고 있었다.
‘늦었어.’
당화련이 도우려 했지만 어린표가 닿기 전에 검마군의 검이 장로의 심장을 꿰뚫으리라는 것을 예감했다.
꾸앙
그러던 차에 검마군의 바로 앞에서 묵직한 울림이 터졌다.
장로를 찌르던 검을 순간적으로 비틀어서 가슴을 가린 검마군의 눈이 가늘어졌다.
장로 두 명을 베고 검각의 검진을 무너트리려던 찰나에, 무각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잉
무각의 주먹을 막아낸 검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검마군의 얼굴을 확인한 무각이 활짝 웃었다.
“어어? 그때 남궁 형한테 처맞고 도망친 놈이로군.”
“하나씩 등장하는군. 검호는 어디 있나.”
“왜? 또 처맞고 도망치려고?”
무각이 좌장으로 검마군의 얼굴을 쓸어내렸고 이를 피한 검마군은 검이 하단에서 올려쳐서 무각의 허벅지를 베어냈다.
찰나의 틈으로 피해낸 무각은 다시 우권을 질러냈고 왼손을 펼쳐 지풍을 쏘아냈다.
한 호흡에 무각과 십여 합을 겨룬 검마군의 눈이 차가워졌다.
‘광승, 강해졌구나. 성장 속도가 마군에 못지않아.’
무각의 공세에 반격하려던 검마군의 눈이 순간 커졌다. 순간 무각의 신형이 네 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정면에서 둘, 좌우에서 한 명씩.
총 네 명의 무각이 검마군에게 각기 다른 무공을 펼쳐내고 있었다.
무각이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던 것을 지켜보던 검각주와 당화련도 깜짝 놀랐다.
검마군은 머릿속에서 한 무공을 떠올리곤 적당히 상대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검을 힘껏 휘둘러냈다.
‘연대구품(蓮臺九品). 펼칠 수 있는 것이 불존뿐이라는 난해한 신공이 아니었나.’
듣던 것처럼 아홉 명의 분신이 나타나지는 않았으나 실체와 같은 네 명이 동시에 무공을 펼쳐내는 것도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놀라기는 무각도 마찬가지였다.
‘어이 씨, 전에는 겨우 분신을 하나 만들 수 있었는데. 이게 되네.’
참선에만 매달리면 불가의 가르침에만 빠져있던 무각.
무공 수련이라고는 운기밖에 하지 않았는데 이런 성취를 보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검마군의 검이 잔상을 그리며 수십 갈래로 퍼져서 땅에 꽂히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철야묵귀(徹夜?鬼)의 흑회색의 검기가 바닥을 뚫고 높게 솟구쳤다.
사방으로 분수처럼 비산하는 검기가 네 명의 무각을 무수히 꿰뚫어냈다.
“크흠.”
땅바닥을 굴러서 검각주와 당화련이 서 있는 곳까지 물러난 무각은 피가 섞인 침을 뱉어냈다.
“무각 오라버니! 괜찮아요?”
당화련은 곳곳에 구멍이 난 무각의 승복을 보며 물었다.
“치명상은 없으니 괜찮아. 그나저나 저놈, 경지를 뛰어넘은 것 같은데.”
불가의 깨달음이 깊어져 성취를 보았다곤 하나 초월경의 고수에 단신으로 맡서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네. 검각의 검진을 가볍게 무너트렸어요.”
그 말에도 무각은 앞으로 나섰다.
이는 당화련도 마찬가지였다.
무각의 전신에서 금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태양 빛을 닮은 금빛의 서기는 검마군의 마기를 조금씩 밀어내기 시작했다.
“내가 앞에 선다. 어떻게든 버텨보자고.”
“네!”
당화련과 무각이 바로 검마군에 싸울 각오를 다지는 것을 검각주는 멍하니 바라봤다.
무각의 말대로 검마군은 초월경에 오른 것이 분명했다. 아니면 오방유성검진을 이리 쉽게 파훼할 수는 없을 테니.
‘그런데 이 아이들은 전혀 두려워 보이지 않는구나.’
반쯤 쓰러져 있던 검각주는 다시 몸을 일으켜 무각의 옆에 섰다.
“같이 가지. 도왕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보세.”
“갑니다.”
검각주와 무각, 그리고 당화련은 다시 검마군에게 덤벼들기 시작했다.
초절정 고수 셋으로 초월경의 고수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주저 없이 앞으로 나섰다.
이 세 사람 앞으로 달빛마저 뒤덮어버리는 흑회색의 물결이 덮쳐 오고 있었다.
* * *
검후의 모옥.
검후도 없는 그 조용한 모옥에 한 사내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팔짱을 끼고 텃밭을 바라보던 권마군은 모옥 안을 째려봤다.
검마군이 병력을 이끌고 검각을 몰살시키는 동안 권마군은 검후를 막아내는 역할을 맡았다.
“아무래도 길이 엇갈렸나 보군.”
권마군이 모옥을 보며 입을 열자 끼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 문으로 팽무성이 모습을 드러내자 권마군은 곧바로 투기를 흘려냈다.
“한번 보고 싶었다. 팽무성.”
팽무성은 대꾸하지 않은 채 권마군을 살폈다.
과연 권마종의 마군답게 전신이 바위를 조각한 듯한 탄탄한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
“이제 검후는 상관없다. 너를 죽이는 것이 본교에 더욱 이득이겠지.”
권마군이 팔짱을 풀어내며 서서히 자세를 잡는 모습에 팽무성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 모습에 권마군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뭐가 웃기는 거지?”
“내가 괴세마왕과 싸웠다는 소식을 알고 있을 텐데.”
권마군도 물론 알고 있었다.
권마종주인 괴세마왕에게 팽무성에 대한 얘기를 직접 들었으니 말이다.
“괴세마왕보다 잘 싸울 자신이 있나? 지금 괴세마왕 본인이 와도 모자랄 마당에.”
팽무성은 적아도를 뽑아내며 권마군을 향해 살기를 흘려냈다.
“나를 보고 싶어 할 만한 실력이 있는지 보도록 할까.”
이에 권마군의 입에서 이빨이 갈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재미있군.”
동시에 퍼져오르는 뇌기와 마기.
두 기운 모두 한 치의 양보도 없어 사방으로 살벌한 기파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중추절의 불청객. (3)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