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37)
136화
금빛 서기와 흑회색 마기.
그 주변을 맴도는 은빛의 은하기(銀河氣)와 녹빛의 독기까지.
이 상반된 기운들이 요동치는 공간에 푸른빛의 새로운 기운이 나타났다.
그 어떤 것도 거스르거나 배척하지 않고 포용하는 이 기운.
마치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같았다.
주변을 뒤덮는 창궁대연신공(蒼穹大衍神功)의 기운에 검마군은 마기를 더욱 날카롭게 가다듬었다.
담장을 넘어 검각의 경내로 들어오는 남궁혁. 남궁혁은 호리병의 술을 쭉쭉 들이켜며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남궁혁은 상처투성이인 무각과 당화련을 살피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특히 무각의 경우는 서 있는 것이 용할 정도였다.
이를 본 남궁혁은 호리병을 바닥에 미련 없이 던져 버리곤 허리춤의 검을 무심하게 뽑아 들었다.
터엉
쇳소리가 끊이질 않고 누군가의 비명이 난무하는 중인데도 유독 호리병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났다.
“검마군, 자네가 한 짓 같군.”
“맞다. 검호. 그나저나 이제 막 초월경에 다다른 것으로 보이는데.”
검마군은 오랜만에 만난 친우를 보듯 위아래로 훑어보며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허나 그 얼굴에는 당장 검을 휘두르고 싶은 듯 살기가 가득했다.
“맞네.”
“사천당가에서는 자네가 이겼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없겠군.”
남궁혁보다 빨리 초월경에 도달한 검마군은 지난 패배를 드디어 설욕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거야 검을 맞대봐야 아는 것이고.”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남궁혁은 상단으로 검을 쳐올렸고 검마군은 하단으로 검을 그어냈다.
채앵
중간에서 만난 두 자루의 검은 검신을 잘게 떨며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검호. 오늘은 뭔가 사나운 느낌이군.”
“당연하지 않나. 자네가 내 아우들을 저리 괴롭혔으니.”
남궁혁은 평소처럼 헤프게 웃으며 말했으나 눈은 차갑게 식어있었다.
남궁혁의 검신을 타고 푸른 검기가 낭창낭창 솟구쳐올랐다.
서서히 검마군의 검을 밀어내기 시작한 남궁혁이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기를 바라겠네.”
“하!”
지이잉
끼아아아
남궁혁의 검신이 완전히 푸른빛을 띠며 검명을 토해냈고 이에 맞서듯 검마군의 검이 귀곡성을 터트렸다.
채채채챙
마치 인사를 나누듯 순식간에 교환하는 검격. 한 호흡에 삼십여 합이 쏟아지자 두 사람의 주위로 거센 강풍이 일었다.
바람에는 예기도 함께 실려 있어 바람에 닿는 담장이나 바닥이 간혹 깊게 베이고 있었다.
“으앗!”
“뒤로 물러나라!”
이에 기겁한 무인들은 정마 가릴 것 없이 싸움을 멈추고 저마다 거리를 벌리기에 바빴다.
이에 싸우는 공간이 좁다고 느낀 남궁혁과 검마군은 검을 휘두르면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담장을 베어버리고 그 틈으로 사라진 두 검수.
당화련은 이 틈에 검각주와 무각에게 달려가 지혈하고 약을 뿌리며 상처를 살폈다.
채채챙
그 사이에 남궁혁의 검이 상하좌우로 빠르게 그어졌다.
제왕검형 망류(網流)가 펼쳐지며 검기의 그물이 그대로 검마군의 전신을 덮었다.
검마군의 주위로 나무가 서 있었지만, 망류가 펼쳐지자 나무줄기가 두부처럼 잘게 조각났다.
검마군이 좌우 사선으로 검을 휘둘러 망류를 베어낼 때, 남궁혁의 검이 수직으로 묵직하게 베어왔다.
남궁세가 중검의 위력을 알고 있는 검마군은 정면에서 맞서지 않고 검신을 비틀어 흘려냈다.
허나 남궁혁도 이를 예상하고 마주 손목을 비틀어 검을 빙글 회전시켰다.
채챙
순간, 검마군의 검이 궤도에서 벗어나자 남궁혁은 그 빈틈으로 곧장 검을 찔러넣었다.
신형을 회전시켜 피해낸 검마군은 순간 한 줄기 소름이 돋았다.
‘빠르게 적응하는군.’
남궁혁은 겨우 몇 각 전에 초월경의 경지에 올랐다.
그렇다면 새롭게 얻은 힘에 대한 교정이 필요한 법인데 남궁혁은 이를 실전에서 해내고 있었다.
처음에는 힘을 시험하듯 과감하고 거칠게 검을 다루던 남궁혁.
그랬던 남궁혁은 점점 힘을 빼고 섬세하게 검을 뻗기 시작했다.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남궁혁은 강해지고 있었다. 직접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힘든 장면이었다.
점점 정교해지는 남궁혁의 검기(劍技)에 검마군은 위협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희열에 몸을 떨었다.
이런 남궁혁을 베어낼 수 있다면 자신의 검은 더욱 강해질 것이 분명했기에.
“검호!”
끼아아아
그런 검마군의 심리 때문인지 검이 더욱 날카로운 귀곡성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타탁
광마군이 붙인 불길이 커진 듯 남궁혁과 검마군이 싸우는 주변의 숲이 연기를 토해내며 불꽃을 드러내고 있었다.
연기 사이로 두 검수의 모습이 서서히 가려지고 있었다.
* * *
콰르릉
다섯 줄기의 뇌전이 숲을 강타했다.
오호굉뢰(五虎轟雷)의 뇌전이 대지를 깨부수는 와중에 권마군은 이에 튕겨 땅을 구르고 있었다.
“크아아!”
그런 와중에 뇌전을 양손으로 찢어내고 팽무성에게 돌진하는 광마군.
전신에 뇌기가 아른거리고 있지만 광마군은 아랑곳하지 않고 돌진하고 있었다.
광마군의 전신에는 크고 작은 상처가 있지만 조금씩 아물고 있었다.
염라회의 낭인들이 익혔던 광혈마공보다 상위의 마공인 광야마공(狂夜魔功).
육체를 비이상적으로 활성화하여 내구도, 회복속도, 반응속도를 높이는 탈인순마공(脫人殉魔功).
바위도 맨손으로 쪼갤 수 있는 잔육야마조(殘戮野魔爪)까지.
눈의 흰자가 사라져 완전히 까만 눈을 한 광마군은 한 마리의 미친 야수가 되어있었다.
상처를 입어도 돌진하며 회복하는 광마군.
거력금고공과 호신강기의 연계로 두터운 수비를 자랑하는 권마군.
둘이 익힌 무공의 특징 때문인지 이들의 합공은 전형적인 육참골단(肉斬骨斷)의 전법이었다.
나무가 기울어지는 사이로 팽무성이 튀어나왔고 그 뒤를 광마군과 권마군이 쫓았다.
깊게 들어오는 광마군의 어깨를 왼손의 수도로 찍어누른 팽무성은 그대로 적아도를 휘둘렀다.
촤악
적아도가 번쩍이며 광마군의 어깨를 베어냈지만 벌어진 살점이 저들끼리 다시 달라붙는 게 눈에 보였다.
“캬아악!”
광마군은 상처에 아랑곳하지 않고 심장으로 손톱을 뻗었고 팽무성은 도면으로 적아도를 넓게 휘둘러 광마군의 팔을 튕겨냈다.
부상을 도외시하는 광마군이 정면에서 팽무성과 맞붙을 때 권마군은 권기와 권풍을 쏟아내며 팽무성의 등 뒤를 노렸다.
이에 팽무성은 광마군을 막아내면서도 좌권을 옆으로 뻗어 권마군의 주먹을 받아쳐야 했다.
양쪽으로 충격이 동시에 실리자 팽무성의 신형이 붕 띄워졌다.
광마군과 권마군은 이를 놓치지 않고 따라붙었다.
퍼퍼퍼벅
이에 세 고수는 체공 중인 상황에서도 수를 교환하며 맞붙었다.
손톱을 쳐낸 팽무성은 광마군의 가슴을 짓밟은 채 천근추를 펼쳐 대지에 낙하했다.
콰앙
그 사이에 손톱에 허벅지가 찔린 팽무성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옆에서 따라붙는 권마군을 향해 적아도를 찔러넣었다.
‘까다롭군.’
이 둘의 합공을 직접 경험하니 귀존을 죽였다는 말은 허언은 아닌 듯했다.
귀존은 사파에 속했지만, 세력 없이 조용한 곳에 은거하고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었다.
‘홀로 활동하는 십대고수를 먼저 노리는 건가.’
염왕에 귀존까지. 마교는 조용히 십대고수 사냥을 하고 있었다.
‘전쟁이 시작하기도 전에 두 명이 죽다니.’
팽무성은 문득 홀로 무림을 떠돌고 있을 검선이 걱정되었다.
잡념을 지워낸 팽무성은 적아도를 머리 위로 올렸다.
샤악
그 순간, 팽무성의 머리 위로 솟구친 광마군의 양 손가락이 허공을 쥐어짜듯 현란하게 움직였다.
까가가강
손톱과 적아도가 끊임없이 충돌하며 종종 불똥이 튀었다.
광마군의 손톱을 쳐내면 그 빈자리로 권마군의 주먹이 쇄도하고 있었다.
막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베는 것으로 권마군의 주먹을 쳐낸 팽무성은 적아도를 섬전처럼 베어내며 도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에 양쪽에서 조기와 권기와 도기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콰앙
폭발의 여파 속에서도 세 고수는 한 덩어리가 되어 살초를 거침없이 펼쳐냈다.
팽무성이 광마군을 발로 차서 날려버리는 사이에 권마군이 우측에서 주먹을 꽂았다.
이를 팔꿈치를 뻗어 막아낼 때, 어느새 다시 접근한 광마군이 손톱을 그어냈다.
그 찰나에 팽무성도 사선으로 적아도를 휘둘렀다.
촤아악
팽무성과 광마군의 무복이 동시에 찢겨나갔다.
팽무성은 그 와중에도 몸을 빼서 가슴팍에 생채기로 그쳤지만 광마군은 가슴이 제법 깊게 베여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크아악!”
그러나 광마군은 지혈도 하지 않고 괴성을 지르며 다시 양 손톱에서 조기를 계속해서 쏟아내고 있었다.
콰자작
길게 그어진 조기가 바닥을 깊게 가르며 팽무성의 좌우로 지나갔다.
이에 움직임이 제약된 팽무성을 노리고 권마군이 팔뚝으로 팽무성의 정수리를 내리꽂았다.
웅패군산(雄覇群山)을 펼쳐 권마군의 팔뚝을 베어내던 팽무성은 광마군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그냥 목을 쳐버려야 하는데.’
허나 권마군의 견제 때문에 쉽지 않았다.
문득 팽무성은 이 근방까지 영역을 넓힌 산불을 보고 옅은 한숨을 흘렸다.
‘아주 야무지게 불을 질러놨군.’
보타산의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리되면 산에 있는 모두가 산불에 타죽을 판이었다.
이러니 호흡도 조금씩 어려워지고 있었다.
등에서 느껴지는 후끈한 열기와 코를 맵게 하는 매캐한 연기를 맡으며 권마군은 검은 피를 뱉어냈다.
‘벌써 삼백여 합인데 이걸 버텨내다니. 팽무성이 귀존보다 강할 줄이야.’
이백 합이 조금 넘었을 때 광마군의 손톱에 목젖을 꿰뚫렸던 귀존이었다.
그런데 팽무성은 치명적인 부상 없이 합공을 견뎌내고 있었다. 괴물이었다.
권마군은 조금씩 공세가 누그러지는 광마군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저놈도 곧 정신을 차리겠군.’
광기로 고통을 잊고 몸의 상처를 회복시키는 데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이성이 사라진 광마군도 육체에 슬슬 무리가 가는 것을 본능적으로 체감하곤 몸을 사리고 있었다.
보아하니 광마군도 슬슬 광기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였다.
“이 새끼들아, 합공을 펼친 주제에 먼저 지친 거냐? 이 악물어라.”
팽무성은 잠시 대치하던 두 마군이 쉴 틈을 주지 않았다. 피로감이 물씬했으나 이를 악물고 먼저 무공을 펼쳐냈다.
불꽃처럼 도기가 넘실거리는 적아도를 높이 들었다가 땅을 후려치자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쿠콰카카
솟구치는 흙과 돌의 잔해 사이로 수십 자락의 얇은 도기가 무수하게 솟구쳐올랐다.
팽무성이 작정하고 내공을 가득 실어내서 펼친 적뢰소산(赤雷燒散).
땅이 뿌리 모양으로 계속 갈라지며 그 영역을 넓혔다. 그 틈으로는 도기가 멈추지 않고 쏟아졌다.
일순 보기에도 백여 줄기의 도기가 번쩍이는 것 같았다.
쿠아아아아
쏴아아악
적뢰소산을 뚫고 양쪽에서 뻗어오는 마군들의 공격.
마군들은 적뢰소산을 막는 것보다는 피해를 감수하고 팽무성을 죽이는 것을 선택했다.
나선형으로 꼬아진 두 줄기의 거대한 권력은 일전에 괴세마왕이 펼쳤던 절초, 괴천흑륜(壞天黑輪).
그 뒤를 따라 탑 모양으로 거대하게 펼쳐져서 쇄도하는 조기의 다발.
잔육야마조의 절초, 혈육마탑(血戮魔塔)이었다.
‘이만한 규모의 초식을 펼쳤으니 곧바로 우리의 절초에 대항할 수 없겠지.’
허나 팽무성은 이런 권마군의 예상을 가볍게 깨트려버렸다.
거칠게 숨을 내뱉던 팽무성은 빠르게 자세를 잡고 지척에 달한 괴천흑륜을 향해 적아도를 위아래로 그어냈다.
상단과 하단. 위아래로 각기 다섯 개씩 나란히 분출된 도기는 그대로 괴천흑륜과 충돌했다.
상하단으로 나누어졌던 도기는 서로 맞물리더니 하나의 도기가 되어 괴천흑륜을 찢어냈다.
그 모습은 마치 호랑이의 쩍 벌려진 입에 괴천흑륜이 씹히는 광경이었다.
괴천흑륜이 터지며 굉음이 일었고 그 여파에 고막이 지잉 울렸다.
뒤이어 혈육마탑이 날아들었으나 방금과 똑같은 도기가 분출되어 혈육마탑을 씹어내고 있었다.
철혈맹호도의 맹호쌍아(猛虎雙芽)의 묘리를 오호단문도에 녹여내어 만든 초식.
오호쌍구(五虎雙口)였다.
아무리 팽무성이라도 초월경 고수의 절초를 연달아 두 번 막기에는 힘에 부쳤는지 잠시 신형이 휘청였다.
‘산불이 심해서 숨쉬기도 힘드네.’
산불이 제법 많이 커졌다.
이대로 두면 정말 보타산 전체가 광마군의 말대로 타버릴지도 몰랐다.
최대한 빨리 손을 써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때, 기척 하나가 빠르게 멀어지자 팽무성도 급히 앞으로 몸을 날렸다.
전방을 뒤덮은 매캐한 연기를 장풍으로 걷어내는 순간 피투성이가 된 권마군이 뛰쳐나와 권력을 뿜어냈다.
“팽무성!”
적뢰소산에 도기에 권마군은 관통상을 세 곳이나 입었지만 흔들림 없는 자세로 주먹을 뻗어내고 있었다.
쾅
팽무성은 적아도를 비틀어 주먹을 막아내곤 물었다.
“광마군은 도망친 것 같은데, 왜 너는 남은 거냐. 마군들이 서로의 등을 지켜줄 의리는 없을 텐데.”
“무공을 익힌 뒤로 너와 싸우며 처음으로 지독한 패배감을 느꼈다. 그런데 목숨이 아까워 도망까지 칠 수는 없는 노릇이지.”
권마군은 이대로 도망친다면 제대로 주먹을 쥘 수 없을 것이리라 확신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는 것이 나았다.
권마군은 결국 무인의 자부심 때문에 죽음을 각오하고 이 자리에 남은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팽무성의 눈매가 살짝 가라앉았다.
“그러냐.”
권마군이 홀로 남는 이유가 어찌 되었든 팽무성의 도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다만, 정마를 떠나 한 사람의 무인으로 권마군을 대할 뿐이었다.
권마군의 주먹이 뻗어질 때마다 대지에 검붉은 피가 뿌려졌다.
주먹을 뻗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권마군의 주먹에는 점점 힘이 빠졌다.
십여 합을 주고받았을 때 팽무성이 권마군의 가슴을 길게 베어냈다.
이에 힘이 쭉 빠진 권마군은 양 무릎을 털썩 꿇으며 주저앉았다.
“패배감 따위 느낄 필요없다, 권마군. 당당하게 가라.”
그 한 마디에 권마군의 어깨가 살짝 떨렸다.
“그런가.”
팽무성의 말에 눈썹을 올린 권마군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끝내 펴지지 않던 권마군의 주먹이 서서히 펴졌다.
화르륵
권마군의 숨이 끊긴 것을 확인한 팽무성은 화마를 가르고 산불 속으로 몸을 날렸다.
무천궁. (1)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