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46)
145화
팽무성이 뛰어올라 고원에 발을 디딘 그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고요했으나 자연지기에 익숙해진 팽무성은 곧바로 이상함을 감지했다.
일대의 자연지기가 마치 파도처럼 크게 솟구치며 꼬아지더니 여천고원 일대로 밀려들었다.
이에 팽무성은 고원에도 새로운 진법이 펼쳐졌음을 알았다.
‘하필 지금.’
보아하니 당화련도 팽무성을 따라 고원에 오른 듯했고 진법에 의해서 두 사람이 갈라진 것 같았다.
팽무성이 기감을 끌어올렸지만 느껴지는 것이 없었다.
거기에 자연지기가 꼬아진 정도를 봐서는 앞서 환마종이 펼쳤던 진법보다 고등한 진법인 것 같았다.
“진축의 중심을 찾거나, 마인들을 찾는 게 더 빠르겠네.”
당화련이 혼자 쉽게 당할 실력도 아니었다. 팽무성은 아무 걱정 없이 걸음을 옮겼다.
팽무성이 걸음을 내딛자 주변에 보이는 광경이 시시각각으로 변해갔다.
깊은 산속의 오르막길을 걷기도 했고 폭포가 쏟아지는 절벽의 끝에 서기도 했다.
그러나 팽무성은 묵묵히 걸음을 이어갔다. 눈에 보이는 광경에 현혹되지 않고 오직 자연지기에 의지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몇백 개의 실타래가 마구잡이로 얽힌 것처럼 자연지기는 복잡하게 얽혀 있으나 결국 중심이 되는 큰 줄기가 있는 법이었다.
팽무성은 이를 따라서 진축의 중심으로 추정되는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방금까지 느꼈던 절벽 위의 칼바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뜨거운 열기가 대신했다.
팽무성은 어느새 붉은 용암이 들끓고 있는 용암지대에 서 있었다.
주변은 새까만 바위로 가득했고 그 사이로 붉은 용암이 강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환상일 것이 분명했지만 피부가 건조해지는 느낌과 호흡을 텁텁하게 만드는 열기는 실제와 같았다.
팽무성은 바로 앞에 흐르는 용암의 강 앞에 멈춰 섰다. 그 건너편에는 한 중년인이 서 있었다.
중년인의 얼굴을 확인한 팽무성이 어금니를 드러냈다. 살기를 띤 웃음을 짓는 것은 건너편의 중년인도 마찬가지였다.
“진법에 들어오고 처음 본 사람이 당신이라니, 설마 환영은 아니겠지?”
“같은 마음이군. 설마 이렇게 다시 만날 줄이야.”
사패와 마찬가지로 여천고원에 진입했던 마인들도 진법에 휩쓸려 뿔뿔이 흩어졌다.
홀로 진법을 헤매던 괴세마왕은 이곳에서 팽무성을 만날 줄은 예상치 못했다.
사천 이후로 다시 만난 두 사내는 잠시 조용히 서로를 바라봤다.
오랜만에 만난 적수를 관조하는 것이었다.
사천에서 만났을 때에 비해 기세는 어떻게 변했는지, 눈빛은 달라졌는지, 육체의 단련이 진일보되었는지 서로를 염탐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괴세마왕이 입을 열었다.
“권마군이 너에게 당했다지.”
“맞다.”
괴세마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에 팽무성이 물었다.
“사천에서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을 후회하나.”
이에 굳게 다물어진 괴세마왕의 입술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럴 리가. 강자존이다. 너보다 약한 권마군의 책임일 테지.”
괴세마왕은 그대로 웃옷을 벗어 뒤쪽으로 던져버렸다. 그러자 괴세마왕의 가슴을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긴 흉터가 보였다.
일전에 팽무성의 벽력일섬이 남긴 상처였다.
“제법 깊게 베인 것인지 흉터가 지워지지 않더군.”
“그런가.”
“거력금고공이 구성에 오른 이후에 몸에 상처가 남은 적이 없었는데 아주 오랜만에 입은 상처였다.”
괴세마왕은 좋든 싫든 매일 흉터를 마주해야 했고 집요하게 거력금고공에 파고드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에 괴세마왕은 거력금고공의 극성에 달할 수 있었다.
보란 듯이 거력금고공을 펼쳐내는 괴세마왕. 덩치가 커졌음에도 근육은 더욱 조밀해졌고 무공을 펼치기에 더욱 극대화된 것 같았다.
그리고 괴세마왕의 피부는 이전과 달리 검은빛을 띠고 있었다. 거력금고공이 극성에 달했다는 증거였다.
거력금고공의 마기에 물든 괴세마왕의 피부는 마치 금속처럼 번들거리고 있었다.
괴세마왕은 오른발을 한 보 앞으로 옮겼다.
“어찌 되었든 권마종의 차기 후계자가 목숨을 잃었으니 이번에 그 목숨값을 받아내도록 하지.”
“열심히 해봐라.”
서로에 대한 판단을 끝낸 두 고수는 동시에 용암 위로 높게 뛰어올랐다.
쩌엉
허공에 주먹과 도가 격돌하고 그 여파로 인해 밑에 있던 용암이 분수처럼 높게 치솟았다.
주먹을 타고 밀려오는 거대한 힘에 괴세마왕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전에도 위력이 만만치 않았지만 지금은 괴세마왕이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
팽무성은 튕겨 나오는 적아도로 곡선을 그리더니 다시 힘껏 베어냈다.
까가각
불똥이 튀며 힘겨루기를 하던 중 적아도가 조금씩 앞서더니 주먹을 밀어냈다.
극성의 거력금고공임에도 적아도에 시린 힘은 쉽게 볼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하압!”
양팔의 근육이 부푼 팽무성은 기합을 지르며 적아도를 힘껏 내질렀다.
주먹을 쳐낸 팽무성은 곧장 몸을 회전시키며 적아도를 사선으로 길게 휘둘렀다.
이에 괴세마왕은 도기를 막아내면서 뒤쪽으로 밀려나 땅에 착지해야 했다.
콰앙
괴세마왕이 거칠게 발을 땅에 붙이자 주변의 바위가 금이 가며 잘게 부서졌다.
뒤로 밀려나는 괴세마왕에게 따라붙은 팽무성은 다섯 줄기의 벼락을 쏟아냈다.
콰직
이에 괴세마왕의 굳건한 허벅지가 꿈틀거리더니 밀려나는 육신을 바로 세웠다.
그러고는 곧장 허리춤에서 쏘아진 주먹이 쇄도하는 도격을 정면으로 깨트렸다.
이어서 휘몰아치는 괴세마왕의 각법을 왼쪽 팔뚝으로 막아낸 팽무성은 곧장 적아도를 찔러넣었다.
수평으로 도기가 쏘아졌으나 괴세마왕은 극성인 거력금고공을 믿고 몸으로 받아내며 돌진했다.
까앙
허리춤에 도기가 부딪치자 가벼운 금속음이 울렸다. 괴세마왕은 보란 듯이 주먹을 내질러 피해가 없음을 과시했다.
와류를 일으킨 권풍은 쏟아지는 도격을 좌우로 흘려내고 팽무성의 어깨를 격했다.
허나 팽무성은 자연스레 몸을 틀며 적아도를 올려쳐 권력을 베어냈다.
그 사이 괴세마왕은 멧돼지처럼 돌진하더니 전신을 마치 포탄처럼 웅크려서 날아오고 있었다.
이에 팽무성은 마보를 취하듯 자세를 낮추고 도를 좌상단에서 내리쳤다.
콰아아앙
앞에서 쏟아지는 마기에 팽무성의 두 발이 점점 밀려나더니 이내 땅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괴세마왕의 폭렬대추(爆裂大錐)의 위력이 상당해서 팽무성은 그대로 하늘을 날고 있었다.
괴세마왕은 쉴 틈을 주지 않고 권각을 내질렀고 허공에 체공하던 팽무성도 이를 피할 생각이 없어 몸을 뒤집으며 적아도를 그어냈다.
쾅쾅쾅
괴세마왕의 주먹이 움직일 때마다 허공에 파형이 일며 폭음이 터졌다.
괴세마왕의 손짓에 팽무성의 소매가 거칠게 찢겨나갔고 적아도가 괴세마왕의 상체를 연달아 두들겨 쇳소리를 냈다.
괜히 피부의 색만 변한 것이 아닌 듯 적아도의 날이 제대로 박히지 않고 있었다.
베어내기는커녕 적아도에서 불똥이 튀는 상황.
‘고작 마공 하나에 적아도가 막힐 리가 없다.’
팽무성은 이를 베어낼 수 없다고 여기지 않았다.
순간, 팽무성의 눈이 가늘어지고 파지를 바로잡은 적아도가 수직으로 그어졌다.
그 미묘한 궤적을 눈에 담던 괴세마왕은 정권을 내지르려던 좌권을 펴서 장법으로 바꿔 전개하여 적아도를 받아냈다.
왜인지 방금의 도격을 그대로 몸으로 받아내려 했다면 베였을 것이라는 직감이 든 탓이었다.
권기과 도기가 흩뿌려지고 허공에서 이십여 수를 교환한 두 고수는 서로의 공격을 쳐내며 잠시 뒤로 물러섰다.
‘그 녀석이 죽을 만했구나.’
괴세마왕은 흉터를 보며 스스로 채찍질한 덕분에 괄목할 성취를 얻어낼 수 있었다.
그동안 오 년 넘게 정체되어 있기에 괴세마왕 스스로 자신감이 차오른 상황이었다.
허나 직접 겨루어 보니 팽무성이 더욱 놀라운 성장을 거두어 낸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천에서 팽무성을 상대했을 때, 여력을 남겨두고 상대했다면 지금은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팽무성은 한 치의 밀림도 보여주지 않고 있었다.
간혹 괴세마왕을 압도하는 모습도 보여줘 간담이 서늘한 순간도 두 번이나 있었다.
괴세마왕은 사천 때처럼 승부를 자신할 수 없었다.
내심 검선과의 일전에서 죽음까지 각오했던 괴세마왕은 잠시 팽무성을 바라보더니 피식 웃었다.
“사천당가에서 만날 때만 해도 애송이라 불렀는데 더는 그럴 수 없게 되었군.”
이제 검선은 상관없었다.
눈앞의 팽무성만 해도 전력을 쏟아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대.
괴세마왕은 검선을 지워내고 온전히 팽무성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괴세마왕의 전신에서 그림자와 같은 마기가 넘쳐흘렀다.
이 방대한 마기에 이 주변에 불과했지만, 진법이 찰나 흔들렸다.
용암지대가 사라지고 원래 여천고원의 모습이었을 풍광이 잠시 보이더니 다시 그 자리에 용암이 끓고 있었다.
폭발하던 마기가 완전히 갈무리 되고 괴세마왕의 피부는 더욱 짙어져 새까매졌다.
“사천에서 네놈을 살려두기를 잘했군, 나에게 이런 재미를 주다니.”
“말은 바로 해야지. 살려준 것이 아니라 도망친 거 아니었나.”
진심으로 즐거워 보이는 듯한 괴세마왕의 웃음에 팽무성도 입꼬리를 올렸다.
역시 사제지간이라 그런가 괴세마왕과 권마군은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권마종은 마인 보다는 무인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이들이었다.
“뭉개주지.”
거대한 주먹의 형상을 한 검은 권력.
괴산붕권(壞山崩拳)이 팽무성의 머리 위로 쏟아지자 거대한 압력이 팽무성을 짓눌렀다.
그 압력을 찢어내고 적아도가 하늘로 솟구치며 붉은빛을 분출했다.
콰르릉
커다란 뇌명과 함께 거대한 붉은 벼락이 솟구쳐 괴산붕권을 찢어냈다.
관천적뢰를 펼쳐 권력을 날려버린 팽무성은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괴세마왕을 향해 도약했다.
* * *
여천고원 진법의 진축을 이루는 열두 자루의 검.
그 한가운데에 서 있던 검선은 차례대로 검명을 터트리는 검들을 보며 눈이 가늘어졌다.
검선은 진법으로 마인들을 모두 흩트려 놓은 다음 하나씩 각개격파하고 여천고원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검명을 토해내는 검의 숫자가 늘어나며 상황이 돌변했다. 여천고원의 진법에 들어온 이들의 숫자가 늘어난 것이다.
우우웅
새롭게 울리는 검들의 검명이 거칠지 않고 맑았다.
“허허. 검명을 보아하니 마인은 아닌 것 같은데.”
새롭게 등장한 네 기척은 모두 정순한 내공을 지니고 있었고 그 내공의 크기 또한 상당했다.
“네 명이라… 누구인지 예상이 가는구나.”
다만 새롭게 들어온 이 네 명도 진법의 힘에 휘말려 뿔뿔이 흩어졌다. 자칫하면 사전에 흩어놓은 마인들과 마주칠 수 있었다.
“이 아이들은 먼저 빼내야겠다.”
검선이 검총에서 나가려고 할 때.
웅웅웅웅
북쪽의 진축을 담당하고 있는 검이 지금까지와 다른 커다란 검명을 토해냈다.
이 검명에 검선의 눈이 가늘어졌다.
또 새로운 침입자가 등장한 것이었다.
검을 직접 잡고 검명을 느끼던 검선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세 명. 마교가 제대로 각오를 한 모양이구나.”
새롭게 등장한 세 기척 중에 그 둘은 검선조차도 승부의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사패의 등장으로 잠시 검선에게 생겨났던 여유가 단번에 훌훌 날아가 버렸다.
“어찌한다.”
머리가 복잡해진 검선은 일단 검총 밖으로 몸을 날렸다.
한걸음에 마치 땅을 접듯이 쭉쭉 뻗어 나가는 검선의 발놀림에는 묘한 조급함이 느껴졌다.
검총. (2)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