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47)
146화
“이런…”
남궁혁은 쩍쩍 갈라진 메마른 평야를 걷고 있었다.
분명 무각과 나란히 여천고원에 들어섰는데 한 걸음 걸으니 완전히 다른 공간에 동떨어져 있었다.
“어렵군. 어떻게 빠져나간다.”
최대한 시각에 얽매이지 않고 기감에 의존했지만, 자연지기를 읽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처 없이 걷던 와중에 저 평야 너머를 보던 남궁혁의 눈이 가늘어졌다.
말라비틀어진 고목에 몸을 기대고 누워있는 한 사내를 본 것이다.
고목에 몸을 맡기고 있던 광마군도 새로운 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비틀어 남궁혁을 쳐다보았다.
“아아, 창천검호.”
“생김새를 보아하니 광마군이군. 여기서 뭐하고 있나?”
“개 같은 진법이야. 생문은 찾을 수 없고 내 힘으로 깨트릴 수 없으니 가만히 기다려야지.”
광마군은 서서히 몸을 일으키더니 남궁혁을 보고 입술을 핥았다.
“잠이나 자려 했더니 재밌는 장난감이 알아서 기어오는군.”
남궁혁은 너털웃음을 흘리며 호리병을 들어 술을 한 모금 삼켰다.
“미친 척을 한다더니 정말이군.”
남궁혁의 말을 곱씹던 광마군의 가늘어졌다.
“미친 척?”
“들었다. 팽 아우와 싸우다가 동료를 버리고 도망쳤다지. 죽는 것이 두려웠나? 정말 미쳤다면 도리어 덤볐겠지.”
“하하.”
“결국 네놈은 미친 게 아니라 미친 척을 하는 것이지.”
남궁혁의 일침에 광마군은 목젖을 긁으며 낮은 웃음을 흘렸다.
“그래, 그런 것 같군. 여기에 진짜 미친놈이 있으니.”
기습적으로 달려든 광마군은 손톱을 들어 남궁혁의 심장을 노렸다.
까각
광마군의 손톱이 남궁혁의 심장 대신에 검신을 긁어내고 있었다. 광마군은 검신에 흠집을 내려는 듯 손톱에 힘을 주었다.
“갓 초월경에 오른 새끼가 미친 듯이 설치는구나.”
챠앙
오므렸던 손을 활짝 펼쳐 검을 옆으로 튕겨낸 광마군은 좌수를 뻗어 남궁혁의 목을 할퀴려 들었다.
이에 남궁혁은 소매에 내공을 주입해 광마군의 왼팔을 휘감았다. 동시에 몸을 안쪽으로 회전시키자 광마군의 무게중심이 흔들렸다.
남궁혁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허리를 걷어차자 광마군은 뒷걸음치며 물러났다.
“어이, 광마군. 우리는 아직 젊어. 발전의 여지는 충분하지.”
천리호정을 밟은 남궁혁은 마구잡이로 난잡하게 뻗어오는 검은 조기를 갈라냈다.
그물처럼 엮인 조기가 어지럽게 허공을 뒤덮었다.
반면 남궁혁의 검격은 지극히 단순했다.
촤자작
별 특별함이 없는 베기와 찌르기였으나 광마군의 잔육야마조를 간결하게 끊어내고 있었다.
광마군은 절묘하게 목을 찔러오는 검을 두 손바닥으로 합장해서 막아냈다.
“중요한 것은 기본. 네놈에 비해 성취가 조금 부족하다곤 하나 그것 하나로 무너져 내릴 정도로 나의 검이 가볍지 않다.”
남궁혁의 검이 조금씩 광마군의 목 쪽으로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검에 실린 무게에 이를 잡고 있는 광마군의 양 손바닥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늙은이처럼 훈수질이냐?”
핏발이 선 광마군의 눈이 점점 어둠으로 물들었다. 광야마공을 펼친 광마군의 목소리가 짐승의 것처럼 카랑카랑해졌다.
“사지가 찢어져도 혀를 놀릴 수 있나 보겠다.”
광야마공에 이어 탈인순마공까지 펼쳐내자 전신에 굵은 힘줄이 솟아오른 광마군은 한 마리의 미친 짐승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쩌엉
“크하하학!”
검을 거칠게 쳐낸 광마군은 광소를 터트리며 남궁혁의 어깨를 찢으려 들었다.
그런 광마군의 머리 위로 천근과 같은 무게가 실린 중검이 대기를 짓뭉개고 있었다.
남궁혁의 검이 대지를 가르고 있을 때, 무각의 주먹도 절벽에 커다란 상흔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아라한신권의 권력이 연달아 쇄도했으나 예리한 남색 검풍에 의해 반으로 쪼개졌다.
풍마종주의 검이 뻗을 때마다 대여섯 개의 검풍이 휘몰아쳐 무각뿐만 아니라 그 주위를 통째로 쓸어내고 있었다.
무각이 정면에서 검풍을 받아내는 사이에 당화련은 지풍과 어린표를 날렸다.
허나 풍마종주가 검풍으로 교묘히 어린표의 궤도를 틀어내니 풍마종주에 닿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쏴아아
검풍으로 하나의 벽을 만들어 어린표와 권풍을 동시에 막아낸 풍마종주가 웃음을 터트렸다.
“정파의 무공을 익혔는데 벌써 이런 성취를 얻었다니. 중원의 인재들도 한가닥 하는구나.”
무각과 당화련을 동시에 상대하는 데 풍마종주에게는 한 줄기 여유가 있었다.
“좀 더 지닌 재주를 꺼내 보거라.”
무각과 당화련이 꼼짝도 하지 않자 비웃음을 흘린 풍마종주가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풍마종주는 발을 내디딘 땅이 너무 푹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땅이 그러한 것은 아니었다.
‘독? 검풍으로 모두 차단했을 것인데 어떻게?’
풍마종주의 감각에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이에 풍마종주의 볼살이 살짝 떨렸다.
“무각 오라버니 지금이에요!”
풍마종주가 휘청거릴 때 무각이 불영선하보를 펼쳐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이를 악문 무각은 반야대능력의 내공을 극성으로 실어내 백련신권(白蓮神拳)을 선보였다.
한 호흡에 스무 번의 권격이 연달아 쏟아지는데 풍마종주는 술에 취한 듯 몸이 제대로 가누어지지 않았다.
쿠콰카카캉
바로 앞에서 백색의 권력이 연달아 터져 흘렀으나 풍마종주는 무복이 엉망으로 찢긴 것을 빼면 멀쩡해 보였다.
조용히 구경하던 독마종주가 난입한 덕분이었다.
“풍마종주. 이게 무슨 추태인가. 후기지수의 주먹에 두들겨 맞을 뻔했네.”
“크윽.”
가벼운 힐난에 풍마종주도 얼굴이 붉어져 뭐라 답하지 못했다.
독마종주는 풍마종주에게 단환 하나를 건네주며 당화련을 쳐다봤다.
“저 당가 여식, 현란한 암기에 가려졌을 뿐이지 하독 실력도 경지에 달했군.”
구경만 하던 독마종주도 참전할 생각인지 양손에서 검은 독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아미타불…”
이에 무각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몇 수 겨루어봤는데 종주의 무공은 초월경에 도달하지 못했을 뿐이지 구파 장문인에 비해도 그리 부족해 보이지 않았다.
진법을 떠돌던 와중에 당화련을 만난 것은 다행이나 종주를 두 명이나 마주친 것은 귀찮은 일이었다.
“무각 오라버니, 독은 제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말고 돌진해요.”
“그래, 부탁한다. 당 시주.”
당화련의 당찬 목소리에 무각도 양 눈썹을 치켜뜨더니 연대구품을 펼치며 몸을 날렸다.
* * *
콰르르릉
하늘에서 떨어진 붉은 벼락이 주변의 바위를 박살 내고 용암을 들쑤셨다.
오련만전(五聯滿電)이 펼쳐지며 주위의 공간을 점한 오십여 가닥의 도기가 일제히 괴세마왕에게 향했다.
괴세마왕은 이에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정면에서 주먹을 뻗어 날아드는 도기를 뭉갤
뿐이었다.
검은 폭발이 연달아 일어나며 도기를 밀어냈지만, 이를 기어코 뚫고 괴세마왕을 두들기는 도기가 몇몇 있었다.
허나 괴세마왕은 거력금고공을 믿고 몸으로 받아냈다.
파도처럼 출렁이는 용암이 머리 위로 그림자를 만들었으나 괴세마왕은 그저 주먹을 뻗어낼 뿐이었다.
그러자 용암의 파도에 커다란 원이 뚫렸고 거대한 원형의 권력이 팽무성에게 쇄도했다. 이를 받아내는 팽무성의 발에 땅이 움푹 파였다.
이후 쉴 새 없이 휘둘러지는 괴세마왕의 권각.
쾅쾅쾅
받아칠 때마다 귀를 찌르는 폭음이 울리며 적아도가 잘게 떨리고 있었다.
‘대단하군.’
사천에서 마주친 괴세마왕의 주먹은 하나하나가 벽력탄과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 위력이 더욱 강해졌다.
중년인 괴세마왕이 이런 짧은 시간에 눈에 보일 정도의 성취를 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허나 무공이 진일보한 것은 괴세마왕 뿐만이 아니었다.
콰릉
뇌명을 터트리며 쏟아지는 적아도를 받아낼 때마다 괴세마왕의 주먹이 잘게 떨렸다.
거력금고공이 극성에 달했고 괴천마권도 성취가 올랐으나 팽무성의 도는 더욱 무겁고 읽기 힘들어졌다.
콰르릉
쾅쾅
적아도와 쌍장이 교차하며 주변의 대기가 비명을 질렀다. 두 고수의 무복이 거칠게 펄럭였다.
사천에서는 팽무성이 격류 위의 부평초처럼 괴세마왕의 공격을 간신히 받아내기만 했다면
지금은 되려 하나의 폭풍이 되어 밀어붙이고 있었다.
뇌명과 함께 가슴을 쓸어오는 도격.
괴세마왕은 발목에 회전을 실어내며 도격을 흘려내려 했다.
그러자 적아도의 궤도가 직선에서 곡선으로 바뀌며 허벅지를 베어갔다.
괴세마왕은 무릎으로 적아도의 도면을 쳐서 바깥쪽으로 밀어내고 팽무성의 면전으로 장력을 날렸다.
근거리에서 펼쳐진 괴악수인(壞岳輸印).
손바닥 모양 그대로의 장력이 쏟아지자 얼굴의 피부가 밀려나는 기분이었다.
적아도로 베어내기에는 늦은 감이 있어 팽무성은 적아도를 안쪽으로 끌어당기며 어깨를 내밀었다.
퍼억
배호고를 펼쳐 충격을 상쇄한 팽무성은 그대로 하단에서 도를 쳐올렸다.
턱을 노리고 올라오는 적아도를 보며 괴세마왕은 망치질을 하듯 주먹을 그대로 후려쳤다.
꽈앙
적아도가 거칠게 떨리며 중간에 멈추자 괴세마왕은 오른쪽 다리를 채찍처럼 휘둘러 팽무성의 관자놀이를 쳐냈다.
이를 읽어낸 팽무성은 자세를 낮춰 각법을 피해내면서 적아도로 반원을 그려냈다.
“크합!”
발목 위가 길게 베어지자 괴세마왕이 눈을 부릅뜨고 진각을 밟았다.
콰앙
땅에 굵은 선이 그려지자 주변의 바위가 뒤집혔다. 거센 기파가 덮쳐 오자 팽무성은 진각의 여파를 피해서 잠시 거리를 벌렸다.
괴세마왕은 피가 흐르는 자신의 다리를 보며 눈을 찌푸렸다.
‘거력금마공을 깨고 결국 베어냈나.’
그래도 거력금마공 덕분에 베인 느낌에 비해서 상처가 얕았다. 전투에 지장이 없음을 확인한 괴세마왕은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백호도간(白虎跳澗)의 굵은 빛줄기가 날아들자 괴세마왕도 어깨를 잔뜩 움츠리더니 힘이 압축된 일권을 폭발시켰다.
콰아아앙
단발의 파괴력은 괴천마권에서도 손에 꼽히는 초식인 폭진묵권(爆鎭墨拳).
그러나 흙먼지를 일으키며 뒤로 물러나는 것은 괴세마왕이었다.
도격을 받아낸 주먹과 어깨가 비명을 질렀다. 괴세마왕은 변함없는 굳은 얼굴로 주먹을 뻗었다.
팽무성은 그 기세를 몰아 오호단문도의 초식을 풀어냈고 괴세마왕도 물러서지 않고 정면에서 맞섰다.
번개 줄기가 연이어 뻗어가며 예상할 수 없는 구간에서 갈라지니 괴세마왕은 눈을 깜짝일 틈조차 없었다.
적아도가 도기를 뿌릴 때마다 그 변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도격은 더욱 맹렬하고 날카로워졌다.
전신의 십여 개 요혈을 향해 쇄도하는 도격을 받아낸 괴세마왕은 주먹을 내지르는가 싶더니 그대로 돌연 거리를 좁혔다.
거력금고공으로 근육의 탄력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괴세마왕만이 보일 수 있는 움직임.
이러니 주먹에 반응하던 팽무성도 순간 대응이 느릴 수밖에 없었다.
‘잡았다.’
도를 휘두르기에는 좁고 주먹을 뻗기에는 알맞은 거리.
자신의 최적 거리를 확보한 괴세마왕은 무게중심을 낮추며 곧바로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허리춤에서 쏘아지는 정권.
자세를 잡고 주먹을 내지르는 데 찰나의 시간이면 여유로웠다.
발끝부터 시작하여 척추와 어깨를 타고 커진 전신의 힘. 그 힘이 온전히 실린 주먹에는 짙은 마기도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렇게 괴세마왕의 정권은 길게 꼬리를 그리며 팽무성의 가슴을 뭉개려 들었다.
쩌어어엉
괴세마왕의 주먹이 닿은 곳은 팽무성의 명치가 아니었다. 괴세마왕의 주먹을 마중 나온 것은 팽무성의 주먹.
파앙
팽무성도 괴세마왕과 똑같은 정권을 내질렀으나 두세 걸음 뒤로 물러나야 했다.
주먹을 뻗은 팽무성의 왼쪽 소매는 완전히 찢겨나가 소맷자락이 흩날리고 있었다.
“역시 주먹에 관해서는 당신이 한 수 위인가 보군.”
자신의 주먹을 받아낸 팽무성의 왼손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이에 괴세마왕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걸 알면서도 권법으로 대응했나. 제법이군.”
생사가 걸린 위기를 맞닥뜨렸을 때 무인은 가장 자신 있는 행동으로 대응하기 마련이다.
수백, 수천 번 무공을 펼쳐내면서 몸에 익은 동작이 그대로 나오는 것이었다.
육체가 무의식적으로 스스로 승산이 제일 높은 행동을 취하는 것이었다.
괴세마왕도 이를 노리고 팽무성이 도로 대응하는 것을 유도했다.
그랬다면 대응이 늦어 그대로 가슴이 뭉개졌던가, 동귀어진에 가까운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팽무성은 권법의 성취가 모자람을 알고 있음에도 과감히 주먹을 뻗어냈다.
어찌 되었든 그 거리에서의 최적의 수였지만 찰나의 순간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의식, 무의식을 떠나서 몸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나.’
방금의 충돌로 살짝 거리가 벌어진 두 고수는 잠시 눈빛을 교환했다.
동시에 도와 주먹을 움직이는 두 사람.
집약되는 도기로 인해 한껏 짙어진 적아도. 팽무성은 적아도를 중단으로 가져가 수직으로 그어냈다.
한편 괴세마왕은 두꺼운 두 다리를 하단으로 낮추며 마기를 머금은 양 주먹을 동시에 내질렀다.
두 개의 거대한 권력이 꼬아지며 하나가 되어 쏘아졌고 그 위로 붉은 직선이 그어졌다.
벽력일섬과 괴천흑륜.
사천당가 전투에서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두 초식. 두 사내는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초식을 펼쳐냈다.
초식은 같았으나 결과까지 같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검총. (3)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