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48)
147화
사천에서 펼친 괴천흑륜.
전력을 쏟아낸 것은 아니었다.
그때는 마군들을 데리고 사천당가를 빠져나갈 여력을 남겨두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니었다.
검선을 지웠고 후일을 생각하지 않았다.
거력금마공까지 풀어내고 남은 마기까지 모두 양 주먹에 주입했다.
‘마지막이다.’
괴세마왕은 단어 그대로 전신전력을 시원하게 분출해냈다.
괴세마왕의 전력이 응집된 권력.
마기가 압축되고 또 압축되었음에도 그 크기는 거암처럼 거대했다.
그 존재만으로 주변의 환영이 비틀어지고 있었다.
괴천흑륜을 마주한 팽무성의 눈이 차가워졌다. 전력을 쏟아낸 탓인지 그 안에 실린 괴세마왕의 감정이 엿보였다.
‘이 일격에 모든 것을 걸었나.’
그럴수록 팽무성의 눈은 건조해졌다.
괴세마왕이 주먹에 많은 것을 실어냈다면, 팽무성은 자잘한 것은 모두 내려놓았다.
사천에서 벽력일섬을 처음 펼쳤던 그때처럼.
오직 베어버리겠다는 일념 단 하나를 적아도에 가볍게 올려놓았다.
그렇지만 적아도가 가볍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도리어 묵직해졌다.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적아도가 곧게 내려가며 유려한 궤적을 그려냈다.
마치 명필이 일(一) 자를 써내듯이 말이다.
괴천흑륜과 벽력일섬의 궤적이 겹쳐지는 순간 적아도를 타고 막대한 경력이 쏟아졌다.
팽무성은 적아도가 흔들리지 않도록 쥐어짜듯 도병을 잡았다.
콰앙
산왕군림보의 한 걸음.
팽무성이 자세를 잡아갔다.
하단에 무게 중심을 실어 전신의 고요함을 유지하고, 허리와 어깨가 비틀어지며 커지는 힘은 두 팔,
그리고 도신에 한 치의 흘림도 없이 온전히 담아냈다.
괴천흑륜에 실린 괴세마왕의 감정 따위는 잊어버린 지 오래. 팽무성은 오직 단순한 베기 하나에 심신이 집중되어있었다.
부욱
천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괴천흑륜이 서서히 갈라지고 그 빈자리를 붉은빛이 채워갔다.
천천히 이어지는 선은 멈출 생각하지 않고 뻗어가더니 이내 괴천흑륜을 완전히 양단했다.
괴세마왕은 마기를 뚫고 새어 나오는 붉은빛이 부셔 눈을 가늘게 떠야 했다.
단순히 내공을 많이 실었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벽력일섬은 일전보다 예리해졌고 괴천흑륜을 완전히 베어냈다.
초식의 수준 자체가 뛰어오른 것처럼 보였다.
그 증거로 팽무성은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고 괴천흑륜도 별다른 폭발 없이 침묵했으니.
완벽하게 압도해버렸다는 의미였다.
“그때는 서로 주고받았는데 많이 달라졌군.”
괴세마왕은 멀쩡한 팽무성의 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흘렸다.
괴세마왕의 흉터 위로는 새로운 도상이 생겨 핏물이 번져오고 있었다.
“날카롭고 깨끗하군.”
괴세마왕은 이 한 마디를 끝으로 뒤로 허물어졌다.
괴세마왕의 눈이 감기는 것을 보던 팽무성은 적아도를 갈무리하곤 등을 돌렸다.
“제일 무거운 주먹이었다.”
팽무성은 몇 걸음 걷더니 선 채로 호흡을 골랐다. 가부좌를 틀고 운기하는 것은 언제 적이 나타날지 몰라서 위험했다.
날숨을 아주 길게 뱉어냈을 때 팽무성의 눈이 번쩍 떠졌다.
희미한 기척을 느끼는 순간 바로 적아도가 뽑혀 예리한 빛을 발했다.
“놀라지 마라. 노부이니라.”
검선의 온화한 목소리에 팽무성은 살짝 적아도를 아래로 내렸다.
“검선 어르신. 이곳에 어찌?”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온 것이더냐? 이 진법의 중앙에는 검총이 있다.”
검총에 대한 것은 팽무성도 들은 적이 있었다. 검선문의 역대 문주들의 검을 보관해놓은 장소로 알고 있었다.
다른 문파로 따지자면 선대의 위패를 모셔놓은 것과 비슷했다.
“네가 마지막이다. 일단 자리를 옮기자꾸나.”
* * *
검선은 진법을 완전히 꿰고 있는 듯 이동에 거침이 없었다. 진법 안에서 경공을 펼치며 나아가니 말이다.
팽무성도 검선의 등만 보고 따라가니 어느새 한 동굴에 다다를 수 있었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니 통로가 지하를 향해 길이 나 있었다.
지하로 향하는 내리막길을 지나니 위쪽과 달리 사람의 손을 탄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이곳이 검총이니라.”
검선의 목소리가 들리자 안쪽에 있던 사패도 모습을 드러냈다.
“팽 오라버니!”
진법으로 인해 흩어졌던 사패가 검총에 전부 모여 있자 팽무성은 검선을 쳐다봤다.
그 눈길의 의미를 안 검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부가 모두 데려왔다.”
팽무성처럼 다른 사패도 마인들과 충돌했는지 다들 엉망인 상태였다.
“그래도 다들 별다른 부상은 없는 것 같네.”
“검선 어르신 덕분이지. 조금만 더 늦었으면 우리는 살짝 위험했다.”
팽무성은 사패의 상태를 확인하곤 검총을 슬쩍 구경했다. 넓은 공동에는 수를 셀 수 없이 많은 검이 박혀 있었다.
검이 이렇게 박혀 있는 것을 보면 제법 오래되었을 것인데 드러난 검신은 조금의 녹도 없이 깨끗했으며 서늘한 예기를 흘려내고 있었다.
‘이것도 진법의 영향인가?’
띠잉
그때, 바위에 박혀 있던 검이 짧은 검명을 흘리며 솟구쳐올라 땅에 떨어지자 이를 본 검선의 눈이 가늘어졌다.
마인들 중에 진법에 해박한 자가 있다는 것을 검선도 알고 있었다. 아마 그자가 여천고원의 진법도 해제하고 있는 것일 터.
본래 검선은 그 마인을 제일 먼저 처리하려 했으나 새롭게 들어온 침입자 중 하나가 그쪽과 먼저 만나는 바람에 계획을 바꿔야 했다.
“시간이 없구나. 다들 모여 보거라.”
검선의 등 뒤에는 알 수 없는 글자가 줄줄이 적힌 천으로 감겨 있는 한 자루 검이 있었다.
“마인들이 찾는 것이 이것이다.”
“그 검이 천마신검이로군요.”
“그래, 마교가 천마신검을 찾는 것을 알고 맹주가 노부에게 맡겼다.
오직 검선문의 전인만 알고 있을 검총의 위치를 마교가 이렇게 찾아낼 줄은 몰랐구나.”
“어떻게 하실 요량이십니까.”
팽무성의 질문에 검선은 잠시 침음을 흘리더니 말을 이었다.
“본래는 진법으로 여천고원에 들어선 마인들의 일부를 죽이고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다른 방향에서 새롭게 등장한 마인들 때문에 어렵게 되었다.”
상황을 설명하는 검선의 표정은 다소 어두워 보였다.
“검선께서도 힘드실 정도입니까.”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자가 두 명이나 있구나. 지금 상황에서 마인들과 계속 맞붙는 것은 승산이 없다.”
검선이 승부를 자신할 수 없다니.
‘설마 멸세마왕도 이곳에 온 것인가.’
무천궁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 최근이니 이곳에 나타나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다른 하나는 대체 누구일까.
“여천고원의 주위로 진법과 병력이 천라지망을 이루고 있다지. 이를 뚫고 가야겠구나.”
이 자리에 모인 이들 중 고수가 아닌 이가 없었다.
거기에 초월경의 고수가 세 명이나 있으니 천라지망 자체를 뚫어내는 것은 문제가 아닐 것이다.
다만 문제는 검총에 시선이 쏠린 마인들이 눈치채고 쫓아오기 전에 벗어나는 것이 가능하냐였다.
“검총의 입구를 봉인하는 진법을 전개할 것이다. 시간 벌이나 전력분산은 가능할 것이다.”
검선이 계획을 설명하는 도중에도 또 한 자루의 검이 땅에서 뽑혔다.
진법을 해제하는 속도가 기이할 정도로 빨랐는데 아마 자연지기를 온전히 읽어낼 수 있는 고수가 있는 덕택이리라.
“자. 각자 준비하거라. 쉴 틈 없이 뛰어야 할 것이야.”
이때 팽무성이 검선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제 천마신검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검총도 발각된 이상 중원 어디에 보관한들 마교는 찾아낼 것이다. 중원을 벗어나야겠지.”
검선은 이미 계획을 세워놓은 듯 막힘없이 대답했다.
“중원을 벗어나 한참 동쪽 끝으로 가다 보면 장백산이라는 영산(靈山)이 있다.”
“장백산.”
“그 산에 장백파라는 신비문파가 있는데 그 숨겨진 힘은 소림을 넘어설 수 있다고 스승님께 들은 적이 있다.”
이에 팽무성이 살짝 놀라 눈이 커졌다.
들어보지도 못한 문파가 소림에 필적하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니 놀랍기 그지없었다.
“장백파와 검선문은 오래전부터 내려온 인연이 있으니 거기에 검을 맡길 생각이다. 그러나 시간이 제법 걸릴지도 모른다.”
“음.”
“노부가 자리를 비웠을 때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지. 혹여 그렇다면 너희들이 내 빈 자리를 잘 메꿔다오.”
“사패가 어찌 검선 어르신의 존재를 대신하겠습니까.”
이에 검선도 피식 웃으며 죽립을 살짝 올려 팽무성과 눈을 마주했다.
“검선이라는 별호의 무게를 노부도 잘 알고 있다. 아무나 감당할 수 없음이야. 그러하니 너희에게 맡기는 것이야.”
검선이 푸근한 눈빛으로 뚫어지라 쳐다보니 팽무성도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 * *
솨악
멸세마왕의 검이 눈앞의 거대한 바위를 갈라내자 바위의 형상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반으로 쪼개진 검이 떨구어져 있었다.
진축이 파괴되자 주변의 환영이 거세게 흔들리다 진정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여천고원에 들어서서 환마군과 조우한 멸세마왕은 환마군을 도와서 진법을 해제하는 중이었다.
자연지기를 읽으며 따라가 진법의 핵심이 되는 진축을 찾아서 죄다 부수고 있으니 해제라기보다는 파괴라는 말이 더욱 어울리기는 했다.
멸세마왕 덕분에 환마군의 진법 해제속도는 탄력을 받고 더욱 빨라지는 상황이었다.
“벌써 여덟 번째인가. 제법 공을 들인 진법이야.”
검선은 쉬지 않고 다시 진법의 자연지기를 살피기 시작했다. 저 서쪽에 자연지기가 묘하게 묶여서 뭉쳐있는 곳이 감지되었다.
멸세마왕이 아홉 번째 진축이 있는 곳으로 예측되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려 할 때, 주변의 환영이 수포처럼 흩날려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야 해제되는군.”
멸세마왕의 주위에 있던 거대한 암석지대가 사라지고 잡초가 중간중간 자라있는 평원이 등장했다.
이것이 여천고원의 진짜 풍경.
멸세마왕은 검을 납검하고 여천고원의 중앙으로 걸어갔다.
그러면서 두 명의 종주들을 만났고 마지막으로 검마군과 환마군도 합류했다.
멸세마왕은 저 뒤에서 봉두난발이 되어 걸어오는 광마군을 보며 입을 열었다.
“괴세가 보이질 않는군.”
이에 풍마종주가 설마 하는 얼굴로 말했다.
“설마 괴세마왕이 당했겠습니까. 한 달 전에 깨달음도 얻었다고 들었는데.”
“모르는 일이지.”
멸세마왕은 미련 없이 고개를 돌려 검총의 입구를 살피고 있는 환마군에게 물었다.
“환마군. 어떠하냐.”
“음, 그냥 단순하게 입구를 막는 것에 특화된 진법 같습니다. 단순한 만큼 해제하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진축도 안쪽에 있는 것으로 보이고.”
“깰 수 있겠느냐?”
“시작해봐야 알겠지만, 달포가 넘게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에 풍마종주가 기겁하여 소리쳤다.
“달포라니! 설마 달포 동안 이곳에 머물러야 한단 말인가.”
“그런데 이 기한도 짧게 잡은 겁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멸세마왕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아니야.”
멸세마왕은 종주들을 보며 물었다.
“자네들, 좀 전에 검선과 마주쳤다 했지.”
“예, 죽립에 피풍의를 착용한 노인. 가볍게 저희를 따돌리고 후기지수들을 데려가는 무공. 검선이 맞습니다.”
“검선이 진법 하나만 믿고 검총 안에서 무작정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리가 없네.”
멸세마왕은 등을 돌려 고원의 바깥쪽을 바라봤다.
“도망친 건가.”
이에 독마종주가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검선이라는 별호를 가진 거물이 설마 도망을 쳤겠습니까.”
“검선은 일반적인 정파 무인들과 같이 치부하면 안 되네.
자존심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자라서 여차하면 도망도 잘 친다고 마이각의 정보를 본 적이 있네.”
멸세마왕은 진법으로 봉인된 검총의 입구를 바라봤다.
‘이건 시간을 벌 용도인가. 그렇다 한들 검총을 포기하는 결정을 하기는 힘들 텐데 대단하군. 검선.’
자신의 예상에 확신이 선 멸세마왕은 곧장 명령을 내렸다.
“환마군과 검마군은 혹시 모르니 이곳에서 진법을 살펴라. 나머지는 나를 따르도록.”
멸세마왕은 여천고원의 바깥쪽으로 몸을 날렸다.
‘검선, 그리고 도왕, 둘 중 누구를 만나도 신나게 칼부림을 할 수 있겠구나.’
경공을 펼치는 멸세마왕의 발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었다.
돌파. (1)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