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51)
150화
등을 찌르는 소름 돋는 기파.
검으로 세 줄기의 용권풍을 일으켜 멸세마왕의 흑귀야행을 날려버린 검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드디어 다 나타났나.’
여천고원의 진법에서 느꼈던 승부를 장담할 수 없든 두 기척.
하나는 멸세마왕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 나타난 천마휘임을 확신했다.
가슴으로 찔러오는 검기를 피한 검선은 곁눈질할 틈도 없어서 기감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천마휘와 팽무성이 맞붙기 시작했고 검마군은 종주 쪽에 합류해서 남궁혁과 검을 섞기 시작했다.
이에 간신히 우세를 유지하고 있던 사패의 기세가 완전히 반전되었다.
퍼억
독마종주와 독장을 교환하던 당화련이 그대로 다섯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독에 중독되어 당화련의 눈은 붉게 충혈됐고 얼굴색은 빠르게 바뀌고 있었다.
“치잇.”
당화련은 입술에서 흘러나온 검은 피를 훔치며 독마종주를 표독스레 쳐다봤다.
독마종주는 피가 섞인 침을 뱉곤 당화련을 눈에 담았다.
당화련만큼은 아니지만 독마종주도 혈맥에 타고 흐르는 독을 억누르는 중이었다.
“이미 죽은 제자 놈보다 낫구나. 아, 그 녀석도 네년 손에 죽었지.”
콰아아앙
거센 폭음에 독마종주는 잠시 고개를 틀어 다른 쪽을 바라봤다.
파파팡
그 시선의 끝에는 풍마종주와 무각이 한 덩어리가 되어 치고받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풍마종주가 검풍으로 무각을 베어내는 경우였다.
금빛으로 빛나는 무각의 어깨를 격하고 허공에 흩어지는 검풍을 보며 풍마종주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놈! 단단하구나!”
풍마종주는 재밌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웃음을 터트린 풍마종주는 무각을 가지고 놀 듯 마구잡이로 검을 휘둘렀다.
금강불괴신공과 불영선하보를 펼치는 무각은 한 호흡에 열댓 번씩 채찍처럼 뻗어오는 검풍을 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까가강
금빛으로 물들었던 무각의 전신에 점점 붉은색이 섞이고 있었다.
전신을 찢는 검풍에 피를 쏟으면서도 무각은 꾸역꾸역 주먹을 내질러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런 무각의 집요함에 보답하듯 풍마종주의 옆으로 묵직한 검기 다발이 날아왔다.
“귀찮게.”
이에 풍마종주가 검풍을 쏟아냈으나.
꺼엉
풍마종주가 대응한 검풍을 그대로 갈라버리며 쇄도하는 남궁혁의 검기.
이를 악문 풍마종주가 재차 검을 휘두르는 틈에 무각은 금강권을 힘껏 내질렀다.
옆구리에 일격을 허용한 풍마종주는 얼굴이 붉어진 채 뒤쪽으로 거리를 벌렸다.
주먹을 내지른 자세 그대로 휘청이던 무각의 옆을 남궁혁이 부축했다.
“무각 아우.”
무각의 옆을 지킨 남궁혁의 꼴도 말이 아니었다. 남궁혁이 차고 다니던 호리병은 반으로 쪼개져 땅을 구르고 있었다.
“상황이 좋지 않구나.”
“그래도 마귀들한테 질 수는 없지.”
그 말에 남궁혁이 힘없이 미소를 지었다.
검마군과 환마군의 합공에 남궁혁도 상당히 지쳐 보였다.
“그렇지.”
쐐애액
어린표를 날리며 독마종주와 거리를 벌린 당화련도 뒤로 공중제비를 돌며 무각의 좌측에 착지했다.
“일단 한 놈만 집중적으로 노리는 건 어때요.”
당화련은 소매에 남은 독과 암기의 양을 계산하며 다가오는 종주와 마군들을 차례로 노려봤다.
지극히 불리한 상황임에도 전혀 기세를 꺾지 않은 아우들을 보며 남궁혁은 실소를 흘렸다.
“지금처럼 각자 상대를 맡아 상대하면 답이 없겠구나.”
남궁혁은 무각과 당화련보다 한 걸음 앞서며 검을 다잡았다.
“각자가 아니라 사패로 뭉쳐서 싸우자.”
남궁혁, 무각, 당화련은 흩어지지 않고 일정 간격을 유지하며 한 덩어리가 되어 앞으로 돌진했다.
* * *
콰앙
천마휘의 장심이 번쩍거리며 검은빛이 폭사했다. 천마신장(天魔神掌)의 장력이 팽무성의 도기를 흩어냈다.
손바닥을 타고 느껴지는 무게감에 천마휘는 입술을 살짝 들썩였다.
“역시 틀리지 않았어.”
자신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천마휘는 특유의 웃음과 함께 입술을 핥았다.
그 웃음에 팽무성의 눈에 핏줄이 솟았다.
저 기뻐하는 듯하면서도 슬퍼 보이는, 뚜렷하지 않은 악의와 살기가 섞여 있는 이해할 수 없는 웃음.
그냥 미쳤다고 여기면 되는 것일지.
팽무성이 천마휘의 웃음 하나에 이런 긴 사족을 붙이는 이유는 간단했다.
전생에 자신의 심장을 꿰뚫으며 보였던 것이 바로 저 웃음이었으니.
“이 새끼. 드디어 만나는구나.”
천마휘의 웃음을 보고 팽무성은 천마휘가 전생의 마교주임을 다시금 확신했다.
순간 팽무성의 심장이 터질 듯 요동쳤지만 이내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드디어 천마휘를 만났다는 사실에 몸이 뜨거워졌지만 팽무성은 빠르게 가라앉혔다.
그러자 전신에 솟구치던 폭렬한 살기가 이내 서슬 퍼런 예기로 바뀌었다.
그 변화를 느낀 천마휘는 팽무성을 흥미로운 눈으로 쳐다보더니 하늘에 뜬 태양의 위치를 가늠했다.
“시간은 별로 없지만, 잠시 손을 섞어볼 정도는 되겠지.”
천마휘의 신형이 쭉 늘어나며 팽무성에게 도달했고 굵은 뇌전이 흐르는 적아도가 거친 직선을 그려냈다.
쩌엉
천마지존수를 펼친 천마휘의 오른손과 적아도가 격돌하며 터진 기파가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갔다.
까각
검게 물든 천마휘의 손이 비틀어지자 맞닿은 적아도에서 듣기 싫은 쇳소리가 났다.
손목을 튕겨 적아도를 밀어낸 천마휘가 심장을 향해 수도를 찔러넣었다.
이에 적아도의 도신이 틀어졌다.
팽무성은 뻗어오는 천마휘의 오른팔을 베지 않고 쳐냈다.
그러자 천마휘의 수도는 가슴에서 벗어나 허공을 갈랐다. 그런 팽무성의 대처에 천마휘의 눈이 가늘어졌다.
“천마지존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냉소를 흘린 팽무성은 살짝 비어버린 오른쪽 옆구리를 향해 적아도를 올려쳤다.
내공을 흘려내서 오른쪽 손등에 적아도의 도면을 착 붙인 천마휘.
그와 동시에 왼손으로는 여섯 개의 수영(手影)을 분출했다.
수라국천(修羅?天).
하늘을 움켜쥐는 수라의 손짓이 팽무성의 전신을 여섯 방향으로 짓눌렀다.
그 와중에 적아도는 천마휘의 손등에 착 달라붙어 움직이지 않았다.
우웅
적아도에 실린 내공이 늘어나니 천마휘도 손등에 내공을 더 불어넣었다.
천마휘의 내공이 팽무성에 비해 모자람이 없어 적아도는 손등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전신의 뼈와 근육을 짓누르는 수라국천의 압력.
팽무성은 좌수로 호왕투법을 펼치는 대신 수도를 취했다. 손날에 예기가 실렸고 이내 오호단문도가 펼쳐졌다.
다섯 줄기 곡선을 그리는 팽무성의 수도. 손날에서 펼쳐진 오호굉뢰가 여섯 개의 거대한 수영을 깨부쉈다.
괴세마왕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벽력일섬.
이를 계기로 깨달음을 얻었는지 팽무성은 도(刀)에서 벗어나 도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천마휘도 이를 알아차렸는지 눈에 짙은 호선을 그려냈다.
“너도 슬슬 경계에 달했구나.”
“닥쳐라.”
쩡
팽무성이 내공을 거칠게 쏟아내자 적아도가 크게 떨리더니 결국 손등에서 튕겨졌다.
쐐앵
수평으로 뒤집힌 적아도가 묵직하게 바람을 가르며 천마휘의 목을 노렸고, 천마휘는 좌권우장을 취하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쩌엉
맞붙은 적아도와 주먹이 거칠게 튕겨나가자 뒤이어 장법이 꽂혀 들었고 도극이 갈라지며 다섯 갈래의 도격이 쏟아졌다.
그러나 천마휘의 양손이 흔들리며 그대로 도격을 뭉갰고 거기에 기세가 더욱 강해진 네 번의 연격이 팽무성의 급소를 향해 꽂혔다.
쩌저저정
팽무성도 재차 적아도를 휘둘러 천마휘의 권장을 받아냈다. 그 두 손에 담긴 거력에 적아도도 거세게 떨리고 있었다.
팽무성은 이 아홉 번의 연격이 눈에 익었다.
천마백팔식(天魔百八式).
아홉 개의 초식으로 이루어진 박투.
각 초식의 위력도 강력했으나 이 아홉 초식이 묶여서 순환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위력이 증폭되는 것이 천마백팔식의 진정한 힘이었다.
전생에 사도천주조차도 백팔 번의 연격을 모두 받아내지 못하고 빈사 상태에 빠졌다고 알고 있었다.
첫 번째 연격이 끝나고 두 번째 순환이 시작되자 앞선 위력보다 더욱 강해진 천마휘의 주먹이 대기를 밀어냈다.
콰르릉
그렇다 한들 팽무성은 오호단문도가 천마백팔식에 밀릴 것이라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하단으로 늘어져 있던 적아도가 굵은 뇌전을 휘감으며 천마휘의 주먹을 베어갔다.
천마백팔식의 순환이 시작되며 마기가 회오리처럼 비틀어지며 천마휘의 전신을 휘감았다.
움직임에 따라 마기도 맹렬하게 회전했고 그럴수록 빨라지고 묵직해지는 천마휘의 공세.
그 모습은 마치 검은 폭풍을 몸에 두르는 듯했다.
그에 따라 적아도가 경쟁하듯이 힘찬 뇌성을 토해내며 붉은 벼락을 토해냈다.
산왕군림보의 압력으로 밀려오는 풍압을 흩어내고 일렁이는 뇌기가 마기를 찢어냈다.
쳐내고, 찌르고, 베어내고, 밀어내고, 흘려냈다.
천마백팔식을 따라가듯 팽무성도 더욱 빠르게, 더욱 맹렬히 적아도를 뻗어냈다.
나뭇가지처럼 수없이 갈라지는 도격에 맞서는 천마백팔식의 연격,
쩌어엉
마치 거암과 거암이 부딪치는듯한 충격과 울림이 팽무성과 천마휘의 사이에서 연달아 터졌다.
적아도가 뻗을 때 땅거죽이 갈라졌고 검은 주먹이 내질러질 때 대지가 들썩여 바위와 흙이 솟구쳤다.
싸움의 여파에 주위의 지형이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천마휘의 주먹을 쳐낸 팽무성이 뒤로 밀려났다가 다시 앞으로 발을 내디디며 적아도를 사선으로 베었다.
자신의 급소를 향해 날아드는 팔꿈치, 주먹, 무릎을 쳐낸 팽무성은 천마휘의 움직임에 맞춰 적아도를 쾌속하게 뻗어냈다.
‘역시 타고난 무재가 엄청나군.’
천마백팔식은 무공이 전개될수록 속도와 위력이 증폭되는 공능을 지녔지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그 힘을 온전히 다루기는 극히 어려웠다.
힘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육체를 힘줄 하나하나를 정교히 다룰 수 있어야 했고,
극한으로 치닫는 순환속도에 따라가는 순간의 판단력이 절실했다.
그 외에도 순환 횟수마다 급격히 늘어나는 내공 소비와 육체의 부하를 견딜 탄탄한 토대는 필수적이었다.
‘여섯 번째 순환도 버텨냈단 말이지.’
방금 오십사 번째 출수가 펼쳐졌다.
그럼에도 팽무성은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중상을 입히고 제압하려 했는데 의외로 팽무성의 도법이 너무나 견고했고 강맹했다.
강렬한 안광을 흘려내며 더욱 날카롭게 도격을 뿌리는 팽무성을 보며 천마휘의 전신 힘줄이 꿈틀거렸다.
‘오호단문도라 했던가. 무서운 도법이야.’
‘천마백팔식, 깨부숴주마.’
입은 열지 않았지만, 찰나의 눈빛 교환으로 서로의 의중을 읽는 두 사내였다.
꽈아아앙
시작되는 천마백팔식의 일곱 번째 순환.
목 내음에서 올라오는 비릿함을 느끼던 팽무성도 산왕군림보의 힘찬 발걸음과 함께 적아도를 수직으로 그어냈다.
뇌기와 마기가 얽혀서 용솟음치자 그에 두 사내의 신형이 가려졌다.
뇌성과 폭음이 끊이질 않았고 안쪽에서 터지는 폭발과 기파에 덩치를 키우는 용솟음이 찢어질 듯 거칠게 들썩였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핏방울이 허공에 흩날리더니 뇌기와 마기에 삼켜졌다.
천마백팔식의 열 번째 순환.
구십 번째 연격과 오호단천(五虎斷天)이 중간에 만났다.
굉음과 함께 휘몰아치던 용솟음이 안쪽에서 터져 사방으로 흩어졌고 가려졌던 두 사내의 모습이 드러났다.
맞닿았던 주먹과 적아도가 천천히 떨어졌다.
“구십 번째, 천마백팔식이 십성에 머무르고 있군.”
팽무성의 중얼거림에 천마휘의 눈이 가늘어졌다.
천마백팔식은 십이성이 극성으로 한 번에 순환시킬 수 있는 횟수에 따라 성취가 달라졌다.
팽무성이 천마백팔식에 대해 어찌 잘 아는지 의문이 생겼지만 천마휘는 굳이 묻지 않았다.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탓이었다.
“아직도 부러지지 않고 멀쩡하군. 이런 병장기는 본교에서도 찾기 쉽지 않지.”
천마휘는 오호단천을 막았던 주먹에 미약한 통증이 올라옴을 느꼈다. 뼈에 살짝 금이 간 것이었다.
천마휘는 비틀거린 채 호흡을 고르는 팽무성을 눈에 담았다.
팽무성도 상태가 정상이 아닌 듯 내쉬는 숨결에서 미약한 비린내가 느껴졌다.
아마 내상을 입었으리라.
천마백팔식의 구십 연격을 받아내고 이렇게 멀쩡히 서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그럼에도 팽무성은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고 다시 적아도를 들었고 이에 천마휘도 입꼬리를 올리며 주먹을 쥘 때였다.
두두두두
지진이 일어난 듯 서쪽에서 땅을 타고 진동이 연달아 밀려왔다.
수백의 기마.
그런데 말 위에 타고 있는 이들의 의복이 제각각이었다.
녹색 무복과 청색 도복, 그리고 백색 가사.
사천당가를 필두로 청성파와 아미파의 무인들이 말고삐를 당기며 질주하고 있었다.
그 무인들의 머리 위로 사천(四川)이라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돌파. (4)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