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52)
151화
갑작스러운 사천연합의 등장.
천라지망의 바깥쪽에서 사패를 구할 틈을 노리고 있던 진영을 비롯한 천살택문의 살수들은 기회가 왔음을 알았다.
천살택문의 살수들의 실력은 의심할 바가 없지만 수백이 깔린 천라지망의 방벽을 뚫어내기에는 무리였다.
그렇기에 사패가 돌파하는 방향의 외곽을 급습해 사패의 탈출을 도우려 했는데 사패가 중간에 발이 묶여 전전긍긍하던 참이었다.
“갑자기 사천연합의 무인들이 등장하다니, 설마?”
훈영의 중얼거림에 암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왕께서 여천고원으로 가시기 전에 무림맹으로 보낸 서신 덕분인 것 같군.”
천라지망과 사천연합의 돌진을 눈에 담던 진영은 은신을 풀고 몸을 일으켰다.
“가시죠. 사천연합이 바로 사패에 도달할 수 있도록 우리가 방향을 유도하겠습니다.”
진영의 명령에 그 뒤로 대기하고 있던 천살택문의 살수들이 조용히 모습을 감추었다.
천살택문이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천마휘의 등 뒤로 두 명의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종주들에 비해도 전혀 모자라지 않는 무공, 특히 붉은 장포를 걸친 중년인은 초월경을 밟고 있었다.
‘저 둘은 전생에서도 본 적이 없는데.’
이에 팽무성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창성과 낭왕이 이 각(二刻 30분) 후에 도착할 것입니다.”
“좌사, 우사. 고생했소.”
천마휘는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인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천연합도 예상보다 빨리 도착했군. 벌써 즐길 시간이 다 되었나.”
천마휘와 좌사의 얘기를 듣고 있던 팽무성은 남궁구를 떠올리며 감사했다.
‘설마 이 두 분을 보내셨을 줄이야.’
천살택문과 접선하고 여천고원으로 떠나기 전에 팽무성은 무림맹으로 서신을 보냈다.
일단 사안이 시급해서 여천고원으로 나아가기는 해야 했으나 무림맹의 지원이 나중이라도 도착한다면 더할 나위 없기 때문이었다.
사패의 서신은 어느 순간부터 특급으로 분류되어 맹주전 직속으로 전달되었는데
검총의 위치를 알고 있는 남궁구는 검선에게 위험이 도사렸음을 직감했다.
검선을 상대하기 위해 초월경의 고수가 나섰음을 예견한 남궁구는 곧바로 창성과 낭왕에게 소식을 전했다.
그것도 부족하다 여긴 남궁구는 무림맹의 영물인 만리응(萬里鷹)을 동원해 사천으로 지원을 요청했다.
무림맹 직속 타격대가 움직이기에는 귀주성과 거리가 멀어 시간을 맞출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맹주께서 대처를 잘해주셨다.’
팽무성은 천마휘와 좌우사자를 경계하며 적아도를 겨누었다.
천마백팔식의 구십 연격을 버티기 위해 팽무성도 한계 이상으로 힘을 끌어낸지라 전신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거기에 내상도 제법 심각해서 내공의 운용이 원활하지 않았다. 그러나 상태가 엉망인 것은 천마휘도 마찬가지였다.
팽무성이 기회를 엿볼 때, 사천연합의 등장으로 잠시 싸움이 멈춰있던 장내를 훑으며 천마휘가 말했다.
“본교는 이만 물러나겠다.”
“소교주!”
풍마종주가 붉어진 얼굴로 소리쳤으나 천마휘는 눈매를 비틀며 말했다.
“풍마종주. 창성과 낭왕이 온다는 좌사의 말을 못 들으셨소?”
풍마종주는 잠시 멈칫거리더니 이를 악물며 말했다.
“지금 물러난다 해도 천마신검은 반드시 회수해야 합니다.”
“아아, 천마신검.”
천마휘는 한쪽 구석에 깊숙이 박힌 천마신검을 힐끗 쳐다보더니 미련 없이 고개를 틀었다.
“다음 기회를 노려봅시다. 천마신검까지 가져간다고 하면 팽무성이 거품을 물고 달려들 것 같단 말이지.”
“교주의 진노를 어찌 감당하려고 이러십니까.”
“그렇다면 풍마종주께서 창성과 낭왕 둘 중 하나라도 맡아주시오. 그럼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천마신검을 탈취할 테니.”
풍마종주는 검병을 세게 부여잡을 뿐 대꾸를 하지 못했다.
이에 팽무성이 천마휘와 거리를 좁히며 말했다.
“이 새끼야, 누가 너희를 보내준다고 했냐.”
전혀 힘이 빠지지 않은 팽무성의 웅혼한 기세에 천마휘가 피식 웃더니 검선을 바라봤다.
“이 자리에서는 검선께서 제일 웃어른이시군. 검선, 어떠시오.
천마신검은 포기할 테니 오늘은 이걸로 끝냅시다. 검선도 사패도 한계인 듯한데 좌사와 우사까지 나설 일은 만들지 맙시다.”
회유와 협박이 섞인 천마휘의 제안에 검선이 미간을 찌푸렸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멸세마왕에 비해 자신은 한 수 모자랐고 사패도 아직은 무너지지 않았지만 위태로웠다.
이 상황에 초월경과 초절정의 극에 달한 좌사와 우사까지 나선다면 이 균형이 빠르게 무너지리라.
‘저런 고수들이 어디서 계속 튀어나오는 것인가.’
창성과 낭왕이 도착할 때까지 버틸 수 있으리라 장담할 수가 없었다.
검선은 검을 내려놓으며 옅은 한숨을 쉬었다.
“무성아, 한발 물러서야겠구나.”
애초에 사패를 우선으로 삼았던 검선이다. 거기에 천마신검까지 놓고 간다니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마교의 제안을 수락한다는 것에 마음이 쓰렸지만, 검선은 자존심보다는 현실적인 부분을 선택했다.
“알겠습니다. 검선 어르신.”
검선의 어두운 얼굴에 팽무성도 적아도를 하단으로 내린 채 뒤로 물러섰다.
“현명한 판단이시오. 검선. 꽉 막힌 보통 정파 노인네였다면 죽음을 불사르고 우리를 막아섰을 텐데 말이오.”
천마휘의 말에 멸세마왕, 마군들이 물러나자 두 종주도 어쩔 수 없이 끌어올렸던 마기를 가라앉힐 수밖에 없었다.
팽무성은 양쪽에 좌우사자를 대동한 채 물러나는 천마휘를 보며 물었다.
“이곳에는 대체 왜 온 거냐.”
천마휘는 천마신검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팽무성은 천마휘가 천마신검 때문에 이 자리에 나타난 것이 아님을 확신했다.
천마휘는 팽무성의 물음에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말했다.
“나의 천마지로가 제대로 향하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무슨 개소리냐.”
팽무성은 멀어져가는 천마휘의 등을 노려보다가 다시 적아도를 들었다.
천마휘를 비롯한 마교의 중진들이 물러났을 뿐, 천라지망까지 해제된 것은 아니었다.
환마군의 지시에 따라 천라지망의 절반은 사천연합과 맞붙었고 나머지 절반은 검선을 비롯한
사패를 포위하며 다시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남궁 형님, 괜찮으십니까.”
“음, 몇 군데 쓰라린 곳이 있는데 검을 휘두르는 것에 지장 없네.”
남궁혁은 검마군과 환마군, 두 종주의 출수를 대부분 받아냈다. 당화련과 무각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함이었다.
그 탓에 남궁혁의 전신에는 상처가 가득했고 탈진 직전이었다.
“형님 덕분에 화련이와 무각이 살았습니다. 이제 앞은 제가 맡겠습니다. 잠시 쉬고 계시지요.”
팽무성은 몰려드는 가마단 무인들을 향해 도기를 뿜어냈고 옆에서 검선도 돌풍을 일으키며 거들었다.
그 사이 사천연합은 외부에서 천라지망을 돌파해내고 있었다.
“당영주! 저기 전장을 벗어나는 무리가 있소.”
염룡독장의 검은 화염을 일으키며 살수들을 태워내던 당영주는 청성파 인보 진인의 말에 고개를 틀었다.
사천연합과 반대 방향으로 몸을 벗어나는 일단의 무리. 몸놀림을 보아하니 이곳에 모인 마인을 이끄는 수뇌들로 보였다.
‘쫓아봐야 낭패다.’
찰나에 정확한 판단을 내린 당영주는 쌍장을 내질러 날아드는 검풍을 집어삼키며 소리쳤다.
“아직 저 안쪽에 전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목적은 검선과 사패의 구출이니 이대로 돌파합시다.”
“알겠소이다!”
적들의 수뇌가 몸을 빼는 모습에 당영주는 마음 한편에 조급함이 들었다.
목적을 이루고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미친 탓이었다.
팽무성의 조언으로 대외적으로 무림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당영주.
그러나 지금 당영주의 머릿속에는 팽무성과 당화련의 안전 말고는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부디 무사하시오. 팽 소협.’
화르륵
당영주의 양쪽 장심에서 피어오른 독염이 기둥처럼 솟아올라 근방의 무인들을 단숨에 집어삼켰다.
콰르릉
당영주의 손이 바빠지고 손속이 더욱 매서워질 즈음 저 멀리서 커다란 뇌성과 함께 붉은빛이 번쩍이는 것이 보였다.
* * *
여천고원에 임시로 쳐진 천막 안에는 검선을 비롯한 십대고수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멸세마왕과 수백 합을 겨룬 검선도 멀쩡하지 않아 몸 곳곳에 붕대를 두르고 있었다.
창성은 검선의 몸에서 나는 금창약 냄새에 혀를 찼다.
“쯧, 이대로 출발하겠다고?”
아직 상처도 붙지 않아 붕대가 붉어지는 마당에 중원을 가로질러 동쪽 끝으로 가겠다고 하니 창성의 마음이 썩 좋지 않았다.
“그렇네. 이렇게 된 거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지.”
창성은 검선의 등에 메여있던 천마신검을 노려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굳이 장백산까지 가야겠나.”
“이 검이 무림에 있는 한 이 시대가 아니더라도 훗날에 또 혈겁을 부를 터. 이게 맞아.”
이에 가만히 팔짱을 끼고 있던 낭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히 다녀오시게.”
“낭왕. 자네가 무림맹의 편에 서서 든든하네.”
“흥, 돈을 받고 일하는 것뿐일세. 이번에는 돈값을 제대로 못 했어.”
호북에서 귀주까지 쉬지 않고 한걸음에 달려왔지만 결국 시간을 맞추지 못해 마음에 걸린 낭왕이었다.
낭왕이 퉁명스레 말하자 검선도 피식 웃곤 가만히 앉아 있는 팽무성의 어깨를 두들겼다.
“무성아, 이 늙은이들을 뒤에서 잘 도와주거라.”
“예. 돌아오실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짧은 인사를 나눈 검선은 새롭게 구한 죽립과 피풍의를 착용하곤 천막을 나갔다.
한 줄기 바람이 되어 금세 사라져버린 검선이었지만 세 사내는 검선이 사라진 방향을 잠시나마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에 창성이 팽무성에게 물었다.
“이제 너희는 청해로 가는 것이냐.”
“예. 사천당가에서 어느 정도 치료가 끝나면 바로 가려고 합니다.”
도천은 무림 곳곳을 돌아다니는 팽무성 때문에 하북팽가와 무림맹 두 곳으로 서신을 보내놓은 상황인데
이번에 창성이 귀주로 향하면서 서신도 함께 챙겨왔다.
서신의 내용은 간단했다.
-청해로 와라.
“으음.”
창성은 가만히 검선이 사라진 방향의 산맥을 바라보는 팽무성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황학루에서 처음 봤을 때만 해도 맞붙으면 재밌겠다 싶은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 기세가 제대로 가늠이 되지 않았다.
‘젊으면 성취가 빠르다지만 이렇게 성장할 수가 있나.’
창성은 팽무성을 보며 마치 젊을 적의 삼천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자신의 제자인 묵연사가 떠오르자 창성은 괜한 승부욕에 사로잡혔다.
“묵연사, 그놈을 더 굴려야겠군.”
창성은 무림맹에서 창을 휘두르고 있을 묵연사를 떠올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 * *
“커억.”
부러진 검이 땅에 박혔고 가슴이 뭉개진 풍마종주는 비틀거리더니 결국 한쪽 무릎을 꿇고야 말았다.
“풍마종주라는 지위가 당신을 지켜줄 것이라 생각했나.”
오른손에 마기를 두른 천마휘가 다가오자 풍마종주는 검은 피를 토해내며 물러섰다.
“이 행위는 교주에 대한 반역이다. 소교주!”
“반역이라, 그것도 나쁘지 않지.”
태연한 반응을 보이는 천마휘의 모습에 풍마종주의 눈이 커졌다.
“고작 검의 힘에 빌려 허울뿐인 천마라는 이름을 차지하려는 늙은이 아래에 있는 것도 슬슬 지겨워지는군.”
풍마종주가 손을 움직이려 했으나 천마휘에 의해 오른팔이 그대로 뽑혀버렸다.
“끄아아악!”
천마휘는 뽑아버린 오른팔을 휙 던져 버리더니 권태로운 눈으로 풍마종주를 내려다봤다.
“이봐, 종주. 나는 그 늙은이와 달리 검에 의존해서 이대 천마(二代 天魔)? 이딴 이름으로 불릴 생각이 없다.
그게 정말 천마냐? 천마신검이 있어야 천마가 될 수 있다니 웃기는군.”
천마휘는 풍마종주의 목을 조이며 말을 이었다.
“풍마종주. 나는 천마가 될 것이다. 마도의 시조가 아닌 완전히 또 다른 천마 말이다.”
“끄윽.”
번쩍이는 검은 빛이 풍마종주를 감쌌다.
탐천마공에 의해 풍마종주는 검은 가루가 되어 바람에 흩날렸고 독마종주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이 광경을 지켜봐야만 했다.
‘어째서 멸세마왕께서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으신단 말인가. 설마!’
독마종주는 멸세마왕이 교주가 아닌 소교주의 편에 섰음을 눈치챘다. 아니면 이렇듯 방관할 리가 없었다.
“독마종주.”
천마휘의 나른한 목소리에 멸세마왕을 곁눈질하던 독마종주는 흠칫했다.
“예. 소교주.”
“독마종도 슬슬 정해야지. 언제까지 중립을 지킬 거냔 말이지.”
멸세마왕은 눈을 감고 있었고 검마군과 환마군은 조용히 독마종주의 후방을 점하고 있었다.
이에 생각에 잠겼던 독마종주는 조용히 무릎을 꿇고 오체투지를 했다.
“독마종은 소교주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역시 눈치가 빨라서 좋군.”
천마휘는 뒷짐을 지며 중얼거렸다.
“괴세마왕은 고지식해서 끝까지 교주편을 들었을 텐데, 팽무성의 손에 죽은 것이 아깝군.”
거뭇거뭇한 먹구름을 감상하던 천마휘는 웃으면서 진흙탕을 밟았다.
곤륜비맥(崑崙?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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