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53)
152화
천마휘를 심상에 그려내선 수십 번을 겨루었지만 쉽게 결판이 나지 않았다.
복기하면 할수록 천마백팔식의 고절함에 경탄이 나올 뿐이었다.
그럴수록 오호단문도에 대한 자신감도 커졌다.
극한의 상황에서 연달아 오호단문도를 펼친 경험 덕분에 심상 수련을 통해 미처 놓치고 보지 못했던 부분을 손볼 수 있었다.
괴세마왕과의 생사결로 도(刀) 자체의 깨달음을 얻은 것도 크게 작용했다.
팽무성은 아직도 오호단문도에 다듬을 부분이 많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애초에 완벽한 무공은 없으니 발전시킬수록 오호단문도와 팽무성은 더욱 강해지리라.
‘조금만 더…’
팽무성은 전생에서는 감히 넘볼 수 없었던 절대경의 선에 자신이 발을 들이고 있음을 느꼈다.
순간 마음이 급해져 있음을 깨달은 팽무성은 호흡을 느리게 내뱉으며 차분하게 마음을 이끌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을 급하게 가져가는 것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가부좌를 틀고 심상 수련에 빠져 있던 팽무성은 숨을 내뱉으며 눈을 떴다.
눈을 뜬 팽무성은 달빛 아래에 서 있는 인형으로 시선을 틀었다. 그 신형의 정체를 확인한 팽무성은 벌떡 일어났다.
“가주님.”
멀리 떨어진 나무 아래 서 있던 이는 다름 아닌 당백이었다. 당백은 팽무성의 인사에 고개를 끄덕이며 걸어왔다.
당백이 자리를 잡고 앉으며 손짓하자 팽무성도 당백의 옆에 나란히 앉았다.
“나흘 내내 식음도 전폐하고 명상에 빠져 있던데 심상 수련이라도 한 것인가.”
당백은 매일 한 번씩 팽무성을 찾았지만, 그때마다 눈을 감고 바위처럼 꼼짝도 하지 않아 계속 발길을 돌려야 했었다.
“이번 싸움을 복기하고 있었습니다.”
“음…”
사천연합과 맞붙은 가마단, 지옥련, 만살회.
천마휘를 비롯한 마교의 중진이 먼저 빠져나갔음에도 이들은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았다.
마치 사술에 걸린 양 마지막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사천연합을 상대하다 죽어갔다.
뒤늦게 합류한 창성과 낭왕이 아니었다면 사천연합도 제법 피해를 입었을 것이 분명했다.
독과 검기에 피를 뿜으면서도 달려들어 폭마공을 펼치거나 동귀어진을 노리는 이들의 지독함에 사천연합의 무인들도 혀를 내둘러야 했다.
“무림삼대살문 중 두 곳이 마교의 손에 놀아나고 있을 줄이야.”
“지옥련과 만살회는 천살택문이 맡아줄 것입니다.”
“살왕이 나서준다니 든든하군.”
천살택문이 어째서 팽무성을 돕는지는 몰랐지만 당백은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
왜인지 단순한 동맹의 문제가 아닌 듯한 느낌이 든 탓이었다.
“지금 사패는 어떻습니까.”
팽무성은 당가의 탕약을 마시고 운기를 해서 내상을 다스렸지만 다른 사패는 내상과 외상이 제법 심각한 편이었다.
“다들 안정되었네. 잘 먹고 잘 쉬고 있지.”
“다행입니다. 혹여 검선 어르신에 대한 소식도 있는지요?”
“없네, 아무래도 마교를 인지하고 되도록 행적을 감출 생각이신 것 같네.”
“아직 몸이 성치 않으실 텐데.”
팽무성의 담백한 반응에 당백이 품속에서 작은 보합을 꺼내서 팽무성의 손에 올려놓았다.
“무림맹에서 보내온 영약이네, 사패가 정말 커다란 일을 해냈음을 무림맹도 인정한 셈이지.”
팽무성이 용이 양각된 보합의 뚜껑을 열어보니 안에는 푸른색의 단환이 들어있었다.
“청룡단이로군요.”
무림맹은 자체적으로 만든 영약 네 종류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영약들은 커다란 공을 세운 무림맹도들에게 종종 보상으로 내려지곤 했었다.
사패가 받은 청룡단(靑龍丹)은 무림맹의 사신영단(四神靈丹) 중 제일 효능이 뛰어난 것으로
이 청룡단이 비고에서 나온 것은 무려 팔 년 만이었다.
그만큼 어지간한 공을 세워도 얻기 어려운 귀한 영약이었다.
“지금 무림이 또 난리가 났네. 마교의 무서움도 한몫했지만 이렇게 시끄러운 것은 사패 때문이지.”
마교의 천라지망에 포위된 검선.
망설임 없이 이를 뚫고 들어간 사패.
단 네 명의 후기지수가 수백의 군중을 뚫고 무림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검선을 도왔다는 얘기에 무림은 경악했다.
거기에 사패가 천라지망에 둘러싸여 마교의 중진들과 겨루었다는 대목에서는 모두 입을 다물었다.
사패가 직접 싸우는 모습을 본 사천연합 무인들의 증언도 있으니 소문의 부풀림을 의심할 수도 없었다.
“누군가는 협의를 위해 사지로 뛰어든 협객들이라 말하더군.”
“확실히 그건 부풀려진 얘기로군요.”
팽무성이 옅게 웃자 당백도 입꼬리를 올리며 당가를 뒤덮은 어둠을 바라봤다.
사패는 이제 단순히 무공이 뛰어난 후기지수들이 아니었다.
이제 사패는 앞으로 전쟁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존재로 무림에 각인되었다.
그 사패에 당화련이 포함된 것은 당가주로서 영광스럽고 기뻐할 일이지만 아비로서는 걱정되는 일이기도 했다.
독마종주의 독에 중독된 당화련을 손수 해독한 것이 당백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당백은 나흘 동안 팽무성을 여러 번 찾았던 이유를 이제야 털어놓기 시작했다.
“팽가주에게 연락이 왔네. 자네와 화련이의 관계에 대해서 말일세.”
자신의 딸이지만 과연 혼인을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던 당화련이다.
그런 당화련의 상대가 팽무성이라면 사천당가에서 허리를 굽히며 감사해야 할 정도였다.
당백도 팽무성을 마음에 들어 했기에 긴말은 하지 않았다.
“화련이도 무인이지. 앞으로 전쟁에서 상처 하나 없이 살아남는다는 기대는 하지도 않네.
그저 살아만 있으면 되는 거지. 자네에게 부탁함세. 전쟁이 끝나면 성대하게 혼인식을 치를 수 있도록 말이야.”
살짝 떨리는 당백의 목소리에 팽무성은 고개를 깊이 숙였다.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굳건한 팽무성의 눈빛과 목소리를 확인한 당백은 걱정을 떨치고 팽무성의 팔목을 부드럽게 잡았다.
“부탁하네.”
* * *
청해
중원 최대의 담수호인 청해호(靑海湖)와 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을 지나친 사패가 마주하는 것은
하늘 끝에 닿을 듯 높게 솟아오른 산맥이었다.
구름을 뚫고 솟아오른 산맥은 그 끝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장대했다.
구름과 안개를 머금은 그 웅장한 위용에 사패는 잠시 걸음을 멈춰 산을 눈에 담으며 감탄했다.
곤륜산의 형태는 기이했는데 산의 모양이 아래쪽이 좁고 위쪽으로 갈수록 점점 산줄기가 넓어지는 역삼각형 모양이었다.
“이곳이 곤륜산.”
팽무성은 도천이 말한 청해가 정확히는 곤륜파임을 알고 있었다.
도천과 용천은 오랜 시간을 꾸준히 교류해온 친우였기 때문이었다.
“뭔가 보기만 해도 영험함이 느껴지는 산이로구나.”
“아미타불, 산의 느낌이 범상치가 않네.”
“곤륜산을 뒤져보면 숨어있는 신선이 나올 것 같네요.”
사천당가에서 십여 일을 요양하고 바로 청해에 이동한 사패는 드디어 곤륜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새롭게 구한 호리병의 술로 목을 적신 남궁혁은 비장하게 각오하듯이 말했다.
“음, 이제 올라가 볼까.”
곤륜산의 산세는 마치 검을 세워놨다고 하는 화산의 거칠고 날카로운 산세에 비해도 뒤지지 않았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양민은 물론이고 무림인조차도 산을 오르며 제법 힘들어서 할만한 정도였다.
그렇게 두 시진을 쉬지 않고 오르자 드디어 곤륜파의 산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화려하지 않은 수수함에 주변에 옅은 안개가 조금씩 맴돌고 있어 신비감을 더하고 있었다.
무림 문파의 입구가 아니라 전설 속의 무릉도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로 느껴질 정도였다.
옥색 무복을 입고 곤륜파의 산문을 지키고 있던 도인들은 사패를 보고 눈을 껌벅거렸다.
“원시천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패 맞으시지요?”
도인의 인사에 앞장서서 산을 오르고 있던 팽무성이 물었다.
“도장께서는 저희가 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
“용현 태사조께서 오늘이나 내일, 귀인이 산을 오르리라 말씀하셨습니다.”
용현(龍玹)은 용천의 도명이었다.
용천이라면 사패가 도천의 서신을 받고 곤륜산을 오르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을 터.
하지만 정확한 시기까지 읽어내는 것은 신통할 따름이었다.
먼저 입을 연 도인보다 살짝 어려 보이는 도인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이번에 귀주성에서 큰일을 해내셨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존경스럽니다.”
도인은 산문 앞에 모인 사패를 마치 사모하는 애인을 보듯 뜨거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벌써 곤륜까지 알고 있군.”
남궁혁의 중얼거림에 도인이 신나서 답했다. 같은 검수로서 사패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이 남궁혁이었던 탓이었다.
“곤륜이 중원에 조금 동떨어져 있지만 소식까지 늦는 것은 아닙니다.
도리어 신경 쓰고 있지요. 본파의 제자들도 여러분의 활약을 여러 번 들어서 사패가 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모두 환영할 겁니다.”
곤륜파의 젊은 제자들 사이에서 사패는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다. 거기에 이번 여천고원의 일로 그 인기는 절정에 달하고 있었다.
“이야, 이거 부끄럽구만.”
무각은 민머리를 만지작거리며 기분 좋은 듯 웃었다.
도인들은 곤륜파 산문의 문을 열어주며 물었다.
“나중에 여천고원에서 있었던 일을 한번 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원시천존.”
곤륜파의 경내로 들어서자 곳곳의 기암괴석과 고송들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전각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그대로 조금씩 곤륜파가 스며든 느낌이었다.
그때, 안개 사이로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패와 비슷한 또래로 보임에도 눈에 현기(玄機)를 보이는 특이한 사내였다.
“빈도는 용진(龍震)이라 합니다. 스승님께서 기다리고 계시니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용진이라는 도호에 팽무성이 용진을 주의 깊게 살폈다.
‘용천의 제자…’
곤륜파에 용(龍)자가 들어간 도명을 쓸 수 있는 것은 오직 곤륜비맥(崑崙?脈)의 전승자뿐이었다.
“그래도 곤륜파에 처음으로 방문했는데 장문인께 인사는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장문인께서는 비동에 들어가셔서 지금은 뵙지 못합니다. 다른 장로들께서도 자리를 비우신 분이 많아 예에 어긋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용진은 사패를 곤륜파 안쪽으로 데리고 갔는데 그곳에는 또 다른 봉우리로 올라가는 길이 있었다.
“이 봉우리는 용두봉(龍頭峰)이라 불립니다. 봉우리의 정상이 용이 입을 벌린 모양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지요.”
봉우리는 그다지 높지 않아 금세 오를 수 있었는데 정상에는 작은 모옥이 지어져 있었고 그 앞의 평상에는 두 명의 노인이 앉아있었다.
“이놈아, 서신을 보낸 지가 언젠데 왜 이리 늦은 것이야.”
도천이 장난스레 꾸중을 날리자 팽무성도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련주.”
팽무성은 도천에게 인사를 하곤 그 옆에 말없이 자신을 지켜보는 노인, 용천을 바라봤다.
흐리멍덩한 눈빛 안에는 광명과 같이 번쩍이는 현기가 숨겨져 있었다.
정갈한 옥빛 도복을 걸친 용천의 자태는 그림 속의 신선이 그대로 튀어나온 듯한 모습이었다.
팽무성은 용천의 그 신비한 눈빛을 바라보며 포권을 취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하북팽가의 팽무성입니다.”
차례로 사패가 도천과 용천에게 예를 갖추자 두 노인은 손주들의 인사를 받는 듯 흐뭇한 얼굴을 했다.
용천은 사패를 눈에 담으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어서 와라, 아이들아.”
사패를 맞이하는 용천의 뒤로 동굴이 하나 있었다.
뿔이 솟은 듯 기이하게 뻗은 기암괴석과 이빨처럼 자라난 종유석.
마치 용이 입을 쩍 벌리고 있는 듯한 모양새의 동굴이 팽무성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다.
곤륜비맥(崑崙?脈). (2)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