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54)
153화
평상은 제법 넓어 용두봉에 모인 이들이 모두 앉을 수 있었다.
도천은 바로 앞에 앉은 팽무성을 잠시 째려보더니 눈꼬리를 비틀었다.
“제법 쓸 만해 졌어. 그때와 완전히 달라졌구나.”
도천의 퉁명스러움이 칭찬임을 알아차린 팽무성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다행입니다.”
“흐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도천은 처음에 팽무성을 보고 잠시 정신이 멍해질 정도였다.
기껏해야 초절정의 극에 머물렀던 녀석이 안 본 사이에 초월경의 끝을 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늦게 온 게 아니라 제대로 때를 맞춰서 온 것일 수도 있겠어.’
도천은 눈길을 돌려 사패를 살피고 있는 용천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도천이 이들을 굳이 곤륜파까지 부른 이유는 용천도 사패를 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마교의 소교주라는 아해가 두각을 보인다고 들었다.”
용천이 천마휘에게 관심을 보이자 팽무성은 천마휘에 대해 알고 직접 겪은 것을 상세히 풀어냈다.
이를 가만히 듣고 있던 용천은 살짝 시선을 올려 하늘의 흰 구름을 보며 말했다.
“마도로구나.”
“단순히 타인의 힘을 갈취한다고 강해지는 것은 아니지.
결국 소교주라는 놈도 그만한 자질이 있다는 뜻. 그런 놈이 성장 속도마저 빠를 테니 인재(人災)로구나.”
용천과 도천은 천마휘의 얘기를 듣고 높은 평을 내렸다. 직접 보지는 않았으나 어리다고 쉽게 볼 인물이 아님을 느낀 것이다.
“각자의 길에 따라 강해지는 방식이 있는 법이지.”
용천의 중얼거림에 팽무성이 물었다.
“후배들은 어떻게 강해지면 좋겠습니까?”
가르침을 구하는 팽무성에 용천이 빙그레 웃었다.
“그저 하던 대로. 무언가 특별한 것이 갑자기 필요하단 말이냐.”
용천은 팽무성을 비롯한 사패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이 곤륜산에서 발을 떼지는 않았으나 너희의 행적은 놓치지 않고 듣고 있었다.
너희는 무림을 돌며 많은 선대 고수들에게 가르침과 도움을 받았을 터.”
용천의 말에 사패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소교주가 타인의 업을 짓밟고 올라간다면 너희는 선배들의 호의를 모아서 나아가라.”
“그래서 내가 너희를 이곳에 부른 것 아니겠냐.”
도천은 팔짱을 낀 채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러자 용천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도천도 홀로 잘나서 이 경지에 도달한 것이 아니라 선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자네야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다.”
“훗. 늙어서 그런가, 자네 후기지수 시절에 광도제(光刀帝)에게 맞고 다니던 시절을 잊었는가.”
이에 사패가 웃음을 참으려 들자 도천의 눈썹이 요동쳤다.
“맞은 것이 아니라 비무에서 살짝 밀렸을 뿐이지. 됐고! 사설이 길었다. 바로 시작하지.”
분위기를 돌리려는 듯 도천이 벌떡 일어났고 이에 용천이 옅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팽무성! 따라와라.”
“다른 아이들은 나와 함께 가자. 용구동으로 들어갈 것이야.”
용천은 다른 사패와 용진을 이끌고 용이 입을 벌린 듯한 동굴의 입구. 용구동(龍口洞)으로 들어갔다.
도천은 팽무성을 데리고 산보 하듯이 용두봉의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기괴한 형태로 솟아오른 기암괴석이 자리하고 있었다.
줄줄이 이어진 기암괴석의 건너편에는 다른 산맥이 뻗어있었다.
도천은 가볍게 날아올라 기암괴석을 다리 삼아서 건너편으로 넘어갔고 팽무성도 기암괴석을 연달아 밟으며 그 뒤를 따랐다.
주위로 높게 솟아오른 나무들이 빼곡하게 자라서 도검을 휘두르기 불편할 정도였다.
그러나 도천은 아랑곳하지 않고 도를 뽑아 들었다. 주변 환경은 전혀 신경 쓸 것이 되지 않는다는 태도였다.
“아무리 느껴지는 기세가 달라졌다 한들 직접 부딪쳐 보는 것만큼 정확한 것이 없지.”
“옳으신 말씀입니다.”
팽무성도 적아도를 뽑아 들며 밀려오는 도천의 기세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예전에 겨루었을 때는 그저 호흡을 제대로 고르는 것에 급급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대등하게 도천의 기세에 맞서고 있었다.
느릿하지만 자신의 기세를 상대로 조금씩 영역을 넓히는 팽무성의 기세를 느끼며 도천이 클클 웃었다.
“내공은 쓰지 말고 순수한 도법만을 펼쳐내라.”
“알겠습니다.”
팽무성과 도천은 서로 거리를 좁히며 똑같은 사선 베기로 시작했다.
쩌엉
두 자루 도의 격돌이 일으킨 풍압.
뿌리를 깊게 내린 나무들도 별수 없이 흔들리며 나뭇잎을 비처럼 떨어트려야 했다.
내공을 사용하지 않는다 한들 두 고수의 도는 이미 보통 무림인의 선을 초월한 상태.
팽무성은 오호단문도의 초식을 하나씩 펼쳐내기 시작했다. 이에 도천의 눈이 살짝 동그래졌다.
힘이 제대로 실린 강맹한 도격. 거기에 직선적이고 거칠지만 흐름을 제대로 읽기 힘든 무수한 변화.
도천은 지난번에 겪었던 철혈맹호도에 팽무성이 어떤 깨달음을 더해서 만든 새로운 도법임을 바로 눈치챘다.
‘이놈 보게, 이번에는 제대로 된 도법을 만들어냈군.’
분화하는 다섯 줄기의 도격에 도천은 종횡으로 도를 휘둘러 튕겨내며 입꼬리를 울렸다.
도천이 말하는 제대로 된 도법이란 무림에서 손을 꼽을 정도였다.
이는 오호단문도를 무림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도법이라 인정한 것이었다.
“저번처럼 한 초식도 못 받아내는 것은 아니겠지.”
“물론입니다.”
쌰앙
대기를 가르는 도천의 직도가 살벌한 파공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직도의 움직임에 따라 주변의 대기가 크게 요동쳤다.
잘게 찢긴 대기는 날카롭게 다듬어지더니 어느새 팽무성에게 날아들고 있었다.
도천의 독문무공. 폭풍도식(暴風刀式).
일전에는 도천이 한 번 선보였을 때는 받아내기는커녕 제대로 눈에 담을 수도 없었다.
휘둘러지는 도는 하나지만, 도천의 도에 투로에 따라 주변의 대기가 여러 자루의 도가 되어 그 날카로움을 팽무성에게 자랑하고 있었다.
일풍천도(一風千刀).
눈 깜짝할 새에 일풍천도의 무수한 도격이 팽무성의 전방을 뒤덮으며 몰아쳤다.
내공을 사용하는 게 아닌 일절 순수한 도기(刀技)로 이루어내는 것에 팽무성은 감탄했다.
채채챙
적아도의 붉은 선이 허공을 빠르게 채워냈고 도천이 만들어낸 무형의 도를 그대로 박살 냈다.
팽무성은 폭풍도식을 받아내며 주변의 대기에도 도천의 베고자 하는 의지가 실렸음을 알아차렸다.
이러니 마치 수십 명의 도천과 싸우는 듯한 압박감이 들었다.
그럴수록 적아도는 힘차게 뻗어가며 앞을 가로막는 것들을 모조리 찢어발겼다.
그러나 아무리 베어내도 도천의 도에 틈이 보이지 않았다. 도천이 자신의 어깨로 뻗어오는 팽무성의 도격을 받아내며 거리를 좁혔다.
쩌저정
근접한 거리에서 이십여 합을 겨룰 때 도천이 오호단문도를 뭉개고 목젖을 향해 도를 찔러넣었다.
이에 팽무성은 간발의 차로 직도를 쳐내곤 거리를 벌렸다.
그 순간 팽무성이 서 있던 자리에 십여 개의 도흔이 그어지며 옅은 먼지구름이 일었다.
도천의 도가 수평으로 길게 그어지자 주변의 나무들도 덩달아 베어지며 팽무성을 향해 쓰러졌다.
팽무성이 하단에 있던 적아도를 위로 그어내자 도천의 도격이 막힘과 동시에 떨어지던 나무들도 다섯 갈래로 쩍쩍 갈라졌다.
스스슷
도천의 도는 바람을 타고 뻗어지는 듯한 극한의 쾌도(快刀).
어찌나 빠른지 팽무성의 안력에도 도가 무수한 잔영을 그려내는 것으로 보일 정도였다.
그 속도에 대응하기 위해 팽무성은 오호단문도의 환(幻)으로 맞섰다.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으니 무수히 갈라지는 번개 줄기와 같은 도격을 펼쳐냈다.
허나 도천은 이를 비웃듯이 손쉽게 오호단문도의 투로를 갈라내고 팽무성의 가슴을 베어냈다.
꺼엉
수직으로 내리꽂는 적아도와 수평으로 반원을 그리는 직도가 맞물려 힘겨루기를 벌였다.
깡
그 순간, 도천의 손목이 흔들리나 싶더니 도가 앞뒤로 흔들리며 적아도를 거세게 밀어냈다.
허나 도천의 의도대로 적아도가 튕기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도리어 허리의 회전을 실어낸 채로 하단에서 팔을 노리고 솟구치고 있었다.
도천은 도병을 아래로 회전시켜 하단에서 뻗어오는 적아도를 튕겨내곤 역수로 도병을 잡은 채로 팔을 길게 뻗어 휘둘렀다.
도병을 길게 잡아 교묘하게 직도의 간격을 늘린 도천.
이를 도천의 파지법을 보고 눈치챈 팽무성은 평소보다 반걸음 더 거리를 벌려야 했다.
촤자자작
도천은 정해진 자세에 구애받지 않고 어느 상황에서든 자유자재로 도를 휘두르고 있었다.
몇 초식을 받아냈는지 팽무성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도천의 도격은 무자비한 폭풍이었다.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아닌 칼바람을 머금은 푹풍 그 자체를 상대하는 느낌.
이러니 팽무성은 점점 머리와 마음을 비우고 무아지경 속에서 적아도를 휘둘러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신출귀몰하게 뻗어오는 도천의 도를 감당해낼 수가 없었다.
‘음, 드디어.’
팽무성이 무아지경에 빠져들었음을 확인한 도천이 눈을 번득였다.
쐐애액
적아도를 튕겨내고 솟구치는 도천의 직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었다. 그러자 팽무성도 그 속도를 따라오고 있었다.
“어디 한번 볼까.”
직도가 만들어낸 서늘한 바람이 팽무성의 주위로 휘몰아쳤다.
* * *
팽무성과 도천의 비무는 주위의 나무 오십여 그루를 찢어놓고 나서야 끝이 났다.
주위의 숲은 마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듯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팽무성의 무복은 여러 군데가 찢겼지만 그래도 양호한 편이었다. 물론 도천의 무복은 깨끗하기 그지없었다.
비무가 끝난 이후 도천은 팽무성에게 여러 가지를 물었고 팽무성은 숨기지 않고 성실하게 답했다.
이를 듣고 생각에 잠겼던 도천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얻은 깨달음만 보면 절대경에 들어서기 부족함이 없는 듯한데 부족한 것은 내공과 도(刀)의 경지인가.”
도천의 중얼거림에 팽무성도 동의했다.
최근에야 도(刀)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일단 도의 경지부터 끌어올려야겠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팽무성의 물음에 도천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알면서 왜 묻는 것이냐. 성취를 얻을 때까지 열심히 구르는 것이지.”
실제로 도천도 이런 방식으로 도의 극한을 맛보았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도법을 너에게 보여줄 것이다. 너는 이를 보면서 쓸만한 것은 빼먹든지 깨달음을 얻든지 알아서 해라.”
도천의 말을 듣고 팽무성도 납득했다.
도천은 결국 옆에서 도와주는 것일 뿐, 팽무성의 경지는 누가 떠먹여 준다고 해서 높일 수 있지 않았다.
결국 팽무성이 스스로 무언가를 얻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본래 이리 서두를 일은 아니지만, 이 시간에도 소교주는 누구를 집어삼켰을지 알 수 모르는 일이니. 우리도 속성으로 수련해야겠지.”
“괜찮으시면 바로 시작하시겠습니까.”
쉴 틈이 없다고 여긴 팽무성은 곧바로 적아도를 잡고 몸을 일으켰지만 도천은 고개를 저었다.
“네놈의 도는 좋은 도야. 아주 단단하고 탄성도 좋지. 네놈의 도법과도 궁합이 잘 맞아.
그런데 그런 만큼 무의식적으로 의지하는 부분도 크다.”
팽무성은 도천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들었다. 이에 적아도의 도갑을 바위 옆에 세워놓았다.
“애초에 너는 도를 벗어나는 수련을 해야 했으니, 이걸 써라.”
도천은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기다란 나뭇가지를 팽무성에게 던졌다.
“아주 고전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수련 방법이지. 나뭇가지로 본래의 기량을 그대로 펼쳐낼 수 있으면 도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이다.”
그러면서 도천은 주위를 둘러보며 쓸 만한 나뭇가지를 하나 더 주웠다.
“나도 나뭇가지를 들고 네놈을 상대하마.”
나뭇가지를 들고 그냥 평범히 서 있는 도천인데 직도를 들었을 때와 변함없는 날카로운 예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에 팽무성은 가라앉은 눈으로 도천의 모든 것을 눈에 담았다. 자잘한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흡수하기 위함이었다.
도천은 그런 팽무성을 보며 곤륜산에서 보였던 표정 중 제일 환하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당분간은 딱밤을 좀 때릴 수 있겠군.”
팽무성은 확실히 강해졌다.
저번에 하북팽가에서 가지고 놀았을 때처럼 손쉽게 딱밤을 때릴 틈을 주지 않았다.
허나 나뭇가지를 든 이상 처음에는 고생 좀 할 것이 분명했다.
도천의 웃음을 본 팽무성은 등에 살짝 오한이 오른 것을 느끼며 쓴웃음을 지었다.
‘과연 이번에는 몇 대를 맞아야 할지.’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쥐고 있는 팽무성의 오른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그 순간, 도천의 나뭇가지가 바람을 찢어내고 있었다.
곤륜비맥(崑崙?脈).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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