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58)
157화
천마신교 총단 대광장
모든 교인은 아니었지만 천마신교 교인의 절반 이상이 모여 공간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대광장 중앙에 원형으로 낮게 솟아오른 넓은 단상 위에는 태사의를 중심으로 천마신교의 중진들이 모두 모여서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대광장에 모인 모든 이들이 고개를 조아리며 천마휘가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를 숙여 보이지 않는 교인들의 눈은 뜨겁기 그지없었으나 정작 이를 지켜보는 천마휘의 눈은 무미건조를 넘어 나른해 보였다.
‘아무 느낌도 없구나.’
정복감이나 성취감. 사소한 기쁨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여느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태사의에 앉아 눈 앞에 펼쳐진 검은 물결을 오시하던 천마휘의 눈이 게슴츠레 변했다.
애초에 교주위는 거쳐 가는 과정에 지나지 않았으니 지금 앉고 있는 태사의와 몸에 걸치고 있는 구룡암포는 천마휘에게 별 감흥을 주지 못했다.
“고개를 들라.”
웅혼한 내공이 실린 천마휘의 목소리는 대광장 전체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자신의 명령에 검은 물결이 들썩이는 것을 보곤 천마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전대 교주에 의해 지지부진해졌던 무림 침공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것이다.”
“우오오!”
교인들은 천마휘의 말 한마디에 열광하며 두 손을 힘껏 흔들어댔다.
계속 기다리던 무림 침공이 시작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답답함을 표출하던 교인들이 늘어나던 차였다.
천마휘는 교인들의 꽉 막힌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고 있었다.
무림 침공이라는 단어에 흥분한 교인들은 저들끼리 속삭였다.
“드디어 본교가 세상 밖으로 나가는 건가.”
“그동안 많이 답답했지. 상부에서는 말이 없으니 다시 미뤄지나 싶었는데 이렇게 교주님이 바로잡아 주시는군.”
“아암. 우리 교주님이 어떤 분이신가. 홀로 본교의 교리를 바로 세운 분이 아니신가.”
천마신교의 상층부를 완벽하게 장악한 천마휘.
거기에 마이각을 동원해 전대 교주를 배교자로 만들어 자신이 교주에 등극한 것을 정당화한 지 오래였다.
“아직 본격적인 무림 침공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본교는 두 명의 마왕과 한 명의 종주를 잃었군.”
이에 환호성이 뚝 그치고 대광장의 분위기는 침울해졌다. 아직 대낮인데 대광장 주변에는 어둠이 드리운 것 같았다.
“좌사. 개진풍.”
“예. 교주.”
천마휘의 부름에 몸을 일으킨 좌사와 개진풍이라 불린 노인이 단상의 중앙에 나란히 서서 천마휘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좌사의 무공이 사세마왕에 오르기에 부족함이 없으니 난세(亂世)라는 이름을 내려 마왕으로 임명하겠다.
무림에 난세라는 위명을 알려라.”
“존명.”
천마휘는 이어서 좌사 옆에 있는 개진풍을 내려다봤다.
본래 개진풍은 풍마종에서 장로직을 맡고 있었으나 그 뛰어난 무공 덕분에 천마휘에 의해 발탁되었다.
“풍마종주와 풍마군이 모두 목숨을 잃었으니 풍마종의 무맥이 끊길 염려가 크다. 풍마종주의 역할을 맡아 풍마종을 건실하게 이끌도록.”
“명을 받들겠습니다. 교주.”
난세마왕과 풍마종주가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답했다.
이에 호응하여 교인들이 일제히 진각을 밟으며 환호를 지르니 대광장이 뒤흔들리고 있었다.
전쟁이 벌어지기도 전에 마왕과 종주를 잃어서 교인들은 내심 걱정이 많았다.
그런 상황에 이렇게 신교의 중요한 직위가 단번에 채워지니 교인들의 사기가 끓어올랐다.
“그리고 투마제(鬪魔祭)를 개최하여 실력이 뛰어난 교인을 뽑고 군단과 타격대를 개편할 것이다.”
투마제는 단순히 교인들끼리 무공을 겨루는 축제가 아닌 몇 없는 서열 상승의 기회이자 살육의 무대였다.
“본교의 모든 창고를 개방하여 실력을 증명한 이들에게는 영약과 무기를 내릴 것이다. 분발해라. 투마제의 다음은 무림이다.”
지금을 위해 조용히 실력을 키운 교인들이 대거 등장할 터, 천마휘는 마지막으로 신교의 전력을 다듬을 생각이었다.
투마제의 개최 선포에 대광장에는 마기, 투기, 살기가 뒤섞여 광란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천마휘는 대광장의 이 후끈한 열기를 느끼며 서서히 입꼬리를 비틀었다.
몇백 년을 틀어박혀 여실히 쌓아온 천마신교의 힘을 천마휘는 뒤를 생각하지 않고 분출할 생각이었다.
‘팽무성, 준비하고 있느냐?’
“천마도래! 만마앙복! 역천동지!”
좌사, 아니 난세마왕이 우렁찬 목소리를 토해내자 대광장에 모인 이들이 따라서 복창했다.
“천마도래! 만마앙복! 역천지동!”
천마도래(天魔渡來)
만마앙복(萬魔仰伏)
역천지동(逆天地動)
천마가 돌아오니 온갖 마귀들이 굴복하였으며 하늘이 뒤집히고 땅이 뒤흔들리리라.
천마신교의 교인들은 이 세 구절을 주문을 끊임없이 외치며 심상의 마기를 마음껏 풀어내고 있었다.
대광장 곳곳에서 피어오른 마기가 하나로 뭉쳐 하늘을 꺼멓게 뒤덮었다.
* * *
아무것도 없는 땅에 돌연 옅은 흙먼지가 솟았다. 용진의 발이 아주 찰나에 땅을 밟고 지나간 탓이었다.
용진이 일으킨 흙먼지를 뚫으며 낮게 날고 잇던 세 개의 어린표가 용진의 발뒤꿈치를 쫓아 솟구쳐 올랐다.
용진의 운룡대팔식은 용천의 것에 비할 바가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놀라운 몸놀림을 보여준다는 것은 동일했다.
용진은 사패를 처음 만났을 때 다른 것은 몰라도 신법에는 뒤지지 않으리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쏴아아아
움직이려던 용진의 무릎이 덜컥거렸다.
일거에 자신이 나아가려던 모든 방향을 점해버린 어린표.
이에 답답함을 느낀 용진은 콧등을 살짝 들썩이더니 발을 움직이는 대신 양손을 털어냈다.
파파팡
장력으로 어린표를 밀어내고 벗어났지만 당화련이 뒤이어 날린 어린표가 용진의 움직임을 속박하고 있었다.
몸을 비틀어서 허공을 날던 용진은 아슬아슬하게 피부 위로 날아가는 어린표를 보며 침음을 내뱉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어린표를 날리기는커녕 자신의 움직임을 제대로 눈에 담기조차 힘들었던 당화련인데 무서운 성장세였다.
공중에 체공하고 있던 용진이기에 어린표가 날아들 방향도 많았다. 이에 내공을 끌어올린 용진의 손발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용진과 당화련의 비무를 지켜보던 용천이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용진, 너도 아직 멀었다.”
“자네 제자 녀석이 꽤나 고생하는군.”
도천의 말에 용천은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음. 사패도 제법 가르치는 맛이 나서 힘 좀 썼네. 특히 화련이가 독보적이었지.”
용천이 당화련에게 주었던 과제는 간단했다. 사슬 위에서 용두동의 강풍을 견뎌내며 암기를 용천에게 닿게 하는 것이었다.
출렁이는 사슬 위라서 자세를 잡기도 힘들뿐더러 내공을 담아 실어내는 어린표도 다른 곳으로 날릴 정도로 바람은 강력했다.
처음에 당화련은 암기를 맞추기는커녕 암기가 제대로 날아가게 하는 것조차 하지 못해서 상당한 고역을 치렀다.
당화련은 용천의 가르침에 따라 여인의 유연함과 가벼움을 살릴 수 있는 몸놀림과 바람을 읽을 수 있는 감각을 익혀냈다.
끝까지 용천의 털끝도 건드릴 수 없었지만 깨달음을 얻어 초절정의 극에 달했고 만장단애의 사슬 끝에 오를 수 있었다.
사패 중 성취가 가장 뒤처진 것이 당화련이었으나 이번 곤륜산에서 가장 큰 성취를 본 것도 당화련이었다.
당화련은 두 번의 깨달음을 얻어서 어느새 무각의 발끝까지 추적해온 상황.
처음에는 손쉽게 당화련을 상대했던 용진이지만 지금은 어느새 진지한 얼굴로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서로 쫓고 쫓기를 반복하며 얽히는 당화련과 용진의 움직임을 살피던 용천이 중얼거렸다.
“솔직히 무각과 화련이는 만장단애를 오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는데 둘 다 훌륭하게 해내었어.”
용천과 도천의 옆에서 비무를 지켜보던 팽무성은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남궁혁과 무각이 비무를 벌이고 있었다.
남궁혁의 중검이 무각의 전신을 짓눌렀으나 무각은 꿋꿋이 허리를 세우며 주먹을 뻗어내고 있었다.
“끄아압!”
일갈을 터트린 무각이 교차된 팔뚝을 거칠게 뒤흔들며 자신을 압박하고 있던 남궁혁의 검을 튕겨냈다.
“아직이다.”
검로에서 벗어난 검이 곡선을 그리며 다시 무각의 허리를 베어냈지만 불영선하보를 극성으로 펼친 무각은 흐릿한 잔영을 남기며 피해냈다.
용두동의 수련으로 불영선하보가 극성에 달한 무각은 남궁혁에게 쏘아지며 연대구품을 펼쳐냈다.
꽃이 만개하듯 갑자기 남궁혁의 사방으로 덮쳐드는 여섯 명의 무각.
이제까지 네 명이 한계였던 무각은 연대구품이 육성에 도달해서 여섯 명의 분신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아라한신권의 권풍이 오른쪽 어깨를 노렸고 대력금강장의 장력이 등으로 쇄도하고 있었다.
몸을 뒤로 돌리며 권풍과 장력을 양단하니 하단으로 무상각이 땅을 쓸고 있었고
남궁혁의 몸을 붙잡으려는 미륵삼천해(彌勒三天解)의 손길이 내려오고 있었다.
이 여섯이 소림칠십이절예의 각기 다른 절기 펼쳐냈으나 남궁혁은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제왕검형을 펼치며 이를 받아내고 있었다.
연대구품에 대항하는 남궁혁의 정면으로 백보신권의 권력이 연달아 쏟아졌다.
파파팡
콰아아앙
남궁혁은 용천과 도천에게 집중적으로 수련받으며 초월경의 힘을 능숙하게 검에 녹여냈고
무각도 당화련과 마찬가지로 초절정의 극에 도달할 수 있었다.
눈부신 성취도 주목할 만하지만 사패 전원이 기어코 만장단애의 끝에 도달해서 공청석유를 한 방울씩 복용했다는 것이 컸다.
이제 전생의 사패가 온다고 하도 손쉽게 결판이 날 정도였다. 각자의 전생을 넘어선 것으로 모자라 완전히 격차를 벌린 현생의 사패.
전생의 사패를 떠올리던 팽무성은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전생보다 훨씬 강해졌으니 사패가 전멸한다는 미래도 이제 바꾸어야겠지.’
작게는 사패의 전멸을, 크게는 전쟁의 패배라는 결과를 바꿔내야만 했다.
팽무성은 곤륜산의 풍광을 눈에 담으며 생각에 잠겼다.
‘너무 조용하군.’
여천고원 이후로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마교는 별다른 활동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무림에서는 여천고원에서 입은 피해에 몸을 사리고 있다고 여기지만 팽무성은 폭풍전야라는 예감이 들었다.
* * *
운남성 점창파.
점창의 산문을 지키던 젊은 도인들은 산 아래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포착했다.
“음?”
“뭐지? 아랫마을에 불이 난 걸까요?”
그러나 마을 쪽에서 올라오는 연기 줄기가 늘어나자 도인들의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사제!”
“네. 바로 사숙들께 알리겠습니다.”
급히 등을 돌려 점창파 내부로 들어가려던 도인은 더는 발을 옮길 수가 없었다.
“사제!”
등을 돌린 채 목이 떨어지는 사제.
얼굴이 사제의 피로 적셔진 도인은 급히 검을 뽑아 전방으로 쾌검을 찔러냈다.
카앙
“호오. 제법.”
사일검법의 한 수를 손쉽게 막아낸 흑의인을 보며 도인은 목에 매고 있는 호각으로 손을 가져가려 했다.
“그래도 검은 뽑고 죽었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도인이 급히 좌수를 뻗으려 했으나 이미 목에서 피가 터져 흐르고 있었다.
뒤에서 도인의 목을 날려버린 마인은 호각을 손에 쥔 채 식어가는 도인의 시신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를 시작으로 점창파의 산문 근처의 숲속에서 흑의인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일념봉의 경계는 처리했습니다.”
“애뇌봉의 말코들도 전부 죽였습니다.”
“오번대는 마을을 모두 불태우고 이제 막 산에 올라선다고 합니다.”
수하들의 보고를 듣던 극마단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대와 삼번대는 정면에서 천천히 죽이며 들어와라. 사번대는 뒤로 돌아서 점창파의 퇴로를 막아라. 일번대는 나와 곧장 점창파의 심처로 진입한다.”
극마단주의 명령에 따라 극마단이 점창파의 담장을 넘기 시작했다.
“천마신교의 발호를 무림에 알려라!”
천마신교의 발호를 알리는 첫 희생양은 점창파였다.
발호. (1)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