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61)
160화
마전단을 중심으로 다섯 개의 타격대가 뭉쳐서 귀주를 넘어 사천의 성도를 향해 진격하는 중이었다.
대열의 중간에는 단주와 대주들이 한데 모여서 이동하고 있었다.
“무림에서의 첫 전투였는데 귀주의 전투는 별 볼 일 없었습니다. 규모도 규모지만 실력들이 영…”
대주 중 하나가 입을 열자 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대주가 대꾸했다.
“귀주성은 사도천에서 그리 신경 쓰지 않는 곳이 아니야. 사도천에서는 귀주로 파견되는 것을 좌천이라 생각하더군.”
“확실히 좌천당할 만한 무공이더군요.”
이에 대주들이 웃음을 터트리자 가만히 듣고 있던 마전단주가 입을 열었다.
“귀주에서는 가볍게 싸웠지만 사천은 다를 것이다. 사천 연합의 단결력은 놀라울 정도다. 방심하지 말도록.”
“물론입니다. 단주.”
딱딱한 마전단주의 태도에 대답하는 대주들이 서로 눈빛 교환을 했다.
‘음. 역시 신경 쓰고 계시군.’
‘극마단주와 경쟁 중이시니.’
본래 암마종주와 함께 움직일 타격대는 극마단이 아니라 마전단이었다.
허나 극마단주의 술수에 의해 역할이 뒤바뀌어버렸다.
당연히 암마종주와 붙어있는 게 공을 세우거나 눈에 드는 것이 쉽기에 마전단주는 살짝 초조한 상황이었다.
‘극마단보다 먼저 성도에 도달해야 한다.’
이번 진격의 목적은 사천의 점령이 아니었다.
그저 사천 연합에 큰 피해를 줘서 사천에 인접한 감숙의 사도천과 무림맹이 위기를 느끼게 하려는 것뿐이었다.
이를테면 마교의 무력을 보여주는 첫 무대인 셈이었다.
애초에 사천은 만만치 않은 곳.
사천을 초토화하려면 더 많은 병력과 종주가 최소 둘은 더 있어야 무난하게 공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전단주는 본래의 임무를 잊고 공을 세울 생각에 시야가 좁혀진 상태였다.
꽈르릉
마전단주가 성도에 빠르게 도착할 계획을 세우고 있을 그때, 전방에서 난데없이 벼락이 꽂히고 있었다.
그 커다란 뇌성에 성도까지 나아가는 상황을 그려내던 마전단주가 깜짝 놀라 눈을 커다랗게 떴다.
“뭐냐!”
“무슨 일이야!”
마전단주의 옆에 있던 대주들이 소리치며 급히 앞으로 달려갔지만, 수하들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끄아아악!”
“커억.”
대답 대신 고통스러운 비명만 들려오고 있었고 개중에는 전신에 피를 흩뿌리며 하늘로 솟구치는 자들도 있었다.
붉은 궤적을 그리는 적아도는 앞을 막는 모든 마인을 모조리 베고 지나갔다.
팽무성은 그저 간단한 베기를 연달아 펼쳐내고 있음에도 마전단의 마인들은 바람 앞의 낙엽처럼 거칠게 뒤흔들리고 있었다.
“검진을!”
“무슨 검진! 한순간도 못 버티겠는데!”
마인들은 팽무성의 가공할 무위에 치를 떨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한 번에 죽이려 하지 마라. 조금씩 부상을 입히는 거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라. 싸우다 죽는다면 천마께서 계시는 마천에 달할 수 있으니.”
단원들 사이에 섞여 있는 조장급 마인들은 천마신교의 교리를 읊으며 마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마천천세(魔天天世)!”
“죽어라!”
두려움을 잊은 채 검에 마기를 두른 마인들이 팽무성에게 달려들며 소리쳤다.
세상을 마의 하늘로 뒤덮겠다는 마인들의 외침. 이들은 그럴 수만 있다면 죽음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광신도.
마천을 위한 죽음 뒤에는 천마에 의해 구원받는다는 믿음이 마인들에게서 두려움과 망설임을 뺏어가고 있었다.
두려움과 망설임이 사라진 마인들은 수라도의 귀신들과 다를 바 없었다.
이에 팽무성도 적아도를 휘두름에 있어 조금의 자비도 보이지 않았다.
“와라. 광신도 새끼들아.”
팽무성의 말에 호응하듯 마인들이 쉴새 없이 몸을 날려왔다.
죽음을 도외시하며 뻗어오는 일격.
팽무성은 마인들에게 그 대가를 철저하게 베풀었다.
꽈앙
팽무성의 발길질에 마인들이 터지는 광경에도 마인들은 몸을 날리며 검을 뻗거나 팽무성의 몸을 붙잡으려 들었다.
마인들의 광기 어린 눈을 마주하며 팽무성은 싸늘한 얼굴로 적아도를 땅에 후려쳤다.
쿠콰콰콰
땅이 줄기차게 쩍 갈라지며 그 위에 있던 마인들을 삼키려 들었다.
팽무성의 주위에 있던 마인들이 그대로 생매장이 되었지만, 그 뒤에 있던 마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검기나 검풍을 쏘아냈다.
연달아 쏟아지는 수십 가닥의 검기 세례.
이를 쳐다본 팽무성은 그저 가볍게 진각을 밟을 뿐이었다.
발끝에서 쏘아진 기파에 마인들이 전력으로 날린 검기들이 공중에서 비산했다.
안개처럼 사라지는 검기들을 보는 마인들의 눈이 잘게 떨렸다.
“이런 미친!”
이에 제일 앞에 있던 마인이 욕을 내뱉었고 다른 이는 천마를 외치며 다시 달려들었다.
“흑사대 전원이 달려들어 폭마공을 펼쳐내라. 그 사이에 마전단 이번대는 검진을 펼쳐라!”
두 팔이 도기에 잘려나가자 박치기를 하려던 마인의 머리를 지풍으로 터트린 팽무성.
저 멀리 들리는 마전단주의 목소리에 팽무성의 시선이 살짝 위로 향했다.
‘옆에 자잘한 놈들도 있긴 한데, 저놈이 우두머리인가.’
콰카캉
한편 폭마공으로 인해 사방에서 뼈와 육편이 날아들고 있었다.
거기에 타격대에 속한 마인들이라 내공도 제법 깊어 폭마공의 위력도 가마단에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단숨에 팽무성을 삼켜버리는 십여 개의 폭발. 그 모습에 뒤에서 지켜보던 마인들의 얼굴이 순간 밝아지려 할 때였다.
촤악
손을 휘저어 폭발을 유유히 갈라낸 팽무성은 느긋한 걸음걸이로 빠져나왔다.
마전단주는 폭마공의 폭발 속에서도 거침없이 전진하는 팽무성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저 젊은 놈이 팽무성! 그렇다고 해도 마전단의 폭마공에 무복 하나도 찢어낼 수 없다니.’
마전단주는 단 한 방울의 피도 묻지 않은 깨끗한 붉은 무복을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죽이기 딱 좋은 거리네.’
순간 판단을 끝낸 팽무성의 손은 망설임이 없었다.
쑤앙
머리 위로 올라온 적아도가 수직으로 그어지며 커다란 반월형의 도기를 토해냈다.
“피해랏!”
도기는 땅에 깊은 흔적을 남기며 마전단주를 향해 날아들었는데 그 앞에 있던 마인들은 모조리 갈려 나가고 있었다.
“빌어먹을.”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의 마인을 쪼개고 눈앞에 당도한 거대한 도기. 무슨 거대한 붉은빛이 날아드는 것 같았다.
피할 엄두를 내지 못한 마전단주는 본능적으로 모든 내공을 끌어내서 검을 휘두르는 것 말곤 선택지가 없었다.
평생을 쌓아온 마기가 일거에 검신에 담기자 검이 잘게 진동을 흘려냈다.
‘막을 수 있을지도.’
검병을 타고 느껴지는 진동은 저 무지막지한 도기를 한 번 정도는 막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마전단주는 전력을 다해 거대한 도기를 향해 검을 수직으로 휘둘렀다.
쏴앙
‘해냈다.’
비록 검은 반 토막으로 쪼개졌지만 아무런 고통도 없이 도기가 지나갔다.
마전단주는 팽무성의 일격을 막은 것에 기뻐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때 마전단주의 시야로 경악하는 얼굴로 자신에게 뭐라 소리치는 대주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뭐라고 하는 거야.’
그것이 마전단주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단주!”
“단주가 일 초식도 못 버티다니.”
천마신교에서 단주들은 대부분이 초절정에 도달한 상황이었다. 그건 마전단주도 마찬가지.
그런 마전단주가 도기에 의해 깔끔하게 절반으로 쪼개진 채 쓰러졌다.
팽무성이 초월경의 고수라는 것은 마교에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초절정 고수가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다니.
‘초절정 고수를 단 일격으로 죽이다니. 이게 가능한가?’
콰르르릉
대주들이 혼란에서 빠져나올 틈도 없이 다시 뇌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너희들도 지휘권을 가진 것 같은데. 무공을 보면 대충 대주급인가?”
질문과 동시에 가로로 그어진 도격.
대주들의 앞을 지키던 마인 십여 명이 일제히 갈라졌다.
그 사이로 걸어오는 팽무성을 보며 대주들은 대꾸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손을 떨 뿐이었다.
이에 팽무성은 조소를 흘릴 뿐이었다.
“크아악!”
대주 한 명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자 다른 대주들도 뒤따라서 팽무성의 사방으로 달려들었다.
제일 먼저 달려든 대주가 검과 함께 반토막이 났다.
그 모습에 뒤이어 몸을 날린 대주들은 어설프게 공격을 펼치려 하지 않고 폭마공을 펼쳐내려고 했다.
그러나 팽무성 앞에서는 크게 다를 바 없는 행위였다.
다섯 갈래로 뻗는 오호단문도의 도격이 일제히 대주들의 심장과 단전에 큼지막한 구멍을 뚫어냈다.
“지휘하는 놈들은 다 죽인 건가.”
팽무성은 곧바로 시선을 틀어 협곡의 마인들을 훑었다.
방금 죽인 단주나 대주처럼 손꼽히는 무공을 지닌 이들은 더는 찾아볼 수 없었다.
윗놈들을 모두 처리했음에도 남아있는 마전단과 다른 타격대의 마인들은 여전히 살기를 흘리며 접근하고 있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절대 사기가 떨어지지 않고 맡은 임무에 집중하는 마인들.
이것이 천마라는 믿음 아래에 뭉친 광신도의 무서움이었다.
“지긋지긋한 놈들.”
팽무성은 질린 눈으로 다시 적아도를 높이 들었다.
천마신교에 항복이라는 개념은 없었다.
오직 죽거나 죽일 뿐.
그것을 알기에 팽무성도 다시 도격을 사방으로 뿜어내며 마인들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콰아앙
협곡에서 전투가 시작된 지 이제 일다경 정도가 흘렀을 뿐이다.
그런데 팽무성이 지나간 길 뒤로는 시체와 피가 가득하여 시산혈해가 펼쳐지고 있었다.
팽무성에 의해 이백이 넘는 마인들이 불귀의 객이 되어버렸다.
“아미타불. 우리가 나설 일은 없겠는데.”
“그렇네요.”
팽무성이 단순히 진형을 흩트려 놓을 줄 알았던 무각과 당화련은 팽무성이 만들어낸 광경에 혀를 내둘렀다.
팽무성이 적아도를 휘두를 때마다 마치 도가 길게 늘어난 듯 넓은 범위로 도격이 펼쳐지고 있었다.
앞으로 전진하며 가로막는 마인들을 모두 쓸어내고 있으니 뒤따르는 사패가 나설 일이 없었다.
저 어마어마한 속도에 괜히 끼어들었다가 도리어 방해가 될 수도 있었다.
용진은 적아도를 뻗는 팽무성의 뒷모습을 보며 연신 감탄을 흘려냈다.
‘대단한 무위로구나.’
수많은 마인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음에도 팽무성의 존재감은 독보적이었다.
용진의 눈에 벼락같은 도격을 그려내는 팽무성이 한가득 들어왔다.
‘저 도격을 과연 피해낼 수 있을는지.’
막아낼 엄두는 도저히 나지 않았고 운룡대팔식을 전력으로 펼쳐내면 피할 수 있을까 머릿속에 그려봤지만, 아니었다.
용두봉에서 비무를 벌이던 모습을 몇 번 보았지만 비무와 실전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팽무성이었다.
늑대떼를 홀로 유린하는 대호와 같았다.
홀로 마인들을 막아내는 팽무성의 뒷모습에서는 이유모를 고고함마저 느껴졌다.
용천에게 용단을 이어받고 내심 자신감에 차올랐던 용진은 조용히 그 거품을 걷어내야만 했다.
그 드높고 끝없이 펼쳐진 것만 같던 곤륜산이 좁게 느껴지는 순간.
새삼스럽게도 무림은 넓었다.
‘단순히 스승님께서 마인들과 싸우라고 나를 내려보내신 것은 아니겠지.’
찰박
용진은 고여 있는 피웅덩이를 밟으며 눈을 살짝 찌푸렸다.
이 선명한 피와 비린내.
끔찍하게 찢겨 있는 여러 시신.
무림에 나온 용진이 비로소 감내하고 이겨내야 할 것들이었다.
“용진 도장. 괜찮으세요?”
참혹한 광경에 당화련이 걱정되어 물었으나 용진은 제법 괜찮아 보였다.
“괜찮습니다. 생각보다 마음이 차분하군요.”
“다행이네요. 그럼 좀 더 팽 오라버니와 거리를 좁힐게요.”
“알겠습니다.”
사패가 다시 팽무성을 따라 몸을 날렸고 협곡의 입구에서 이를 지켜보던 무림맹도들은 빼놨던 검을 조용히 검집에 집어넣었다.
“우리가 나설 일은 없겠군.”
“십대고수들은 다 저런 건가?”
“모르겠네. 십대고수라고 찬양은 많이 하지만 싸우는 모습은 처음 보니까 말이야.”
누군가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허허. 이거 완전히 다른 세계로군. 얼마나 많은 벽을 깨트리면 저렇게 되는 걸까.”
무림맹도들은 경악하면서도 선망 어린 눈으로 저 멀리 붉은빛에 휩싸여 있는 팽무성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왕이 정파라서 정말 다행일세.”
“이런 인재가 있다면 마교와의 전쟁도 한 시름 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림맹도들은 팽무성이 싸우는 모습을 보며 처음에 마인들을 마주했을 때 느꼈던 막막함을 시원하게 날릴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우리가 뭘 하고 있지. 도움은 안 되더라도 등은 지켜줘야지. 다들 가자.”
“맞습니다. 어서 사패의 뒤를 따르죠.”
무림맹도들은 순간 느낀 커다란 격차에 집어넣었던 검을 다시 뽑아 들고 협곡으로 뛰어갔다.
지닌 무공은 팽무성에 비해 한참 모자라지만 자신들 또한 구경만 하려고 이곳에 온 것이 아니었다.
“빨리 가자고. 언제 우리가 십대고수와 함께 싸워볼 수 있을까.”
“이 이야기로 두강주 열 병은 얻어먹을 수 있겠군.”
뒤를 쫓는 무림맹도의 중얼거림에서 팽무성에 대한 자부심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개전(開戰). (2)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