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62)
161화
사천성 감락(甘洛).
사천성 남부에 위치한 곳으로 무림인이 경공을 펼친다면 능히 두 시진이면 아미산에 당도할 수 있는 가까운 위치였다.
대부분이 산악지대인 사천성인 만큼 감락도 곳곳에 크고 작은 언덕과 봉우리가 솟아오른 험난한 지형이었다.
감락의 큰 봉우리 세 곳을 먼저 점해서 지형적 우위를 가진 무림맹.
당연히 뒤늦게 감락에 들어선 마교의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올라가라.”
마인들은 경사를 올라가며 무림맹을 상대해야 하니 부담이 컸다.
이를 알고 있음에도 암마종주는 서슴지 않고 명령을 내렸다.
암마종주의 명령에 마인들이 일제히 돌격했다.
그 흉흉한 기세가 바람을 타고 올라오자 위에 있던 무림맹도들의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쏴라!”
마인들이 일정 거리로 접근하자 이에 눈을 반짝인 무림맹 조장들이 소리쳤다.
푸슈슈슉
푸른 하늘에 서서히 늘어나는 검은 점.
무림맹도가 일제히 쏘아 올린 화살비가 마인들의 머리 위로 사정없이 떨어졌다.
무림맹은 언제나 다른 세력과 전쟁을 치를 가능성이 있기에 맹도들에게 여러 훈련을 꾸준히 받게 하는데 궁술도 그중 하나였다.
개인이 아닌 단체가 동시에 펼쳐내는 궁술은 멀리서 접근해오는 다수의 무림인을 상대하는 데에도 제법 효과적이었다.
그중에도 사천의 험난한 지형을 이용해야 하는 사천 지부의 궁술은 무림맹 전체를 기준으로 삼아도 최고 수준에 꼽힐 정도.
무림맹도들이 후열에서 화살을 쏘아낼 때 전열에서는 사천 연합의 무인들이 마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수훈 도장! 지금입니다.”
“알겠습니다.”
당가의 무인이 허공에 독연을 비롯한 암기를 부채꼴 형태로 흩뿌려내자 청성파 도인이 송풍검(松風劍)의 검풍을 그 밑으로 실어냈다.
넓게 퍼지는 검풍 덕분에 독연과 암기가 훨씬 넓은 범위로 퍼져가고 있었다.
“아미타불!”
그 사이에 한곳에 모인 열 명의 아미파 비구니들이 동시에 내공이 실린 일갈을 터트렸다.
아미파의 항마후(降魔吼)에 마인들이 주춤거리거나 개중에는 휘청이다 걸음이 꼬이는 이들도 있었다.
사천 연합은 오랫동안 합을 맞춘 역사가 길었기에 서로의 무공을 잘 알고 그 특성을 이용한 연계가 뛰어난 편이었다.
사천 연합의 연공이 연달아 펼쳐지자 마인들 사이에서는 제대로 붙기도 전에 쓰러지는 이들이 발생하고 있었다.
“일조와 삼조. 뚫어라.”
“존명.”
하나 마교도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봉우리의 중간에 진격을 막기 위해 임시로 만들어 놓은 작은 목책들.
“막아라!”
“저 뒤에 놈들, 목책을 부수려나 봅니다.”
일조는 목책을 그대로 뛰어넘으며 그 뒤에 있던 무인들에게 도검을 휘둘렀고 삼조는 뒤에 남아 목책들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일부 무인은 목책의 바깥으로 나서서 삼조의 마인들을 막아서려고 했다.
마인들은 이를 상대하면서도 상대의 무공이 높아 여의치 않다고 여길 때는 망설임 없이 폭마공을 사용해 동귀어진을 펼쳤다.
쾅쾅쾅
날아드는 도기와 검풍, 거기에 폭마공의 폭발까지 거침없이 두들겨대니 임시로 만든 목책들은 연달아 허물어지고 있었다.
“크아악!”
“정 형!”
방금까지 함께 검을 휘둘렀던 동료가 폭발에 휘말려 갈기갈기 찢기는 모습에 무인들의 눈이 흔들렸다.
죽음이 무서운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무림인으로 살아오면서 늘 곁에 두는 일이니.
죽음을 도외시하고 오로지 상대를 죽이는 것에 몰두하는 마인들의 광기.
이를 처음 접하는 무림맹도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아닌 놈들이군.”
“뭐 이런 놈들이…”
그때, 사천지부장 남석태의 고함이 쩌렁쩌렁 울렸다.
“정신 차려라! 훈련받은 대로 하는 거다.”
무림맹도 폭마공에 대한 정보는 이미 입수한 상황. 거기에 팽무성이 폭마공에 대해 자세한 정보도 덧붙였기에 그 특징을 알고 있었다.
무림맹도들은 부서진 목책 사이로 튀어나오는 마인들을 홀로 상대하지 않았다.
무조건 두 명이 짝을 지어 움직이는 무림맹도. 협공을 펼쳐내니 이를 홀로 받아내는 마인의 손발이 점점 복잡해졌다.
전신에 비정상적인 굵은 핏줄과 붉은 피부. 잘게 떨리며 요동치는 마기까지.
“지금!”
마인의 검을 막던 사내가 소리치자 그 옆에 대기하던 무림맹도가 기다린 듯 검을 길게 찔러냈다.
폭마공의 전조를 확인한 무림인은 곧장 마인의 심장을 뚫어냈다.
“끅.”
폭마공을 펼치려 하던 마인은 그 직전에 심장이 꿰뚫려 그대로 절명했다.
“음. 역시 들은 대로 바로 펼칠 수는 없나 보군.”
“하지만 성취에 따라 속도가 다르다 하니 최대한 빠르게 처리해야 합니다.”
“알고 있네. 가세!”
목책은 부서졌지만 그 잔해가 여전히 길을 막고 있어 덤벼드는 마인들의 속도와 수가 어느 정도 지체되고 있었다.
그 덕분에 무림맹도들은 조를 이루어 싸움에도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었다.
사전에 준비한 목책들은 단순히 마인의 돌격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닌 지금을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주변의 지형을 이용해 목책을 배치한 것이 큰 덕을 보고 있었다.
“음. 무림맹이 제법 꼼수를 부렸군요.”
극마단주와 암마종주는 봉우리 아래에서 마인들이 진격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평야였다면 전혀 소용없을 얕은수지만, 사천의 산악이 저들을 살리는군. 뭐 폭마공 하나 조금 제지한다고 쉽지는 않을 테지만.”
암마종주의 말대로였다.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폭발적인 성장 속도를 자랑하는 마공.
그 덕분에 전투를 벌이고 있는 무인들의 수준은 마교가 한 수 위였다.
폭마공을 어찌 막는다고 해도 무림맹으로서는 힘든 싸움이었다.
암마종주는 마인들이 결국 무림맹의 일선을 무너트리고 두 번째 방어선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곤 입술을 꿈틀거렸다.
“뒷심이 부족하지 않게 다음 타격대를 올리게.”
“알겠습니다.”
무림맹은 모든 길목을 틀어막기 위해 세 곳의 봉우리를 점했지만 암마종주는 구태여 모든 봉우리를 공략하지 않았다.
사천지부장 남석태가 자리하고 있는 중앙의 봉우리만 집중적으로 노리는 중이었다.
다른 봉우리에 있는 병력이 지리적 이점을 고수하느라 자리를 지키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
사천지부장을 구하기 위해 봉우리를 포기하고 내려오는 것도 괜찮았다.
“이제 어떻게 나오려나.”
극마단주에게 봉우리 아래쪽에 모인 병력의 지휘를 맡긴 암마종주는 이차로 구성된 병력을 이끌고 가운데 봉우리를 올랐다.
직접 사천지부장의 목을 따기 위함이었다.
암마종주의 병력이 봉우리의 중턱에 도달했을 때, 봉우리 아래의 숲 쪽에서 갑자기 일단의 무리가 등장했다.
오십 명의 무인.
사천지부의 최정예 타격대인 만천대였다. 그리고 그 만천대의 선두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남궁혁이었다.
이번에 암마종주가 보인 행동처럼 자칫하면 쓸데없이 병력을 분산하는 것에 그칠 수 있다
여긴 남석태는 만천대와 남궁혁을 묶여서 따로 숨겨놓았다.
남궁혁과 만천대라면 어떤 상황이 일어나도 대응할 수 있는 막강한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남궁혁은 전체적인 전황을 눈에 담으며 다른 쪽에 있을 아우들을 떠올렸다.
‘시간상 이쪽보다 먼저 부딪쳤겠지.’
귀주 방향에서 올라오는 병력도 제법 많은 것으로 예측되었지만 그곳에는 팽무성이 있으니 걱정할 것이 없었다.
남궁혁과 만천대는 암마군의 병력의 후미를 노리고 빠르게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그렇군. 별동대를 따로 남겨놓았나.’
자칫하다가는 위아래로 합공을 받을 수 있는 상황. 그럼에도 암마종주는 침착하게 발걸음을 돌려 뒤쪽으로 향했다.
“역시 극마단주. 마전단주처럼 멍청하지는 않아서 낫군.”
암마종주의 눈에 저 멀리 극마단주가 극마단의 일번대와 이번대를 이끌고 이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갑자기 등장한 만전대가 예사롭지 않음을 느끼고 움직였을 터.
‘저것들은 극마단이 상대하게 두고.’
애초에 암마종주는 만전대를 상대하기 위해 뒤로 나선 것이 아니었다.
제법 수준이 뛰어난 만전대를 뒤에 두고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남궁혁.
“검호. 다른 사패는 보이지 않는 것 같군.”
암마종주는 사패, 정확히는 팽무성이 있는지 없는지부터 살폈다. 초월경 고수 두 명은 도저히 무리였던 탓이었다.
게다가 팽무성은 괴세마왕을 단신으로 베어낸 위험한 사내가 아닌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종주.”
어느새 암마종주의 주변으로는 암마종의 여섯 장로가 모여있었다.
팽무성이 없음을 다시 확인한 암마종주는 결정을 내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초월경의 고수라지만 종주나 장로나 되는 자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도망치는 것은 우습지 않소?”
이에 다른 장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저 새파란 녀석에게 늙은 생강의 맛을 보여주어야겠습니다.”
암마종주를 필두로 여섯 장로가 일제히 몸을 날리자 자연스레 남궁혁의 눈에도 이들이 포착되었다.
일곱의 초절정 고수가 진득한 마기를 숨기지 않고 날아오자 남궁혁은 발검과 함께 거대한 검기를 쏘아냈다.
남궁혁의 선공에 암마종주를 비롯한 두 명의 장로가 검기에 대항하여 쌍도를 휘둘렀다.
여섯 가닥의 도기가 연달아 날아와 남궁혁의 검기를 허공에서 폭발시켰고, 다른 세 장로는 남궁혁 너머 만전대를 향해 각자 두 줄기의 도기를 내뿜었다.
“흠.”
일견 보기에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 도기가 쏟아지자 남궁혁은 허공으로 몸을 날려 일제히 도기들을 쳐냈다.
콰카캉
도기가 땅과 바위를 베어내며 주변에 흙과 돌이 치솟았고 다시 착지하는 남궁혁의 주변으로 암마종주를 비롯한 장로들이 둘러쌌다.
“종주!”
“극마단주. 이쪽의 떨거지들을 맡게.”
때를 맞춰 올라온 극마단주의 외침에도 암마종주는 남궁혁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명령을 내렸다.
“위선자들을 다 죽여라!”
“마교 놈들!”
채채챙
콰앙
극마단과 만전대가 곧바로 충돌하자 남궁혁과 암마종주의 주위로 조용한 바람이 흘러왔다.
“반갑네. 창천검호.”
“병장기를 보아하니 암마종주인가 보오.”
“듣던 대로 눈치가 빠르군. 맞네.”
그때, 전투가 벌어지지 않던 왼쪽, 오른쪽 봉우리가 소란스러워졌다.
그 이상함을 느낀 남궁혁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아. 신경 쓰지 말게. 저쪽에서도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뿐이니까.”
“그게 무슨 소리요.”
“사천 연합은 당가, 청성, 아미만 있는 것이 아니지. 사천의 많은 문파가 포함되어 있고 개중에는 불순물이 섞여 있겠지.”
암마종주도 다른 봉우리에서 분란을 일으킨 이들이 누구인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천마신교는 오랫동안 대업을 준비했고 정체를 숨기고 무림에 스며든 위장 문파도 제법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요마종이 활동하면서 새롭게 변절시킨 문파들까지.
무림맹과 사도천이 척결한다고 나섰지만, 완전히 솎아낼 수는 없었다.
아마 이들 중 하나가 일을 벌인 것이 분명했다.
암마종주의 의기양양한 웃음에 남궁혁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편하게 대화나 나눌 시간은 없군.’
자신을 중심으로 진을 구성한 암마종의 마인들을 보던 남궁혁은 봉우리 위쪽을 잠시 바라보더니 검을 비스듬히 들었다.
그 모습에 암마종주가 입술을 비틀며 쌍도를 가슴 위로 가져갔다.
“이보게. 검호. 쉽게 우리를 뚫어낼 생각은 안 하는 것이 좋을 거야.”
그 말을 시작으로 암마종주를 비롯한 장로들이 원을 그리며 서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마인들의 전신에서 일제히 암무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치솟은 암무는 겹치고 겹쳐서 남궁혁의 시야를 완전히 가려버렸다.
“중원은 넓고 인재는 많지. 십대고수가 그러한 경우. 아무리 본교의 능력이 좋아도 초월경 고수 열 명을 동시에 배출하는 것은 불가하지.”
암무 사이로 암마종주의 목소리가 계속 방향을 바꿔가며 울려왔다.
“그렇기에 마왕 아래의 종주나 장로들도 꾸준히 준비를 해왔네.
초월경 고수를 죽일 수는 없어도 묶어놓을 수는 있도록 말이야. 한 번 견식해 보게.”
암무 속에서 열네 자루의 도가 소리 없이 남궁혁에게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암마칠곡진(暗魔七曲陣)이 남궁혁을 옥죄기 시작했다.
* * *
호북성 무한
무림맹 본성에서는 마교 침공에 대한 회의가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급보로 날아온 서신을 받아온 무인이 회의장에 들어서며 입을 열었다.
“사천에 일어난 전투에 대한 서신이 도착했습니다.”
이에 모여있던 무림맹의 간부들은 물론이고 제일 상석에 있던 남궁구도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사천 전투는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개전.
앞으로 전쟁의 판도에는 물론이고 그 승패에 따라 무림맹의 사기가 큰 영향을 받을 것은 분명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 전투의 결과는 중요했다.
“펼쳐서 읽어라, 어떻게 되었지?”
남궁구의 허락이 떨어지자 무인은 서신의 봉인을 뜯곤 서신을 펼쳐서 읽기 시작했다.
점창파는 건재하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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