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64)
163화
황풍철문.
팽무성이 이 문파를 잘 알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전생에서도 구마종에서 갈라져 나온 여러 분파가 무림 곳곳에 난립했었다.
그 수가 워낙 많고 다양해서 팽무성도 모든 문파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
그저 굵직한 문파의 이름을 몇 개 기억하는 정도였다.
‘분명 사도천에도 정보를 보냈는데, 무시한 건가, 아니면 이놈들이 잘 숨긴 건가.’
전생에서 사도칠문의 하나가 마교 문파로 드러나며 무림을 놀라게 했으니.
그 문파의 정체가 바로 황풍철문이었다.
무려 사도칠문이었기에 팽무성이 황풍철문을 아직도 기억하는 것이기도 했다.
‘음, 점창파의 무공에 어울리지 않는 체격이군.’
철문주는 점창파와 같은 남색 도복을 걸친 팽무성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인상착의를 보면 점창파 제자 같기는 한데 저 덩치도 그렇고 흘리는 분위기가 전혀 도인 같지가 않았다.
그렇지만 별다른 기세는 느껴지지 않았다.
“젊은 말코가 입이 찢어지고 싶은 모양이구나.”
별 볼 일 없다 여겼지만 일말의 의심이 남은 철문주는 언월도로 그대로 땅을 후려쳤다.
콰앙
언월도에 땅이 파이며 자갈이 솟아오르자 철문주는 언월도의 넓은 면으로 자갈을 그대로 후려쳤다.
그러자 자갈들이 암기처럼 팽무성에게 날아들었다. 팽무성이 손을 쓰려고 하기 전에 대현 진인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대현 진인이 내공이 실린 소매로 자갈을 일제히 받아내는 모습에 철문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저 젊은 거구가 반응을 못 하여 광현검이 대신 대응하는 것을 보니 분위기만 그럴듯하고 흘릴 기세도 없는 수준인 것 같았다.
‘혹여 기세를 숨긴 것은 아닌가 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군.’
철문주는 그대로 시선을 틀어 점창파의 진영을 눈에 담았다.
마이각의 정보대로 광현검과 일대 제자들을 빼고는 그리 주목할 만한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견적이 대충 그려지자 철문주는 미호방주를 보며 소리쳤다.
“전력도 별 볼 일 없거늘, 왜 아직도 치지 않은 것이지.”
“우리끼리 공격했다가는 피해가 커질 것인데 당연히 그대들을 기다리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소.”
“흥. 홀로 광현검을 당해낼 자신이 없어서겠지.”
사이가 그리 좋은 것은 아닌 듯 철문주의 비웃음에 미호방주가 정색하며 대꾸했다.
“억측은 삼가시오.”
분명히 처음 봤을 철문주와 미호방주가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 대현 진인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미호방주?”
대현 진인의 표정 변화가 재밌다는 듯 철문주는 언월도로 미호방주를 가리켰다.
“그거 아시오? 광현검. 당신들이 빠져나가고 본산에 남은 제자들이 이차적으로 탈출을 시도했었지.”
자신도 모르는 사실을 철문주가 말하자 대현 진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때 극마단의 포위를 뚫고 간신히 점창산을 내려온 말코들을 막아선 것이 저 미호방이오. 하하하.”
철문주의 웃음에 대현 진인뿐만 아니라 점창파 제자들의 눈도 점점 사나워졌다.
점창파 제자들이 대치하고 있는 미호방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대현 진인은 고요하면서도 뜨거운 눈으로 미호방주를 쳐다봤다.
“미호방주. 맞나?”
대현 진인을 말없이 쳐다보던 미호방주가 수하에게 고갯짓했다.
명령을 받은 수하는 검은 천에 감긴 기다란 무언가를 들고 왔다.
제법 무거운 듯 두 팔로 간신히 들고 오고 있었다.
“이걸로 대답이 됐을지 모르겠군.”
어느새 말투를 바꾼 미호방주가 거칠게 천을 찢어내자 피가 묻은 철궁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각아…’
그 철궁의 주인이 누구인지 한눈에 알아본 대현 진인은 눈매를 파르르 떨더니 결국 눈을 질끈 감고야 말았다.
“하각. 그놈의 솜씨가 매서워 무려 서른이나 머리를 꿰뚫렸소. 혹시나 몰라 챙겨온 것인데 잘 챙겨왔군.”
미호방주는 크게 들썩이는 점창파의 분위기를 느끼며 웃음을 흘린 채 본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렇군. 난데없이 이곳에 등장한 것도?”
“점창파의 남은 불씨를 끄기 위함이지.”
어느새 미호방주를 비롯한 방도들이 도를 뽑은 채 조금씩 야영지를 향해 접근해오고 있었다.
야영지의 서쪽은 미호방이, 남쪽에서는 황풍철문이 당장 달려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봐, 다 처리하고 바로 감숙으로 넘어가야하니 최대한 전력을 보전하라고.”
호북으로 이동 중인 점창파를 지우는 것은 중간 임무일 뿐, 황풍철문과 미호방의 진짜 임무는 감숙으로 넘어가
그곳의 마도 세력과 합류하는 것이었다.
“알고 있소.”
미호방주가 대답하며 야영지로 걸어오자 대현 진인은 어느새 고요한 눈으로 팽무성을 쳐다봤다.
“자네들은 황풍철문 쪽을 맡아주겠나.”
미호방은 점창파에 있어서 불구대천의 원수나 마찬가지. 오로지 점창파의 힘으로 미호방을 꺾고 싶을 터.
대현 진인이 원하는 바를 깨달은 팽무성이 물었다.
“삼대 제자들도 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팽무성의 말에 대현 진인은 고개를 돌려 등 뒤의 삼대 제자들을 한 명씩 눈에 담았다.
비록 나이는 어릴지라도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조용히 검을 빼 드는 모습은 영락없는 점창의 제자들이었다.
“걱정 말게, 저 아이들도 엄연한 점창파의 제자들이니.”
“알겠습니다.”
사패와 용진은 점창파의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황풍철문의 기마를 향해 걸어갔다.
철문주는 고작 다섯이 앞을 가로막는 모습에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흘렸다.
“흐음.”
그것도 잠시, 웃음을 멈춘 철문주는 이 다섯의 후기지수가 만들어내는 묘한 분위기가 서서히 주변을 잠식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뭔가 불안하군.’
점창파 제자들과 섞여 있을 때는 몰랐는데 따로 떨어져서 앞을 막아서니 뭔가 지나갈 수 없는 벽이 세워진 느낌이었다.
“방금까지 자신만만하던 그 기세는 어디로 갔나?”
팽무성이 앞으로 한 발 나서자 황풍철문의 전열이 들고 있던 횃불이 일제히 꺼지고 말들이 다리를 덜덜 떨고 있었다.
이에 고민하던 철문주는 자신의 감이 옳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급히 소리쳤다.
“이대로 밀어버려라!”
철문주의 내공이 섞인 고함에 다리를 떨던 말들이 깜짝 놀랐고 그 틈에 말에 타고 있던
기수들이 언월도의 끝으로 말의 엉덩이를 세게 후려쳤다.
일거에 달려드는 황풍철문의 기마 때문에 사패를 향해 강한 바람이 밀려왔다.
이에 머리에 쓰고 있던 건(巾)이 흔들리자 무각은 미련 없이 그 건을 벗어 던져버렸다.
갑자기 무각의 맨머리를 보던 황풍철문의 기수들은 깜짝 놀라 무각을 쳐다보았다.
기수들의 머릿속에는 순간 똑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점창파의 도인이 민머리라니?’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철문주도 무언가 떠오르는 것이 있는 듯 얼굴이 굳어졌다.
“설마!”
촤자작
점창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지극히 무거운 중검에 무게를 실어서 돌진하는 기마가 그대로 밀려나 허공을 날고 있었다.
개중에는 소리 없이 날아온 암기에 말 위에서 떨어져 말발굽에 밟혀 죽는 이도 있었다.
그리고 말보다 빠른 움직임으로 초절정에 오른 자신조차 따라 할 수 없는 기묘한 몸놀림을 보이는 사내까지.
“사패? 하지만 마이각에서는 분명!”
마이각에 따르면 사패는 또 다른 침공을 대비하여 사천 지부에 머무르고 있다고 했다.
“그걸 이제 알았나. 사도칠문의 문주라는 놈의 눈치가 아주 느리네.”
어느새 자신의 앞에 도달해 있는 팽무성.
말을 끝까지 못 한 철문주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도 몸에 녹아든 본능에 따라 언월도를 크게 휘두르고 있었다.
그러나 팽무성이 손등을 가볍게 옆으로 뻗어내자 그에 닿은 언월도가 마치 빙과처럼 산산조각이 났다.
그 비현실적인 광경에 철문주의 눈이 잘게 떨렸다.
언월도를 부순 팽무성의 오른팔은 그대로 곡선을 그리며 철문주의 가슴에 깊은 손바닥 자국을 만들어냈다.
“커억.”
일장에 가슴이 뭉개진 철문주는 그대로 즉사했고 말에서 떨어지는 철문주를 멍하게 쳐다보는
황풍철문의 문도들 사이로 팽무성이 뛰어올랐다.
콰아아앙
팽무성의 주먹이 황풍철문의 한가운데를 후려치자 주변의 땅이 들썩이고 말이나 사람 할 것 없이 치솟고 있었다.
“와라.”
* * *
점창파와 미호방의 머릿수는 점창파가 살짝 우위.
그러나 점창파는 삼대 제자의 비중이 높아서 전체적인 전력도 높다곤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대현 진인이 선택한 것은 검진이다.
점창파의 제자라면 입문했을 때부터 무공과 함께 익히는 검진.
분광태일검진(分光太一劍陣).
“평소에 수련하는 대로 하면 된다.”
“서로의 발 간격을 잘 확인해라!”
이대 제자들의 지휘 아래에 삼대 제자들이 빠르게 진법의 형태를 만들어냈다.
다수의 무인이 모여서 하나의 검진을 구축해내는 것은 각고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일.
그런데 그 일을 삼대 제자들이 해내고 있었다.
“어린놈들이 제법 구색 맞출 줄은 아는군.”
미호방주는 생각보다 모양새가 나는 점창파의 검진을 보며 눈매가 가늘어졌다.
점창파는 다른 문파에 비해서 제자들의 협동심과 유대를 더욱 강조하는 편이다.
그렇기에 제자들끼리 검진을 구축하고 움직임을 맞춰보는 때가 많았다.
단순히 검진을 수련하는 것이 아니라 배분을 넘어서 제자들끼리의 결속을 다지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미호방주도 운남에 머물며 오랜 시간 점창파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기에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어리다고 방심하지 마라. 삼사 년 뒤라면 이대 제자가 되었을 녀석들이다.”
“알겠습니다.”
미호방이 일제히 검진에 달려들자 검진의 지휘를 맡은 이대 제자가 소리쳤다.
“개진!”
촤앙
검진을 구축하던 제자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었고 검진이 천천히 좌측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미호방은 한 방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려고 검진의 남쪽으로 일제히 달려들었다.
미호방도의 곡도가 삼대 제자의 머리를 노릴 때, 무려 세 자루의 검이 일제히 뻗어와 곡도를 막아냈다.
채앵
“큭.”
뒤로 튕겨 나가는 미호방도의 양옆으로 다시 두 자루의 검이 찔러왔다.
놀란 미호방도는 급히 나려타곤을 펼쳐 검을 피했지만, 한쪽 어깨가 서서히 붉어지고 있었다.
그 사이에 미호방도를 공격했던 삼대 제자들이 사라졌고 다른 제자들이 위치를 지킨 채 급풍쾌검의 쾌속한 검초를 뽐내고 있었다.
쐐액
어린 제자들이 주가 되어 펼쳐진 검진이라 내심 얕보고 있던 미호방도들은 생각보다 단단하고 매서운 점창파의 검진에 당황하고 있었다.
개중에 실력이 뛰어난 방도가 검진의 틈을 노려보려고 했지만.
갑자기 뻗어오는 검광에 미호방도는 도를 급히 회수하여 가슴을 가려 막아내야만 했다.
그 속도와 날카로움이 삼대 제자의 것과는 결이 달랐다.
꺼엉
삼대 제자들이 펼치는 급풍쾌검이 아닌 분광검법의 검초.
“어림없다.”
분광태일검진의 중요한 진축이나 다소 수준이 떨어지는 제자의 곁은 무조건 이대 제자들이 지키고 있었다.
진법은 물론이고 삼대 제자들이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사형제와 사숙들을 죽인 손으로 이 아이들 마저 죽이게 놔둘 듯싶더냐.”
이대 제자들은 이를 악문 채 결연한 눈빛으로 검을 뻗어내고 있었다.
점창파의 생존자들에게 있어 이 싸움은 단순히 생존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었다.
점창파의 본산을 불태우고 부모나 형제와 같은 이들을 무참히 죽인 자들에 대한 복수전이나 마찬가지.
“이놈들에게 점창의 검을 보여줘라!”
“예!”
삼대 제자들의 앳되지만 우렁찬 함성이 야영지를 울렸다.
이대 제자와 삼대 제자의 기민한 협력으로 검진이 문제없이 돌아가는 상황에서 대현 진인과 두 명의 일대 제자들은 미호방의 간부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촤자작
대현 진인이 사일검법을 펼쳐내자 백색의 검광이 번득였다.
그러자 이에 반응 못 한 미호방의 간부 하나가 그대로 목을 부여잡은 채 쓰러졌다.
미호방주를 합쳐서 총 열세 명의 간부들.
그에 비하면 대현 진인의 옆에는 단 두 명의 일대 제자가 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점창파가 미호방을 압도하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동시에 번쩍이며 어둠을 가르는 세 줄기의 검광.
까가강
이에 간부들은 기겁하여 급히 곡도를 휘두르며 간신히 막아내거나 피를 흘려야만 했다.
평소보다 대현 진인의 검은 빠르고 서늘했다. 이에 미호방주가 저도 모르게 욕을 내뱉었다.
“제기랄!”
간부들은 서서히 점창파의 사일검법과 분광검법의 검초에 허물어지고 있었고 자신도 대현 진인의 검에 의해 상처가 늘어나고 있었다.
“고작 미호방이 점창파의 검을 꺾을 수 있다고 생각 한 것인가?”
순간 길게 그려지는 백색 검광.
번쩍거림을 느낀 순간 미호방주는 옆에 있던 수하의 뒤로 피하며 도를 들었다.
꺼엉
앞을 가로막던 수하의 머리를 뚫고 날아온 대현 진인의 검초.
이에 미호방주는 거칠게 떨리는 도를 부여잡은 채 다섯 걸음이나 뒤로 물러나야 했다.
“지금 잠시 흔들리는 중이여도 점창파는 여전히 점창파다.”
차분하면서 서늘한 기세를 흘린 채 수염을 흩날리는 대현 진인. 그 모습에 미호방주는 한 걸음 더 뒤로 물러나야 했다.
‘이대로면 황풍철문이 돕기 전에 우리가 당하겠다.’
생각보다 매서운 대현 진인의 사일검법에 미호방주는 도움을 원하는 눈으로 황풍철문이 싸우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음? 저게 무슨…”
미호방주는 생사결을 치르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눈 앞에 펼쳐지는 장면을 바라봤다.
소수의 점창파 제자들에게 황풍철문의 기마가 그대로 쓸려나가고 있었다.
철문주는 죽은 것인지 도망친 것인지 그 모습이 보이지도 않았다.
‘가만, 점창파의 무공이 아니지 않나.’
이제야 사태 파악이 된 미호방주는 얼굴이 시퍼레졌다.
사패가 정체를 숨기고 점창파 제자로 변장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이 너구리 같은 늙은이가.”
자신을 노려보는 미호방주의 눈을 보며 대현 진인은 차가운 눈으로 검을 찔러넣었다.
“죽어서 장문인께 전하거라. 점창파는 건재하다고. 편히 가시라고.”
사일검법의 검광이 태양 대신에 미호방주의 심장을 꿰뚫고 하늘을 향해 솟았다.
점창파는 건재하다. (3)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