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65)
164화
허리를 노리던 미호방도의 곡도가 갑자기 꺾이며 오른쪽 다리를 베어갔다.
이에 보준 도장은 급히 발을 뺐지만, 반응이 늦어 허벅지를 베이고야 말았다.
“흡.”
불에 덴 듯한 고통이 허벅지에서 올라왔지만 보준 도장은 이를 통해 정신을 다잡으려 했다.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현재 점창파는 삼대 제자가 주축이었기에 분광태일검진으로 맞섰지만 그래도 이대 제자들이 옆에서 도와주어야만 했다.
혹여나 삼대 제자들은 부상을 입거나 체력이 다해서 뒤로 빠지면 되지만, 이대 제자들은 그럴 수 없었다.
검진이 전개되는 동안 이대 제자들은 이미 여러 번 삼대 제자들을 구해내며 여러 사람의 몫을 하는 상황.
덕분에 이대 제자들의 체력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었다. 보준 도장의 집중력이 흐트러진 것도 그 탓이었다.
다리의 부상에 휘청이는 보준 도장의 머리 위로 곡도가 그대로 내리꽂혔다.
‘이런.’
그때 좌우에서 두 자루의 검이 튀어나왔다.
“하압!”
“막아!”
꺼엉
보준 도장의 양옆에 있던 삼대 제자들이 동시에 검을 휘둘러 미호방도의 곡도를 간신히 튕겨냈다.
“이익! 이 어린 새끼들이.”
곡도가 위로 들리며 미호방도의 자세가 흐트러질 때, 눈을 번득인 보준 도장은 분광검법을 펼쳐내 가슴을 꿰뚫었다.
“괜찮으세요? 보준 사숙.”
자신을 걱정하는 삼대 제자들을 보며 보준 도장이 쓴웃음을 흘렸다.
“괜찮다. 내가 못 볼 꼴을 보였구나.”
붉어진 얼굴로 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도 기어코 검을 내리지 않는 모습.
이를 본 보준 도장은 삼대 제자들을 기특하게 바라봤다.
‘이 녀석들의 도움을 받을 날이 올 줄이야.’
상처가 그리 깊지는 않았기에 혈을 짚어 지혈한 보준 도장은 다시 만전의 태세를 갖추었다.
하지만 더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푸푹
“크악.”
“방주님이?”
미호방주를 잡기 위해 검진 밖으로 나섰던 대현 진인과 일대 제자들이 다시 돌아와 미호방도들의 뒤를 치고 있었다.
“장로님!”
“사숙들이다!”
번쩍이는 검광에 삼대 제자들은 물론이고 이대 제자들도 밝아진 얼굴로 소리치자 보준 도장이 일갈을 터트렸다.
“아직 안 끝났다! 그대로 검진을 유지해라.”
보준의 외침에 잠시 멈출 뻔했던 검진이 다시 제 속도를 찾고 움직였다.
분광태일검진은 뚫을 수 없고 후방에서는 반응할 수 없는 쾌속한 검광이 계속해서 번쩍였다.
그러자 남아있던 미호방도들은 빠르게 무너져 내렸다.
“마천이 너희를 찢어 삼키리라.”
대현 진인은 마지막 남은 미호방도의 목을 베고는 검진을 유지하고 있는 점창파 제자들을 바라봤다.
다행히 검진은 무너지지 않았고 검진 안쪽에 모여있는 부상자의 수도 예상보다 적었다.
대현 진인은 검진의 중요한 위치에 각자 서 있는 이대 제자들을 눈에 담았다.
누구 하나 멀쩡한 녀석이 없었으나 티를 내지 않으려는 것인지 허리와 어깨를 쭉 펴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동안의 걱정이 무의미했음이야.’
이대 제자들은 처음 맡은 검진의 지휘와 진축의 수호를 완벽하게 해내었고 삼대 제자들은
첫 실전과 실전에서의 검진 전개를 보란 듯이 해냈다.
“이 녀석들이 이렇게 잘 버틸 줄은 몰랐습니다.”
“장로님, 이럴 거면 조금 여유롭게 싸울 걸 그랬습니다.”
대현 진인의 옆에 선 일대 제자들도 같은 마음인지 뿌듯한 얼굴로 제자들을 바라봤다.
“그래, 그렇구나.”
대현 진인은 아직도 검진을 유지하고 있는 제자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정말 잘해주었다. 점창이 무너지지 않았음을 너희가 몸소 증명해낸 것이야.”
“이쪽도 다 끝난 모양이군요.”
들려오는 팽무성의 목소리에 점창파 제자들이 고개를 돌렸다.
황풍철문을 정리하고 걸어오는 사패와 용진을 보며 일대 제자들이 탄성을 내뱉었다.
“사도칠문의 하나가 고작 다섯 명에게 무너지다니.”
“도왕은 도를 뽑지도 않은 것 같군.”
사도칠문의 하나를 단시간에 무너트린 것도 놀라웠지만,
상처를 입지 않고 호흡도 전혀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이 괴리감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무천궁에서 사패의 실력을 제대로 확인했던 대현 진인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다들 고생했네. 점창이 이렇게 신세를 졌어.”
이에 손을 털던 팽무성이 고개를 저었다.
“개의치 마십시오. 대현 진인.”
“그래도 역시 제법 부상자가 있나 보네요. 제가 한 번 봐볼게요.”
검진을 멈추고 안쪽의 부상자들이 이동하는 모습을 보던 당화련은 급히 걸음을 옮겼다.
대현 진인은 점창파 제자들 사이에서 누군가를 찾더니 조용한 목소리로 불렀다.
“보준.”
허벅지의 부상 때문에 어색한 걸음걸이로 삼대 제자들을 살피던 보준 도장은 대현 진인의 부름에 곧바로 발걸음을 돌렸다.
“장로님. 부르셨는지요.”
보준 도장은 대현 진인의 손에 들린 것을 보고 천천히 입을 다물었다.
대현 진인의 손에 들고 있는 것은 하각 진인이 쓰던 철궁이었다.
보준 도장은 이를 단번에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보준 도장의 스승이 바로 하각 진인이었으니.
내심 마음속으로 정리한 일이나 이렇게 다시 스승의 죽음을 확인하게 되니 보준 도장은 속이 갑갑해졌다.
“미호방주가 가지고 있더구나.”
대현 진인이 철궁을 건네자 보준 도장은 손 위로 철궁의 묵직한 무게감을 느꼈다.
철궁 곳곳에 묻은 검붉은 핏자국을 멍하니 보던 보준 도장은 문득 입을 열었다.
“장로님. 점창산에 숨겨진 비동이 있다고 하셨지요.”
“그래.”
흔히 역사가 깊은 오래된 문파들은 무맥이 끊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 따로 안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점창파도 마찬가지.
장로 직위에 있는 대현 진인은 그 비동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점창파의 비동에는 점창파의 모든 무공 비급과 영약이 있으니 점창파의 재건에 큰 도움이 되리라.
“그렇다면 비동에 사일궁의 비급도 있을까요?”
“그래. 점창파의 모든 비급이 보관된 곳이니.”
보준 도장은 마치 화살을 쏘려는 듯, 한 손으로 궁을 잡았다.
뻣뻣한 철궁이지만 보준 도장은 철궁에게서 하각 진인의 오래된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덕분인지 철궁은 전혀 어색하지 않고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었다.
이에 보준 도장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전쟁이 끝나고 점창산으로 돌아가면 사일궁에 전념하겠습니다.”
그 결연한 얼굴을 말없이 바라보던 대현 진인은 보준 도장의 어깨를 가볍게 어루만졌다.
“그래. 하각도 그것을 바랄 것이니.”
보준 도장은 철궁을 등에 메고 다시 삼대 제자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대현 진인은 이제야 자신이 점창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다.
-대현 사제, 자네가 아이들을 데리고 빠져나가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야 할 것이야.
대현 진인은 장문 사형이 마지막으로 내린 명령이 아직 끝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장문 사형, 이 아이들을 무조건 지켜내겠습니다.”
점창산이 불에 탔을 뿐, 점창파는 아직 굳건히 남아있었다.
* * *
무림맹에 도착한 사패와 용진은 곧바로 남궁구의 호출을 받았다.
사패와 용진이 맹주전에 들어섰을 때는 남궁구는 물론이고 창성과 낭왕도 함께하고 있었다.
본래 자리를 함께할 필요는 없었으나 팽무성의 성취가 궁금하여 따로 시간을 낸 것이었다.
맹주전으로 사패가 들어서자 절대고수 세 명의 시선이 일제히 팽무성에게 향했다.
전혀 느껴지지 않는 팽무성의 기세.
아무리 기감을 끌어올려도 한 줌의 기세도 읽을 수가 없었다.
‘으음?’
그러자 세 명의 절대고수는 동시에 똑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남궁구는 놀란 듯 눈을 살짝 크게 떴고 낭왕과 창성은 팽무성을 매섭게 눈을 뜨며 노려보고 있었다.
“설마 절대경에 오른 것이냐?”
창성의 물음에 팽무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게 되었습니다.”
이에 낭왕이 헛웃음을 터트렸고 창성도 고개를 저으며 혀를 내둘렀다.
“이런 괴물을 보았나.”
“무서운 놈. 삼천보다 더한 것 같군.”
그들 나름대로 칭찬한 것이기에 팽무성도 함께 웃을 수 있었다.
“강호의 홍복이로군.”
남궁구도 한 마디를 꺼내고는 팽무성의 옆에 있는 남궁혁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별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초월경에 오른 남궁혁을 보며 남궁구는 기특한 마음이었다.
이에 남궁혁도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점창의 얘기는 들었다. 사천에 이어서 너희가 큰일을 해주었어.”
황풍철문에 대해 얘기하던 팽무성은 문득 사도천은 어떤지 궁금하여 물었다.
“감숙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황풍철문과 미호방을 정리하고 팽무성은 가장 가까운 무림맹 분타를 찾아가 사도천과 무림맹으로 서신을 보냈었다.
그 이후로는 그대로 무림맹으로 직진했기에 감숙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사패는 알 수가 없었다.
“사도천은 멀쩡하다. 다만 감숙 곳곳에서 사파의 분쟁이 일거에 벌어졌다고 하더구나.”
감숙은 사도천 본성이 있는 만큼 사파의 세력이 강세였고 무려 사도칠문의 세 문파가 감숙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외에도 여러 사파 문파가 난립하고 있는데 저들끼리 갑자기 치고받고 싸운 것이다.
아마도 마도 문파와 요녀에 넘어간 문파들이 원흉일 터.
“산불처럼 곳곳에서 분쟁이 일어나니 사도천에서도 직접 나서야 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직접 충돌한 사파는 물론이고 중재하려던 사도천의 타격대도 피해를 본 곳이 있었다.
“그렇다면 황풍철문과 미호방은 다른 사도칠문 중 한 곳을 노렸었을지도 모르겠군요.”
팽무성의 중얼거림에 낭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아무튼, 그래서 감숙도 시끄러운 상황이다. 마교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되어있다면 지금 피바람이 불고 있으니.”
사도천의 앞마당인 감숙에서도 이런 난리가 일어난 이상 호북에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었다.
이런 판국이니 무림맹도 최대한 경계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차에 창성이 용진을 쓱 살피더니 물었다.
“용천의 제자라고?”
“예.”
“흐음.”
용천의 위아래를 훑던 창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패와 함께 있으니 그저 평범해 보이지만 후기지수 전체로 뽑자면 열 손가락 안에 들 재목이었다.
남궁구의 부탁으로 의룡단을 훈련시키고 있는 창성은 용진을 끌어들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곧 전쟁을 대비해 무림맹에 파견된 후기지수들 사이에서 오십 명을 추가로 뽑아 의룡단의 네 번째 대(隊)를 만들 것이다.
너도 그 시험에 참가하거라.”
그렇지 않아도 무림맹 본성에 들어서며 후기지수들만으로 이루어진 타격대, 의룡단에 대한 소문을 들은 용진이었다.
사패를 보며 좀 더 많은 후기지수를 만나고 싶던 용진은 그렇지 않아도 의룡단에 들어갈 방법을 알아볼 셈이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네 번째 대의 대주는 이미 결정 났군.’
용진이 곧바로 대답하자 창성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곤 팽무성을 쳐다봤다.
“이번에 뽑는 오십 명은 나중에 뽑힌 만큼 내가 직접 시험에 참관해서 옥석을 가릴 생각이다.
내가 시험을 진행하는 동안 네가 의룡단과 놀아봐라.”
창성의 말에 남궁구도 괜찮은 생각이라고 여겼다.
“너희가 직접 평가한 아이들이니 한번 얼마나 바뀌었는지 직접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창성을 비롯한 무림맹 교관들의 집중 훈련으로 나날이 실력이 높아가는 의룡단.
지금은 무림맹의 타격대 중 하나로 완전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한참 기세등등할 때라 자만심이 생기는 인원도 조금씩 눈에 보였다.
이럴 때 또래의 후기지수인 사패가 한 번 그 기를 꺾어준다면 의룡단에게 좋은 자극이 될 수 있었다.
“재미있겠는데.”
무각이 씨익 웃었고 다른 사패도 같은 생각이었다. 시험을 치렀을 때와 비교해서 과연 얼마나 성장했을지 궁금했다.
팽무성도 달라진 의룡단의 모습이 궁금했기에 흔쾌히 수락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의룡단의 성장. (1)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