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66)
165화
무림맹 의룡각.
의룡단이 머무는 의룡각은 무림맹의 어지간한 전각을 능가하는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곳인가?”
팽무성은 번쩍거리는 의룡각을 보며 무림맹이 의룡단에 어느 정도 투자를 하고 있는지 대충 감이 왔다.
“와, 시설이 엄청 좋네요.”
당화련은 고개를 높게 치들어야 그 끝이 보이는 전각의 높이에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있었다.
의룡각의 높이도 대단하지만 이런 커다란 전각이 똑같이 두 채가 더 있었다.
세 채의 의룡각 한가운데에는 연무장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대연무장 두 개를 합친 어마어마한 넓이였다.
이 덕분에 의룡단 전원이 동시에 수련하는 것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고 검진을 펼쳐내고 다른 타격대와 모의 훈련을 벌이는 것도 가능했다.
“오, 타격대끼리 겨루는 건가.”
사패가 연무장에 들어섰을 때 의룡단은 한참 검진을 수련하고 있었다.
푸른 무복을 입은 의룡단.
의룡단은 여섯 개의 대로 나누어져 폭이 좁은 기다란 쐐기 형태의 검진을 구축하고 있었다.
검진을 구축한 의룡단은 원형의 방진을 이루고 있는 타격대를 향해 돌격을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여섯 자루의 검이 동시에 한 곳을 찌르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저기서 쇳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지만 검은 부복을 입은 타격대는 굳건한 수비를 유지하며 방진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탄탄한 방어력에 기세 좋게 나아가던 의룡단의 검진도 뚫지 못하고 있었다.
“음. 현무단과 겨루고 있구나.”
남궁혁은 현무단의 검은 무복을 보며 중얼거렸다.
현무단은 수성, 수비에 특출난 타격대.
현무단의 묵수현무진(墨守玄武陣)은 정사대전 당시 사도천 타격대 세 곳의 공격을 동시에 감당해내고도
진이 무너지지 않는 견고함으로 이름을 떨쳤었다.
“일대! 좀 더 밀어붙여!”
“삼대! 중앙의 허리가 흔들립니다!”
의룡단이 열심히 현무단을 두들겼으나 충돌만 벌어질 뿐,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그렇게 일다경이 지나도 묵수현무진은 조금의 틈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살아있는 성벽을 상대하는 느낌.
“삼합(三合)!”
의룡단 측에서 터져 나오는 외침에 의룡단의 검진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부채꼴 모양으로 흩어져 있던 여섯 개의 검진.
이 검진이 후미부터 시작하여 짝을 지어 붙더니 이내 세 갈래의 검진으로 만들어졌다.
“호오. 현무단을 상대로 전투 중에 검진의 형태를 변화하는군. 제법 고생한 모양이야.”
본래 전투 중에 진의 형태를 바꾸는 것은 숙련된 타격대에게도 매우 힘든 일이었다.
보통은 흐트러진 검진의 틈을 노리고 적의 역공을 받는 것이 다반사.
하지만 의룡단은 쐐기 역할을 하는 전열의 단원들이 앞쪽의 현무단원을 억누르며 시간을 벌어주고 있었다.
“하하, 아우들. 우리가 사람을 허투루 뽑지는 않은 모양이야.”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의룡단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던 남궁혁은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의룡단이 예상보다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군요. 생각보다 뛰어납니다. 현무단을 뚫지는 못해도 움직임을 억누르고 있군요.”
사신단 중 하나를 상대로 어느 정도 대결 구도를 만들어내는 의룡단을 보고 팽무성도 어느새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콰앙
의룡단의 돌파력이 세 점으로 집약되자 이를 막아내던 묵수현무진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동벽(?壁)!”
허나 그것도 잠시, 현무단주의 묵직한 음성과 함께 현무단원의 발 간격과 형태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러자 묵수현무진이 전체적으로 잠시 줄어들었다가 다시 팽창하며 의룡단의 공세를 밀어냈다.
묵수현무진의 움직임은 마치 호수에 물방울이 떨어질 때 생기는 파형을 보는 듯했다.
그 일치된 움직임에 무각이 입을 벌렸다.
“아미타불. 저들은 한 몸처럼 움직이는군.”
파도를 막아내는 바위처럼 의룡단의 흐름을 잠시 끊어낸 현무단은 처음과 같은 평온함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두웅 두웅
정해진 시간이 지나고 연무장에 있던 북이 울리자 의룡단은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
한 시진이 지나도 도저히 뚫을 수 없는 현무단의 견고한 수비. 오늘도 의룡단의 패배였다.
비록 패배했지만 의룡단은 실망하는 기색이 없었다. 달포 전에 현무단과 겨루었을 때 비해 크게 선전했기 때문이다.
의룡단과 현무단은 서로 예를 갖추고 훈련을 마무리 지었다. 현무단이 연무장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곤 의룡단도 전신의 긴장을 풀어냈다.
“허억. 헉.”
“누구 물 없나?”
한 시진 동안 한순간도 쉬지 않고 전신전력을 쏟아부으니 의룡단원 몇몇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현무단과 의룡단이 나란히 앉아서 쉬는 사이에 현무단주가 따로 의룡단을 향해 걸어왔다.
그곳에는 일향과 묵연사, 운룡과 검룡이 앉아서 방금 있었던 훈련 상황을 복기하는 중이었다.
“단주님.”
일향을 비롯한 후기지수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현무단주가 손을 저었다.
“그냥 잠시 들렀네. 단주와 대주들의 지휘 능력이 많이 성장한 것 같아서 말이야.”
현무단주의 칭찬에 일향이 대표로 고개를 숙였다.
“과찬이십니다.”
“빈말이 아닐세. 처음 만났을 때는 굳이 검진을 전개하지 않아도 가볍게 제압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현무단에게도 상당한 훈련이 되고 있네. 다음 훈련에 보세.”
현무단주도 돌아가고 의룡단도 의룡각에 들어가서 쉬려던 찰나, 일향은 새롭게 연무장으로 들어서는 이들을 발견했다.
곧이어 그 면면을 확인한 일향의 얼굴이 밝아졌다.
“팽 소협!”
* * *
“그렇군. 여기 있는 사람들이 모두 단주와 대주가 된 거네.”
무림맹 본성에 있는 객잔에 사패와 용진을 비롯해서 일향, 묵연사, 운룡, 검룡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일향이 의룡단주가 되었고 다른 세 사람은 대주가 되어 각기 하나의 대를 맡고 있었다.
“처음에는 상당히 버거운 자리였는데 지금은 적응이 되었습니다.”
일향의 목소리에서는 이전에 비해 더욱 강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팽무성은 일향이 단순히 무공이 오른 것이 아닌 사람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잘하고 있구나.”
“팽 소협, 아니 팽 대협에 비하면 멀었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호칭이 바뀌니 어색하네요.”
이에 팽무성이 입꼬리를 올리며 젓가락 놀렸다.
“편한 대로 불러라.”
운룡은 조용히 앉아있던 용진을 살피더니 사패에게 물었다.
“이분은 처음 보는 분이군요.”
“아, 소개를 깜빡했군. 곤륜파의 용진 도장일세.”
남궁혁이 소개해주자 용진도 포권을 취하며 처음 본 후기지수들에게 인사했다.
“이번에 저도 의룡단의 입단 시험을 치르려고 합니다.”
그 말에 의룡단 후기지수들의 눈이 반짝이며 살폈다. 하지만 지금 용진의 실력을 온전히 읽어낼 수 있는 것은 일향 뿐이었다.
“뭔가 용진 도장이 네 번째 대의 대주가 될 것 같군요.”
“아직 모르는 일입니다.”
후기지수들은 각자 채워진 술잔과 찻잔을 들어 가볍게 부딪치며 시원하게 입으로 털어냈다.
“크으. 팽 대협. 등용문의 시절에 비하면 어떻소? 많이 달라졌나?”
술을 마신 묵연사는 소매로 입술을 훔치며 물었다. 그 물음에 팽무성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창성 어르신이 혹독하게 가르치신 모양인데.”
“훗. 내가 고생 좀 했지.”
팽무성의 대답에 묵연사는 기분 좋은 듯 입꼬리를 올리며 만두를 한입에 집어삼켰다.
등용문 시험을 치를 때만 해도 일류 초입에 머물러 있던 묵연사는 어느새 절정의 중턱을 노리고 있었다.
창성의 제자가 되어 혹독하게 가르침을 받은 영향도 있지만 묵연사의 재능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보아하니 창성께서 영약도 몇 개 먹인 모양이네.’
이제 묵연사는 운룡과 검룡에 비해도 크게 모자람이 없었다.
다른 대주들도 이전에 비해 많이 성장했지만 가장 큰 성장 폭을 보인 것은 묵연사였다.
“언제 한번 다시 붙어봅시다.”
자신이 질 것을 알면서도 선명한 투기를 보이는 묵연사에 팽무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일향이 팽무성에게 질문했다.
“팽 대협, 당분간 무림맹에 머무십니까.”
“그래. 달라진 의룡단의 실력도 한번 보고 싶고.”
팽무성이 지나가듯 하는 말에 일향은 물론이고 다른 후기지수들도 진지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의룡단은 언제든지 준비되어있습니다.”
“좋군.”
사패와 의룡단의 후기지수들이 가볍게 술과 차를 곁들이며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식사 시간이 돼서 그런지 점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객잔에 들어온 이들은 먼저 자리를 잡고 있는 사패 일행의 탁자를 향해 자연스레 눈을 가져갔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으음?”
“정 형, 왜 그러세요.”
“저 덩치 큰 후기지수, 혹시 팽무성?”
정 형이라 불린 무인이 계속 쳐다보자 따라온 무인도 팽무성을 비롯해 옆에 앉은 이들을 눈에 담았다.
“어어. 맞는 것 같은데요?”
두 맹도의 호들갑에 처음에 사패를 알아보지 못하고 탁자에 앉아있던 다른 맹도들의 시선도 사패를 향하기 시작했다.
객잔의 거의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쏠려 있음을 깨달은 팽무성은 먼저 일어나서 손을 마주해서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무림맹도 여러분. 하북팽가의 팽무성입니다.”
팽무성의 인사에 단숨에 객잔의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내가 말했지 않나. 팽무성이라고!”
“와. 사패는 처음 보는데.”
숙수를 제외한 객잔의 모든 사람이 사패가 앉아있는 탁자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무림맹에 들어왔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이렇게 빨리 보게 될 줄이야.”
“이번에 사패가 사천에서 커다란 활약을 했다고 들었소.”
“사패가 무림맹에 왔으니 든든하구만. 사패가 가는 곳마다 마교가 맥을 못 추리지 않소.”
“크흐흐. 옳소.”
마교의 발호가 전 무림에 알려졌고 사천과 감숙에서 마교에 의해 무수한 피가 뿌려졌다.
정사대전 이후 다시 기어 올라오는 전쟁의 공포 속에서 사패는 무림맹의 등불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실제로 많은 무림맹도가 사패를 자랑스러워하며 마교와의 전쟁이 닥쳤음에도 사기를 끌어 올리고 있었다.
사패는 단순히 전력이 뛰어난 무인들이 아닌 정파 무림의 떠오르는 구심점이었다.
“마교에 대한 얘기 좀 풀어보게.”
“음, 나는 사천에서 벌어진 전투가 궁금한걸.”
무림맹도들은 양손에 술병과 안주를 들고는 사패의 주변 바닥에 그냥 털썩 주저앉았다.
뿐만 아니라 사패가 객잔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주변의 맹도들이 계속 몰려오고 있었다.
어느새 객잔에는 여기저기서 모인 맹도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고 남궁혁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다.
맹도들은 사패의 무용담을 들으며 놀라워하면서도 마교와의 전쟁이 정사대전에 비해서 어려우면 어려웠지,
절대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체감했다.
이야기를 듣다가 누군가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팽 대협, 마교와의 전쟁에서 우리가 승리할 수 있겠소?”
그러자 이야기를 듣고 저들끼리 떠들던 맹도들은 물론이고 사패와 의룡단의 후기지수도 팽무성을 바라봤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마교는 정말 강력한 적입니다. 정사대전보다 더 거대한 규모의 전쟁이 일어나겠지요.”
예상과 다르게 팽무성의 입에서 회의적인 답이 나오자 객잔의 분위기가 금세 무거워졌다.
팽무성은 객잔에 모인 수많은 맹도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승패는 아무도 모르지만, 사패는 전쟁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여러분과 무림맹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이를 들은 맹도들은 굳어진 표정을 살짝 푼 채 고개를 끄덕였다.
“팽 대협의 말이 맞소. 우리에게 달린 일이지.”
“마인들을 모두 처치하면 되지 않겠는가.”
“자네는 한 명이라도 죽이고 죽으면 다행이지.”
그렇게 다시 웃음을 흘리며 술잔을 주고받으니 어느새 술이 다 떨어져 동이 난 술병이 더 많아졌다.
“에잉, 벌써 다 마셨나.”
“이번 달에 자네 두둑하게 받지 않았나.”
맹도들이 입맛을 다시는 모습에 팽무성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전쟁의 승리를 기원하며 이 팽 모가 여러분께 술과 안주를 대접하겠습니다. 마음껏 드시지요.”
팽무성의 이 한마디에 맹도들은 지금껏 보았던 것 중 제일 뜨거운 반응을 보이며 소리를 질렀다.
“역시 하북팽가의 소가주라 화끈하군!”
“음, 역시 이래야 대협이지.”
점소이는 물론이고 숙수까지 나와서 술병과 음식을 날랐고 객잔에 모인 이들이 모두 함께 나눠 먹고 웃으며 즐겼다.
“전쟁의 승리를 위하여!”
* * *
팽무성은 전방에 펼쳐진 검진을 보며 천천히 적아도를 빼 들었다.
“자, 확인해 볼까.”
팽무성은 포진을 마친 의룡단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의룡단의 성장. (2)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