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67)
166화
의룡각의 연무장에 모인 의룡단.
그 앞에 삼십 장(三十丈 90m) 정도의 거리를 두고 팽무성이 홀로 서 있었다.
팽무성은 팔짱을 낀 채 자신의 눈앞에 있는 백오십의 의룡단을 눈에 담고 있었다.
팽무성과 대치하고 있는 의룡단은 과도한 긴장을 피하고자 호흡을 조절하고 있었다.
기세를 전혀 느낄 수 없었지만, 그동안 팽무성이 쌓아 올린 명성은 의룡단의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것이 은연중에 압박감이 되어 의룡단을 짓누르고 있었다.
‘이게 우리와 팽무성의 차이인가.’
‘커다랗게 보이는군.’
저 멀리 가만히 서 있을 뿐인 팽무성이 이상하게도 거대하게 확대되어 거인처럼 보이는 의룡단.
팽무성의 압도적인 존재감이 의룡단 전체를 집어 감싸고 있었다. 의룡단 내부에 흐르는 무거운 공기를 일향도 감지했다.
‘다들 긴장했구나.’
의룡단의 중심에서 단원들을 지켜보던 일향의 눈에 평소보다 몸에 힘이 들어간 인원들이 많이 보였다.
아마 도왕 팽무성이라는 이름의 무게가 이렇게 만들었을 터. 의룡단을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단주인 자신의 몫이었다.
“개진!”
평소보다 힘이 들어간 일향의 목소리.
그동안 몇 번이고 명령을 듣던 의룡단도 바로 눈치챘다.
그 차이를 알아차린 의룡단은 빠르게 평소의 상태를 되찾아갔다.
의룡단이 발이 빠르게 움직이며 검진을 펼쳐내기 시작했다. 일전에 현무단과 겨룰 때와는 다른 원형의 방진이었다.
“음.”
의룡단의 검진을 가늠하던 팽무성은 서서히 기세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기세를 전력으로 내보이는 것이 아닌 딱 초절정 정도로만 끌어올렸다.
그러자 의룡단은 괜히 주변이 차가워지고 숨을 쉬기가 힘들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팽무성의 기세는 버거웠으나 못 버틸 정도는 아니었다. 창성이 종종 절대고수의 기세를 흘려내며 의룡단을 담금질했기 때문이었다.
경험이 적은 후기지수로 이루어진 의룡단이 마교의 어떤 타격대를 만나도 기세에 위축되지 않고 제 실력을 낼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파(破)!”
쿠웅
일향의 명령에 의룡단이 일제히 내공을 실은 진각을 밟아냈다. 그러자 일순간 연무장이 흔들리며 팽무성의 기세를 잠시나마 밀어냈다.
이에 팽무성이 입꼬리를 올렸다.
직접 마주해보니 멀리서 구경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창성께서 제법 공을 들이셨구나.”
팽무성은 전방에 펼쳐진 검진을 보며 천천히 적아도를 빼 들었다.
“자, 확인해 볼까.”
팽무성이 진심으로 의룡단을 제압하고자 한다면 애초에 적아도를 뽑을 필요도 없었고 산왕군림보 하나로 제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히 압도적으로 의룡단을 깨부수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의룡단에게 그다지 도움이 될 리가 없었다.
팽무성은 천천히 걸음을 내딛더니 서서히 속도를 올렸다.
의룡단이 아슬아슬하게 눈에 담을 수 있는 정도로 경공을 펼쳐낸 팽무성은 검진을 향해 곧바로 도기를 날렸다.
쏴아앙
수평으로 날아드는 맹렬하게 날아드는 거대한 도기. 검진의 맨 앞에 위치한 의룡단원들은 깜짝 놀라면서도 각자 무기를 뻗어내고 있었다.
“크으윽.”
“빗겨내!”
도기에 맞닿은 여섯 개의 무기.
도기를 막아내는 의룡단원은 검진의 회전에 맞추어 도기를 빗겨내려 했다.
오른쪽으로 도는 검진의 회전에 따라 빗겨내는 방향에 힘이 더해지며 팽무성의 도기가 점점 기울어졌다.
콰아앙
연무장의 바닥을 터트리는 도기의 폭음이 검진의 뒤쪽에서 터졌다.
기어코 도기를 튕겨낸 의룡단원이 안도하기도 전에 머리 위로 팽무성이 솟구치고 있었다.
“위다! 일룡대!”
묵연사의 외침에 의룡단원이 시선을 위로 올릴 때는 이미 여러 갈래의 도풍이 쏟아지고 있었다.
후열에서 미리 대비하고 있던 일룡대가 묵연사의 명령에 일제히 검풍과 도풍을 쏟아냈다.
후아아앙
그 충돌에 바로 검진의 바로 위에서 태풍이 부는 듯 바람이 거칠게 일어났다.
묵연사가 이끄는 일룡대가 곧바로 대응했지만, 위력에서 밀려 기어코 날아드는 도풍이 있었다.
“이익!”
끝까지 긴장을 놓고 있지 않던 묵연사가 허공으로 도약하며 창을 내질렀다.
발을 디딜 곳이 없는 허공임에도 묵연사는 땅에서 창을 내지른 듯 창날에 힘이 제대로 실려있었다.
뻐엉
도풍을 일점으로 관통하여 터트린 묵연사의 창은 그대로 팽무성을 향해 뻗어졌다.
이에 팽무성이 피식 웃으며 적아도를 가볍게 수직으로 쓸어냈다.
파지를 바꾼 묵연사는 창대를 크게 휘둘러 적아도를 막아내려 했으나 마치 떨어지는 거암을 쳐내는 듯한 무게감이 밀려왔다.
“컥.”
단발의 신음과 함께 묵연사는 도약했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바닥으로 처박혔다.
뒤이어 검진의 한가운데로 착지한 팽무성은 왼손은 뒷짐을 진 채 적아도를 좌우로 가볍게 휘저었다.
솨아악
도풍이 회오리치며 주변의 의룡단원을 거세게 쳐냈다. 이에 의룡단원이 낙엽처럼 사방으로 밀려나니 안쪽에서부터 검진이 뭉개졌다.
이런 상황을 자주 경험한 듯 검진의 형태가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룡대와 삼룡대를 이끄는 운룡과 검룡이 잇달아 명령을 내렸고 곧바로 일어난 묵연사도 마찬가지.
그러나 팽무성은 가만히 검진을 마음대로 변화하게 두지 않았다. 무작정 검진의 중심을 향해 전진하며 적아도를 움직였다.
팽무성은 자신을 막아서는 후기지수의 수준을 순간적으로 파악하곤 간신히 막아낼 정도의 위력으로 적아도를 휘둘러냈다.
도격이 시원하게 계속 뻗어지니 검진은 다소 허무하게 뚫렸으나 팽무성은 입꼬리에 머금은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의룡단은 사방에서 밀려오며 팽무성의 앞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검진을 파훼하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닌 어떤 위치로 유도해내려는 목적이 더욱 강했다.
이를 알고 있는 팽무성은 의룡단이 무엇을 보여줄지 기대하여 그 장단에 맞춰주었다.
팽무성이 중앙을 향하면서 의룡단도 기존의 방진에서 계속 형태를 바꿔내며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흐음. 이걸 노린 건가.”
어느새 팽무성이 일향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좌우에는 운룡과 검룡. 후방에는 묵연사가 자리를 지켰다.
단주와 세 명의 단주와 모두 마주한 상황.
“방진이 아니로군.”
방금까지 외부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한 방진이었다면 지금은 하나의 고수를 잡기 위한 포위진이었다.
“포위진은 방진보다 어려울 텐데.”
“창성께서 걸핏하면 난입하셔서 검진을 박살 내시니 저희도 이를 악물고 익히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일향의 목소리와 함께 매화향이 흠뻑 밀려오고 있었다.
일향을 시작으로 세 명의 대주들이 동시에 팽무성에게 달려들었다.
매화와 유성이 정면과 좌측으로 쏟아지자 팽무성은 이를 베어버림과 동시에 도기를 날려냈다.
“원시천존.”
양손으로 태극을 그려낸 운룡이 배운신장과 태극권을 조합하여 도기를 허공으로 튕겨낼 때, 팽무성의 등을 향해 묵연사의 매서운 찌르기가 쇄도했다.
팽무성은 적아도를 쥐고 있던 손을 잠시 놓고 장력을 내질러 받아쳤다.
그에 묵연사가 밀려날 때 팽무성은 다시 적아도를 잡고 수평으로 길게 뻗어내고 있었다.
촤자작
그 사이 전방에서는 뒤쪽에 있는 의룡단원들이 공격을 펼치며 다른 단주들의 공백을 메워내고 있었다.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것이 아닌 완벽하게 계산되어 호흡이 맞춰진 공세.
이러니 일향이 한 번 검기를 날릴 때 그 뒤로 열 줄기의 공격이 함께 쏟아졌다. 이는 다른 방향도 마찬가지였다.
한 번에 수십 가닥씩 쏟아지는 의룡단의 공세는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이정도로 호흡을 끌어올렸나.’
단주와 세 대주가 팽무성의 사방에서 계속해서 공격하고 있었고 뒤쪽의 단원들은 계속 위치를 바꿔가며 지원을 하고 있었다.
팽무성이 조금씩 내공을 끌어올리자 적아도의 속도와 위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붉은 뇌기를 머금은 도풍이 회오리처럼 몰아치니 사람이 아니라 폭풍을 상대하는 느낌이었다.
이에 기겁한 일향이 급히 소리쳤다.
“더 빠르게 전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의룡단도 검진의 전개 속도를 높이며 팽무성의 흐름을 따라가야 했다.
그동안 공격을 막아내며 의룡단을 지켜보기만 했던 팽무성이 도병을 쥔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
콰릉
적아도가 번쩍이며 처음으로 터진 뇌성.
검진을 가로지르는 도격에 의룡단 수십이 일제히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베인 이는 없겠지만 몸에 작은 피멍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의룡단은 당황하지 않고 후열의 무인들이 그 빈 자리를 채워내고 있었다.
팽무성은 검진이 어디까지 버티려는지 보려는 듯 계속해서 도격을 뻗어냈다.
콰르릉
줄기차게 뻗으며 사방으로 갈라지는 도격에 의룡단원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정신 바짝 차려라!”
“간격을 좁히고 검진을 더 촘촘히 해!”
그럴수록 단주와 세 단주가 목청껏 소리쳤고 기세가 죽지 않은 의룡단원은 계속해서 팽무성을 압박하려 들었다.
이제 서 있는 의룡단원보다 바닥에 꿈틀거리는 의룡단원이 더 많아졌고 검진의 크기는 처음에 비하면 많이 축소되었다.
콰릉
다시 한번 도격이 뻗어졌을 때 피하기에 급급했던 단주와 대주들이 앞으로 나섰다.
“크악!”
“지금이에요!”
일향과 묵연사, 검룡이 동시에 받아쳐 도격의 위력을 줄여냈다.
기어코 의룡단원을 향해 뻗어오는 도격 앞에 선 운룡이 커다란 태극을 그리더니 간신히 흘려냈다.
힘을 조절한 도격이라도 처음으로 받아냈기에 네 후기지수는 피를 흘리면서도 웃고 있었다.
“단주!”
“대주들을 지켜!”
한편 힘이 빠진 단주와 대주를 지키기 위해 팽무성의 사방으로 의룡단원의 공세가 날아들고 있었다.
콰앙
이에 팽무성은 진각을 밟아 한 번에 모든 공격을 허공을 날려버렸다.
그러곤 자신을 쳐다보는 삼십여 명의 의룡단원을 보며 말했다.
“이제 마지막입니다. 남은 내공을 모두 끌어내서 절초를 펼쳐내는 것으로 마무리합시다.”
빠지직
적아도에 시린 붉은 뇌기가 번쩍이는 것을 보며 의룡단도 진지한 얼굴로 모든 힘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공격을 맞추기 위한 별다른 신호는 없었다.
오랜 시간 합을 맞추었기에 일향의 눈 신호를 시작으로 서 있던 의룡단 전원의 절초가 팽무성에게 펼쳐졌다.
팽무성의 시야를 가려버리는 환한 색색의 빛무리.
“나쁘지 않아.”
팽무성은 순간 눈이 부셨다고 느꼈지만, 그와 별개로 적아도는 사정없이 그 빛을 갈라내고 있었다.
삼십 명이 전력으로 펼친 절초가 한 곳으로 집중되었지만 커다란 폭발도 뒤따르는 여파도 없었다.
번개 줄기를 연상시키는 도격이 빛 위로 그려지며 빛이 녹아들 듯 사라지고 있었다.
콰릉
단발의 뇌성과 함께 빛이 아지랑이처럼 흩날리더니 모습을 감추었다.
“하…”
“정말 빌어먹게 강하네.”
전신전력을 다한 공격에 팽무성의 털끝이라도 건드릴 수 있을까 싶었던 의룡단원은 처음과 멀쩡한 팽무성의 모습에 진절머리를 쳤다.
팽무성은 적아도를 납도하곤 네 방향으로 포권을 취했다.
“마교의 그 어떤 타격대도 의룡단을 쉽게 여기지 못할 겁니다.”
팽무성의 인사를 멍하니 듣고 있던 의룡단.
“의룡단. 전원 기립!”
일향의 명령에 벌떡 일어선 의룡단은 일향이 따로 명령하지 않았음에도 전원이 포권으로 답했다.
그 모습을 의룡각의 꼭대기에서 창성과 용진이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새로운 입단 시험은 끝이 났고 새로운 오십 명이 의룡단에 추가 입단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용진은 압도적인 실력으로 새로운 대주를 맡는 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었다.
“저런 놈들이다. 잘 이끌 수 있겠느냐? 늦게 입단했다 하여 뒤처지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
용진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책임지고 해내겠습니다.”
“좋군.”
좀처럼 웃는 일이 없는 창성은 연무장에 널브러진 의룡단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후기지수들을 모아놓고 가르치기는 했는데 이렇게 성장해낼 줄은 창성도 예상치 못했다.
“내가 잘 가르친 건지, 저놈들이 잘 해낸 것인지.”
창성은 왜인지 후자 쪽에 더 힘이 실리는 것 같았다.
* * *
비상체제로 운영되어 평소보다 경계가 강화된 무림맹.
그럼에도 경계를 서는 무인들이 드넓은 무림맹을 뒤덮은 어둠을 모조리 꿰뚫어 볼 수는 없었다.
“윽.”
희미한 신음과 함께 어둠 속에서 서서히 피비린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살수들의 밤. (1)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