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72)
171화
철썩
확 펼쳐진 돛은 바람을 타고 딱 보기 좋게 부풀어서 배를 힘차게 밀어내고 있었다.
호남성으로 내려가기로 결정한 사패는 물길을 타고 빠르게 전진 중이었다.
호북에서 호남으로 내려갈 때는 물길을 타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는 데 더 쉬운 탓이었다.
사패는 무한에서 배를 타고 수로를 통해 호남의 상음(湘陰)까지 내려갈 계획이었다.
무림맹의 깃발과 돛이 걸린 탓인지 늘상 나타나 길을 막는 수적들도 전혀 보이지 않아 쾌속하게 나아갈 수 있었다.
“바람이 잘 도와주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선두에서 도도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던 팽무성의 뒤로 철호가 다가왔다.
“그렇네. 다행히 예상보다 더 일찍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번 무천궁의 지원에는 팽호대도 함께였다.
아예 처음부터 육로로 이동한다면 경공을 극성으로 펼칠 것이기에 사패가 아닌 다른 타격대가 따라오기는 다소 버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수로로 이동하여 상음으로 도착한다면 무천궁까지는 금방이기에 타격대를 동행한 것이었다.
팽무성은 남궁구에게 부탁하여 팽호대를 데리고 온 것이었다.
이왕 타격대와 함께 움직인다면 역시 팽호대가 제일 편했다.
“마랑문과 싸울 때 이후로는 처음인가.”
“예. 소가주.”
“마인들은 마랑문 따위와는 전혀 다를 거다.”
“예. 팽호대도 그때와 전혀 다릅니다.”
무뚝뚝하면서도 자신만만한 철호의 대답에 팽무성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지금의 팽호대는 무공으로만 따지자면 전생의 팽호대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부족한 것은 마교를 상대로 한 전투 경험.
이는 이제 앞으로 쌓아가면 될 일이었다.
“팽호대는 어때?”
단순히 기감으로 팽호대의 수준을 읽어내기는 쉬웠지만, 타격대의 수준은 단순히 개개인의 무위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었다.
철호도 질문의 요지를 알아차린 듯 잠시 고민하더니 대주로서 느껴온 바를 상세히 얘기했다.
“전체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대원들 간의 유대도 두텁게 쌓였습니다.”
“지휘를 맡고 있는 조장들은?”
“덕삼을 비롯한 조장들도 잘하고 있습니다. 실력에 따라 언제든지 위치가 바뀔 수 있다고 하니 녀석들도 필사적입니다.”
이후로도 철호의 상세한 보고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대원 하나하나를 상세하게 살피고 있었는지 반 시진이 지나서야 철호의 보고는 마무리되었다.
그 긴 내용의 보고에 팽무성도 살짝 놀라서 철호를 쳐다볼 정도였다.
“역시 철호에게 팽호대를 맡긴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네.”
팽무성의 칭찬에 철호는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철호의 보고에 따르면 팽영대와 백호대에 이어서 팽호대가 하북팽가 타격대의 상위권에 속했지만 팽무성은 고개를 저었다.
“팽호대에게 전해. 백호대와 팽영대도 꺾어야 할 것이라고.”
팽무성의 뒤를 받쳐야 할 팽호대는 당연히 하북팽가 최강의 타격대가 되어야만 했다.
“물론입니다. 애초에 소가주께서 도왕에 오르시고 저희가 정한 목표가 그것이었습니다.”
끼이이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며 웃고 있을 때, 위쪽에서 울음소리가 들리자 팽무성과 철호는 고개를 들었다.
하늘 위에는 갈색 깃털을 지닌 맹금류의 새가 팽무성의 머리 위에서 원을 그리며 있었다.
팽무성이 팔을 올리자 기다린 듯 수직으로 낙하하여 굵은 팔뚝에 착지했다.
“정말 신기한 놈이네. 진짜 냄새를 맡고 찾아왔나?”
팽무성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작은 향낭을 보며 말했다. 이 향낭은 무림맹에서 받은 것인데 특수한 비법으로 조합된 것이다.
덕분에 향낭에서는 목향응(木香鷹)이라는 영물이 아주 좋아하는 향기를 흘리고 있었다.
목향응은 특이하게도 후각이 매우 뛰어나 아무리 먼 거리라도 추적이 가능했다.
무림맹에서는 이 특징을 이용해 서신을 받을 수 없는 곳에서 연락하는 용도로 종종 사용하곤 했다.
“확실히 개도 아니고 새가 냄새를 추적하여 찾아온다는 소리는 처음 들었습니다.”
“뭐 확실히 특별한 점이 있으니 영물이라 불리겠지.”
철호도 신기한 듯 눈매를 살짝 좁히며 목향응을 뚫어지라 쳐다봤다.
팽무성은 목향응에게 향낭의 약재가 섞인 육포를 입에 넣어주며 두 다리에 묶인 서신을 빼내었다.
“이제 가도 좋다.”
팽무성의 말을 알아들은 듯 목향응은 미련 없이 날개를 퍼덕여 날아왔던 반대 방향으로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목향응이 멀어지는 것을 보던 팽무성은 서신 두 장을 펼쳐서 내용을 확인했다.
이에 철호는 팽무성이 서신의 내용을 말하기까지 차분히 옆에서 기다렸다.
“사천도 다시 침공이 시작되었고 안휘도 전투 발발 직전인가.”
“무림 전역에 전운이 드리우는군요.”
사천은 마왕이 등장하지는 않았으나 군단급의 병력이 등장했고 무려 세 명의 종주가 합류했다.
이에 사천연합도 당가주와 청성, 아미의 장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하니 그 전투가 한 층 더 격렬해질 것이 분명했다.
두 번째 서신은 안휘성에 대해 적혀 있었다. 안휘성도 사천성과 상황이 비슷했다.
남궁세가를 주축으로 일차적으로 전선을 이루었고 하북팽가와 황보세가, 소림사를 중심으로 정파가 급히 지원을 보내는 중이었다.
안휘성 경계에서 잠시 멈춰있는 곤세마왕의 군세도 점점 불어나고 있으니 양측의 병력이 모두 모이면 격돌할 것이 분명했다.
‘다행히 권왕이 움직이기는 했군. 제대로 싸울지는 의문이지만, 존재만으로도 도움은 되겠지.’
창성이 회복할 때까지 권왕이 버티기만 해줘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때, 서신을 보던 팽무성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팽무성이 고개를 들었을 때 저 앞쪽의 수로에 난데없이 등장한 커다란 배들이 보였다.
전열에 세 척, 후열에 두 척.
총 다섯 척의 함선이 수로를 가로막고 있었다. 그 함선의 대형에서 악의를 느낀 철호가 얼굴을 굳혔다.
“소가주. 평범한 수적들은 아닌 듯합니다.”
팽무성은 저 다섯 척의 함선 위로 느껴지는 마기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마교다. 우리의 움직임을 잘 알고 있나 보군.”
팽무성의 덤덤한 대답에 철호는 미간을 좁혔다.
“해상전을 먼저 치르게 되는군요. 알리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 없다.”
마침 갑판 아래에 있던 사패와 팽호대도 올라오고 있던 참이었다.
밑에서 쉬고 있던 남궁혁의 기감에도 상당한 수의 마기가 감지되었기 때문이었다.
“팽 아우. 마교인가.”
“그렇습니다.”
팽무성은 모든 인원이 나왔는데 무각만 안 보이는 것을 보곤 당화련에게 물었다.
“무각은?”
“뱃멀미로 그냥 안쪽에서 쉬고 있으라 했어요.”
“아, 뱃멀미.”
무각이 절강에서도 고생한 것을 떠올린 팽무성은 피식 웃더니 도병으로 손을 가져갔다.
“소가주! 선주가 배의 속도를 늦춰야 하냐고 물어봅니다.”
팽호대원이 뛰어오며 소리치자 팽무성은 고개를 저었다.
“속도는 그대로 유지. 멈춰서 저놈들 상대해줄 시간이 없다.”
팽무성은 말을 끝냄과 동시에 도갑을 잡고 발도를 펼쳐냈다.
꽈릉
뇌성과 함께 분출된 발도의 끝에서 번개 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나무뿌리처럼 쉴새 없이 분화하던 도격은 크게 다섯 줄기로 나뉘어 마교의 함선 다섯 곳을 일제히 꿰뚫었다.
꽈아아아앙
네 개의 함선은 마치 화탄이 터진 듯 수면 위에서 일제히 터져버렸다.
그나마 제일 컸던 가운데 함선 하나만이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서서히 기울어지고 있었다.
그 광경에 사패는 물론이고 팽호대마저 커다래진 눈을 껌벅거릴 뿐이었다.
팽호대원의 눈에는 다섯 가닥의 번개가 번쩍이더니 갑자기 함선들이 무너지는 것으로 보였다.
“방금 그거 오호단문도… 맞죠?”
“쓰읍. 얼핏 그런 것 같은데 우리가 알고 있던 무공이랑 전혀 다른데?”
팽호대원 중 누군가 덕삼에게 얼떨떨한 목소리로 묻자 덕삼도 고개를 저으며 팽무성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역시 소가주다. 이제는 사람으로 여겨지지 않을 정도인데.’
팽무성은 서서히 기울어지는 마지막 함선을 기다려 줄 생각이 없었다.
다시 한번 적아도를 수직으로 크게 베어내자 초승달 형태의 거대한 도기가 만들어졌다.
촤아아악
함선만 한 크기의 거대한 도기는 수로의 강물을 갈라내며 나아가더니 간신히 버티고 있던 마지막 함선을 그대로 절반으로 쪼개버렸다.
“끄아아악!”
함선을 베어버린 거대한 도기에 휩쓸려 형체도 없이 사라진 마인들은 오히려 행운아였다.
“이런 미친!”
“물로 뛰어들어라!”
배가 양쪽으로 쩍 갈라지며 침몰하자 마인들은 우왕좌왕하며 물에 몸을 던지기 바빴다.
“와…”
“해상전투를 한 번 경험해보는가 했더니, 이렇게 끝나네.”
“이거 무천궁에 도착해서도 우리가 할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당장 싸울 태세로 미리 도를 뽑아놨던 팽호대원 몇몇은 어색한 표정으로 슬쩍 다시 도를 집어넣었다.
“하하하, 이거 팽 아우가 다 처리해버리니 거의 여행을 나온 기분이군.”
남궁혁이 느끼기에 배 한 척마다 대략 백여 명 정도의 기척이 느껴졌었다.
그렇다면 대충 오백의 마인이 사패와 팽호대를 상대하기 위해 길을 막고 있던 것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진 것이었다.
촤아아
무림맹의 배는 방금까지 마교의 함선이었던 파편들을 밀어내며 시원하게 수로를 가로질렀다.
“물에 빠졌어도 살아남은 놈들이 제법 될 텐데 어떡하죠?”
당화련은 난간에 서서 파편에 몸을 맡기며 물 위에서 버티고 있는 마인의 미간에 암기를 날리며 말했다.
“저놈들한테 신경 쓸 시간 없다. 그리 많이 살지도 못할 거고 당장 뭘 할 수도 없을 테지. 이대로 전진이야.”
* * *
처음에 조우한 마인들 이후로 더는 수로에서 사패와 팽호대를 막아서는 마인은 없었다.
덕분에 순풍의 힘을 그대로 받으며 무림맹의 배는 예상보다 더욱 빠르게 상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상음에 도착하여 땅에 발을 디딘 사패 일행은 그곳에 미리 무림맹이 준비해 놓은 말을 타고 남쪽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무림맹 분타를 마주칠 때마다 말을 갈아타며 남쪽으로 내려가길 하루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밤에 야영할 때를 제외하곤 식사도 말 위에서 건량과 육포로 대충 때우던 사패와 팽호대였다.
그랬던 이들의 질주가 이름 모를 평야에 도달하면서 멈추고야 말았다.
무릎 아래까지 올라오는 갈대가 흔들리는 평야, 그 가운데에 한 사람이 길을 막고 있었다.
비록 한 명이나 마치 다수의 병력이 길을 지키고 있는 듯한 거대한 존재감은 평야를 뒤덮고 있었다,
백색 무복에 회색 장삼.
무천궁의 연회에서 만났을 때와 똑같은 차림새였다.
“오랜만이네, 도왕. 그리고 사패.”
평야의 한 가운데에 한 자루 검을 쥔 채 고고히 서 있는 것은 바로 멸세마왕이었다.
“군단을 이끄셔야 할 사람이 왜 홀로 이곳에 있는 거요.”
팽무성의 물음에 멸세마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라면 노부는 사천에 있어야겠지.”
멸세마왕의 중얼거림에 당화련은 등에 소름이 돋았다.
당화련도 팽무성에게 들어서 사천의 상황은 잘 알고 있었다.
사천의 전황은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중.
‘거기에 만약 멸세마왕이 직접 군단을 이끌었다면 사천은…’
머릿속의 불길한 상상에 당화련은 입술을 악문 채 고개를 저었다.
그저 상상일 뿐 현실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아무래도 지마신(地魔神)께서는 사천의 함락보다 사패를 더 중히 여긴 모양일세.”
멸세마왕이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마신이 직접 사패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 탓이었다.
이제 사패는 직접 마왕들이 나서야 할 만큼 거물이 된 상황.
그렇기에 지마신은 사패를 확실히 처리하기 위해 사세마왕 중 제일 강한 멸세마왕을 보낸 것이었다.
거기에 최근에 깨달음을 얻어 초월경과 절대경의 간격에 서 있는 새로운 마신 후보이니 더더욱 믿음직스러웠다.
“좀 더 커다란 전장에서 만나고 싶었으나 이것이 연의 종착지인가 보군. 아쉽네, 도왕.”
“그때의 논검. 끝을 냅시다.”
그와 동시에 사패가 나란히 팽무성의 옆에 섰고 그 뒤에 있던 팽호대도 투기를 흘려내며 당장 달려들 준비를 했다.
이에 멸세마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자네들은 아니야. 능력도 자격도 되지 않으니 내가 데려온 녀석들과 놀게.”
멸세마왕의 말을 끝으로 저 평야 너머에서 까맣게 몰려오는 마인들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마라(魔羅). (1)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