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74)
173화
채채챙
촤르륵
마라단의 주 임무가 절대고수를 상대하는 것인 만큼 개개인의 무공도 다른 천마신교 타격대에 비하여 상위권에 속했다.
거기에 진법까지 완벽하게 전개된 마라단을 상대로 팽호대는 생각보다 훨씬 잘 버티고 있었다.
“삼조, 지금이다! 좌측으로 더 파고들어!”
오히려 간혹 마라단을 위협하고 있었다.
심원마라진으로 철저히 팽호대를 유린하던 마라단 육번대.
그렇지만 팽호대는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고 끊임없이 발톱을 드러냈다.
그 꺾이지 않는 기개에 때를 노리고 있던 무각과 당화련이 놀랄 정도였다.
이 두 사람도 팽호대가 이 정도 기량을 발휘할 줄은 몰랐던 탓이었다.
“이런 무식한 놈들!”
터텅
퍽
철호피공을 극성으로 펼치며 몸으로 쇄도하는 사슬을 받아내는 팽호대 일조.
그러면서 도를 휘둘러 도풍과 도기를 쏘아내 팽호대가 나아갈 빈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마라단 육번대주는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그 모습을 보며 질린 듯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사슬에 무복이 찢겨나가고 전신에 살이 쓸리고 짓뭉개졌지만 팽호대는 고통을 느끼지 않는 듯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이다!”
사슬의 벽을 뚫고 기어코 회전하는 하나의 원진에 도달한 팽호대 일조가 거침없이 도격을 뿌려댔다.
그 최선두에는 일조의 조장. 덕삼이 있었다.
“죽여!”
“이 새끼들, 멀리서 재밌게 놀았겠다!”
콰앙
“대주!”
철혈맹호도의 호쾌한 도격을 펼쳐내는 덕삼은 마라단원 두 명의 목을 거의 동시에 쳐내며 목청껏 소리쳤다.
덕삼이 이끄는 일조가 기어코 심원마라진을 이루고 있는 열 개의 원 중 하나를 깨부쉈다.
덕삼이 이끄는 팽호대 일조는 팽호대 창단 초기부터 집중 훈련을 받아온 이들.
팽호대 중에서도 정예나 마찬가지인 최고참들이었다.
이들이 합세해서 펼쳐내는 철혈맹호도는 무서운 분쇄력을 선사하고 있었다.
이를 보고 있던 육번대주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뭐 하는 거냐! 무림맹의 사신단 중 하나도 아니고 일개 세가 놈들한테!”
육번대주의 고함에 덕삼이 붉어진 얼굴로 소리쳤다.
“이 마인 새끼들이. 감히 하북팽가를 무시하는 거냐!”
덕삼은 짐짓 흥분하는 듯 보였지만 이는 팽호대를 자극하기 위함이었다.
이를 눈치챈 철호가 때를 맞췄다.
“팽호대! 하북팽가의 힘을 보여라!”
쩌렁쩌렁 울리는 철호의 묵직한 외침에 팽호대가 일제히 호응했다.
“와아아아!”
그렇지 않다고 뜨거웠던 팽호대의 사기가 이제는 위협적으로 느껴질 정도.
하북팽가의 그저그런 타격대라 여겼던 팽호대에게서 이런 무용이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한 마라단.
고통을 잊은 듯 눈알을 부라리며 돌진하는 팽호대의 열기에도 마라단 육번대는 애써 차분하게 사슬을 뻗어냈다.
하지만 덕삼이 이끄는 일조가 원 하나를 무너뜨린 것을 시작으로 심원마라진은 삐꺽거리기 시작했다.
무각과 당화련은 철호가 약속한 나설 기회가 점점 다가온다는 것을 느끼고 서서히 내공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 * *
계속해서 울려 퍼지는 귀곡성과 뇌성.
그 소리 자체가 평범한 무인들에게는 내상을 입힐 수 있는 무시무시한 힘을 내포하고 있었다.
굉음의 항연 한가운데에서도 두 고수는 묵묵히 자신만의 투로를 그려나갔다.
꺼거겅
검과 허공에서 일곱 번 연달아 부딪친 적아도는 흔들린 검신을 옆으로 쳐내며 멸세마왕의 가슴을 쭉 베어냈다.
멸세마왕은 왼팔의 검결지로 도신을 막아내면서 검을 쥔 오른손의 손목을 튕겨냈다.
그러자 채찍처럼 휘어진 검신이 사선으로 뻗어지며 팽무성의 오른쪽 어깨를 노렸다.
육참골단의 한 수였으나 지금의 팽무성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어느새 가슴팍을 베어낸 적아도가 뒤로 젖혀지며 어깨를 찌르는 검격을 받아내고 있었다.
촤악
흰색 무복의 가슴팍이 사선으로 붉게 물들고 있으나 멸세마왕은 신경 쓰지 않았다.
검격지로 적아도를 잠깐이나마 밀어낸 덕택에 도격이 얕았다.
이 정도 상처는 생채기에 불과해서 생사결에 아무런 지장도 없었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닿았는가.’
자신의 검이 아닌 팽무성의 도가 먼저 자신의 몸에 닿았다.
이미 팽무성이 자신보다 더 위의 경지에 올랐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가슴팍이 아니라 자존심이 베인 듯 쓰라린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멸세마왕의 검이 주눅 드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강한 상대를 만나는 것에 감격한 듯 귀를 찢는 귀곡성과 함께 서늘한 검기를 줄기차게 뽑아내고 있었다.
극성으로 펼쳐내는 흑귀야행의 검초.
끼아아아악
귀곡성과 함께 홍수로 불어난 강물처럼 거대하게 뭉쳐서 쏟아지는 귀곡마검의 검기.
마치 백여 마리의 귀신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이런 광경이 아닐까.
“장관이로군.”
한 마디를 내뱉은 팽무성은 적아도를 가볍게 하단으로 늘였다.
그 거대한 검기의 물결에 팽무성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지고 마치 한밤중인 듯 어둠에 잠겼다.
귀곡마검의 어둠에 팽무성이 삼켜지려 할 때, 눈부신 적광이 터지며 검기를 위아래로 갈라냈다.
갈대밭을 뒤덮어버리는 멸세마왕의 엄청난 공세가 고작 다섯 가닥의 벼락에 허무하게 갈라지고 있었다.
수직으로 적아도가 움직이며 이를 따라 검기가 갈라지니 그 틈으로 검을 뻗고 있는 멸세마왕의 모습이 보였다.
푸학
붉은빛이 번쩍였고 미처 반응하지 못한 멸세마왕의 어깨에 핏물이 터져 흘렀다.
그럼에도 멸세마왕은 아랑곳하지 않고 검을 팽무성을 향해 찔러넣고 있었다.
극한으로 검기가 응축된 멸세마왕의 검.
논검 때도 겪지 못했던 멸세마왕의 전력.
이에 팽무성도 도병에 힘을 주며 내공을 끌어올렸다.
우우우웅
끼아아악
적아도와 검이 동시에 검명을 터트리고 그 둘은 쉴새 없이 격돌했다.
도검이 맞붙고 떨어질 때마다 주위로 강풍이 휘몰아쳤고 주변의 대지는 쩍쩍 갈라지고 있었다.
기묘하고 요사스런 멸세마왕의 검세.
허리를 노려오던 검격은 어느새 어깨나 목을 노리고 있었고 하단으로 쓸어낸 검기가 느닷없이 팽무성의 미간으로 쇄도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귀신의 검법.
하나 팽무성은 그 검세가 어찌하든 상관없었다. 어디로 뻗어오든 오호단문도의 벼락은 찢어내고 앞으로 나아갈 터이니.
“하압!”
근거리에서 갑자기 터지듯 밀려드는 십여 줄기의 검기. 검기가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며 팽무성의 삼면으로 꽂혔다.
커다란 반원을 그리는 적아도에 회원귀래의 초식이 그대로 파해되었다.
푸푹
힘이 전혀 줄지 않은 다섯 줄기의 도격이 멸세마왕의 허벅지와 왼쪽 어깨를 꿰뚫었다.
그 핏물이 튀기는 것을 보던 팽무성은 문득 멸세마왕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볼 때마다 무표정이었던 멸세마왕은 희미하게나마 웃고 있었다.
갈라진 검기 사이로 솟구쳐 올라 정수리를 향해 검을 꽂아 넣는 멸세마왕.
사혼낙귀를 펼쳐내는 멸세마왕은 검과 한 몸이 되어 뻗어오고 있었다.
팽무성은 좌하단에서 사선으로 적아도를 올려 쳐냈다.
까앙
거칠게 맞붙고 반대 방향으로 튕겨 나가는 도검. 이에 멸세마왕은 공중에서 몇 바퀴를 돈 채 반대 방향으로 날아갔다.
분명 이 자리는 누구 한 명은 죽어야 끝나는 생사결.
어째서 멸세마왕의 검을 타고 느껴지는 것은 기쁨인가.
흑요란란
비야귀
회원귀래
사혼낙귀
멸세마왕이 지난 논검에서 손보이며 하나같이 팽무성의 진땀을 빼게 했던 귀곡마검의 초식들.
그 위협적이던 초식들이 지금은 팽무성의 옷자락도 건들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멸세마왕의 얼굴에서는 조금의 낭패감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즐겁다는 얼굴.
곳곳에서 부상으로 피가 흐르고 있으나 멸세마왕의 얼굴에는 도리어 생기가 돌고 있었다.
멸세마왕은 핏방울과 함께 검은 검기를 뿌려내며 입을 열었다.
“자네는 정말 강해졌군. 단순히 경지가 올랐다는 뜻이 아닐세. 무슨 뜻인지 이해하나?”
팽무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천 고원에서 천마휘를 직접 마주하고 무공을 겨루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그만큼 천마휘의 존재감은 커다랗고 팽무성은 그만한 자극을 받았다.
‘내가 이번 생을 살아가는 목적을 다시 상기했으니.’
여천 고원과 곤륜산.
이 두 곳에서 얻은 경험과 계기를 이용해 팽무성은 무공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한층 더 날카롭게 벼려내는 데 성공했다.
까가강
전신 요혈 일곱을 동시에 찌르는 검격.
이를 걷어낸 적아도가 도리어 멸세마왕의 허리춤을 베고 지나갔다.
이에 흔들린 멸세마왕의 왼발이 한 걸음 뒤로 밀려났다.
“다 베어버릴 것이오. 당신도, 마신도, 교주도.”
단호한 팽무성의 선언에 멸세마왕은 잠시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좀 더 노력하게.”
멸세마왕은 불가능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팽무성의 도가 그들에게 닿을 수 있다고 여긴 것이었다.
쿵
그 말을 끝으로 도격에 밀려났던 멸세마왕이 진각을 밟으며 앞으로 쏘아졌다.
폭발하는 멸세마왕의 흉흉한 기세.
멸세마왕은 모든 내공을 남김없이 끌어올려 논검이었기에 펼치지 못했던 귀곡마검의 마지막 절초를 선보였다.
꺄아아아아아악
마구잡이로 휘둘러지는 멸세마왕의 검은 최고조에 달한 듯 호숫가 전역을 뒤덮는 귀곡성을 토해냈다.
마치 의미가 없는 어린애 장난과 같이 형(形)과 의(意)를 전혀 읽어낼 수 없는 멸세마왕의 검로.
‘난잡하군.’
이 읽어낼 수 없는 난잡함과 혼돈 그 자체가 이 초식의 진의이리라.
전방위를 뒤덮으며 팽무성을 삼키려 드는 멸세마왕의 혼려암사(混麗暗思).
초식의 약점이나 파해할 수 있는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애초에 이에 대해 고민하지 않은 팽무성은 그저 전력으로 적아도를 휘두를 뿐이었다.
꺾이지 않는 힘으로 만상을 베어내는 패도(覇刀).
이것이 팽무성의 시작점이었고 추구하는 도의 경지.
무엇이든 베어내면 그뿐이었다.
팽무성은 꿈틀거리는 혼려암사의 검기 정중앙으로 적아도를 가져갔다.
곤륜산의 수련으로 도천에게 받은 깨달음을 모아 정리한 초식 중 하나.
무상뢰(無狀雷).
귀를 찌르는 뇌성도, 눈부신 적광도 터지지 않았다.
그저 단순한 참격의 극치.
무상뢰가 아주 조용히 주변의 공간을 뒤덮던 혼려암사를 호쾌하게 갈라냈다.
이에 눈썹이 올라가며 멸세마왕의 눈이 커졌다.
멸세마왕의 눈에 적아도는 꿈쩍도 하지 않고 제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그 순간 혼려암사가 몰려오며 끊임없이 울려오던 귀곡성도 뚝 그쳤다.
두 고수의 생사결 내내 허리를 푹 숙이고 있던 갈대들도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스러지듯 사라지는 혼려암사 사이로 멸세마왕은 천천히 검을 하단으로 내려놓았다.
언제 잘린 것인지 멸세마왕의 검은 절반 이상 짧아져 있었다.
그럼에도 멸세마왕은 조용히 납검하곤 검집을 풀어 옆에 내려놓았다.
천천히 주저앉는 멸세마왕의 앞으로 팽무성이 다가왔다.
“자네를 잡으려고 친 그물에 내가 걸려든 셈이니 이거 우습게 되었군.”
멸세마왕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목소리는 아주 개운하게 들렸다.
“만족하셨소?”
멸세마왕은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으로 답했다.
“검수(劍手)로 살아가며 제대로 된 죽을 자리를 찾았으니 만족스럽군.”
가부좌를 틀고 있는 멸세마왕의 왼쪽 가슴팍이 서서히 붉게 물들고 있었다.
멸세마왕은 죽을 때가 되어서야 입가에 가득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팽무성은 고개를 까닥였다.
“잘 가시오.”
비록 적이지만 존경할만한 무인이었다.
멸세마왕은 처음부터 끝까지 검에 파고든 무인이었고 그 검의 길에 마(魔)가 껴있을 뿐이었다.
이 사내에게 마(魔)나 정(正)은 그저 부차적인 것에 불과했을 터.
만약 정파에 몸은 담갔다면 검성이나 검선이라는 별호를 얻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은 사내였다.
그렇기에 팽무성이 마인을 상대로 미약하게나마 예를 갖추는 것이기도 했다.
멸세마왕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구름 하나 없는 맑은 하늘을 바라봤다.
“저 하늘은 끝까지 베지 못하고 가는구나.”
이 마지막 말을 끝으로 멸세마왕의 호흡이 끊어졌다.
가부좌를 튼 상태로 죽음을 맞이한 멸세마왕을 보던 팽무성은 포권으로 마지막 예를 갖추고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마라(魔羅). (3)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