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75)
174화
우우웅
검을 중심으로 커다랗게 덩치를 불린 남궁혁의 검기. 그 눈부신 푸른빛의 검기는 마라단을 상대로 그 위엄을 드러내고 있었다.
검신의 모양 그대로 검기가 커진 것이라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제왕(帝王)의 대검을 보는 듯했다.
푸른빛 거대한 대검이 그대로 혈랑마라진의 바로 위로 내려꽂혔다.
이에 대기가 찢어 발겨지며 마라단의 머리 위로 강풍이 쏟아지고 있었다.
제왕검형 거류(巨流)가 진을 덮침에도 마라단은 당황하지 않고 일제히 사슬을 머리 위로 쏟아냈다.
촤르르륵
겹치고 겹치는 것을 반복하며 순식간에 하늘을 가득 메운 사슬의 벽.
초월경 고수의 상식 밖 규모의 공격은 이미 실컷 경험한 마라단이다.
마라단은 제왕검형 거류에 대응하면서도 동시에 남궁혁으로 사슬을 날리며 견제를 해내고 있었다.
차차창
이에 남궁혁도 호신강기를 펼쳐내 전신을 묶으려 드는 사슬을 모조리 튕겨냈다.
하나 내공과 신경을 양쪽으로 분산시킨 탓에 남궁혁도 제왕검형 거류를 세밀하게 운용하지 못했다.
무가 잘리듯 허공의 사슬이 잘려나갔지만, 찰나의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 사이에 혈랑마라진이 좌우로 쩍 벌어지며 남궁혁의 검기를 피해냈다.
쿠콰콰콰
바로 옆에서 땅거죽이 뒤집히고 흙먼지에 시야가 가려짐에도 마라단의 이목은 오로지 남궁혁을 향하고 있었다.
먼지구름을 뚫고 혈랑마라진의 사슬은 정확히 남궁혁을 노리고 날아들고 있었다.
남궁혁의 검기로 땅이 파헤쳐져 불안정한 지대임에도 혈랑마라진의 전개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물 샐 틈 없는 마라단의 철저한 압박.
삼십여 가닥의 사슬을 연달아 쳐낸 남궁혁의 얼굴은 살짝 붉어져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던 탓이었다.
‘반성해야겠구나.’
초월경이라는 벽을 넘고 그 전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던 남궁혁.
퓨그
초절정과 초월경의 그 간극이 얼마나 큰지 알기에 같은 초월경의 고수가 아니라면 큰 어려움을 겪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나 이렇게 마라단을 상대하면서 그 생각이 완전히 깨져버렸다.
백 명의 힘을 합쳐서 삼백 명분의 힘을 내는 마라단은 단체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새에 검에 자만심이 실려있었구나.’
그 탓에 남궁혁의 검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남궁혁의 검은 이전보다 무거워졌으나 더욱 강해졌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채채챙
찰나에 깨달음을 얻은 남궁혁은 빠르게 검에 실린 불필요한 것들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초월경의 풍부한 내공과 제왕검형의 위력을 과시하던 남궁혁의 검세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크기를 유지하던 검기가 검신을 간신히 덮을 만큼 줄어들었고, 힘과 무게가 잔뜩 실려 무겁기만 하던 검이 가벼워졌다.
그렇다고 지극히 가볍지도, 적당히 무거운 중도(中道)를 유지하는 검.
거품을 걷어낸 육수가 더 깊고 깔끔한 맛을 내듯이 남궁혁의 검도 덜어냄으로써 더 높은 경지로 승화하고 있었다.
그 변화를 제일 빨리 체감하는 것은 역시 남궁혁을 직접 상대하고 있는 마라단이었다.
‘검이 달라졌군.’
이를 지켜보던 마라단주는 흩어진 대주들에게 명령을 전달해 혈랑마라진을 더욱 억세게 조이기 시작했다.
촤자자작
작은 새 하나 지나갈 틈도 만들지 않는 마라단의 그물망 속에서도 남궁혁의 검은 자유롭게 뻗어지고 있었다.
비로소 남궁혁은 무공의 경지를 떠나 순수한 검기(劍技)의 수준이 전생의 검제를 넘어서고 있었다.
크게 원을 그리는 남궁혁의 검이 사방에서 뻗어오는 수십 줄기의 사슬을 일제히 걷어냈다.
남궁혁은 가볍게 검을 휘두른 듯했지만 정작 사슬들은 마치 강풍에 휩쓸린 마냥 거칠게 흔들리며 밀려나고 있었다.
언제나 지척까지 도달했던 마라단의 사슬이 어느새 남궁혁의 십 보 이내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을 중심으로 십 보 이내의 공간을 완전히 지배하는 남궁혁을 보며 마라단주는 처음으로 약간의 조급함을 느꼈다.
“조금 늦으시는군.”
마라단은 남궁혁을 잡아 놓을 뿐, 죽일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멸세마왕을 기다려야 하는 데 약속된 시간이 이미 지난 뒤였다.
초조한 마음이 조금씩 피어나서 멸세마왕이 사라진 방향으로 고개를 돌릴 때, 마라단주는 깨달았다.
‘멈췄다.’
저 멀리서 계속 울리던 뇌성과 귀곡성이 어느 순간 뚝 그쳤다.
결과는 모르지만 결국 결판이 났다는 뜻.
마라단주가 호숫가 방향을 근심 반, 기대 반의 눈빛을 하고 바라볼 때, 마라단의 뒤쪽에서 붉은 벼락이 떨어지고 있었다.
꽈르르릉
오금이 저릴 정도의 그 광대한 도기는 진짜 벼락이 떨어졌다고 해도 믿길 정도였다.
혈랑마라진의 한 축에 수직으로 강타한 도기는 나뭇가지 모양으로 마라단을 통째로 꿰뚫고 있었다.
사방으로 퍼지는 뇌기에 마인들이 쓸려나가는 그 참상에 마라단주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팽무성의 일격에 혈랑마라진의 후방이 그대로 무너지고 있었다.
“사멸(死滅)이다.”
마라단주의 건조한 짧은 음성에 마라단을 둘러싼 분위기가 변모하기 시작했다.
“마라단 일번대는 나를 따라라. 나머지는 남궁혁에게 집중해라.”
멸세마왕의 패배를 직감한 마라단주의 판단은 빨랐다. 마라단은 애초에 이 자리를 빠져나갈 생각이 없었다.
해야 할 일은 한 명이라도 길동무로 삼는 것. 멸세마왕을 이겨낸 팽무성은 마라단 전원이 덤벼들어도 가망이 없었다.
하지만 이보다 못한 남궁혁이라면 최소한 팔 한 짝이라도 가져갈 법했다.
“천마도래! 만마앙복! 역천동지!”
천마신교의 교리를 부르짖는 마라단.
빠져나갈 틈이 없던 촘촘한 그물이었던 마라단이 거세게 타오르는 화염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흐음.”
남궁혁도 이 변화를 곧바로 감지했다.
일부는 혈랑마라진을 그대로 펼쳐내고 있지만, 사슬과 함께 남궁혁을 향해 튀어나오는 마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콰앙
쾅쾅
남궁혁의 위협적인 검세임에도 주변의 사슬과 마인들을 방패 삼아 마라단원은 꾸역꾸역 전진하여 폭마공을 펼쳐냈다.
밀려오는 폭발을 베어내는 남궁혁의 미간이 좁혀졌다.
콰아아앙
사방에서 암기처럼 쏟아지는 뼛조각과 육편에 남궁혁은 크게 원을 그려 검막을 쳤지만 검막은 빠르게 금이 그어지고 있었다.
마라단 수준의 마인이 펼쳐내는 폭마공은 쉽게 경시할 만한 위력이 아니었다.
거기에 이번대부터 오번대, 사백의 마라단 마인이 일제히 남궁혁에게 밀려들고 있었다.
사백 개의 벽력탄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죽음을 바로 코앞에 두고도 마라단의 걸음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 광기에 찬 눈에는 오직 남궁혁만 들어오고 있었다.
초월경의 고수라도 충분히 위협을 느낄 수 있는 광경에도 남궁혁은 차분히 검을 중단으로 올렸다.
흔들림 없는 진중한 검이 강렬한 풍압을 일으키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콰아앙
* * *
사선으로 베어내는 적아도를 따라서 팽무성에게 달려들던 마라단 십여 명의 몸이 그대로 비스듬히 갈라졌다.
그 핏줄기가 쏟아지기 전에 팽무성은 앞으로 돌진하며 마라단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팽무성을 막아서는 마인들은 마라단 중에서도 최정예에 뽑히는 이들이나 그 걸음을 한순간도 멈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마라단주와 마라단 일번대는 물러서는 모습을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멸세마왕의 죽음으로 마라단의 마지막 임무는 정해졌다.
남궁혁에게 부상을 입히거나, 죽이거나.
남궁혁을 상대하지 않는 마라단주와 일번대는 팽무성이 합류하지 못하도록 시간을 버는 것뿐이었다.
콰카캉 쾅쾅
마라단주는 뒤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폭음을 들으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혈랑마라진을 전개한다. 상황에 따라 폭마공의 사용은 자율적으로 맡긴다.”
팽무성을 압박하는 사이에 일번대는 혈랑마라진을 전개하려 했지만 적아도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콰르릉
적아도가 뇌성을 터트리며 줄기차게 이어지는 도격을 쏟아냈다.
마라단을 관통하는 다섯 가닥의 뇌전.
“컥.”
종횡으로 호쾌하게 뻗어지는 도격에 넓게 퍼지며 자리를 잡으려는 마라단을 선제적으로 베어냈다.
진법이 구축된다고 해도 무난히 뚫을 자신이 있지만, 굳이 기다려 줄 필요는 없었다.
번개처럼 쇄도하며 온갖 변화를 보이는 팽무성의 도격은 팽무성의 등 뒤를 노리던 마인까지 찢어내고 있었다.
콰아앙
혈랑마라진의 전개가 힘들다 여긴 마라단이 결국 폭마공을 시전했지만, 팽무성은 그 폭발 채로 베어내고 있었다.
사슬이 날뛰고 사방에서 일제히 마라단원의 몸이 터져나갔다.
그 난장판 속에서 팽무성은 그저 유유히 전진하며 베어내고 또 베어낼 뿐이었다.
“한 걸음도 멈출 수 없다니.”
언제나 무미건조하던 마라단주의 목소리가 살짝 떨려왔다.
팽무성의 신위에 잠시 눈길이 빼앗긴 사이, 어느새 일번대의 절반이 순교했다.
그 사실을 자각하자 주먹을 쥐고 있던 마라단주의 손이 살짝 떨렸다.
마왕들의 범접할 수 없는 기세와 살기를 마주하며 전신이 찢길 듯한 고통을 겪은 것은 거의 일상이었다.
아무리 팽무성이 멸세마왕을 죽였다 한들 두렵지 않으리라 여겼는데 마라단주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느꼈다.
‘팽무성이 마신의 경지에라도 올랐다는 말인가!’
그 사이 팽무성은 앞을 가로막는 마라단을 전부 쳐 죽이고 마라단주를 향해 적아도를 수직으로 휘둘렀다.
어느새 지척으로 다가온 팽무성을 확인한 마라단주.
사슬이 휘감긴 두 팔을 내밀었을 때, 팽무성은 이미 마라단주를 베고 지나간 뒤였다.
마라단주의 목이 하늘을 날고 있음에도 마라단의 움직임에는 조금의 영향도 없었다.
그저 앞으로, 팽무성에게 한 걸음이라도 다가가기 위해 돌진했다.
“비켜라.”
수가 줄어들자 팽무성을 막던 마라단 일번대는 폭마공을 펼치기도 전에 적아도에 썰려 나갔다.
콰아아아앙
팽무성이 마지막 마인의 목을 베어내는 순간, 남궁혁이 서 있던 자리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살아남은 마라단이 작정하고 일거에 폭마공을 펼친 것인지 그 폭발의 규모가 거대했다.
거대한 불기둥이 솟았고 주변에서 사슬을 날리던 몇몇 마라단원도 사슬을 쥐는 자세 그대로 폭발에 휩쓸렸다.
파바박
폭발의 범위가 큰 탓인지 뼈의 파편이 팽무성이 서 있는 자리까지 날아와 주변에 깊숙이 박히고 있었다.
호신강기를 몸에 둘러 가볍게 막아낸 팽무성은 그 폭발의 중심을 바라봤다.
깊게 파인 구덩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붉은 연기를 보는 팽무성의 눈에는 한치의 걱정도 보이지 않았다.
거대한 폭발이 터지는 순간, 남궁혁을 삼키려 했던 폭염이 절반으로 쩍 갈라지는 것을 놓치지 않은 탓이었다.
그 깔끔하면서도 진중함이 느껴지는 중검을 팽무성은 확실히 확인했다.
‘남궁 형님이 드디어 깨달으셨나.’
남궁혁의 검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것은 팽무성도 곤륜산에서부터 알고 있었다.
구태여 말하지 않은 것은 남궁혁이 알려주지 않으면 영원히 깨닫지 못하는 사내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남이 알려줘서 비워내는 것이 아닌 스스로 깨달아서 검을 바꿀 때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이니.
“방금의 그 검. 이제 완전히 검제를 추월하셨군요.”
혼자 읊조린 팽무성은 연기를 가르며 모습을 드러내는 남궁혁을 눈에 담았다.
입고 있는 무복은 그을리고 찢어져 엉망이 되었지만 큰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당당하게 깊게 파인 구덩이 밖으로 걸어 나오는 남궁혁의 모습은 전생의 검제를 떠오르게 했다.
굳은 얼굴을 하던 남궁혁은 저 멀리 걸어오는 팽무성을 보더니 이내 얼굴을 풀었다.
“팽 아우, 아우는 알고 있었나?”
두루뭉술한 질문이었지만 팽무성은 남궁혁이 무엇을 말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예. 역시 말하지 않기를 잘한 것 같습니다.”
팽무성이 웃으며 답하자 남궁혁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고맙네.”
두 사내는 가볍게 눈빛을 교환하더니 나란히 서서 팽호대와 무각, 당화련이 싸우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이에 마라단 육번대는 등골이 섬찟함을 느끼고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이미 눈앞에 붉은빛과 푸른빛이 번쩍거리고 있었다.
검제와 독희. (1)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