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76)
175화
그렇지 않아도 무각과 당화련, 그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팽호대에 무너지고 있던 마라단 육번대였다.
거기에 팽무성과 남궁혁이 합세하자 마라단 육번대는 곧바로 무너져 내렸다.
이들도 그 누구 하나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끝까지 반항하며 목숨을 불태웠다.
팽무성은 마라단이 원하는 그대로 이루어주었다.
마라단을 완전히 정리한 팽무성 일행은 잠시 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제법 고된 전투였기에 휴식으로 몸 상태를 조금이라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했다.
빠른 이동도 중요했지만 언제든 전투를 할 수 있는 몸 상태를 유지 시키는 것이 전장에서는 더 중요했다.
팽무성은 팽호대를 살피고 돌아오는 철호에게 물었다.
“대원들 상태는?”
“대부분이 경상이고 중상이 일곱입니다.”
철호의 보고에 팽무성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라단을 상대로 사망자도 없고 중상이 열 명 이하이니 기대 이상이었다.
이제 팽호대는 무림의 어느 타격대에 비해도 뒤질 것이 없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번 전투는 철호피공의 덕택을 제대로 봤습니다.”
마라단이 날붙이가 아닌 사슬을 이용하는 지라 철호피공의 성취가 높은 대원들은 고통을 견디며 버티기가 더욱 수월했다.
그 덕에 팽호대원들이 더욱 과감히 마라단에 달려들 수 있었기도 했다.
여러 상황에서 요긴하게 철호피공을 사용한 덕분에 전투를 더욱 쉽게 풀어낼 수 있었다.
철호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하자 팽무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타격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하북팽가에 전한 무공이니 그 목적을 제대로 이룬 셈이었다.
‘천살불,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철호피공의 기원인 천살불에게 짧게 인사를 올린 팽무성은 곧바로 지시를 내렸다.
“중상자들은 다른 대원 몇을 묶어서 근처의 무림맹 지부로 보내.”
“예. 아무래도 빠르게 이동해야 하고, 가자마자 전투할지도 모르니 그편이 낫겠지요.”
반 시진의 휴식이 끝나고 팽무성 일행은 다시 무천궁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 * *
호남성 무천궁.
남부에서 시작된 호남성의 전선은 점차 후퇴하며 결국 호남성 북부에 있는 무천궁까지 밀려난 상황이었다.
논검 연회를 제외하면 언제나 활짝 열려있던 무천궁 팔관은 굳게 닫혀있었다.
팔관의 입구가 전부 가로막히니 무천궁은 악록산과 더불어 하나의 거대한 산성으로 변모했다.
평소였으면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겠지만, 악록산에는 신경을 날카롭게 하는 쇳소리와 누군가의 비명만 들려오고 있었다.
“지금이다! 뚫어라!”
채챙
“저번처럼 마인의 접근을 허용하면 그대로 끝이다!”
무천궁과 무림맹, 천랑회 낭인들은 이 산성에 의지해서 마인들의 침범을 막아내고 있었다.
“마인 일백이 검관으로 향합니다!”
“편관에서 여유가 있으니 지원을 보내게 해라.”
그런 와중에 일부 정예 병력은 수시로 무천궁 밖으로 나와 팔관을 공격하는 마인들의 등 뒤를 쳤다.
마교가 팔관 전체를 둘러싸는 포위망을 만들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무천궁의 수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소궁주! 검관, 권관, 창관으로 마인들이 진격 중입니다.”
무천궁 소궁주 한백유는 폐관수련을 마치고 전쟁에 한 손 거들고 있었다.
한백유가 수하의 보고를 듣고 명령을 내리려던 찰나에 다른 수하가 급히 뛰어오며 새로운 보고를 이었다.
“급보입니다! 도관, 봉관, 부관으로 마교의 타격대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이에 한백유를 비롯한 주위 무인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여섯 개의 관문을 동시에?”
이런 대대적인 공세는 마교의 군단이 처음 악록산에 도착하여 무천궁을 에워싸는 포위망을 만들려고 할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호남성을 침공하는 군단을 이끄는 난세마왕은 신중한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병력을 넓게 퍼트렸다가 무천궁에게 역습을 당한 난세마왕은 병력을 집중해서 서너 곳의 관문을 차근차근 공략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소궁주. 편관과 비관도 공격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종주들도 모습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마교는 팔관의 동시 공략을 벌이고 있었다. 거기에 무천궁 공략 내내 뒤에 빠져 있던 종주들도 나서기 시작했다.
‘후속 병력이 도착했다더니 이번에 끝을 볼 셈인가.’
한백유는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하더니 수하에게 물었다.
“천랑회 측은 어디로 이동하는 거지.”
“권관에 광마종주가 모습을 보였다고 하여 그쪽으로 지원 간다고 합니다.”
무천궁 바깥에서 운용되는 타격대는 한백유가 이끄는 무천궁의 무인들과 천랑회의 낭인들이 이끄는 총 두 곳이었다.
“우리는 요마종주가 있는 비관으로 간다.”
한백유가 이끄는 타격대가 비관에 도착했을 때 그 전황은 위태로웠다.
전장에 어울리지 않는 꽃향기와 분 냄새에 한백유는 눈을 찌푸렸다.
순간 몸의 긴장이 풀어지는 나른한 느낌. 한백유는 급히 내공을 끌어올렸다.
“정신들 똑바로 차려라!”
“요녀들과 눈을 마주치지 마라!”
비관을 공격하는 마인들 사이에는 눈부신 외모를 자랑하는 요녀들이 섞여 있었다.
요녀들은 요기를 한껏 흘려내 비관 위로 올려보내고 있었다.
이에 비관을 수호하고 있는 무천궁과 무림맹도들은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분히 노력해야 했다.
마인들을 막아내면서도 요기에도 저항해야 했으니 상당히 벅찬 싸움이었다.
“애써 잘 버티는구나!”
속이 다 비치는 분홍빛 나삼을 걸친 요마종주는 비관 위에서 애쓰는 무인들을 보며 입을 가린 채 웃음을 터트렸다.
간드러진 요마종주의 웃음소리가 무인들의 귀에 쏙쏙 들어왔다. 이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가 칼을 맞는 이들도 있었다.
“후후후. 문을 열어라. 그럼 우리 아이들의 속살을 보게 해줄 테니.”
저 수많은 마인들 사이에서도 요마종주의 존재감은 확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요마종주는 중년이라는 나이에 맞지 않는 뇌쇄적인 젊은 미모와 풍만한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지금까지 전쟁에 모습을 드러낸 어떤 요녀보다도 파괴적인 위력을 지닌 미모에 오죽하면 주변의 마인들마저 요마종주를 흘끗거리고 있었다.
이를 요마종주도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그 눈길을 오히려 즐기고 있었다.
“요마종주!”
한백유는 요마종주의 옆모습을 보며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이렇게 다수가 싸우는 전장에서 요마종주는 어쩌면 난세마왕보다 위협적인 존재였다.
요마종주가 광대한 범위로 내뿜는 요기에 무인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일신의 무위도 매우 높아서 창문주와 비문주가 목숨을 잃었다.
“다들 내 품에 안기거라.”
요마종주의 전신에서 뿜어지는 분홍빛의 연무. 극락색무마공의 색무에 환락마공의 요기가 뒤덮인 채 비관으로 밀려들었다.
“모두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명령이 떨어졌음에도 무인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이는 명령을 내린 무인도 다를 바 없었다.
비관 위에서 싸우는 무인들은 요마종주의 마공에 대응하기 위해 미약의 해약을 미리 복용했지만, 그것은 임시방책에 불과했다.
요마종주의 색무와 요기는 그저 해약을 먹는다고 버틸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
“멈춰라!”
타격대를 이끌고 무리하게 마인들의 틈을 파고든 한백유는 마침내 요마종주의 근처에 도달했다.
이미 한백유가 접근하는 것을 알고 있던 요마종주는 여전히 색무를 내뿜는 채로 시선을 틀었다.
“네가 무천궁의 소궁주로구나. 그래서 겁이 없는 건가.”
요마종주의 비아냥에 한백유는 입술을 깨물었다.
한백유는 물론이고 함께 적진을 돌파한 무인들도 지금의 행동이 무리한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대로 요마종주를 방관하면 비문주가 없는 비관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 분명했다.
이들은 알면서 사지로 들어온 것이었다.
‘다른 관문에서 지원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한다.’
상대는 창문주와 비문주를 동시에 죽여버린 고수.
타고난 재능으로 팔문주의 수준을 앞서기 시작한 한백유도 요마종주와의 싸움은 승리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솨악
그렇기에 한백유는 기습적으로 선공을 날렸다. 바람을 타고 뻗어지는 한백유의 쾌도는 단번에 요마종주의 가슴팍을 베어냈다.
“훗. 귀엽구나.”
내공을 두른 나삼의 소매로 직도를 쳐낸 요마종주는 그와 동시에 허리의 채찍을 풀어냈다.
쫘악
길게 휘어지며 뻗어오는 요마종주의 채찍은 그 반경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찢어내고 있었다.
쉬이익
요마종주의 채찍이 출렁일 때마다 대기를 찢는 살벌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럼에도 한백유는 전혀 겁을 먹지 않고 그 사이로 파고들고 있었다.
광도라는 별호가 아깝지 않게 한백유의 도는 극쾌(極快)의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그러나 빛살처럼 뻗어지는 십여 번의 도격도 요마종주에게는 닿지 않았다.
휘릭
투로를 읽어낸 요마종주가 손목을 튕기자 채찍의 끝이 치솟아 오르며 한백유의 도신을 휘감았다.
요마종주는 그대로 도를 빼앗으려 했지만 한백유가 팔을 크게 휘두르자 도리어 채찍의 끝이 잘려버렸다.
‘혈사편을 잘라내다니.’
강호의 어지간한 명검도 쉽게 부러뜨릴 힘을 지닌 것이 요마종주의 혈사편이다.
그런 혈사편이 이리 쉽사리 잘리다니.
요마종주는 피식 웃더니 한백유가 들고 있는 도를 자세히 살폈다.
“실력에 비해 과분한 도를 지니고 있구나.”
한백유가 들고 있는 것은 무신총에서 얻어낸 무신의 신병, 백호탐천도였다.
웃기는 했지만 혈사편의 끝자락이 잘린 것에 성이 났는지 요마종주의 손놀림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손목의 작은 변화가 그 끝의 혈사편에는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거대한 이무기처럼 이리저리 미쳐 날뛰며 사방을 초토화하는 혈사편.
그와 동시에 주변으로 퍼지던 색무도 한백유와 그 휘하 무인들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촤자자작
“하아압!”
한백유는 도신이 연달아 빛살을 뿜어냈지만 살아있는 뱀처럼 움직이는 혈사편에 모조리 가로막혔다.
콰앙
위에서 내려치는 혈사편을 간신히 피해낸 한백유는 거친 기침을 하며 각혈을 했다.
백오십 합을 견뎌낸 한백유의 몸에는 벌써 커다란 상처가 두 개나 새겨져 있었다.
거기에 색무로 정신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한백유는 기어코 도를 바로 잡아 요마종주에게 겨누고 있었다.
“크윽.”
“제법 잘 버티는구나. 전에 상대했던 중년인들보다 낫네. 얼굴도 제법 반반하고 너는 내가 거둬야겠다.”
요마종주가 채찍을 쳐내고 전력으로 도기를 날리는 한백유를 보며 입술을 핥았다.
촤악
한백유의 오른팔을 찢어내기 위해 사선으로 솟구친 혈사편.
한백유는 간신히 서 있는 것이 고작이라 혈사편을 피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빌어먹을, 다리야. 움직여라.’
퍼퍽
그때, 혈사편의 허리로 두 개의 어린표가 날아들었다.
어린표는 혈사편에 깊게 박히며 채찍의 궤도를 바꿔냈다.
이에 채찍을 타고 올라오는 힘을 느낀 요마종주의 속눈썹이 지르르 떨렸다.
그 작은 암기에 실린 힘은 도저히 얕볼 수준이 아니었다.
무천궁에서 암기를 제일 잘 다룬다는 비문주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누구니? 너.”
요마종주는 한백유의 앞을 가로막은 당화련을 향해 눈을 치켜떴다.
* * *
당화련이 한백유에게 합류하기 일다경 전.
무천궁에 도착한 팽무성은 사패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따로 움직이자고?”
무각의 물음에 팽무성은 이미 대대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는 마교 군단을 보며 말했다.
“느껴지는 기세를 보아하니 마왕, 두 명의 종주가 전장에 나섰다.”
“그럼 팽 아우가 마왕을 상대하겠나.”
남궁혁의 물음에 팽무성은 고개를 저었다.
“마왕은 남궁 형님이, 나머지 두 종주는 무각과 당화련이 상대해야 합니다.”
곤륜산에서 다시 한번 기량을 높인 사패.
팽무성은 이번 기회로 높아진 사패의 기량을 공고히 할 생각이었다.
곤륜산을 오르기 전이라면 각자가 상대하기 힘든 상대였으나 지금은 아니었다.
강한 상대이기는 하나, 이기지 못할 상대는 아니었다. 무림에서 이런 상대를 만나는 것도 큰 행운이었다.
이는 사패에게 또 하나의 기회나 마찬가지였다. 이를 이겨낸다면 어떻게든 성장을 이룰 것이 분명했으니.
팽무성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지 사패는 알아들었다.
“아미타불, 그럼 잠시 흩어지는 건가.”
“다들 조심하세요.”
“팽 아우는 어쩔 셈인가?”
팽무성은 철호를 보며 말했다.
“마왕과 종주가 아니더라도 마인들의 수가 훨씬 많습니다. 팽호대와 함께 다니며 그 수를 줄여야겠습니다.”
서로 가야 할 방향이 결정된 사패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각자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는 사패를 바라본 팽무성은 뒤에 도열하고 있는 팽호대를 쳐다봤다.
“내가 최후미에 선다. 마음껏 날뛰어 봐라. 팽호대.”
“알겠습니다.”
전열을 가다듬은 팽호대도 마인들이 득실득실하게 모여있는 전장으로 향해 힘찬 발걸음을 옮겼다.
검제와 독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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