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79)
178화
무천궁 팔관의 문이 일제히 개방되고 안에서 농성하던 무인들이 일제히 쏟아져 나왔다.
이미 사패와 팽호대의 선전으로 불씨가 지펴진 무천궁이다.
거기에 내공을 실어낸 무천궁주의 짧은 격문이 악록산 전역에 쩌렁쩌렁 울렸다.
무천궁주를 비롯해 전장에서 살아남은 다섯 명의 팔문주도 각 관문에서 선봉을 맡아 앞장섰다.
타오르는 투지로 무장한 무천궁은 이곳에서 패배하면 뒤는 없다는 생각으로 팔관의 문을 그대로 열어놓고 앞으로 돌진했다.
무천궁을 둘러싼 전장 전체에 일어난 변화이기에 그 분위기가 바뀐 것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쇄애액
혈사편을 피해내며 어린표를 날리던 당화련도 그 분위기를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당화련과 요마종주가 싸우는 주위로 십 장(十丈 약 30m)은 그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안쪽의 색무에 더불어서 바깥쪽에는 당화련이 피워낸 독무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당화련의 독무에 닿은 색무는 점점 색이 옅어지며 희미해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전장 전역으로 널리 퍼져야 할 색무가 일정 범위 이상 퍼지지 못하고 있었다.
영문을 모르는 요마종주는 표독스러운 눈을 하고 당화련에게 빽 소리를 질렀다.
“대체 이 독무는 뭐냐! 색무를 없애다니.”
이에 당화련이 눈매를 예쁘게 휘어내며 웃었다.
“극락색무마공의 색무에 미약이 커다란 역할을 한다는 것을 들어서 말이야.”
호남성에 요마종주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접한 당화련은 미약의 해약에 다른 독을 섞은 새로운 독무를 배합해냈다.
“그걸 대체 어떻게?”
당화련이 요마종의 마공에 대해 잘 알자 요마종주는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어 중얼거렸다.
전생의 기억을 토대로 팽무성이 당화련에게 정보를 내준 것을 요마종주가 알 턱이 없었다.
유연한 몸놀림으로 혈사편 사이를 파고드는 당화련을 보며 요마종주는 거칠게 손목을 움직였다.
“이 빌어먹을 년이!”
당화련은 곤륜산의 공청석유까지 복용해 내공이 심후한 초절정 무인이었고 결정적으로 여인이었다.
이러니 요마종주의 요기가 거의 통하지 않았다.
순수한 무공으로 겨루어야 하는 상황에서 요기와 색무라는 요마종주 최대의 장기가 무용지물이 되었다.
“치잇!”
거칠게 출렁거리는 혈사편이 당장이라도 찢어내려 했지만, 당화련의 표홀한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에 당화련이 틈틈이 날린 어린표에 혈사편의 궤도가 비틀어지고 있었다.
‘저 작은 암기에 무슨 저런 위력이.’
혈사편은 어지간한 명검도 베어내지 못하는 마교에서 손꼽히는 병장기였다.
그런 혈사편에 날리는 족족 깊숙이 박히는 어린표를 보며 요마종주는 조금씩 다급해졌다.
당화련이 자신의 무기를 하나씩 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탓이었다.
그 사이 요마종주의 다리를 향해 어린표와 강침이 날아들었다.
좌측에서 기습적으로 꺾어오는 암기에 요마종주는 급히 오른쪽으로 신법을 펼쳐 피해냈다.
암기를 피해냄과 동시에 반격하려던 요마종주는 순간 머리가 오싹 서는 느낌을 받았다.
요마종주의 머리 위에는 한 마리 검은 나비가 날고 있었다.
살아있는 나비가 아닌 당가에서만 제작할 수 있는 독문암기 중 하나였다.
추혼비접(追魂飛蝶).
본래 당화련의 머리 장식 대신 꽂혀 있던 것인데 지금 이렇게 하늘에서 날갯짓하고 있었다.
“어떻게?”
대체 어느 틈에 날린 것인지 요마종주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추혼비접이 날갯짓할 때마다 그 날개에서 독분이 떨어져 그 밑으로 퍼지고 있었다.
“늦었어.”
급히 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는 요마종주를 본 당화련이 차가운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흥, 독쯤이야 내공을 잠시 눌러두고…”
자신만만하게 대꾸하던 요마종주의 얼굴이 꿈틀거리더니 두 다리가 후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이… 이게.”
갑자기 혈맥에 불이 난 듯 전신이 뜨거워졌고 의식이 몽롱해졌다.
요마종주는 급히 내공을 운용하려고 했지만, 내공마저 제대로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요마종은 평생에 걸쳐 몸에 미약을 쌓는다면서? 그래서 그 미약을 이용할 수 있는 독을 준비해 봤는데 어때?”
“이… 망할 년이.”
붉어진 얼굴과 어딘가 조급해 보이는 떨리는 눈빛.
관능적이고 여유롭던 요마종주의 얼굴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요마종주는 모르겠지만 당화련은 백여 합을 겨루면서 신기에 근접한 하독술로 이미 세 종류의 독을 하독했다.
추혼비접에 넣은 독분을 마지막으로 네 종류의 독과 요마종주의 체내에 있는 미약이 반응을 일으킨 것이었다.
“쿨럭.”
이내 각혈까지 하는 요마종주를 당화련은 싸늘한 눈으로 보며 양손에 어린표를 들었다.
요마종을 노리고 특화된 독을 새로 배합했지만 단번에 절명에 이를만한 위력까지는 끌어내지 못했다.
상대가 독에 취했음에도 당화련은 신중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요마종주를 유린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사천당가의 방식.
“요마종 특제 독에 얼마나 버티나 볼까? 요마종주님?”
“이년! 죽여버리겠다!”
이에 굵은 핏줄이 도드라진 요마종주가 소리 지르며 혈사편을 거칠게 휘둘렀다.
* * *
“쿨럭!”
남궁혁은 검은 피를 각혈하며 뒷걸음질 쳤다. 이내 남궁혁은 한쪽 무릎을 꿇고야 말았다.
호신강기를 깨트리고 기어코 가슴을 두들긴 난세마왕의 단봉.
중간에 간신히 검을 끼워 넣지 못했다면 그대로 갈비뼈가 부러져 돌이킬 수 없는 중상을 입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거친 숨을 내쉬며 입가의 피를 뚝뚝 흘리는 남궁혁은 고개를 들어 난세마왕을 쳐다봤다.
우뚝 서 있는 난세마왕의 가슴에는 사선으로 그어진 긴 검상이 남아있었다.
뼈까지 갈라진 깊게 베인 상처로 피가 울컥 쏟아지고 있어 도저히 가망이 없었다.
초월경의 막대한 내공 덕분에 난세마왕은 간신히 숨을 붙이고 있는 것이었다.
“후우.”
땅을 흠뻑 적시며 넓게 퍼지고 있는 피 웅덩이 위에는 반으로 갈라진 단봉이 있었다.
이를 씁쓸하게 내려다보던 난세마왕은 시선을 들어 남궁혁을 쳐다봤다.
“제법이군, 창천검호. 설마 자네에게 당할 줄이야.”
남궁혁의 마지막 검격은 단봉과 함께 난세마왕의 가슴을 베어냈지만 난세마왕은 남궁혁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했다.
전투 내내 반 수 정도 뒤처져 있던 남궁혁. 마지막 단 한 번의 순간에서 그 반 수의 우열을 뒤집어내는 데 성공했다.
“교주께 큰 죄를 저질렀군.”
마지막 말을 끝으로 난세마왕의 호흡이 끊어졌다. 선 채로 죽음을 맞이한 난세마왕을 본 남궁혁은 힘이 빠져 그대로 뒤로 주저앉았다.
“정말 죽을 뻔했구나.”
검을 내려놓은 남궁혁은 떨리는 손을 허리춤의 호리병으로 가져갔다.
두 모금 정도 술이 넘어가고 나서야 남궁혁은 어느 정도 몸이 진정되는 것을 느꼈다.
그러자 남궁혁은 기우뚱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적은 많이 남아있기에 손을 보태야 하기 때문이었다.
콰르릉
그때 전장 한가운데로 집채만 한 붉은 벼락이 떨어졌다.
벼락이 떨어진 충격에 거리가 있는 남궁혁이 있는 곳까지 그 떨림이 전해질 정도였다.
“드디어 나선 건가.”
벼락의 출현을 목격한 남궁혁은 피식 웃더니 뒤로 털썩 주저앉았다. 쓰러진 남궁혁의 두 다리는 잘게 떨리고 있었다.
난세마왕과 한계 이상으로 격렬하게 싸운 탓인지 전신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후우. 미안하지만 팽 아우가 고생 좀 해주게.”
이내 남궁혁은 침상에 눕듯 땅에 몸을 맡겼다.
체력이 방전된 남궁혁이 누운 채로 기절했을 무렵, 팽무성은 적아도를 휘둘러 주변의 마인들을 쓸어내고 있었다.
철호와 덕삼은 각기 상대한 마라단주와 이번대주를 베어냈지만, 삼조장과 사조장은 위태로웠다.
그 사이에 사방에 밀려오는 고마단을 끝없이 상대하던 팽호대도 이미 한계를 뛰어넘어 치열한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팽호대 주변에 수북하게 쌓인 마인들의 시체가 이를 증명하고 있었다.
‘이정도면 선방했군.’
중간중간 팽무성이 미약한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 이 중 몇몇은 이미 목숨을 잃었을 것이 분명했다.
곧바로 조장들과 싸우고 있던 고마단의 대주들을 베어낸 팽무성은 마치 청소를 하듯 팽호대에게 달려드는 마인들을 베어냈다.
“와아.”
“이것이 지금의 소가주인가.”
덤벼드는 그 숫자가 얼마가 되던 팽무성에게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적아도가 움직이는 대로 마인들은 쩍쩍 갈라졌고 팽무성에게 닿기는커녕 그 주변으로 얼씬조차 하지 못했다.
마치 토끼 떼를 손쉽게 도륙하는 호랑이의 모습과 같았다.
머릿수에 얽매이지 않는 무위가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는 팽무성의 모습에 팽호대는 눈길을 빼앗겼다.
“역시 소가주이시다.”
“대단해.”
소문으로만 무성하게 듣던 도왕 팽무성이 싸우는 모습을 이렇게 제대로 보게 되니 팽무성에 대한 존경심과 하북팽가에 대한 자부심이 더욱 커지고 있었다.
팽무성은 처음 한 수만 오호단문도를 펼쳐내고 그다음부터는 하북팽가의 여러 도법을 펼쳐냈다.
모두 팽호대원이 익히고 있는 도법들이었다.
‘이런 와중에도 가솔들에게 가르침을 주려고 하십니까.’
팽무성의 도를 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마인들에게는 지옥이었지만, 팽호대의 입장에서는 깨달음을 얻을지도 모르는 기연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른 팽호대원이 모두 팽무성의 적아도에 눈을 떼지 못할 때 오직 철호만이 팽무성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강해지셨습니다. 소가주.’
문득 팽무성이 처음 도를 잡고 수련할 때를 떠올리던 철호는 홀로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 * *
무천궁 전투는 무천궁과 무림맹의 대승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무천궁주를 필두로 무천궁의 무인들이 마인들을 거세게 몰아붙였고 고마단을 작살낸 팽무성과 팽호대가 전장을 돌며 그 뒤를 쓸어내자 난세마왕의 군단은 빠르게 무너졌다.
이번 전투가 이렇게 수월하게 넘어간 것은 사패가 각 마왕들과 종주들을 막아선 덕분이었다.
“정말 놀랍군. 팔문주나 무림맹의 고수들도 꺾지 못한 종주들을 사패가 이겨내다니.”
“마왕과 종주 둘이 사패에게 모두 목숨을 잃다니, 지금 생각해도 정말 놀라운 일이야.”
무천궁 무인들은 술을 마시면서 저 멀리 사패가 모여있는 자리를 슬쩍 쳐다보며 얘기를 이어갔다.
승전을 기념하며 무천궁에서 벌어진 술판에서 제일 대두되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역시 사패였다.
그중에서도 요마종을 겨냥한 독으로 요마종주를 처치한 당화련은 독화 대신에 독희(毒姬)라는 새로운 별호로 얻었고.
낭왕을 꺾은 난세마왕을 홀로 베어낸 남궁혁은 어느 순간 검제라 불리고 있었다.
“이거 부끄럽군. 팽 아우의 별호가 왕(王)인데 내가 제(帝)의 별호를 얻었으니.”
모닥불에 비친 남궁혁의 얼굴은 실제로도 살짝 붉어져 있었다.
이에 팽무성은 비어있는 남궁혁의 술잔을 채워주며 말했다.
“그런 것은 신경 쓰지 마시지요. 남궁 형님. 저는 이렇게 사패가 모두 한자리에 모인 것이 제일 기쁩니다.”
당화련은 미리 준비한 독 덕분에 조금 수월한 싸움이었지만, 무각과 남궁혁은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치열한 생사결을 극복해냈다.
팽무성의 말에 사패는 저마다 웃음을 머금곤 술잔을 들었다.
“자, 마시고 또 마시게. 오늘은 실컷 마시고 취해서 뻗어버려야겠으니.”
“으하하. 좋지. 미친 듯이 달려볼까.”
“두 사람은 상처도 얕지 않은데 적당히 마시죠?”
팽무성은 조용히 사패를 둘러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도왕, 검제, 독희, 광승.’
전생의 별호를 모두 되찾은 사패.
거기에 무공은 말할 것도 없었다.
“소가주. 저희도 합석해도 되겠습니까.”
“저희가 무천궁 무인들에게 좋은 술을 받아왔습니다.”
철호와 덕삼을 비롯해 팽호대원이 자리를 찾자 사패도 이를 반기며 함께 술을 나눠 마시기 시작했다.
“오오. 시주들. 어서들 오십시오. 그 술은 뭡니까?”
“팽호대도 오늘 정말 고생들이 많았네.”
“우리 넓게 넓게 앉아요.”
이 모습에 오늘만큼은 팽무성도 아무 생각 없이 취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십만대산. (1)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