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80)
179화
어느 한적한 길목에 위치한 객잔.
사람이 드문드문 다니는 곳이기도 했고 워낙 낡은 객잔이라 손님이 거의 없는 곳이었다.
덕분에 객잔에는 손님이 중년인 한 명뿐이라 점소이는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었다.
주변에 날아다니는 날파리를 멍하니 쳐다보던 점소이의 눈이 순간 커졌다.
분명 손님은 중년인 한 명이었는데 어느 순간 중년인 앞에 노인이 귀신처럼 나타난 것이다.
“엇!”
이에 깜짝 놀란 점소이가 벌떡 일어났지만, 노인과 중년인은 눈길도 주지 않았다.
“멸세마왕과 마라단의 연락이 끊겼습니다.”
노인의 말에 만두로 손을 뻗던 중년인의 손이 잠시 움찔거렸다.
“그 둘이 동시에 연락이 끊길 일은 단 하나인데…”
중년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만두를 입에 가져갔다. 만두를 한참 씹고 목으로 넘긴 중년인은 말을 이었다.
“실패했나 보군. 사패가 그리 강했던가?”
사패, 정확히는 팽무성에 대해 떠올리던 중년인은 만두에 더는 손을 대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지금쯤이면 확실한 결과가 날아올 것인데 거리 때문에 늦는 것 같습니다.”
“죽었겠지. 최악의 경우 무천궁의 공략이 실패하고 난세마왕의 죽음도 생각해야겠어.”
중년인은 찻잔을 단숨에 들이키며 말을 이었다.
“내가 말이 많아지는 것을 보니 살짝 당황했나 보군. 거의 반 갑자 만인데.”
중년인의 반응에 보고하던 노인의 표정이 서서히 식어갔다.
“사천은 아미산을 불태우고 북상했다고 했던가.”
“예. 성도 부근에 전선이 이루어져 있는데 사도천의 지원으로 다시 밀려났습니다. 일단은 본교가 우세하지만 피해가 만만치 않습니다.”
“무림맹과 무천궁, 사도천이 힘을 합치니 제법 고달프군. 각개격파를 구상하던 우리 그림과는 많이 달라졌단 말이지.”
중년인이 중얼거리자 노인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본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사천에서 사도천과 사천연합이 부딪쳤어야 했는데. 예상치도 못한 동맹이 결성되며 판이 많이 꼬였습니다.”
천마신교는 무림을 분열시키기 위해 물밑으로 작업을 해왔으나 무림 전역을 돌며 각 단체의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어낸 사패 덕분에 낭패를 본 상황이었다.
“곤세마왕은 어떤가.”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권왕에 폐관을 끝낸 불존까지 합세해서 곤세마왕도 힘을 못 쓰고 있습니다.”
안휘의 전선에 초월경 고수가 무려 셋이나 모여있다는 것은 경계할 일이었다.
물론 하나는 팔이 잘렸고 하나는 부상이 심해 제 역량을 내지 못한다고는 하나 아예 무시할 정도는 아니었다.
“자칫하다 교주가 이끄는 본군이 중원을 넘기도 전에 사세마왕 전원을 잃을 수도 있겠어.”
“설마 그렇게까지 피해가 커지겠습니까.”
“애초에 멸세마왕이 죽을 것을 예상하고 보냈나. 내가 보기에 이미 눈덩이는 굴려졌다. 지금도 점점 커지고 있지.”
식탁의 만두를 쳐다보던 중년인의 눈에 미약한 한기가 서렸다.
“천마신은 산에 틀어박혀 움직이지 않을 테니, 내가 발로 뛰어야 하는군. 방향을 바꿔야겠다.”
“예? 그럼 용천은…”
“용천은 교주가 알아서 해결하라고 전해라. 어차피 빠르게 정리하고 합류할 것이니 대충 감숙에서 만날 수 있겠지.”
마음 같아서는 곧장 호남으로 내려가 팽무성을 직접 죽이고 싶은 마음인 중년인이었다.
그러나 교주가 팽무성에게 커다란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아무리 중년인이라도 섣불리 건드릴 수는 없었다.
가만히 놔두면 팽무성을 비롯한 사패는 더욱 크겠지만 교주는 오히려 그것을 바라고 있을 테니.
“교주가 무슨 생각인지는 알겠지만, 덕분에 우리만 고생하게 생겼구나.”
중년인이 일어서자 노인도 따라 일어서더니 이쪽을 멍하니 쳐다보는 점소이를 보며 말했다.
“어찌할까요?”
노인의 서늘한 목소리에 점소이는 금방 정신을 차렸다.
중년인의 대답에 자신의 생사가 결정됨을 알아차린 점소이는 급히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아이고, 대협.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방금 들은 것은 다 잊었습니다.”
객잔에서 밥을 벌어 먹고사는 처지라 눈치는 아주 빨랐다.
점소이의 반응에 중년인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내가 대협이라니 재미있군. 만두 잘 먹고 가네.”
점소이가 고개를 들었을 때, 중년인과 노인은 바람처럼 사라진 뒤였다.
“하아.”
간신히 죽음이 비껴갔음을 느낀 점소이는 전신에 힘이 쭉 빠져 그 상태로 일어나지 못했다.
대협이라 불린 중년인, 지마신은 청해성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안휘성으로 옮겼다.
* * *
무천궁에서 머물며 휴식을 취하고 있던 사패에게 무림맹에서 보낸 서신이 전달되었다.
단순한 정보나 소식을 전하는 목적이 아닌 임무가 배정된 명령서였다.
명령서의 봉인을 뜯고 안의 내용을 살피던 팽무성은 명령서에 적힌 내용을 꼼꼼히 읽어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이 명령서는 팽무성의 제안으로 문상전에서 계획한 것이었다.
전생에서는 파죽지세로 밀리느라 찾을 엄두를 내지 못했던 마교의 주둔지를 찾는 임무였다.
호남을 공략하는 난세마왕의 군단을 전멸에 가까운 피해로 무너트렸으니 무천궁과 무림맹은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
그 틈에 숨겨져 있는 주둔지를 찾아내야 했다.
‘마교의 본군이 주둔지에 합류하기 전에 각개격파를 해야 더욱 수월하게 전쟁을 풀어내겠지.’
팽무성은 명령서와 함께 딸려온 지도를 펼쳐냈다. 무림맹이 보내온 지도는 광서성과 광동성의 지리를 나타내고 있었다.
지도의 곳곳에는 검은 점이 찍혀 표시된 곳이 있었는데 무림맹에서 마교의 주둔지로 의심되는 장소를 나타낸 것이었다.
“음. 의심되는 곳이 여섯 곳이나 되는가.”
생각보다 어려운 임무가 될 것으로 보이기에 남궁혁은 침음을 흘리며 생각에 잠겼다.
마교의 군단에 점령된 성은 거의 모든 정보가 끊겨서 안의 사정을 알아내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광서와 광동은 제일 먼저 점령된 성들로 추정되는 만큼 정보를 구하기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천안각과 개방, 천살택문, 거기에 본래 자신들의 영역이었던 사도천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후보지를 좁히는 것도 불가능했을 터였다.
“아미타불. 정체를 들키지 않고 이 여섯 곳을 모두 살피려면 고생 좀 하겠네.”
사패가 저마다 의견을 꺼낼 때 팽무성은 홀로 생각에 잠겼다.
그 이유는 지도에 표시된 곳 중 하나가 팽무성에게 아주 익숙한 곳이기 때문이었다.
팽무성은 광서와 광동의 경계에 걸쳐져 있는 곳에 표시된 점을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었다.
이 위치는 십만대산.
광서와 광동의 경계를 따라 쭉 이어진 광활한 산맥.
십만대산의 어디에 있던 눈앞에서 수백의 봉우리를 볼 수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었다.
그리고 이 십만대산의 어딘가에는 낙호곡이 있었다.
전생에 팽무성이 죽음을 맞이했던 곳.
그 당시에는 이런 최남단에 교주가 직접 모습을 드러냈는지 영문을 몰랐지만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낙호곡의 근처에 마교의 숨겨진 주둔지가 있는 건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팽무성의 직감이 이곳이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었다.
팽무성의 굳은 얼굴을 본 당화련이 슬쩍 팔을 잡으며 물었다.
“팽 오라버니, 왜 그러세요.”
당화련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지도를 보며 논의하던 무각과 남궁혁도 팽무성을 쳐다보았다.
“아, 왠지 이곳이 제일 걸려서 말이야.”
팽무성의 손가락이 십만대산을 가리키는 것을 보고 남궁혁이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확실히 이곳이라면… 하지만 워낙 광활한 곳이고 들어가는 입구도 여러 곳인데 우리 인원으로는 무리가 아니겠나.”
남궁혁은 소수로 조사하기가 힘든 십만대산보다는 다른 다섯 장소를 우선적으로 둘러보는 것에 의견을 실어내고 있었다.
“이 명령서에는 단순히 십만대산이라 표시되어 있지만, 제가 확인하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그곳과 그 주변만 둘러보고 다른 장소로 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흔치 않게 팽무성이 강하게 주장하자 남궁혁은 무슨 생각이 있는 것을 알아차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범위가 좁혀진다면 그렇게 하세. 십만대산 전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면 상관없는 일이지.”
첫 목적지가 결정되자 사패는 남은 다섯 곳에 대해 토론하며 우선순위와 경로를 생각해서 조사할 순서를 정하기 시작했다.
거의 계획이 정해졌을 무렵에 낭왕이 사패를 찾아왔다.
“얘기는 들었다. 남쪽으로 간다면서?”
“예.”
이번에 사패가 맡은 임무는 극비라서 무천궁에서도 사패를 제외하면 아는 이는 낭왕뿐이었다.
“사지에 제 발로 들어가야 하는 임무다.”
“알고 있습니다. 저희도 그것을 알고 먼저 문상전에 제안한 것입니다.”
어차피 주둔지를 찾으려면 누군가는 죽음을 무릅쓰고 적지에 침입해서 정보를 얻어내야 했다.
그렇게 소수로 은밀하게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 사패보다 성공, 생존확률이 높은 이는 무림에 없었다.
팽무성의 당찬 대답에 낭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가지 못해서 미안하다. 받은 돈값을 제대로 못 하는군.”
마음 같아서는 낭왕이 직접 길잡이를 자처하고 싶지만, 몸 상태가 따라주지 못했다.
이대로면 오히려 사패의 짐이 될 가능성도 있었다.
이에 팽무성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의 상황에서 낭왕께서 살아만 계셔도 무림맹은 본전입니다. 무천궁을 계속 부탁드리겠습니다.”
마교가 다시 병력을 이루어서 무천궁을 치려고 해도 낭왕이 버티고 있으면 쉽사리 공격할 수가 없었다.
이제 사세마왕 중 유일하게 살아있는 곤세마왕도 안휘의 전선에 묶여 있으니 말이다.
“그래, 너희가 돌아올 때까지 어떻게든 지켜내고 있으마.”
낭왕이 다짐하듯 답하자 팽무성도 고개를 숙였다.
* * *
청해성 곤륜산.
언제나 신비한 안개와 현묘한 영기로 뒤덮인 명산이지만 지금은 사방에서 피어나는 마기로 곤륜산의 원래 분위기가 나타나지 못하고 있었다.
신강의 천산(天山)에서 넘어와 곤륜산을 둘러싼 천마신교의 본군.
그 중심에는 이들을 이끌고 온 천마휘가 있었다.
“정말 짙은 안개로군. 곤륜산 전체에 진을 펼치다니 이것이 곤륜파인가.”
감탄한 듯 중얼거리는 천마휘의 눈에는 산 전체가 짙은 안개에 뒤덮인 광경이 들어오고 있었다.
안개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옅은 산의 그림자가 아니었다면 산이 아니라 거대한 안개 뭉치로 여길 정도였다.
“이것이 고서에만 적혀 있던 곤륜대천법진이로군요.”
“준비는 끝났습니다. 교주님.”
나란히 나타난 환마종주와 환마군을 본 천마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해라.”
천마휘의 명령이 떨어지자 환마종주를 시작으로 환마종 마인들이 방울이 달린 지팡이를 떨어내기 시작했다.
찌르르릉
딸랑딸랑
방울 소리에 반응하여 관에 누워있던 시체들이 일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일어난 시체들은 총 이백구.
이백구의 강시들이 방울 소리에 이끌려 곤륜산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호오.”
그 광경을 천마휘는 신기하게 바라봤다.
이것이 역천도라는 마도 세력이 사용했다는 강시술. 환마종은 역천도의 비급을 이백여 년 전에 입수해서 계속 연구를 거듭해오고 있었다.
무공을 사용하는 강시를 만들어낸다는 수준에 비하면 별 볼 일 없었지만 천마신교의 입장에서는 이정도로 충분했다.
이 강시들은 곤륜대천법진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그 목적을 다할 테니 말이다.
죽어서 진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 강시들은 환마종의 명령대로 진법 내부를 철저히 박살 낼 것이다.
강시들이 곤륜산으로 접근하는 것을 지켜보던 천마휘는 문득 시선을 들어 곤륜산의 중앙을 쳐다보았다.
“교주님, 하명 하실 일이 있으신지요.”
갑자기 태사의에서 일어나는 천마휘에 만마혈검대주가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
“그대들은 따르지 마라. 용이 나를 찾는구나.”
“존명.”
만마혈검대주의 대답과 함께 천마휘는 모습을 감추었다.
곤륜대천법진이 아무리 대단한 진법이라 한들 지금의 천마휘에게 있어서는 그저 거슬리는 정도에 불과했다.
곤륜산의 산맥을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쭉쭉 뻗어 나가니 마치 용 머리를 연상시키는 신기한 모양의 동굴이 보였다.
“왔는가.”
그 동굴에서 용천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당신이 비맥주로군. 아니, 용단은 후계자에게 이미 넘긴 건가.”
용단의 유무를 곧바로 알아차리는 천마휘를 보며 용천은 헛웃음을 흘렸다.
쉽지 않으리라는 것은 여겼지만 이번에 교주로 보이는 이 젊은이는 범상치 않은 사내였다.
‘무성이가 상대해야 할 상대가 이 자로구나.’
용천은 천마휘를 조용히 응시하며 물었다.
“이번 시대에 천마에 도전하는 자가 그대인가?”
용천의 물음에 천마휘는 그저 싸늘한 미소를 지어낼 뿐이었다.
“이번에는 새로운 천마의 출현을 막지 못할 것이다. 곤륜비맥이여.”
용두봉에서 정상에서 끝을 모르고 뻗어지는 마기가 뿜어져 나와 곤륜산을 뒤덮기 시작했다.
십만대산. (2)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