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81)
180화
광서성 하주(賀州).
광서성 동쪽 끝에 위치한 곳으로 여기서 동쪽으로 더 나아간다면 거대한 자연의 벽. 십만대산의 웅장함을 볼 수 있었다.
사패는 하주의 한 객잔에서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이번에 무천궁이 대승을 거두었다는데?”
“갑자기 말인가? 무천궁에 무림맹이 힘을 더해도 계속 패배했지 않았나.”
“사패가 나타나서 판을 다 뒤엎었다고 하더군.”
사패라는 이름이 나오자 이야기를 듣던 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패의 활약상은 잠시 시간이 지났다 싶으면 새롭게 튀어나오고 있었다.
보통이라면 사패의 활약상을 칭찬했겠지만, 이곳의 반응은 살짝 달랐다.
“쯧. 또 사패인가. 괜히 걱정되게 시리.”
“적당히 설치다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는데.”
“그리 대단한 사패도 고작 네 명이네. 전쟁은 무림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지.”
광서성은 마교가 완전히 지배하고 있는 땅. 무공을 익힌 무림인이 멀쩡히 돌아다닐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바로 마교에 입교하는 것.
애초에 광서성은 사파와 정사지간의 문파가 대부분 자리 잡은 곳이다.
제법 규모가 있는 문파는 마교에 의해 멸문당했지만, 고만고만한 문파들은 살기 위해서 입교한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이왕 마교에 입교했으니 차라리 마교가 무림을 삼켜버렸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만약에 마교가 패배하고 사도천이 광서성을 다시 되찾을 때, 마교에 입교하여 협력한 자신들을 가만히 놔둘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본인이 사파일 때도 거슬렸는데 지금은 더 거슬리는군.”
“후후. 자네는 벌써 충실한 교인이 다됐군.”
“어허, 자네는 아니란 말인가? 이거 아주 의심되는군.”
“다들 입조심하게.”
장난식으로 얘기하던 중년인들은 다른 이의 경고에 입을 바로 다물었다.
마교의 영역에는 정체를 숨기고 이단들을 색출해내는 마인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마교의 교리는 지엄하여 조금이라도 그 믿음이 불순하다 여겨질 때, 곧바로 즉결처형으로 이어졌다.
마교가 막 광서성을 점령했을 때에도 이 때문에 며칠 동안 계속 피 냄새가 곳곳에 진동했다.
이는 일반 양민들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이 불교와 도교, 소수민족들은 각자의 토속신앙을 숭배했으나 종교적 신념 때문에 목숨을 버릴 자들은 많지 않았다.
겉으로는 마교를 숭배하는 척하면서 원래 믿던 종교를 몰래 따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마교는 이를 귀신같이 찾아냈는데 어떤 마을은 마을 전체가 통째로 불타오른 적도 있었다.
“후우. 사패 욕을 하다가 죽을 뻔했군.”
“헛말이 나올까 봐 술도 제대로 못 마시겠으니.”
중년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사패는 조용히 음식만 먹으며 전음으로 대화하고 있었다.
-아미타불… 지금 이런 상황만 아니었어도 저 시주들은 내가 가만 안 뒀을 거다. 엉덩이를 열 대씩 후려쳐야 하는데.
-무각. 잘 참았다.
-그래. 지금 이런 상황에 저런 이들이 한 둘이겠느냐.
-얘기를 들어보면 살아도 사는 것 같지가 않은 동네네요.
천살택문의 손길을 받은 사패의 겉모습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꾸며져 있었다.
당화련은 건장한 사내가 되어 허리에 장검을 차고 있었고 무각은 허리까지 정리가 안 된 봉두난발 위로 커다란 거치도를 등에 메고 있었다.
이는 팽무성과 남궁혁도 마찬가지라 네 사람에게서 사패의 특징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사패는 천랑회의 낭인 중 이번 전쟁에서 죽은 호북사웅으로 변장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사패가 적당히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려고 할 때, 객잔의 문이 벌컥 열리며 다섯 명의 마인들이 당당하게 들어왔다.
“천마신교 마진각 소속, 마조대 이조다. 불시검문을 할 테니 허튼짓은 하지 마라.”
자신들을 소개한 마인이 고개를 까딱이자 마인들은 제각기 객잔 곳곳으로 흩어져 사람들의 신분을 확인했다.
“마패(魔牌)를 보여라.”
“아. 물론입죠. 여기 있습니다.”
방금까지 사패를 욕하던 중년인들도 급히 품속에서 검은 패, 마패를 꺼내서 마인들에게 보였다.
천마신교에 투신한 이들에게는 마패라는 신분증이 주어졌는데, 이름과 소속, 마패를 부여받은 곳, 무림인이라면 무공 수위까지 등급으로 매겨져 있었다.
마인은 마패에 적힌 이의 등급이 삼급(三級)인 것을 보고 입꼬리를 미세하게 올렸다.
무림인이 삼급이라면 삼류, 잘해야 이류 언저리 정도의 보잘것없는 경지라는 뜻이었다.
“뭐야. 왜 마패의 모서리에 금이 가 있나. 이거 위조한 거 아니야?”
“아이고. 절대 아닙니다.”
“이거 수상한데, 너는 따라와라.”
“소인은 천마를 매일 밤낮으로 숭배하는 충실한 교인입니다. 믿어주십시오.”
중년인이 애원하는 척 마인의 소매에 슬쩍 돈을 넣어주자 그제야 마인은 마패를 건네주며 조심히 다루라며 경고했다.
마인들의 착취는 무림인뿐만 아니라 양민들에게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오히려 양민들은 무공을 몰랐기에 더욱 꺼리는 것이 없었다.
-흐음…
핍박받던 양민을 보던 남궁혁은 이 상황이 많이 불편한 듯 침음을 흘렸고 무각은 거칠게 술을 들이켰다.
그사이에 조장으로 보이는 마인도 사패의 탁자로 걸어와 마패를 요구했다.
이에 사패는 군말 없이 마패를 보여주었고 이를 본 마인의 눈이 반짝였다.
‘두 명이 일급이고, 다른 두 명도 이급이라? 외모만 험상궂어 보이는데, 제법 하는 놈들인가.’
마인은 놀란 티를 내지 않고 천천히 물었다.
“호북사웅이라, 마패를 보니 회화(懷化)에서 발급받은 것인데 어찌 하주까지 온 거지.”
회하는 광서성 서쪽에 위치한 곳이었다. 그 거리가 아주 먼 이상 광서성을 횡단하는 이유가 분명 있을 터였다.
“광동성에서 안휘로 보낼 병력을 모집한다고 들었습니다. 거기에 합류하기 위해 이동 중입니다.”
“음. 그렇군.”
팽무성의 차분한 대답에서 트집을 잡을 것을 찾지 못한 마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등급이 낮지 않은 탓인지 마인은 별다른 시비를 트지 않고 순순히 마패를 돌려주었다.
한참 객잔을 들쑤시던 마인들은 더는 빼먹을 단물이 없는지 미련 없이 객잔을 빠져나갔다.
마인들의 겁박을 받은 사람들은 얼굴로는 불평이 가득했으나 혹여나 있을 이목을 조심하여 분을 속으로 삭이고 있었다.
-십만대산으로 접근할수록 불시검문을 하는 마인들을 많이 접하는 것 같네요.
당화련의 전음에 다른 사패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일곱 번의 불시검문을 겪었는데 그 빈도수가 십만대산에 가까워지며 더욱 늘어나고 있었다.
빈도수뿐만 아니라 검문을 하는 마인들의 수준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었다.
-계속 가보면 알게 되겠지.
팽무성은 이와 같은 일을 겪으며 십만대산 낙호곡 근처에 마교의 주둔지가 있다는 확신이 점점 강해졌다.
* * *
계속해서 동쪽으로 이동하던 사패는 그 이후로도 네 번의 검문을 통과하며 드디어 십만대산에 들어서게 되었다.
높이 솟아오른 봉우리들이 즐비한 곳이지만 이곳에도 아예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산세가 험한 만큼 사람이 오르내리기가 쉽지 않기에 사냥감과 귀한 약초가 많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에 사냥꾼과 약초꾼으로 이루어진 작은 마을이 십만대산 안쪽에 종종 보이고는 했다.
마음 같아서는 십만대산의 지리를 잘 아는 약초꾼의 도움을 얻고 싶었지만 사패는 자제하기로 했다.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게 좋겠지.”
남궁혁의 중얼거림에 팽무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마을에서 느껴지는 마기는 없었다.
평범한 양민들로 이루어진 마을이었다.
다만, 십만대산 안이었기에 사패는 혹시 모를 변수도 최대한 배제하려는 중이었다.
팽무성은 예전에 들어섰던 낙호곡으로 들어갔던 길을 어렴풋이 떠올려 내며 천천히 이동 중이었다.
‘겨우 한 번 왔던 길이라 잊을 법한데 이상하게 기억이 잘 나네. 죽었던 곳이라 그런가.’
쓴웃음을 짓던 팽무성은 순간 위쪽을 쳐다보며 사패에게 눈짓했다.
그 눈짓에 사패는 곧바로 모습을 감추었고 잠시 뒤에 사패가 있던 곳으로 아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와아앗!”
“얏얏!”
어른들이 깎아준 듯 아이들은 작은 목검을 하나씩 들고 칼싸움을 하고 있었다.
해맑게 웃으며 저들끼리 뛰어다니는 모습은 영락없는 애들이었다.
사패는 웃는 소리가 저 멀리 들리지 않을 때까지 풀숲에서 나오지 않았다.
“역시 애들은 애들이구나.”
“애들이 귀엽네요.”
남궁혁과 당화련은 애들이 뛰어놀던 모습을 다시 떠올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아이들과 접한 사패가 두 시진 정도 깊숙이 십만대산으로 들어섰을 때, 팽무성은 입꼬리를 올렸다.
“아무래도 이곳이 맞는 것 같군.”
저 앞쪽에서 기척이 느껴졌는데 사패도 일전에 경험해본 기척이었다.
다른 사패도 이 기척을 느끼고 입꼬리를 올렸다.
“어떻게 할까요?”
“조용히 쫓아가 보자.”
이에 사패는 고개를 끄덕이곤 살짝 걸음을 빨리했다.
저 앞에는 며칠 전에 만났던 마조대 이조에 속한 마인들이 걷고 있었다.
사패는 이들을 덮치지 않고 조용히 그 뒤를 쫓았다.
당화련의 독이나 자백제를 이용한 심문보다는 이것이 더 빠르다고 판단된 탓이었다.
“휴우. 이제는 임무보다는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는 길이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어쩌겠나. 이리 꽁꽁 숨어있는 것을.”
사패는 마조대의 마인들을 만나고 무려 이틀이 넘게 이들의 뒤를 쫓고 있었다.
-이야. 진짜 십만대산이 넓기는 넓구나.
-그래도 저들이 이틀이나 산속을 헤맬 리는 없을 터, 조금만 힘을 내자꾸나.
-이거 종이가 설마 부족하게 되는 건 아니겠죠.
그림 솜씨에도 제법 일가견이 있는 당화련은 종이와 특수 제작된 붓을 이용해서 대략적이지만 지도를 그려내고 있었다.
팽무성은 가라앉은 눈으로 조용히 마인들의 등 뒤를 응시했다.
아직도 어느 정도 거리가 있긴 하지만 낙호곡과도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사이 마인들은 두 개의 봉우리가 딱 달라붙은 곳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 순간, 갑자기 마인들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이에 마인들의 뒤를 은밀히 쫓고 있던 사패의 눈이 커다래졌다.
“시주들, 이거 갑자기 사라진 것이 아니라…”
기감을 끌어올려 주변의 자연지기를 확인한 팽무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진법이다.”
팽무성의 대답에 당화련이 입을 벌리며 눈을 껌벅였다.
“그럼 이 커다란 봉우리가 환영이라고요?”
“일부일 수도 있고, 전체일 수도,”
팽무성이 느끼기에 그동안 봐왔던 진법들과 달리 이곳의 진법은 자연지기가 아주 미세하게 꼬여있었다.
그 미세한 꼬임이 이 일대, 전방위에 걸쳐서 나타나고 있었다.
절대경에 오르지 못했다면 이 미세한 차이를 눈치챌 수 없었을 것이다.
“정확히 무슨 진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진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흠, 생문을 모르고 우리가 들어가면 위험하겠나?”
남궁혁의 물음에 눈을 감고 계속 자연지기를 더듬고 있던 팽무성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주변을 감추는 것에 특화된 진법 같습니다.”
진법 안쪽으로 느껴지는 자연지기로 봐서는 큰 어려움 없이 진법의 중앙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방금 들어간 놈들의 기척이 아직 느껴집니다. 다른 기척도 없고 계속 이동 중인 것을 보아하니 일단 따라가 보지요.”
“그러세.”
팽무성을 선두로 사패도 진법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 * *
“할아버지!”
“호야, 목검이 또 부러졌어요!”
밖에서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모옥 안에 있던 노인은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노인은 또래보다 덩치가 큰 사내아이를 보더니 웃으면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허허, 호야 이놈. 대체 목검을 몇 번이나 부러뜨리는 것이냐. 또 바위에 목검을 휘두른 것이렷다.”
“이번에는 정말 바위를 부술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에요.”
호야가 시무룩한 얼굴로 대꾸하자 노인은 수염을 쓰다듬더니 고개를 저었다.
“내가 누누이 말했지 않더냐. 밥 많이 먹고 힘이 세진다고 하여 바위를 벨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노인은 말을 하면서 모옥의 뒤로 걸어가더니 말끔하게 깎인 목검 하나를 들고 와 호야에게 건네주었다.
새로운 목검을 받은 호야는 신이 나서 목검을 휘두르며 노인에게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산길에서 처음 보는 신발 자국을 봤어요.”
종종 천마신교의 교인들이 산을 거닐며 발자국을 남기지만 크기만 다를 뿐 같은 신발을 보급받기에 모든 발자국이 동일했다.
이에 노인의 눈주름이 살짝 접혔다.
“처음 보는 신발 자국?”
“네. 할아버지가 산에서 놀다가 발견하면 꼭 알려달라고 새로 목검을 줄 때마다 말씀하셨잖아요.”
“그래. 그랬지. 이거 착한 일을 했으니 상을 줘야겠구나. 모두 들어오거라.”
“와아아!”
신이 난 아이들이 모두 모옥에 들어갔을 때, 노인은 주변의 나무를 보며 말했다.
“찾아라.”
-존명.
노인의 한 마디에 십만대산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십만대산. (3)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