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83)
182화
팽무성이 천마신을 향해 돌진함과 동시에 사패도 좌측으로 몸을 날려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이는 천마신의 기척을 감지하자마자 팽무성이 사패에게 전음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마신입니다. 제가 맞붙을 때 바로 자리를 벗어나서 따로 움직여야 합니다. 절대 이곳에서 발이 묶이면 안 됩니다.
사패는 함께 싸우고 싶었으나 자신들이 오히려 짐이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워낙 팽무성의 전음이 단호했기에 사패는 이견을 내지 못하고 그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팽 오라버니.’
당화련은 경공을 극성으로 펼치면서도 팽무성이 걱정되는지 떨리는 눈으로 뒤돌아봤다.
하나 자신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알기에 당화련도 다시 앞만 보고 발을 박찼다.
그 모습에 천마신은 왼팔도 들어서 도망치는 사패를 겨냥했다. 그때 천마신의 눈으로 번쩍거리는 붉은빛이 들어왔다.
어느새 적아도가 수평으로 길게 베어지며 천마신의 양 손바닥을 동시에 베려고 들었다.
지이잉
허공에서 적아도의 도신이 잘게 떨렸다.
천마신의 장심에 모인 막대한 내공.
그 내공의 밀도에 적아도가 끝까지 뻗지 못하고 장심과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거리를 두고 멈춰있었다.
쿠웅
팽무성이 도신에 내공을 더욱 불어넣자 천마신과 팽무성이 서 있던 일대의 땅이 얕게 가라앉았다.
우우웅
거센 진동과 함께 적아도가 점점 장심으로 가까워지자 천마신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팽무성은 자신에 비해 크게 모자라지 않은 내공 운용을 보여주고 있었다.
‘호오.’
일단 같은 경지에 올랐다곤 하나 천마신은 팽무성을 적수라고 여기지 않았다.
절대경에 오른 시간의 격차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직접 겨루어 보니 크게 모자람이 없었다.
‘교주가 눈여겨보는 이유가 있었나.’
마신들에게도 천마휘의 전언이 내려왔지만 십만대산까지 들어온 팽무성을 살려서 보낼 수는 없는 노릇.
천마신은 팽무성을 죽이기로 이미 결정을 내렸다.
두 내공의 충돌에 대기가 도망치듯이 강풍이 일었고 주변의 숲과 대지가 덜덜 떨렸다.
천마신의 장심으로 검은 마기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빠지직
소용돌이치는 마기에는 어느새 검은 뇌기가 머금어지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벼락을 동반하는 하늘의 적란운과 같았다.
“네놈도 뇌기를 사용한다지. 재밌겠구나.”
“한번 봅시다.”
뇌기를 머금은 적아도는 조금씩 천마신의 내공을 밀어내며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보다 더 빠르게 덩치를 키운 소용돌이는 천마신이 양팔을 내지르자 이내 팽무성을 삼켜버렸다.
소용돌이치는 검은 장력이 길게 늘어져 팽무성을 삼키더니 그대로 그 뒤로 쭉 뻗어나갔다.
쿠와아아앙
그러자 코앞의 오장(五丈 약 15m) 정도의 직선거리가 그대로 깔끔하게 날아가 버렸다.
숲의 끄트머리를 손쉽게 뭉개버린 천마신은 크게 일어난 흙먼지를 보며 물었다.
“내가 말년의 깨달음을 정리해서 창안한 묵운잔뢰장일세. 어떠한가?”
묵운잔뢰장(墨雲殘雷掌)의 장력에 깊이 파인 땅에는 검은 뇌기가 아직도 남아서 찌지직거리고 있었다.
“무슨 깨달음을 얻었길래 무공이 이리 난폭한 거요.”
먼지구름을 가르고 모습을 드러낸 팽무성은 인피면구의 반이 찢어져 있었다.
얼굴에 그어진 상처의 피를 손등으로 훔친 팽무성은 나머지 인피면구를 찢어냈다.
날카로운 눈빛을 번쩍이는 팽무성의 호안을 살피던 천마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런 얼굴이었군.”
중얼거리는 천마신의 앞으로 붉은빛이 번쩍였다. 오른쪽으로 회전하며 뻗어지는 천마신의 좌장에 적아도의 도극이 충돌했다.
까아앙
두 고수의 소매가 거칠게 펄럭이고 장심과 도극이 맞붙은 부분에서 원형의 기파가 연달아 일어났다.
“크흑.”
힘겨루기 도중에 팽무성은 깊은 족적을 남기며 후방으로 밀려났고 천마신도 네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흐음.”
자신도 밀려날 줄은 몰랐는지 천마신은 떨떠름한 얼굴을 하더니 서서히 입꼬리를 올렸다.
팽무성에 대한 경계심과 살기가 동시에 차오르는 천마신.
흘러나오는 흉악한 기세에 천마신의 장발이 거꾸로 떠오르며 거칠게 흩날렸다.
위로 치솟던 장발이 갑자기 뒤로 훅 젖혀질 때, 천마신의 좌장이 팽무성의 관자놀이를 후려쳤다.
빠지지직
그 손바닥에는 검은 뇌기가 잔뜩 뭉쳐서 꿈틀거리며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십 보 정도의 거리를 단숨에 격하고 나타난 천마신에 팽무성은 기민하게 반응했다.
도병을 뻗어서 손바닥을 쳐낸 팽무성은 그대로 손목을 젖혀 적아도를 짧게 쳐냈다.
그러자 적아도는 곡선을 그리며 천마신의 목을 노렸다.
동시에 좌장을 출수하여 천마신의 단전을 노리는 팽무성.
천마신은 무릎을 쳐올려 장력을 뭉개면서 쌍장을 팽무성의 미간과 가슴으로 내질렀다.
콰지지직
검은 뇌기와 붉은 뇌기가 격돌하며 서로를 밀어냈다. 팽무성은 그 반동을 흘려내고 곧바로 천마신에게 쏘아졌다.
이는 천마신도 마찬가지였다.
두 고수는 한 줄기 섬전이 되어 서로를 향해 달려들어 격렬한 공세를 퍼부었다.
천마신의 손발과 적아도가 부딪칠 때마다 두 가지 색의 뇌기가 거칠게 얽히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콰르릉
그에 뇌기가 떨어지는 곳의 땅이 움푹 파이기도 했고 나무가 새까맣게 타서 뒤로 기울어지기도 했다.
펼쳐지는 한 수 하나하나가 경천동지할 위력. 절대경의 고수 둘이 맞붙는 그 여파는 거의 자연재해나 마찬가지였다.
한 수를 교환하면 주변의 땅이 쓸려나가 일 보를 옮기는 것에도 신중해야 했다.
쿠웅
들썩이며 솟아오르는 땅거죽을 산왕군림보로 밟아낸 팽무성의 눈이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분출된 묵운잔뢰장의 장력이 흩어지지 않고 남아서 구름처럼 둥둥 떠 있었다.
천마신이 출수한 횟수가 늘어날수록 사위에 장력이 늘어나며 팽무성의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거슬리는군.”
빠지직
팽무성이 가까이 가기만 해도 묵운에서 검은 뇌기가 번쩍이며 뇌성을 흘리고 있었다.
덕분에 팽무성이 운신할 공간이 점점 좁혀들었다.
쩌어엉
앞으로 쇄도한 천마신은 연달아 팽무성을 두들겼다. 일장에 거암을 뭉개는 위력.
이를 받아내는 적아도가 휘어지며 거칠게 떨리고 있었다.
팽무성은 어깨를 내려치는 천마신의 손등을 위로 쳐냄과 동시에 길게 도격을 뿌렸다.
그때, 천마신의 고개가 비틀어지며 흩날리던 장발의 끝이 잘려나갔다.
회피와 동시에 천마신은 팽무성의 허리에 뇌기를 두른 각법을 꽂아 넣었다.
이에 이를 악문 팽무성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팽무성이 밀려난 곳은 사방에 묵운이 자욱하게 깔린 곳이었다.
이에 천마신이 입꼬리를 올렸다.
“한번 견식 해보게.”
천마신이 뇌기를 머금은 손을 까딱이자 묵운이 꿈틀거렸다. 이에 허공의 묵운이 일제히 반응했다.
콰지지지직
묵운만뢰천(墨雲萬雷天)
허공에 둥둥 떠 있던 묵운잔뢰장의 장력이 팽무성의 머리 위로 백여 줄기의 뇌기를 쉴새 없이 토해냈다.
콰르릉
이에 적아도를 타고 붉은 뇌전이 솟구쳤다. 오호단문도의 도격이 나무줄기처럼 무수하게 갈라지며 뇌기를 쳐냈다.
적아도가 한번 휘둘러지며 수십의 뇌기를 쳐냈지만, 그 몇 배는 되는 뇌기가 사방팔방으로 내리꽂히고 있었다.
이에 팽무성은 더욱 빠르고 세밀하게 적아도를 휘둘렀지만 묵운의 뇌기는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아압!”
기합과 함께 위맹한 기세로 솟구치는 오호단문도의 도격.
대부분의 뇌기를 쳐냈지만, 기어코 몇 줄기의 뇌기가 팽무성의 육체를 꿰뚫었다.
‘오른팔, 옆구리. 문제없다.’
오른팔은 관통했지만, 도를 휘두르는 데 문제가 없고 옆구리는 스쳤을 뿐이었다.
거기에 뇌기에 당한 상처라 곧바로 지혈되고 있었다.
뇌기를 말끔히 쏟아낸 묵운의 장력도 일제히 팽무성에게 날아들었다.
콰카카카캉
폭음이 길게 늘어졌고 솟아올랐던 언덕이 둔탁해질 즈음 그 소리가 그쳤다.
넝마가 된 무복을 찢어낸 팽무성의 전신에는 철호피공이 펼쳐져 있었다.
팽무성은 입에 머금은 피를 뱉곤 전신에 흐르는 천마신의 뇌기를 밖으로 배출해냈다.
‘저릿하군.’
몸에 타고 흐르는 천마신의 뇌기에 두 손이 찌릿찌릿했다.
팽무성은 혼원벽력신공을 극성으로 운용하며 천마신의 뇌기를 흘려내면서도 붉게 늘어진 뇌기를 낭창낭창 뿜어냈다.
“쓸만한가?”
천마신의 물음에 팽무성은 적아도로 답했다. 밀려오는 다섯 줄기의 도격에 천마신의 양손이 굵은 선을 그려냈다.
중앙으로 모았던 양손을 천마신이 좌우로 힘껏 펼쳐내자 쇄도하던 도격이 좌우로 흩어졌다.
그 벌어진 틈으로 천마신은 다시 장력을 내질렀다. 장심에서 뿜어지는 검은 벼락.
뇌기를 머금은 장력이 꼬리를 늘이며 길게 쏟아져 팽무성을 강타했다.
그 순간, 백호도간을 펼치듯 허벅지를 굽히고 그 반동으로 번개처럼 쏘아진 팽무성.
장력을 두 줄기로 시원하게 가르며 뻗어오는 팽무성에 천마신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그 섬전과 같은 움직임에서 찰나지만 위압감과 위협이 동시에 느껴진 탓이었다.
‘흥미롭군.’
이런 감정은 아주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느꼈던 때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빠지직
싸늘한 미소와 함께 천마신의 쌍장에 머물던 뇌기가 더욱 진해졌다.
정면으로 우수를 내지르자 수직으로 뻗어오는 도격이 밀려왔다.
장력에 머금어진 뇌기를 갈라내는 적아도가 유난히 붉어 보였다.
이에 천마신은 곧바로 좌수를 내질러 팽무성의 가슴을 노렸다.
하나 그때는 이미 우수를 한번 베어낸 적아도가 다섯 줄기로 갈라지며 천마신을 다시 베어내고 있었다.
“후우.”
팽무성은 거칠어진 숨을 차분하게 고르며 막대한 내공을 적아도에 실어냈다.
방금까지는 내공을 위시하여 초식의 위력을 과시하는 전투 양상이었다면. 지금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힘을 집약하여 마치 초식의 우위를 겨루고 있었다.
잠시 갈라졌던 뇌기도 다시 붙으며 더욱 두터워졌고 천마신은 패도적인 기세로 두 손바닥을 뻗어냈다.
다섯 가닥으로 뻗어져 전신을 노리는 팽무성의 도격을 흘리거나 막는 것이 아닌 오로지 정면에서 깨부수는 것으로 대응했다.
꽈가가강
수평으로 베어오는 도격을 손등으로 거세게 쳐내고 명치로 찔러오는 것은 장심을 뻗어 그대로 밀어냈다.
어깨, 허벅지, 목으로 쇄도하는 나머지 도격도 마찬가지였다.
일거에 오호단문도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다섯 도격을 뭉개낸 천마신.
쿵
그러나 산왕군림보를 밟는 팽무성은 도리어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복부와 부상 당한 오른팔을 노리고 뻗어오는 천마신의 손바닥을 쳐낸 팽무성.
천마신이 그랬듯이 팽무성은 정면에서 깨부수는 것으로 응수했다.
반 호흡에 전방을 가득 메우는 천마신의 수영(手影).
마치 빗줄기가 쏟아지듯 묵운잔뢰장이 연달아 펼쳐지며 팽무성을 짓눌렀다.
장심을 중심으로 손날, 손등, 간혹 주먹과 손가락까지.
천마신의 장법은 변화무쌍하면서도 모든 초식에 허초가 없고 오직 살초로 구성되어 있었다.
콰르릉
적아도가 고막을 뒤흔들 거센 뇌성을 토해냈다.
전신에 쇄도하던 천마신의 손짓을 찢어낸 팽무성은 연달아 적아도를 휘둘렀다.
베고 가르고, 찢고 부숴냈다.
번쩍이는 적아도가 번개를 닮은 한 줄기 투로를 그려낼 때마다 팽무성은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면서 간혹 천마신의 손길이 육체에 닿았지만 철호피공와 강인한 골격을 믿고 팽무성은 멈추지 않았다.
콰지지직
천마신의 뇌기는 더욱 커지며 울음을 토해냈고 이는 팽무성의 뇌기도 마찬가지였다.
붉고 검은 뇌기가 한데 어우러지며 팽무성은 그 한 가운데를 묵묵히 전진했다.
팽무성과 천마신의 무공은 닮은 점이 많았다.
극양의 내공을 기반으로 한 뇌기를 다루는 것도 그렇고, 수비보다는 도리어 강한 힘으로 부수고 찢어내는 패도적인 무공을 펼치는 것도 같았다.
그저 그 무공을 선보이는 시작점이 장(掌)과 도(刀)라는 차이만 있을 뿐, 팽무성과 천마신은 같은 무도(武道)를 걸어왔다 해도 무방했다.
그렇다면 승부는 그 무도의 극(極)에 가까이 닿아있는지로 결판이 날 것이다.
‘집어 삼켜주지.’
팽무성은 자신이 설사 천마신의 뒤에 있다고 한들, 끝까지 쫓아갈 생각이었다.
팽무성의 호안이 적아도의 붉은빛 때문인지 스산한 붉은색을 띠며 빛나고 있었다.
쿵
“스무 걸음.”
팽무성의 혼잣말을 놓치지 않은 천마신의 눈이 서서히 섬뜩한 눈빛을 띠었다.
다짐하듯 다시금 일 보 앞으로 나아갈 때, 그런 팽무성의 뇌기로 요동치는 거대한 장력이 점점 커지며 날아들고 있었다.
사방을 가득 메운 검은 뇌기에 팽무성의 뇌기도 적아도를 중심으로 한데 뭉쳐 한 줄기의 거대한 벼락으로 승화했다.
콰르릉
검붉은 뇌기의 폭풍이 팽무성과 천마신의 주위를 집어삼켰다.
십만대산. (5)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