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84)
183화
안휘성 무림맹 전선.
쨍그랑
창두를 비롯하여 창의 절반이 그대로 증발해버렸다.
짧은 단봉이 되어버린 창을 보던 창성은 피를 뿜으며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쿨럭. 이게 마신인가.”
당장 일어서고 싶었으나 더는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창성은 간신히 고개를 들어 전방을 주시했다.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권왕은 더는 일어서지 못했고, 권왕과 창성의 앞을 지키고 있는 불존의 신형도 잘게 떨리고 있었다.
불존의 전신에서 뿜어지는 금강불괴신공의 금빛 서광도 서서히 옅어지고 있었다.
“아미타불.”
불존은 한쪽 팔이 찢겨나갔음에도 남은 손으로 반장을 하며 지마신을 주시했다.
설령 몸은 떨릴지언정 그 눈빛만은 봄날의 호수처럼 그저 고요할 따름이었다.
이를 보던 지마신은 엉망이 된 자신의 행색을 살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불존, 창성. 훌륭하네. 불존은 본교의 예상보다 강해서 놀라웠고 창성은 중상임에도 뛰어난 분투를 보여줘서 감동이었네.”
지마신의 평가에 불존은 입가에 온화한 미소를 한껏 머금었다.
“이 미친 마귀 새끼가. 갑자기 나타나 난장판을 벌여놓고 평가질이구나. 네놈을 찢어 죽여 사리탑에 처넣어야 하거늘.”
괜히 무각을 제자로 받아들인 것이 아닌 듯 불존은 무각보다 높은 경지의 혀놀림을 보이고 있었다.
이에 지마신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불존이라 불리는 승려가 사파의 버러지보다 입을 매섭게 놀린다면 이를 누가 믿을까.
지마신은 불존이 왜 이러는지 잘 알고 있었다. 저 멀리 도망치는 무림맹의 병력을 살릴 시간을 벌기 위함이리라.
실제로 지마신의 급습에 맞춰서 곤세마왕이 군단을 이끌고 진격 중이었다.
세 명의 십대고수가 묶인 상황에 마교가 들이닥친다면 무림맹 측은 그대로 괴멸할 것이 분명했다.
“원래 이곳은 내가 나설 무대가 아니지. 그런데 어쩌겠나. 이대로 놀고 있으면 본교가 불리해지는 것을.”
지마신의 말에 창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호남에서 사패가 마왕 둘을 죽였다는 소식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이에 위기를 느끼고 나선 것이로군.’
짧아진 창을 지팡이 삼아 간신히 몸을 일으킨 창성은 불존의 옆으로 부러진 다리를 질질 끌며 걸어갔다.
그 모습에 지마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소한의 예우는 갖추도록 하지. 도망치는 아이들은 건드리지 않도록 하겠네. 어차피 나도 빨리 감숙으로 향해야 하거든.”
지마신이 나서지 않을 뿐, 곤세마왕과 그 휘하의 군단은 계속 추적하겠다는 뜻.
그러나 불존과 창성은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가세. 창성.”
“앞장서라.”
죽음을 향해 달려드는 불존과 창성.
마지막에 그 두 사람이 떠올리는 것은 살아온 자신의 일생이 아닌 각자의 제자였다.
‘무각, 이놈. 사패라는 아이들과 같이 있으니 걱정할 것은 없겠지.’
불존의 금빛 장력이 지마신의 머리 위로 떨어졌고 창성은 부러진 창을 하단으로 쓸어내며 지마신의 두 다리를 놀렸다.
그러면서도 창성은 기감을 한 방향으로 밀어내어 점차 멀어지는 한 기척을 느끼고 있었다.
무림맹에서 지원 병력으로 파견된 의룡단.
거기에 속해있는 묵연사.
말년에 얻어 짧은 시간을 보낸 제자였기에 해준 것이 별로 없어 미안할 따름이었다.
‘살아남아라.’
창성은 마지막 일념을 실어내 창을 힘껏 내질렀다.
* * *
콰자작
장력을 분출하던 천마신의 눈이 서서히 가늘어졌다. 천마신은 팽무성의 접근을 허용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팽무성은 진퇴를 반복하더니 결국 사십 보의 거리를 어느새 십여 보로 줄여냈다.
묵운만뢰장을 이백여 합이나 받아내면서 한 걸음씩 꾸준히 전진하고 있었다.
간혹 초식이 적중하기는 했지만, 팽무성은 육체가 철로 이루어진 듯 신음조차 흘리지 않고 꿋꿋이 걸어왔다.
그런 만큼 피투성이가 된 팽무성의 꼴은 말이 아니었지만, 여전히 굳건하고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팽무성…”
아직 적아도가 자신의 몸에 닿지 못했지만, 천마신은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애초에 우위였다면 팽무성이 이리 거리를 좁히지도 못했을 터.
지금 실제 거리를 좁히고 있듯, 처음에 벌어져 있던 격차를 팽무성이 조금씩 줄여내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에 대해서 천마신은 그리 놀라지 않았다.
마신의 이름을 얻기까지 자신도 무수한 사선을 넘으며 자신보다 고수인 이들을 꺾어 왔으니.
정상을 노리는 무인이라면 당연히 겪어야 하는 혈로(血路)였다.
‘그렇다면 그 전에 죽이면 그만이지.’
천마신교에 일평생을 바치며 팽무성처럼 턱밑까지 끈질기게 쫓아오는 이들은 무수히 많았다.
그 수라도에서 살아남아 자신이 천마신이라 불린 것은 따라 잡히기 전에 다 뭉개버린 덕분이었다.
팽무성이 앞서 나가는 것을 더는 허락하지 않을 셈인지 천마신의 손에 검은 뇌기가 불온한 움직임을 보였다.
뇌기는 점점 길어지고 얇아져 창의 형태를 이루었다. 천마신은 그 뇌창(雷槍)을 그대로 내던졌다.
투창으로 쏘아진 뇌창은 이내 한 줄기 검은 섬광이 되어 팽무성을 관통했다.
정확히 절반으로 쪼개져 양쪽으로 팽무성을 지나가는 마창.
명치로 날아들던 뇌창을 반 토막 낸 팽무성은 조용히 자세를 낮췄다.
콰아아아앙
양쪽 후방에서 터진 거대한 폭발과 함께 팽무성은 산왕군림보를 펼치며 천마신을 덮쳤다.
오직 앞으로 나아가는 팽무성의 우직함에 자극받은 천마신. 자신도 한때 저럴 때가 있었기에 마음이 동했다.
길게 늘어진 뇌기가 울렁이며 천마신이 처음으로 앞으로 나섰다.
“팽무성, 마신의 이름을 가질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하구나.”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절대경의 내공으로 펼쳐내는 산왕군림보.
가히 산을 그대로 들어서 누르는 듯한 압력이 천마신의 전신을 덮쳤다.
뿌득
찰나에 뼈가 삐걱거리는 소리만 났을 뿐, 마기를 전신에 퍼트린 천마신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움직임을 보였다.
정수리를 그대로 내려치는 천마신의 일장을 받아친 팽무성은 좌하단에서 사선으로 적아도를 올려쳤다.
이에 하단에서 솟구치는 적아도를 우장으로 막아낸 천마신은 오른발을 채찍처럼 뻗어냈다.
쩌저저정
손바닥과 적아도가 다시 맞붙기 시작하자 주변의 봉우리들이 떨기 시작했다.
지근거리에서 맞붙자 천마신이 전진하고 팽무성이 후퇴하는 양상을 띠었다.
수의 교환은 호각을 이루고 있었으나 거리의 문제 때문이었다.
장법을 주로 이루는 박투를 펼치는 천마신은 거리를 좁혀야 했고 도를 쓰는 팽무성은 이보다 거리를 벌려야 했다.
높은 경지에 오른 고수들의 승부를 가르는 것은 아주 사소한 요소였으니.
그리고 일초반식이 아쉬운 상황에 유리한 간격을 점하는 것은 필수불가결이었다.
‘이런 젊은 놈을 상대로 이리 필사적으로 발을 놀릴 줄이야.’
장법에 알맞은 간격을 점하려 크게 걸음을 내딛던 천마신은 뇌기를 흘려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천마신의 두 발이 팽무성을 호적수로 여긴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첨벙
장력을 갈라내며 뒤로 물러선 팽무성은 한쪽 발을 흐르는 강물에 넣고 있었다.
두 사내는 어느새 원래 싸우던 위치에서 벗어나 십만대산을 관통하는 강줄기 근처에서 도기와 장력을 쏟아내고 있었다.
치이이익
뇌기를 머금은 장력이 옆에 흐르던 강줄기를 강타하자 강물이 솟구치며 거대한 수증기를 만들어냈다.
그 수증기 사이로 붉은 뇌전이 솟구쳐 천마신에게 날아들었다.
콰앙
처음의 뇌전을 손날을 휘둘러 흩어내자 뒤이어 다섯 줄기의 벼락이 각 방위를 점한 채 날아들고 있었다.
천마신은 합장하듯 두 손바닥을 모았다가 좌우로 활짝 펼쳐냈다.
그러자 검은 뇌기가 얼기설기 얽힌 그물이 만들어져 팽무성의 도격을 막아냈다.
빠지지직
이어서 천마신은 손짓으로 역태극을 그리더니 팽무성의 뇌기와 함께 거대하게 덩치를 불린 뇌기의 그물을 쏘아냈다.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머리 위로 쏟아지는 마전포천(魔電捕天)의 초식에 팽무성은 적아도를 역수로 잡아 땅에 꽂아 넣으며 적뢰광주를 펼쳐냈다.
빠지지지직
붉은 뇌전의 기둥이 솟구치며 마전포천의 그물 중앙을 시원하게 찢어냈다.
콰아아아아앙
뇌기와 뇌기의 충돌이라 그런지 이내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이에 고요히 흐르던 강줄기가 솟구치거나, 범람하여 주변의 숲을 휩쓸었다.
‘지금이다.’
솟구친 강줄기가 물방울이 되어 비처럼 떨어질 때, 그 폭발을 뚫고 팽무성이 적아도로 크게 반원을 그려냈다.
“크흠.”
마전포천이 깨진 반동을 다스리던 천마신은 한쪽 눈을 구긴 채 좌장을 뻗어 적아도를 밀쳐냈다.
그런 천마신에게 남은 네 가닥의 도격이 뻗어왔다.
허공에서 수십여 초를 겨루며 내려온 두 고수는 깊게 파인 구덩이에 착지하며 그대로 손속을 교환했다.
쩌엉
커다란 울림이 터지며 적아도와 부딪치던 천마신의 팔꿈치가 거칠게 뒤로 밀려났다.
적아도가 뻗어내는 도격을 제대로 감당해내지 못한 것이었다.
순간 자세가 흐트러질 뻔했음에도 천마신은 곧바로 좌장으로 반격을 펼쳐 팽무성이 흐름을 잡는 것을 끊어냈다.
방금 입은 반동은 공중에서 수를 교환하며 진즉에 회복했다.
그럼에도 방금 밀린 것은 팽무성의 도격이 받아내기 힘들어진 탓이었다.
‘미완성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었나.’
천마신의 묵운만뢰장은 평생의 깨달음을 총집합해서 창안하여 다듬고 또 다듬어낸 무공.
경지가 또 오른다면 모를까, 지금의 천마신에게 있어서는 더는 고칠 것이 없는 완성된 무공이었다.
반면 팽무성의 오호단문도는 그렇지 못했다. 천마신이 보기에 딱 그러했고 팽무성도 이를 아는듯했다.
그렇기에 밑천이 드러나면 서서히 무너질 것이라 여겼건만, 오호단문도는 오히려 단단해지고 있었다.
내지르는 천마신의 쌍장을 본 팽무성의 눈이 번쩍였다. 곡선을 그리던 적아도가 직선으로 뻗어지더니 그 쌍장의 틈을 꿰뚫었다.
푸욱
적아도가 살을 파고드는 소리와 함께 천마신의 어깨에서 핏줄기가 솟구쳤다.
그와 동시에 튕겨냈다고 생각했던 천마신의 좌장이 팽무성의 가슴에 적중했다.
갈비뼈 두 개가 그대로 부러지고 내상에 핏줄기가 목을 넘어왔지만 팽무성은 물러서지 않았다.
‘보인다.’
팽무성은 거칠어진 숨을 내뱉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오백여 합을 겨루면서도 묵운잔뢰장의 투로, 숙련된 뇌기의 운용, 천마신의 전체적인 공방을 눈에 담던 팽무성.
천마신은 무림에 나와서 본 수많은 무인 중 자신과 제일 비슷한 무도를 걷는 사내.
그런 천마신의 사소한 내공 운용이나 움직임 하나하나가 팽무성에게는 깨달음이 집약된 비급을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를 서서히 오호단문도에 녹여낸 팽무성은 어느새 천마신의 지척까지 따라잡았다.
‘바로 앞에 있구나.’
빠지지직
붉은 뇌기를 호신강기처럼 두른 팽무성.
전체적으로 거의 다를 바 없지만 세밀한 부분에서 살짝씩 바뀐 뇌기의 운용을 천마신은 바로 알아차렸다.
“흐흐. 이런 느낌은 오랜만이군.”
마치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
미완성에 점점 완성을 향해 달려가는 오호단문도를 보고 있는 탓이었다.
다만, 그 완성이 묵운잔뢰장과 전혀 다른 경지에 있다는 것과 설사 완성되지 않는다 해도 팽무성의 도는 자신이 이룩한 경지의 앞에 있으리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그릇의 차이인가.’
어릴 적 무공을 익히며 평생을 맡아본 적이 없는 패배의 냄새. 천마신은 처음으로 그 향을 느끼고 있었다.
쾅
하지만 평생 무패를 지키며 달려왔듯이 천마신은 서슴없이 앞으로 걸음을 밟았다.
천마신은 앞으로 나아가고 이기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사내였다.
그리고 팽무성도 천마신과 동류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물러설 수도, 질 수 없었다. 그 이름 높은 천지마신도 결국 넘어야 할 하나의 산에 불과했으니.
빠지지직
뇌기는 한데 어우려져 뇌기의 폭풍을 이루어 주변을 박살냈고 그 중앙에서 두 사내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공방을 펼쳐내고 있었다.
천마신의 오른손이 팽무성의 어깨에 커다란 피멍을 남겼고 적아도는 천마신의 허벅지를 베어냈다.
천마신의 몸 곳곳에 벌어진 도상은 움직일 때마다 피를 쏟아냈고 팽무성은 내상이 점점 심해져 호흡을 한 번 뱉을 때마다 검은 피를 울컥 뱉어냈다.
서걱
퍼억
동시에 교환한 서로의 일격에 천마신과 팽무성은 뒤로 밀려났다.
수직으로 베인 천마신의 오른쪽 가슴은 들숨을 쉴 때마다 뼈를 내보이고 있었다.
명치에 쌍장을 얻어맞은 팽무성은 코와 입으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이렇게 몰린 것은 거의 처음인가?’
내상으로 피를 제법 많이 쏟아낸 팽무성은 시야가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를 악문 팽무성은 적아도를 잡으며 자세를 낮췄다.
그와 동시에 내상을 억누르던 내공까지 모두 적아도에 집중시켰다.
천마신도 끝을 보려는 듯, 전신에 어마어마한 뇌기를 끌어내고 있었다.
뇌기는 뭉치고 뭉쳐서 마치 거대한 불꽃 마냥 거세게 일렁거렸다.
비뢰마신(飛雷魔神)을 펼쳐낸 천마신은 마치 번개의 화신이 된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빠지지직
비뢰마신의 상태로 드높이 솟아오른 천마신.
근처에 솟아오른 어떤 봉우리보다 높게 뛰어오른 천마신은 그대로 팽무성을 향해 수직으로 강하했다.
쌍장을 내민 채 낙하하는 천마신은 한 줄기 커다란 벼락이 되어 내리꽂혔다.
흔들리는 무림. (1)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