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85)
184화
십만대산의 어느 산자락에서는 벼락이 끊임없이 치고 있었다.
굵은 벼락이 떨어질 때는 주변의 봉우리가 잘게 떨리는 착각이 일 정도였다.
콰르르릉
저 멀리 거대한 흑뢰(黑雷)가 봉우리 위로 솟구쳤다 떨어지는 광경에 순간 눈길이 향한 당화련이 입술을 깨물었다.
“어이, 계집. 지금 남 걱정할 때가 아니야.”
당화련은 목젖을 찌르는 마인의 검을 옆으로 흘려내며 마인의 가슴에 독장을 꽂아 넣었다.
“그냥 죽어.”
마인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지만, 곧바로 세 명의 마인이 각 방향에서 당화련을 노리고 검을 찔러넣었다.
팽무성과 헤어진 이후로 사패는 마인들을 억지로 뚫어내며 십만대산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지금 사패가 상대하고 있는 야검대는 사패가 여섯 번째로 맞이하는 타격대였다.
남궁혁은 팽무성 대신에 중앙에 자리 잡아 마인들을 거침없이 베어내고 있었다.
“이 언덕만 넘으면 십만대산을 벗어난다! 힘을 내라!”
남궁혁은 양옆의 아우들을 다독이며 종횡으로 검기를 연달아 분출했다.
이를 피하지 못한 마인들은 그대로 허리가 분리되어 그대로 절명했다.
자진해서 마인들의 틈으로 파고든 남궁혁이 휘두르는 검은 지극히 무거웠다.
남궁혁의 중검이 휘둘러 질 때마다 야검대의 진형이 무너지고 있었다.
묵직한 남궁혁의 중검을 정면에서 막아낼 수 있는 마인은 없었다.
“죽여라!”
그럼에도 마인들은 끊임없이 앞으로 밀려들었다. 남궁혁이 검을 휘두르는 찰나의 시간마저 묶어놓기 위해서.
푸욱
앞을 막은 마인 다섯을 일 합에 베어낸 남궁혁은 그 뒤에 있던 야검대주의 가슴을 꿰뚫었다.
자신의 심장을 꿰뚫은 남궁혁의 검을 붙잡은 야검대주는 핏발선 눈으로 남궁혁을 노려봤다.
“십만대산을 빠져나간다고 끝인 줄 아느냐? 덮쳐라.”
야검대주는 그대로 검을 붙잡은 채 고개를 떨구었고 그 뒤로 마인들이 몸을 날렸다.
폭마공을 펼치려 했지만 무각의 권풍과 당화련의 암기가 마인들을 절명시켰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피투성이가 되어 불호를 외던 무각이 한숨을 흘렸고 당화련은 소매에서 새로운 독을 꺼내 들었다.
십만대산은 촘촘히 에워싸고 아귀처럼 끈질기게 사패를 물어뜯는 마인들의 공세에 사패도 쉬이 벗어나기가 힘들었다.
그럼에도 사패는 강제로 마인들의 포위망을 뚫어내며 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 * *
하늘에서 내리찍는 비뢰마신.
천마신이 아니라 검은 벼락이 쇄도하는 것에 팽무성은 가만히 적아도를 우하단으로 내려놓았다.
천마신이든, 검은 벼락이든, 베어내야 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뇌기가 집중된 적아도는 붉은 뇌전을 조금씩 토해내고 있었다.
우우웅
팽무성은 이 뇌기를 아주 날카롭게 벼려내어 적아도에 집중시켰다.
크기와 위력에 신경 쓰지 않고 아주 얇고 예리하게 운용하는 것에만 몰두했다.
그러자 적아도가 간혹 흘리던 뇌기가 말끔히 모습을 감추었고 그저 휘황찬란한 붉은빛을 발현할 뿐이었다.
팽무성은 남아있는 외공과 내공을 적아도에 모두 실어냈다.
촤좌좌작
모든 것을 쥐어 짜낸 팽무성의 마지막 참격. 비뢰마신의 끄트머리와 적아도의 날이 겹쳐졌다.
뇌기와 뇌기가 부딪치며 수백 마리의 새가 일제히 지저귀는 듯한 요란한 소리를 냈다.
비뢰마신과 맞붙은 순간, 적아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충돌에 끊어진 뇌기가 쏟아져 팽무성의 몸에 파고들 뿐이었다.
“크아아압!”
비뢰마신의 뇌기는 더욱 덩치가 커졌고 이에 적아도의 날도 붉은 광휘를 힘차게 뿜어냈다.
광휘와 함께 멈춰있던 적아도가 다시 움직였다. 시원하게 위로 솟구치는 직선을 그려내는 적아도.
콰르르르릉
실낱같이 얇디얇은 한 줄기의 붉은 벼락.
봉우리 크기의 거대한 검은 벼락을 절반으로 찢어내곤 하늘 높이 솟구쳤다.
절반으로 쪼개진 비뢰마신의 뇌기는 허공에 자연스레 흩어져 사라졌다.
뇌기가 사라진 허공에는 천마신이 입었을 무복이 잘게 찢어진 채 재처럼 흩날리고 있을 뿐이었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검은 재를 보며 팽무성은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았다.
“힘드네.”
마지막으로 요란한 초식을 펼친 것치고는 천마신의 최후는 그 명성에 비해 다소 허무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팽무성은 이를 허무하다 여기지 않았다.
마지막 도격에 비뢰마신이 갈라질 때, 팽무성은 천마신과 마지막으로 눈빛을 교환할 수 있었다.
그 눈빛을 회상하던 팽무성은 눈처럼 떨어지는 재를 보면서 홀로 중얼거렸다.
“만족스러웠소?”
형형하게 살아있는 천마신의 눈은 웃고 있었다. 마치 지닌 무공을 모두 펼쳐낸 것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이는 그저 천마신과 생사결을 겨룬 팽무성의 느낌일 뿐이었다.
“커헉.”
팽무성은 돌연 검은 피를 토해냈다.
각혈하느라 몸이 들썩일 때마다 온몸의 부러진 뼈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거기에 천마신은 죽었지만 비뢰마신의 뇌기는 팽무성의 체내에 끈질기게 파고들어 내상을 심화시키고 있었다.
“정말 죽겠군.”
팽무성은 주변의 자연지기를 힘껏 받아들여 내상을 치유하려 했으나 짧은 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이대로라면 내상에 휩쓸려 그대로 절명하기 딱 좋았다.
팽무성은 적아도를 옆의 땅에 박아 넣은 채로 긴급하게 운기에 돌입했다.
그러나 팽무성은 운기를 시작한 지 일각(一刻 약 15분)이 채 되기도 전에 눈을 뜨고야 말았다.
팽무성은 주위를 둘러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정말 빨리도 모여들었군.”
팽무성을 중앙에 두고 마인들이 거대한 포위진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 전방에는 마교의 장로들을 비롯한 노고수들이 잔뜩 포진하고 있었다.
이들은 팽무성을 경악스런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벼락소리가 그치길래 와봤더니 설마 천마신께서 당하셨을 줄이야.”
“저놈도 곧바로 운기에 돌입한 것을 보니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이 분명하오.”
저들끼리 중얼거리던 와중에 어떤 노인은 팽무성을 보며 소리쳤다.
“다른 사패는 이미 붙잡혀 죽었다. 이제 너 홀로 남았구나. 팽무성!”
그 외침에 동조하듯 주변의 마인들이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리자 팽무성은 입꼬리를 올렸다.
“닥쳐라!”
막대한 내공이 실린 팽무성의 외침에 마인들의 웃음이 뚝 멈췄다.
고작 외침 하나에 내상을 입은 마인들이 부지기수였고 심한 자들은 고막이 터져 귀에서 피가 나기도 했다.
서서히 죽어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팽무성이 이런 무위를 보이자 장로들을 비롯한 마인들은 다시금 긴장하기 시작했다.
의도적으로 내공을 과시한 팽무성은 이를 모른 척하며 입을 열었다.
“노마두. 사패가 네놈들 따위에 죽을 위인들 같더냐. 지금쯤이면 십만대산을 빠져나와 광서성 전역에 펼쳐진 포위망을 뚫고 있겠지.”
이에 장로들도 지지 않고 한 마디씩 뱉었다.
“크큭. 희망 사항을 말하는군.”
“그건 죽어서 물어보거라. 누가 너희를 죽였냐고.”
그 말을 끝으로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마인들이 일제히 팽무성에게 뛰쳐 들기 시작했다.
“후우…”
팽무성은 길게 한숨을 흘리며 하늘을 쳐다봤다. 지금의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평소 전력의 이 할이라도 낼 수 있으면 다행이었다.
그럼에도 팽무성은 이 자리에서 자신이 죽으리라 조금도 생각지 않았다.
이런 지극히 불리한 전장.
전생에 수십 번이나 겪어내지 않았던가.
지금의 상황도 그 횟수가 그저 하나 더 늘어났을 뿐이었다.
“너희 중 누가 감히 나를 죽일 수 있겠나.”
마인들을 노려보는 팽무성의 번득이는 호안에는 철혈의 기세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적아도가 다섯 줄기의 도격을 쏟아내며 개미 떼처럼 떼를 지어 몰려드는 마인들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콰르르릉
멈췄던 뇌성이 다시 터지며 십만대산을 울리기 시작했다.
* * *
무림맹 맹주전
그 넓은 맹주전에 남궁구와 도천, 두 사람이 자리하고 있을 뿐인데 그 분위기는 매우 무거웠다.
“그 지마신인가 하는 놈의 행방은 찾지 못한 건가.”
“그렇네.”
남궁구의 낮은 대답에 도천은 굳은 얼굴로 풀어놓은 도갑을 부여잡을 뿐이었다.
안휘 전선이 붕괴되고 십대고수 세 명이 모두 전사했다는 급보.
남궁세가도 불타올랐다는 부수적인 소식이 있었지만, 무림맹주에 자리에 있기에 남궁구는 사적인 감정을 자제하고 있었다.
안휘의 전선을 붕괴시킨 곤세마왕의 군단은 하남과 하북으로 나뉘어서 북진 중이었다.
“곤륜파와 용천도 잃었고, 창성과 불존도 잃었는데 나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군.”
용천을 죽이고 곤륜파를 밀어버린 천마휘의 본군은 사도천 본성이 있는 감숙성으로 진군 중이었다.
무림맹과 사도천, 무천궁이 동조하여 움직이고 있으나 마교의 세력은 강대하기 그지없었다.
거기에 마교의 본군이 청해를 통해 중원으로 밀고 들어오면서 미묘하게 유지되던 균형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도갑을 움켜쥔 도천은 당장이라도 밖으로 뛰쳐나갈 듯 스산한 기세를 흘려내고 있었다.
도천의 자책에 남궁구는 고개를 저었다.
“자네 잘못이 아니라 노부의 탓이 크네. 마신을 경계하여 자네에게 무림맹의 상주를 부탁했으니.”
천지마신이라는 존재를 경계하던 남궁구였으나 갑자기 안휘의 전선에 나타나 십대고수 셋을 쓸어버릴 줄은 예상치 못했다.
절친한 친구들의 비보가 연달아 도착하자 남궁구와 도천은 한참 침묵을 유지했다.
“하아.”
한숨을 내쉰 도천은 마음을 가라앉힌 듯 남궁구를 쳐다봤다.
“이제 어쩔 셈인가. 이런 방구석에서 자책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사패가 마교의 주둔지를 찾아낸다면 일단 그쪽을 쳐야겠지. 나를 비롯한 노고수들이 앞장설 생각이야.”
남궁구는 이미 마교의 주둔지를 칠 계획을 끝낸 상황이었다.
이제 사패가 그 위치를 알아낼 수만 있다면 곧바로 진행 시킬 생각이었다.
“그곳이라면 마신 중 하나는 분명히 있겠지.”
도천은 살기 어린 목소리로 도병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때, 밖에서 호천대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맹주님. 무천궁에서 사패의 서신이 도착했습니다.”
이에 남궁구와 도천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어서 가져와라.”
호천대주에게서 사패의 서신을 받아든 남궁구는 급히 서신을 열어 그 내용을 살폈다.
‘혁이의 필체로구나.’
남궁구는 남궁혁이 무사히 돌아온 것에 안도하며 십만대산에 있는 마교 주둔지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읽어냈다.
“아이들이 성공했네. 광서성의 십만대산에 마교의 주둔지가 숨겨져 있다고 하네.”
서신을 마저 읽는 남궁구는 서신과 함께 동봉된 지도를 도천에게 던져주었다.
내내 얼굴이 굳어있던 도천은 지도를 보고 나서야 그나마 얼굴이 밝아지려 했다.
“녀석들이 잘 해냈군. 가르친 보람이 있어.”
도천은 팽무성을 떠올리며 힘없게나마 웃음을 지었다.
“으음.”
웃음을 지으며 지도를 살피던 도천은 갑자기 남궁구가 침음을 흘리자 고개를 돌렸다.
“뭔가.”
서신의 마지막 장을 읽던 남궁구는 마지막 글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왜 말을 못 하는가!”
도천이 성을 내자 남궁구는 서신을 힘없이 책상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무천궁에 복귀한 사패는 세 명이네. 무성이가 돌아오지 못했어.”
콰앙
그 소식에 도천은 주먹을 내려쳐 책상을 박살 내며 소리쳤다.
“빌어먹을!”
흔들리는 무림. (2)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