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Son of Habukpanga RAW novel - Chapter (187)
186화
“후우. 드디어 도착인가.”
저기 보이는 무림맹의 성문을 보고 팽무성은 한숨을 쉬었다.
봉두난발에 반 거지꼴을 한 팽무성.
광동성을 통해 올라오면서 마주친 군단을 쓸어버리면서 요대도 잃어버려 적아도를 어깨에 들쳐 매고 걷고 있었다.
피로 얼룩진 넝마를 걸친 거구의 거지가 정문으로 당당하게 걸어오자 수문 무인들은 눈을 가늘게 떴다.
“뭐지? 개방인가?”
“아니, 타구봉이 아니라 도를 들고 있는데?”
팽무성이 얼굴을 가리던 머리칼을 손으로 쓸어내자 그에 가려진 얼굴을 확인한 무인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팽무성? 팽 대협!”
“팽 대협! 역시 무사하셨군요.”
팽무성이 포권하자 수문 무인들도 급히 포권을 하며 물었다.
“행색이 어찌 이러십니까.”
“광서에서 광동, 거기에 강서를 거쳐서 호북까지 올라오는데 보이는 놈들이 다 마인이더군요.”
팽무성의 설명에 이를 들은 수문 무인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호북성 아래로 호남성을 제외하고는 전부 마교에게 점령당한 판국이었다.
“아, 멍청한 질문을 했군요.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맹주님께 바로 기별을 넣겠습니다.”
그 말에 옆에 있던 수문 무인이 덧붙였다.
“하북팽가와 사패, 그리고 도천 어르신께도 따로 전달하라고 해라.”
팽무성은 수문 무인들의 배려에 고개를 숙였다.
“그럼.”
무림맹 본성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팽무성은 여기저기서 빠르게 가까워지는 기척을 느꼈다.
제일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앞다투어 전각 사이를 날아오는 남궁구와 도천.
그 한참 뒤로 죽어라 쫓아오는 호천대가 보였다.
“무성아!”
“팽무성 이놈!”
팽무성이 무사한 듯 보이자 남궁구는 경공의 속도를 줄였고 도천은 그대로 뻗어 나가 걸어오는 팽무성의 어깨를 한 대 후려쳤다.
“무엇을 하느라 이리 늦게 온 것이야.”
목소리에서 도천이 심히 걱정했음을 느낀 팽무성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뒤이어 다가온 남궁구가 도천이 때린 팽무성의 어깨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소식은 들었다. 장하다. 무성아.”
“맹주님이 후배 때문에 이곳까지 나오시면 어쩌십니까.”
“지금 상황에서 그깟 맹주의 체면이 대수더냐.”
도천과 남궁구에 이어서 제일 보고 싶었던 얼굴들도 속속 등장했다.
“팽 아우!”
“팽 시주!”
“팽 오라버니!”
차례대로 담장을 넘으며 등장하는 사패.
다들 감격스러운 얼굴이었지만 특히 당화련은 눈이 붉어져 당장이라도 울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당화련은 이어서 벌어지는 광경에 눈물이 쏙 들어가고 말았다.
“으허헝. 팽 시주!”
무각이 팽무성을 부여잡고 펑펑 울고 있는 탓이었다. 이에 당화련이 무각을 보며 고개가 서서히 삐딱하게 기울어졌다.
전장에 나선 것도 아닌데 당화련의 눈에서는 슬며시 시퍼런 독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역할이 바뀐 것 같은데…”
“으하하!”
당화련의 중얼거림에 남궁혁도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면서도 남궁혁은 안도의 한숨을 흘려냈다.
이에 당화련도 피식 웃었고 팽무성도 사패를 번갈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사패를 만나고 나서야 살아 돌아왔다는 느낌이 제대로 나는 덕분이었다.
* * *
무림맹에 도착한 팽무성은 오래간만에 뜨거운 물로 깨끗하게 씻고 의원에게 몸 상태를 확인받았다.
그러고 하북팽가가 머무는 전각에서 팽진연을 비롯한 가솔들과 해우를 풀고 사패가 머무는 전각으로 향했다.
“팽 대협. 편히 쉬십시오.”
“마지막 싸움도 잘 부탁드리겠소.”
“도왕이 살아 돌아와서 든든하오.”
무림맹을 거닐면서 마주친 무림맹도나 정파인은 팽무성을 알아보곤 한마디씩 던지며 아는 체를 했다.
현재 팽무성은 무림맹주 이상으로 정파 무림에 영향을 끼치는 거대한 구심점이자 버팀목이었다.
“여기로군.”
말끔한 모습으로 하북팽가의 붉은 무복을 차려입은 팽무성은 새로 구한 요대에 적아도를 차고 전각의 문턱을 넘었다.
“오늘은 가솔들과 같이 안 있어도 되는 건가?”
술병을 소중하게 안아 든 남궁혁이 묻자 팽무성은 고개를 저었다.
“아버님께서 가보라고 하시더군요.”
팽진연은 사지에서 돌아온 팽무성을 아무렇지 않게 맞이할 뿐이었다.
지금껏 봤던 반응 중 제일 덤덤하여 팽무성조차 살짝 당황할 정도였다.
“자, 모두 앉아라.”
간소하게 차려진 술상에 사패가 둥글게 모여서 앉았다. 남궁혁은 팽무성의 술잔을 제일 먼저 채워주었다.
“금향주(金香酒)라고 대단히 귀한 술인데 조부님께 빌어서 간신히 한 병 가져왔네.”
술잔에 채워진 금향주는 이름과 걸맞은 은은한 금빛을 보였다. 이어서 나머지 술잔이 채워지자 사패는 조용히 술잔을 들었다.
“아미타불, 조금 늦었지만, 다시 모였어.”
무각이 들고 있던 술잔을 흔들며 말하자 당화련도 팽무성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게요.”
이에 팽무성도 당화련과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팽 시주마저 돌아오지 못했다면 나는 진짜 미쳤을 거야.”
그 말에 팽무성은 무각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올렸다.
“올라오면서 소식은 들었다.”
안휘에서 십대고수 셋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은 팽무성에게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전생에서도 십대고수 세 명이 한자리에서 목숨을 잃는 대참사가 일어난 적은 없었다.
팽무성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자 무각은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괜찮다. 언젠가 스승님께서 말씀하시길 내세에 자신은 농사를 지을 것이고 나는 인간으로 환생하기는 글러서 소로 태어날 것이니 같이 밭이나 갈자고 하시더군.”
이에 남궁혁과 팽무성이 혀를 내둘렀다.
“불존은 제자에게도 아주 거침이 없으시군.”
“역시 광승의 스승이신가.”
불존이 무각에게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죽음으로 인한 헤어짐에 초연해지라는 의미였다.
무각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불존에 대한 슬픔을 빠르게 떨쳐내려 노력했다.
“내세에 정말 소로 태어난다면 스승님을 뿔로 받아버릴 거다.”
무각의 농에 사패도 잘게 웃음을 터트렸다.
평소라면 여러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술술 나왔겠지만 오늘은 조금 분위기가 달랐다.
사패는 묵묵히 술을 마시기만 했고 간혹 안주를 집기 위해 젓가락이 움직이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때, 팽무성이 술잔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총력전을 펼친다면, 다음에 벌어질 전장이 마지막이 되겠군.”
무림맹에 들어와서 전 무림이 힘을 모아서 총력전을 펼친다는 소식을 남궁구에게 들은 팽무성이었다.
전생에서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기에 이 총력전이 과연 누구에게 우세할지 팽무성조차 알 수 없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전쟁도 이제 막바지로구나.”
“어떻게 나오긴요. 당연히 우리가 이겨야죠.”
남궁혁에게 핀잔을 준 당화련은 고개를 돌려 팽무성을 쳐다봤다.
“그렇죠?”
커다란 눈망울을 깜빡이며 묻는 당화련의 모습에 팽무성도 실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다.”
전생에서도 제안했지만 이루지 못했던 약속을 팽무성은 조심스레 다시 꺼내 들었다.
“전쟁이 끝나면 이렇게 넷이 식도락 여행이나 떠나자.”
그 말에 팽무성을 쳐다보던 사패는 저마다 웃음을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좋네. 가보지 못한 성은 다 가보자.”
“아미타불. 아직 내세로 가기에는 놀러 다닐 곳이 많단 말이지.”
“그때는 걷지 말고 좋은 마차 하나 마련해서 가요. 여유롭게 구경도 할 수 있게.”
달이 점점 기울어져 가고 있음에도 사패의 목소리가 두런두런 끊이지 않고 들려오고 있었다.
* * *
굳게 닫혀있던 무림맹의 성문이 활짝 열렸다.
선봉을 자처하는 백호단을 시작으로 무림맹의 타격대, 각 문파에서 차출된 무림인들로 새롭게 편제된 타격대가 줄지어 성문을 나섰다.
그 행렬의 중앙에는 무림맹주를 비롯한 무림맹의 장로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장문인, 가주들이 모여있었다.
문파의 장에 오른 지 오 년이 채 되지 않은 종남파 장문인과 제갈세가주를 제외하곤 장문인과 가주가 모두 참전했다.
이들은 만약 전사했을 시를 대비해서 후대를 이를 후계자를 정해놓은 채 전장에 나섰다.
남궁구는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이들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장문인, 그리고 가주들. 이렇게 어려운 선택을 해주셔서 감사하오.”
남궁구의 인사에 이를 들은 장문인과 가주들이 저마다 입을 열었다.
“후후. 앞날이 창창한 제자들보다는 늙은이들이 앞장서는 것이 맞겠지요.”
“골방에서 골골거리며 죽을 날을 기다리느니 전장에서 마음껏 무공을 펼치는 게 낫지 않겠소이까.”
장문인들의 수다를 듣던 황보세가주는 갑자기 팔짱을 끼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나서니 갑자기 가문이 걱정되기는 합니다. 아들놈이 잘하고 있을지.”
나란히 걸으며 그 푸념을 듣고 있던 팽진연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세운이? 잘할 거다. 걱정 말거라.”
“형님. 그렇겠지요?”
이에 무당파 장문인도 덧붙였다.
“걱정 마시지요. 황보 가주. 그나저나 젊은 후배들과 나란히 행군에 나서니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군요.”
저들끼리 떠드는 노고수들을 보며 남궁구는 쓴웃음을 지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는 장문인과 가주들 뿐만 아니라 그 휘하의 고수들을 제일 많이 차출했다.
단순히 문파의 세력이 큰 탓이 아니라 정파 무림을 지탱하는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가 솔선수범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양측의 전력을 부딪치는 총력전.
각 문파가 훗날을 생각하여 각자 여력을 남겨놓는다면 무림맹의 전력은 자연스레 줄어들며 이는 패배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덕분에 다른 중소문파들도 무인들을 차출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덕분에 무림맹은 별 잡음 없이 병력을 편제하여 순탄하게 출정할 수 있었다.
무림맹은 남하하면서 무천궁과 합류했고 그대로 광서성까지 강행군을 펼쳤다.
광서성에 도착한 무림맹은 사천 연합과 사도천의 병력을 맞이했다.
사도천까지 합류하면서 진정한 무림 연합의 모양새를 갖춘 채 그대로 십만대산을 향해 전진했다.
그와 별개로 각 세력은 광서성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척후를 운용하며 마교의 움직임을 읽어내려고 했다.
무림맹 주작단.
무천궁 비문.
사도천 광풍대.
거기에 음지에서 움직이는 천살택문의 살수들까지.
광서성의 상황이 속속 지휘부로 보고되고 있었다.
본래 광서성에 배치되어 십만대산의 좌측을 지키고 있어야 할 군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척후의 보고에 따르면 모두 십만대산 안쪽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였다.
팽무성에 의해 광동성의 군단이 무너지면서 생긴 변화였다.
그 덕에 무림 연합은 곧바로 십만대산의 입구까지 전진할 수 있었다.
“광활하구나. 이 많은 병력이 부딪치고도 남겠군.”
무천궁주는 십만대산 전역에 진득하게 퍼져있는 마기를 느끼며 눈을 찌푸렸다.
조금의 숨김도 없이 마음껏 퍼져있는 마기는 어서 들어와 보라는 마교의 도발 같았다.
“자신들의 안방이니 온갖 짓거리를 준비했겠군요.”
남궁구와 무천궁주의 말을 옆에서 듣던 철무련이 입을 열었다.
“마교가 밖으로 나올 일은 없으니 들어가서 깨부숴야 할 것입니다.”
철무련의 말에 남궁구와 무천궁주도 고개를 끄덕였다.
“진군하라!”
명령이 떨어지자 멈춰있던 무림 연합의 병력이 일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팽무성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런 광경을 보게 될 날이 오는군.”
무림맹, 사도천, 무천궁.
커다란 세 개의 깃발이 나란히 펄럭였다.
이 깃발이 나란히 세워지는 일은 지금까지 없었고 오늘이 유일할 것이다.
서로 다른 방향에 서기만 했던 무림.
지금은 무림 연합이라는 이름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십만대산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무림 대전. (1)
오